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 - 10세부터 시작하는 SKY 필승 플랜
이현실.남상욱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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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어, 우리말에 대한 흥미가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보니 고3 때 언어영역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자율학습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 싫을 때, 다른 거 하고 싶을 때는 언어영역을 풀곤 했다. 왜 그걸 좋아했지? 다양한 지문을 접할 수 있어서 그랬나. 그 덕분인지 수능 때 언어영역이 제일 성적이 좋았다.(몇 문제 안 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 시절에는 교양으로 한국어와 한자 과목을 듣기도 했다. 잡코리아 행사 덕분에 국어능력인증 시험을 보기도 했다. 한 때는 국어능력인증시험 2급을 목표로 삼은 적도 있다.(결국은 3). 군 시절에 보기 시작한 <우리말 겨루기>를 챙겨보고, 예선도 통과한 적도 있다.(면접을 보기까지 2-3시간을 기다릴 수 있다는 안내에 나는 포기하고 나왔다. 내가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실력 확인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독서모임을 하면서 우리말과 글을 읽고 쓰고 있다. 그러던 차에, <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라는 서평단 모집 글을 봤다. 고민이 되었다. 아이도 없는데 굳이 내가 뭘 읽어? 그런데 궁금했다. 초등학교 3학년일까??

 

<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는 실용 서적이다. 제목처럼 요약을 왜 잘해야 하는지, 그렇게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전문 선생님들이 알려준다. 방법을 알려주고 각 장마다 연습문제, 예시가 들어 있다. 학부모가 읽는다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의무 교육을 마친 부모라면 이 정도는 직접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독서를 좋아하는 부모라면 더 수월할 것이다. 물론 부모가 아닌 학원을 통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직접 해 준다면 학습을 넘어서, 부모-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이로서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초등 3학년일까? 이때부터 국어 교육이 심화되는 시기이므로 요약하는 능력이 매우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시기라 한다.

1~2학년과 다르게 주장하는 읽기와 말하기를 배우면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글을 읽고 말로 표현하기 시작 / 유창하게 읽기란 앞뒤 맥락을 이해해서 의미 단위로 끊어 읽거나 문학의 경우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며 감정을 담아 읽는 것 / 사회나 과학 등의 교과목에서는 전문적인 개념이 등장 / 3학년이 되면 1~2학년 때와 다르게 방대해진 교과목을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발표하거나 정리해야 하는 상황 등이 발생하는데, 이 때 요약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함 / 3학년부터는 독서의 양과 질도 높아짐. 동화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체의 책을 읽게 되며 논술이나 독후감, 주장하는 글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과제가 늘어남 / 요약력은 글의 구조를 잡고 핵심 내용을 효과적을 전달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

 

아이를 위한 책이지만 나도 오랜만에 읽기 공부가 되어 좋았다. 특히나 3책 한 권도 다이어트가 되나요?’라는 부분이 도움이 되었다.

나는 책을 깨끗이 읽고 묵독을 한다. 모임에서 다른 분들을 보면 책에 메모도 많이 하고 줄도 긋고 요약정리도 붙이더라. 나는 책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어서 안 하는데, 저자들이 알려준 방법은 반대다. 밑줄 긋고 메모하고 등등 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하는 방법이다. 확실히 이렇게 책을 읽는다면 더 기억이 잘 남고, 학습 효과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아내가 보는 프로그램에서 천만원어치 책을 카드로 글는 문제의 엄마(?)를 보았다. 며칠 전에는 동료부터 아이들 전 집이 200만원 한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엄마, 아빠들이여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전집을 사주지 말자. 부모가 먼저 이 책을 읽고 부모부터 요약력을 기르자. 어떻게 읽어야 하고 요약을 해야 하는지 익히자. 그러고 나서 전 집을 구매하자. 그래야 책을 사는 의미도 아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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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대화의 기술 - 어느 누구와도 불편하지 않은 대화법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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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책을 신청한 것은 단순하다. 주말 독서 모임에서 주제가 ‘대화의 기술’ 이었다. 모임 주제와 책 제목이 똑같아서 눈길이 갔다. 그 다음은 서평단 인원. 무려 100명을 뽑는 서평 이벤트였다. 100명이면 5명, 10명, 하는 서평단보다 확률이 20배, 10배니 신청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기대에 부응하게 책이 당첨되었다.

책의 저자인 한석준에게 아는 게 적다. 프리한19 진행한 거 외에는 기억이 없다. 그런데 감히 ‘대화’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는 이력이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대화의 기술’이 첫 책이 아니다. 이미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과 <유비에게 묻고 조조에게 배우다>라는 책을 썼다.

어떻게 보면 책에 든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다. 대화를 잘 하기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그런 내용들도 많이 보인다. 다만 그것을 활자로 다시 읽음으로써 다시 마음을 먹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뒷부분 보다는 앞부분과 저자의 자기 고백, 반성 같은 일화가 더 크게 와 닿았다.

저자는 계속 말한다. 말하기가 아니라 ‘대화’ 라고. 대화는 나 혼자 말하기가 아니다.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이 있다. 따라서 대화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다. 대화는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다. 내 말을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다면 상대방을 탓할 것이 아니다. 내 말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잘못 설명하고, 잘못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야 한다.

-말하기가 나를 드러내고 내 의사를 전달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면, 대화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말을 어떻게 하느냐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죠.

책 내용 중에 ‘아니 그게 아니라’ 부분이 많이 와 닿았다. 내가 아내에게도 많이 지적 받는 것이다. ‘아니’라는 말 좀 줄이라고. 맞다. 나 또한 아내의 말에 '맞아. 그러네. 그런데‘라고 하기 보다는 ’아니, 그게 아니고‘ 라고 더 많이 말하는 듯하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나 ‘경청’을 강조한다. 소통의 기본은 잘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것이다. 잘 듣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주의와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더 도움 되는 말이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거, 말하는 것을 줄이라는 것이다.

나를 돌아보자. 나는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말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말하고 싶은 것을 참거나 줄이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감하거나 위로할 때도 도움이 될 거 같다. 위로한다싶고 적절하지 않는 말을 하는 것보다 말없이 듣는 것이 훨씬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생각하는 경청은 말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희생’입니다. 하지만 이 희생은 결국 우리의 인간관계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열쇠가 됩니다. / 모두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원하지만(높은 수요), 실제로 경청을 잘 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낮은 공급)

듣기보다 떠들기를 더 많이 하는 나에게 필요한 ‘대화의 기술’은, 내 말은 줄이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기다.

-호감도를 높이는 경청의 자세: 첫째, 상대방을 향해 앉아라. 둘째, 대화 중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라. 셋째,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아라.

-경청하되 대화의 목적을 놓치지 마라 ‘나는 왜 이 대화를 하고 있는가? 이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스몰토크를 진지한 대화로 발전시키는 3단계 비법-

1단계. 공통 관심사를 찾아라 : 주의할 점은 공통 관심사를 이야기할 때 부정적인 의견을 가능한 지양해야 한다는 점. 가벼운 지적까지는 괜찮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

2단계. 상대방을 칭찬하라 : 상대방이나 상대방의 회사나 연구실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그와 관련한 최근의 일을 칭찬하면 좋음. “어떻게 그렇게 잘 해신 겁니까?”

3단계. 가벼운 조언을 요청하라 : 조언 요청은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나를 각인.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이야기 들어주고 도움이 되는 조언을 주려고 함. 대화가 진행되고 더 많은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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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사람은 혼자 가지 않는다 - 사람을 통해 성공과 부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
부르르(Brr) 지음 / 와이즈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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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한다면 책을 받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우선 저자가 누군지 몰랐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은행의 부지점장이자 유튜브 ‘부르르 부동산’을 운영한다고 한다. 그런데 책은 ‘사람을 통해 부와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인적 레버리지’라는 부제처럼 인간관계에 관한 것이다. 저자 이력과 내용이 크게 연관이 되지 않는 듯한데? 추천사 또한 이연복 요리사다. 흠... 뭔가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저 그런 자기 계발서인거 같은데, 와이즈베리에서 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의외네’ 하는 생각을 했다.

본 책은 저자가. 부자와 성공한 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점을 알리고 싶어 쓴 책이다. 사업에 성공하거나 부를 쌓거나 한 사람의 공통점은 ‘사람’을 통해서라는 것이란다.

-은행업을 하며 알게 된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느꼈다. 사람이야말로 성공의 속도와 양, 질을 결정하는구나. 그렇다면 사람들 또한 이들에게는 자산이겠구나. 여기에서 나는 ‘인적 레버리지’란 개념을 떠올랐다. / ‘사람을 이용해’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다. 전자는 이기적이지만, 후자는 발전적이다.

-주변을 좋은 사람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 비결은 뭘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따라서 인적 레버리지는 궁극적으로 ‘같이 잘 되는 것’을 꿈꾼다. 나만이 아니라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이왕이면 같이 잘 살고 같이 성공하고, 같이 부를 쌓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나는 솔직하게 이 책에서 풀어놓을 것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심드렁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동안 공감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여럿 눈에 띠였다. 저자가 예시로 든 사례가 완전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내용은 꽤 괜찮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갈무리 하는 것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진정으로 자신감 있고 똑똑한 사람은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어, 자신이 잘 모르거나 자신 없는 분야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처리하려고 한다. 최소한 자신보다 잘 아는 사람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게 훨씬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리스크를 최소활 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 내 역량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에 부닥쳤을 때는 혼자 고민하며 끙끙 앓지 말자. (…) 아는 게 없어서, 가진 게 부족해서 발을 동동 구를 필요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내게 필요한 사람이 누구고,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찾아가기’를 션택하라.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블로그 이웃이자 저자처럼 은행원인 사람이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한 지식은 배울 것이 가득하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단톡방에 들어가 있다. 그의 행태를 보면 주변에게 좋은 물건이 있으면 추천하고 갈아타는 것을 발 벗고 나선다. 그 친구는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나. 같이 부자가 돼서 나중에 함께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해서이다. 그래서일까, 누구는 어디에서는 돈을 받고 풀 지식과 정보를 본인의 블로그에 아낌없이 올린다. 꾸준함과 선한 의도의 선순환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내가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은 ‘경청’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내에게도 매번 듣는 말인데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다고.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듣는 것보다 읽는 것이 기억에 더 잘 남는다. 그러니 나에게는 ‘말’보다는 ‘글’로 남겨달라.

-신동엽은 남의 과거의 안 좋은 애기나 실수한 것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며(배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진행자라고(경청)

-미국의 문필가 올리버 웬델 홈즈는 “말은 지식의 영역이고 경청은 지혜의 영역”이라고 했다. 지식은 언젠가 바닥을 들어내지만 지혜는 시간이 갈수록 쌓인다.

회사 밖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한 것이다. 저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 ‘얻어 걸리는 게 어때서’ 얻어 걸린다는 것은 계속 도전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생각만 하지 말고 시도, 실행, 실천을 해야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사람들은 ‘이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위안이 될 때도 있지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두 손 놓고 있는 경우라면 그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기회는 운 좋은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다. 기회는 구하는 사람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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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
홀리 그라마치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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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밌는 설정의 소설을 읽었다. 다락방에 남편이 올라갔다 내려오면 남편이 바뀐다?! 자의든 타의든 남편이 다락방에 완전히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사람이 내려온다. 남편이 바뀐다는 설정을 아내나 회사 동료에게 말하니 <뷰티 인사이드>가 생각난다고 한다. 나도 책에 대한 소개를 처음 봤을 때 그 영화가 생각났다. 하지만 외모가 바뀌는 점만 같을 뿐 많이 다르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남자의 외모만 바뀐다. 그의 기억,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대로다.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에서는 남편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단순히 남편만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 로렌의 직업, 그녀의 핸드폰에 들어있던 기록들, 그녀를 뺀 주변의 사람들의 기억까지도 모두 변한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남편이 바꾸면 이웃과의 관계도 매번 다르게 설정된다. 마치 게임의 등장인물을 바뀌면 거기에 맞춰 설정이 바꾸는 것처럼.

꽤 늦은 밤이었다. 그녀는 친구 엘레나의 결혼 축하 모임을 즐기고 집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현관문을 아니 계단 위에서 웬 키 큰 남자가 그녀를 맞이했다. (…)

순간 휴대폰 잠금화면이 로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해변을 배경으로 선 자신,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은 한 남자. 그 남자가 바로 눈앞에 서 있었다. (…)

불이 켜지자 낯선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분명 초록색이었던 소파가 갈색으로 변했고, 벽에 걸린 시계에는 숫자가 대신 로마 숫자가 박혀있었다. (…)

주인공 로렌은 미혼이다. 어느 날 친구의 결혼 축하 모임을 가지고 술에 취해 집에 왔는데, 세상에나 웬 남자가 자기 남편이라고 한다. 엥? 더 이상한 것은 집의 소품이나 가구의 배치도 바뀌어있다. 더 신기한 것은 자기는 기억이 없는데 폰 안에 연애, 결혼한 흔적이 있다. 로렌 빼고 엄마, 언니, 이웃, 친구들은 그의 존재가 자연스럽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람. 내가 결혼을 했다고? 아주 조금, 겨우 받아들일까말까 하는데... 맙소사. 다락방에 올라가더니 다른 사람이 온다. 혹시나 하고 올려보니 다른 사람이 내려오더라... 뭐지뭐지?

<다락방에서 남편들이 내려와>는 이처럼 남편이 다락방에 올라갔다 오면 바뀌게 되는 로렌의 이야기이다. 재밌는 설정은 로렌이 기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혼에서 순식간에 남편이 있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기혼이 아닌 미혼으로 한 것은 작가의 의도일 듯하다. 기혼자였으면 본래의 남편을 선택하는 뻔한 클리세가 되지 않았을까? 미혼에서 졸지에 기혼이 되었기에 마음에는 남편 찾기를 계속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재미는 남편을 계속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바뀌면 로렌의 삶도 바뀌기에 여러 삶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번은 계속 하고픈 남편을 만났다. 남편인 카터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락방에 올라간 바람에 그를 그리워한다. 신기한 점은 남편이 바뀌었다고 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뀐 세상에서는 그 이름 그 외모 그대로인지만, 로렌의 남편이 아닌 다른 생을 산다. 로렌은 카터를 보기위해 영국에서 미국까지 찾아가서 만난다. 하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남편 바꾸다 보니 자신과 같은 ‘상황’의 남편도 만난다. ‘보하이’라는 남편은 로렌처럼 배우자가 바뀌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더라. 로렌과 다른 점은, 로렌은 남편이 바뀌어서 내려오는 것이지만 보하이는 옷장 같은 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른 장소로 나오고 삶이 바뀌어있는 것이다. 둘이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고 결국 보하이도 다락방에 들어간다. 하지만 로렌도 보하이도 둘의 기억은 바꾸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안도감이 얼마나 클까.

남편이 바뀌지 않는, 내 삶이 연속되게 유지할 수 방법은 무엇일까? 이 남자와 계속 하고 싶다면 그 집을 떠나면 된다. 다락방에 남편이 안 올라가면 되니깐. 그게 아니라면 남편과 헤어지고 그를 내보내면 된다. 그럼 로렌은 삶이 유지되면서 미혼이거나 새로 결혼하면 되는 것이다.

읽을 때 몰랐는데 후감을 쓰다 보니 마치 게임과 같다. 이상한 세계로 갑자기 전송된 주인공, 그리고 마주치는 새로운 퀘스트. 퀘스트 수행 중 만나는 동료. 그리고 퀘스트의 결말.

로렌은 새로운 세계에 떨어진 주인기오, 남편이 바뀌는 것은 계속 되는 퀘스트이다. 로렌과 같은 처지에 처한 보하이와 만나게 된 것은 동료를 얻게 되는 그것과 같다.

남편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그걸 선택하게 되는 로렌. 로렌은 이제 이런 상황을 막고자 한다. 그녀가 선택한 것은 다락방을 없애는 것이었으니.. 수 백 명의 남편을 바꾼 로렌의 여정은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다행이야. 우리에게 서로가 있어서.”

  내가 결혼을 해서인가. 마무리, 마지막 문장이 참으로 좋았다. 다행이야, 우리에게 서로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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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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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배달이나 포장하면 꼭 만나는 물건이 있다. 삼발이 모양으로 되어 있는 그거. 나는 이게 피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집에서는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이 삼발이를 뒤집어서 그 위에 양파를 올려서 보관한다. 아내가 어디서 본 모양인데 양파가 눌리지 않고 통풍이 잘 되게 보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거 이름이 뭐지?

<그거 사전>은 이처럼 우리가 자주 보고 쓰는 것이지만 막상 이름은 딱히 모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거들에 대한 모음집이다. 이 책에 대한 서평단 모집 글을 봤을 때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신청을 한 것은 당연한 거다. ‘아는데 모르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 이런 내용은 딱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지만 이름은 모른다. 그래서 ‘그거’나 ‘이거’로 부르며 답답해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거’는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딱히 내세울 곳 없는, 보잘것없는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물에는 이름과 의미와 쓸모가 있다. 흔하고 대단찮더라도 이름을 알면 달리 보인다.

저자는 어느 날 샴푸 용기의 펌프가 눌리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플라스틱 부품을 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것, 그것 말고 공식적으로 쓰는 명칭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우리 주변의 그것 또는 이것에 대한 이름 찾기.   

책에서 ‘그것’의 일번타자는 앞에서 이야기 한 피자 삼발이이다. 정식 명칭은 ‘피자 세이버’ 삼발이탁자 같은 생김새 때문에 ‘피자 테이블’로도 불린다고 한다. 
피자를 구한다고? 내가 그동안 삼발이, 피자 세이버를 잘못 알고 있었다. 이것의 역할은 피자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자를 포장지로보터 구하는 것이다. 피자만 포장박스 있다면, 배달 동안에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포장 상자가 우그러지면서 피자에 닿을 것이라 한다. 피자 세이버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피자와 상자를 같이 먹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이름이 제대로 맞네. 피자를 구한다! 
뜨거운 습기를 이야기 하니 치킨 포장도 떠오른다. 어느 가게 치킨 포장 상자는 두 군데 정도 열려 있도록 되어 있다. 열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그래서 치킨이 눅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자세이버는 1983년 미국 뉴욕 카멜라 비탈레가 발명하고 ‘포장 세이버packge saver'로 특허 출원하였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피자 사장의 규모는 약 256조원에 달하며 미국 내에서만 해매다 30억 판의 피자가 판매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멜라는 부자가 되었을까? 안타깝게 그녀는 특허권 연장 비용을 내지 않아 1993년 특허권이 만료되었다고 한다. 

 <그거 사전>에는 여러 가지 그것에 관한 것이 담겨 있다. 76개의 그거 중에 유일하게 신체에 관한 것도 있다. 손톱 뿌리에 있는 반달 모양의 하얀 그거는 속손톱, 손톱반달, 조반월이라고 한다. 이 부분이 손톱과 달리 연한 분홍색 또는 하얀색이 이유는 두껍기 때문이다. 손톱 두께는 0.5~0.6 밀리미터인데 속손톱은 세 배정도 두꺼워 모세혈관이 비치지 않는다. 속손톱이 없거나 짧으면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과학전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고 한다. 저자는 다른 손톱 건강 방법을 알려준다.
 ‘샴로트의 창문 테스트’ 양손의 검지 손톱을 맞대었을 때 손톱 사이로 다이아몬드의 틈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빈틈없이 닿았다면. 곤봉지를 의심하라고 한다. 곤봉지는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하게 붓는 증상인데 폐렴, 폐섬유화증, 폐암 등 폐질환의 대표적 증상이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다이아몬드의 틈이 보인다. 그런데 양 검지 손톱의 길이가 같지(?) 않다. 셋째, 넷째 손가락 손톱도 그러하다. 나만 그런가? 혹시 자주 쓰는 손이라서 손톱이 짧나? 라는 생각도 한다. 

 연어와 같이 먹는 완두콩 같은 그거 ‘케이퍼’는 콩이 아니라 꽃봉오리 절임이란 것에 놀랐다. 책갈피가 없을 때 책 귀퉁이를 접는 거(내가 그런다)는 영어권에서는 강아지 귀dog's ear라고 하는 게 귀엽다. 뚫어뻥은 사실 액체형 배수구 세정제의 제품명이고, 등재된 표준어가 없다는 게 의외다. 전봇대에 회오리감자 같이 생긴 것의 이름이 뚱딴지라는 것도 뚱딴지스럽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거의 이름과 내용을 다 담는다면 스몰토크에도 써먹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거 사전>은 궁금증을 해소해주면서 추억에도 잠기게 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알려주는 ‘그거’에 얽힌 일화는 누구나 하나씩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읽다보면 알지만 몰랐던 그거에 대해 알게 되는 기쁨도, 물건과 관련된 옛 기억도 챙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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