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 이방인 안겔라의 낯선 듯 다정하게 살기
김지혜 지음 / 파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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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인가요.

이름, 나이, 성별, 주소, 직업 ......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 필요한 건 당신 그 자체이지, 당신의 조건들이 아니에요.


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보면 알 수 있어요.

누가 쓴 책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읽는 건 책의 내용이지, 저자의 이력이 아니니까.


<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 는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김지혜 님의 에세이 책이에요.

김지혜, 독일 이름은 안겔라로 불린대요.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발도르프 학교에서 반주자로 일하면서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이 책 부록으로 김지혜님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 CD가 들어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니 참 좋았어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랄까.

피아노 선율이 여유로운 한낮의 풍경처럼 스르르 마음으로 전해졌어요.

이래서 음악은 좋은 것 같아요. 들을 수 있는 귀와 열린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으니까요.

사실 누가 작곡했고, 연주했는지는 그다음 문제인 것 같아요.


김지혜님의 첫 음반이 한국에서 나왔을 때, 기획사에서 프로필을 써 달라고 하여 간단히 적어 보냈다고 해요.

그런데 회사에서 무척 난감해 하더래요.

'어디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에서 공부를 한(보통 유학파) 어쩌구저쩌구~~ 수상경력과 공연한 경력 등등'과 같이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 없어서.

평범한 아줌마라서.

빈약한 경력을 대신하여 자신의 마음을 글로 적었대요. 저는 그 어떤 화려한 프로필보다 그 글이 참 좋았어요.


음원 발매에 부쳐.

... 이 곡들은 제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세상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제 아이와 친구들이 즐거워했듯, 제가 아직 만나지 못한 다른 아이들도 이 음악을 들으며 잠시나마 즐겁고 행복했으며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 가득히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뛰어다니며 바닥을 구르는 이 모든 '결정적인 순간'이 어른들의 가슴에 가닿기를요.   (26-27p)


남편의 유학으로 생후 15개월 아들과 함께 독일로 간 김지혜님.

지금 아들 다니엘은 초등학생이 되었어요.

독일에 살면서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지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해요.

아무리 살기 좋은 독일이라도 천국은 아니라는 걸 똑똑히 알려주는 나쁜 사람들인 거죠.

그래도 10년 넘게 독일에 살면서 확실히 느낀 건 이곳에서는 최소한 돈이 없다고 다른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무시당하거나 목숨을 위협받는 일 같은 건 없다는 거예요. 그런 게 야만이라는 것 정도는 사람들이 아는 거죠.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이 같이 지내는 유치원과 학교가 당연하고, 싱글맘이든 워킹맘이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대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모든 직업은 다 소중하며, 같은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한다고 교과서에만 적혀 있는 게 아니라, 독일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도 어른들을 보며 배운다고 해요. 일한 만큼 제대로 돈을 받고, 최소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으로만 가능한 모습이라서 부럽고 놀라웠어요. 예전 같으면 바로 이민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했어요.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나만 떠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만 사회가 바뀐다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혜님은 저 멀리 독일에서 한국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쓴 것 같아요. 사랑하는 한국이 더 좋은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그 마음이 오롯이 담긴 이 책을 통해 많이 느끼고 배웠어요.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마땅히 존중받고 행복하게 살아야 돼요. 함께, 다같이~



"아트라베시아모 Attravesiamo !"


이탈리아어로 "같이 건너보자"는 말이다.

독일 사회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이슈들을 지켜볼 때마다 매번 이 말이 생각난다.

누군가의 머리를 짓밟지 않고 손을 잡고 함께 강을 건너는 사람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벙르 아는 사람들.

인간 세상에서 천국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해도 최소한 지옥을 면하는 길은 가능해 보인다. 그저 서로 손을 잡는 것만으로 말이다.  (167p)


우분투 Ubuntu.

한때 소셜 미디어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말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건국이념이기도 한 이 말은 아프리카 반투족의 인사말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 '당신이 있어 제가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중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제안했다고 한다.

과일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놓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난 아이에게 그 과일을 다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의 예상을 뒤집고 아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이 모두 손을 잡은 채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누가 먼저 도착하고 어는 누가 뒤처지는 일 없이 다 같이 같은 시간에 당도했다.

1등으로 도착한 사람에게 모든 과일을 다 주려고 했는데, 왜 다같이 손을 잡고 달렸냐는 그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 유명한 말로 대답을 한다.

"우분투." 그리고 한 아이가 거기에 덧붙여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죠?"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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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3-1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국민성으로는 멀고도 먼 아득하고도 까마득한 먼 훗날... 이런 상태로는 꿈도 못 꾸고요... 매력 없는 한국 국민성..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