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
서윤빈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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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시 잊고 있었어요.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바다는 점점 오염되고 있다는 걸.

바닷속 물고기만큼 많아지고 있는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거기에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방사능 피폭은 고스란히 인류에게 되돌아올 재앙임을 보여주는 소설을 읽게 되었네요. 처음엔 기이한 현상에 어리둥절하다가 차츰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는 순간 소름이 돋고 말았네요. 이것이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일까요.

《종말이 차오르는 중입니다》는 서윤빈 작가님의 첫 연작소설집이에요.

저자는 재난의 위협이 저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서서히 달궈지는 물 속에서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소소한 일상의 작은 변화가 또 다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연쇄 작용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누적되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거예요. 대단히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한순간에 소설처럼 변해버리는 상상이 어렵지 않았나봐요.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검은 해변과 그 해변에 살다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온몸이 녹아내린 사람들의 일은 한낮 거리에서 들려온 총성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그 충격의 유효기간은 짧았다. 원인 모를 투기 광풍이 불면서 블랙번은 모두 사유지가 되었다. 철책이 쳐지면서 블랙번은 한국 땅에서 고립되어 버렸다. 혹자는 블랙번의 검은 해변이 거기에 석유가 있다는 증거로 받아 들여졌다고 투기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으나 정말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곳에 철책을 친 사람들은 모두 녹아내려 해변의 일부가 되었고, 그 땅은 그들의 자손과 친척들에게 상속되어 철책 너머에서 조용히 썩어갈 뿐이었다." (60p)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란... 눈앞에 위협을 보고도 피하기는커녕 스스로 재앙을 자초하고 있어요. 다들 속으론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거대한 재앙은 늘 수많은 전조를 앞세워 경고하고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거죠. 그러니 소설은 미리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물에 잠기는 건 다른 세계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사람들이 잘 몰라서 당하는 일인 줄로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세면대가 막히는 것처럼 스멀스멀 쌓이는 거였다. 그냥 좀 신경이 쓰이던 것에 불과했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수습할 수도 없이 커져 버리는 거였지." (1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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