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쌤의 금융과 경제생활 - 내신과 경제상식 모두 잡는
나무쌤(원남훈)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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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과 경제상식 모두 잡는 나무쌤의 금융과 경제생활

고등학교 시절 금융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고 요즘 부모가 된 어른들은 이야기한다. 경제에 관한 것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졌을 때, 처음 겪는 사회의 혹독함을 다들 한 번쯤 느껴봤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그랬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돈을 잘 쓰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저축과 투자는 무엇이 다른지, 신용은 왜 중요한지,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하나하나 부딪히며 알아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을 조금 일찍 알려주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금융교육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금융 공부가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으며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범대 교수님 역시 학교의 금융교육은 학생들에게 돈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금융과 경제를 공부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내 앞에 놓인 선택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다.

책은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 관리’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와 10컷 만화를 통해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고, 교과서와 연계된 이론을 설명한 뒤 실제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사례를 연결한다. 마지막에는 경제 퀴즈로 배운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구성을 보고 있으면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이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아이들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점이 좋았다.

받자마자 사라지는 것 같은 용돈.

분명 얼마 전까지 내 손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져 버리고, 무엇을 샀는지 돌아보면 꼭 필요한 것만 산 것도 아니다.

책 속 주인공도 계획 없이 소비된 용돈을 돌아보며 돈을 잘 쓰고 관리하는 방법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책 속 캐릭터가 곧 우리 아이들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이미 경제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돈을 받아 무엇을 살지 결정하고, 사고 싶은 것을 위해 돈을 모으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광고를 보고, 앱을 이용하고, 인터넷에서 주식과 투자에 관한 정보도 접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경제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비해 경제를 판단하는 방법은 충분히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특히 그렇다.

주식과 투자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누군가는 이것이 돈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도 얼마든지 그런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그 전에 무엇을 믿을 것인가를 판단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근거는 명확한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인지 따져보는 습관.

정확한 정보를 바르게 판단하는 힘은 좋은 금융 의사결정의 시작이다.

이 책에서 주식과 투자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방식도 그런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 나의 상황과 생애주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금융환경의 변화와 계약, 신용과 위험관리,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앱 속 불공정 약관까지 아이들이 앞으로 사회에서 직접 마주하게 될 현실적인 문제들도 살펴본다.

읽을수록 경제공부는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꼭 어려운 공부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용돈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언가 사고 싶을 때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본 금융정보를 무조건 믿지 않고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찾아볼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작은 선택들이 아이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금융교육일 것이다.

내신을 위한 경제 개념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험이 끝난 뒤 잊어버리는 지식이 아니라, 아이가 살아가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교과서 속 경제 개념과 아이들이 실제 살아가게 될 경제생활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 이후의 삶에서 반드시 만나게 될 돈과 경제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려주고 있을까.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의 월급을 받고, 집을 구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투자를 고민하고, 수많은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 때가 온다.

그때 누군가가 알려주는 대로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

“잠깐, 이게 정말 나에게 필요한 선택일까?”

한 번쯤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금융교육은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공부가 아니라, 내 삶의 선택을 스스로 해나가는 법을 배우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내신과 경제상식 모두 잡는 나무쌤의 금융과 경제생활』은 아이들에게 바로 그 시작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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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기록법 -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
조윤제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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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다산은 사랑받는다.

그의 저서와 독서법, 공부법에 관한 이야기들은 꾸준히 새롭게 편집되어 출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다산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은, 그의 삶과 공부법 안에 시대를 뛰어넘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기록법은 어떨까.

다산은 무엇을 어떻게 기록했기에 그렇게 많은 생각과 지식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람 공부를 통해 옛사람들의 삶에서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조윤제 작가의 신간 『다산의 기록법』을 읽으며 생각해보았다.

책의 부제는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이다.

처음에는 기록을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읽고 나니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기록의 기술이 아니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한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남는 문장을 만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가 깨닫는 것도 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오래 생각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은 생각은 대부분 사라진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고, 다시 떠올리려 하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다산은 그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가려 뽑는 초서,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관찰,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적는 차록, 그렇게 쌓인 기록을 분류하고 편집하고 확장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생각을 지식으로 만들어갔다.

무엇보다 초서법이 인상 깊었다.

책 속에서 중요한 것을 가려 뽑아내는 초서법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교육이 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야 중요한 문장을 찾을 수 있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자신의 기준과 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이런 공부를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사실과 생각에 대한 구분을 배운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판단한 것을 사실처럼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느낀 것을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기억하기도 한다.

다산은 일어난 일은 일어난 대로, 자신의 해석은 해석대로 분리했다.

기록하기 전에 사실을 확인하고, 그 위에 자신의 생각을 쌓았다.

어쩌면 다산의 기록이 지금까지도 진정성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책에서도 다산의 기록 원칙 가운데 ‘사실을 확인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한다.

생각해보면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남기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볼 것인지 선택하고, 본 것을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다시 꺼내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면서 처음에는 평범했던 생각을 조금씩 다른 차원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기록은 정보가 되고, 정보는 지식이 되고, 지식은 삶의 판단을 돕는 자산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평범한 생각을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으로 바꾸는 힘.

나 역시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면서 기록의 힘을 조금은 경험해왔다.

그때는 별것 아닌 것처럼 지나갔던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몇 달, 몇 년이 지나 다시 꺼내보면 그 안에서 아이의 변화가 보인다.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있고, 서툴렀던 행동이 자연스러워져 있고, 어느 순간 혼자 해내고 있는 일들이 늘어나 있다.

기억만으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았다면 놓쳤을 변화들이다.

기록해두었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을 비교할 수 있고, 그 차이를 통해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기록은 기억을 남기는 일을 넘어 성장을 읽어내는 방법이기도 했다.

최근 읽었던 백희성 작가의 『쓰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책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기록해둔 생각들이 쌓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평범하게 떠오른 생각 하나를 적어두고, 그것을 다시 꺼내보고, 다른 생각과 연결하고, 다듬어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것.

기록은 과거를 보관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다산의 기록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 역시 처음부터 거대한 지식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문장을 읽고, 한 가지를 관찰하고,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고, 그것을 다시 분류하고 연결했을 것이다.

그렇게 평범해 보였던 생각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결국 수많은 저서가 되고, 세대를 넘어 남는 지식이 되었다.

조선시대의 ‘만능 일꾼’처럼 보이는 다산의 힘도 어쩌면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는 사람.

붙잡은 생각을 쌓아두기만 하지 않고 다시 꺼내어 연결하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지식을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데 사용하는 사람.

나무를 가꾸듯 문장을 꺼내고 다듬으며 살아간 다산을 보며, 작가들의 글에서 수행자의 삶이 보이는 것이 비단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자신의 삶과 인격을 다듬지 않는 글은 아무리 문장이 화려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를 흔들어놓지 못한다.

결국 기록에는 사람이 담긴다.

무엇을 기록했는지를 보면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고, 오랫동안 쌓인 기록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니 ‘기록을 잘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보다 ‘기록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남았다.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기록하는 습관.

흩어진 기록을 종류별로 묶고 다시 편집하는 습관.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꺼내어 읽어보는 습관.

아이들의 오늘을 기록해두었다가 훗날 그들의 성장을 읽어주고, 오늘의 내 생각을 기록해두었다가 미래의 내가 다시 읽으며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것.

그렇게 쌓인 기록들이 언젠가는 나만의 지식이 되고, 나만의 문장이 되고, 나와 아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다산에게 기록은 단순히 기억을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평범한 생각을 붙잡아 지식으로 만들고, 지식을 삶으로 연결하고, 그 삶을 다시 다음 세대에 남기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산의 기록법』을 덮으며 나도 하나를 시작해보려 한다.

대단한 생각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 떠오른 평범한 생각부터 기록하는 것.

어쩌면 지금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 생각 하나가, 시간이 지나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지적 자산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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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필사북 - 이동진 평론가 추천!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 건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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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한국 현대소설의 명작, 작가들이 사랑하는 소설. 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무진기행』이다.

서울에서 성공한 윤희중이 잠시 고향 무진에 내려와 겪는 이야기를 풀어낸 이 소설을 필사북을 통해 드디어 제대로 읽어보게 되었다.

김승옥 작가가 『무진기행』을 발표했을 당시의 나이가 23살이었다니 놀랍다.

젊은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안에는 사랑과 자기혐오, 욕망과 도덕,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인간의 마음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현실을 선택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평가하고 때로는 혐오하면서도 결국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

아마 이 책을 너무 어릴 때 읽었다면 윤희중의 행동을 도덕적인 잣대로만 바라보았을 것 같다. 옳고 그름을 먼저 판단하다 보면 그가 왜 그렇게 흔들리는지, 왜 스스로를 끊임없이 바라보면서도 결국 현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지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윤희중만을 바라보게 되지는 않는다.

무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어쩌면 자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를 바라보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그럼에도 지금 발붙이고 있는 이곳을 현실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그래서 무진은 단순히 윤희중이 잠시 떠나온 고향이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가지고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숨어들고 싶은 곳. 나를 감추고 싶은 곳. 혹은 현실의 나와 다른 내가 되어볼 수 있을 것 같은 곳.

안개가 가득한 무진은 그런 자신을 감출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필사에서 특히 오래 머물렀던 것은 사건이나 인물보다도 문장 자체였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다가 그것이 밤하늘의 별처럼 느껴지고, 청각의 이미지가 시각의 이미지로 바뀌어가는 장면을 읽으며 작가가 감각을 다루는 섬세함에 감탄했다.

눈으로 별을 보고 귀로 개구리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 둘이 하나의 감각처럼 겹쳐진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장면 뒤에 남는 감정은 결국 ‘쓸쓸하다’는 한마디였다.

‘쓸쓸하다’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단어인데, 작가는 그 단어 하나로 도시의 삶과 바닷가의 풍경, 사람의 마음까지 연결해 놓는다.

필사를 하면서 그 문장을 눈으로 한 번 더 읽고 손으로 다시 따라 쓰다 보니, 그냥 읽을 때는 지나쳤던 문장들이 오래 남았다. 문장의 속도와 호흡, 단어 하나가 만들어내는 감정까지 조금씩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윤희중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내가 원하는 모습과 실제의 나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결국 현실로 돌아온다. 때로는 나 자신을 감추고, 때로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면서도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삶이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어쩌면 그래서 『무진기행』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3살의 김승옥이 써 내려간 이야기를 지금의 나이에 다시 읽으니, 『무진기행』은 한 남자의 짧은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안개에 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필사는 그 안개 속에서 윤희중을 바라보는 동시에, 아주 잠깐이나마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잠깐, 인생의 안개속을 거닐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진기행 필사북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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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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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파도를 즐기는 삶, ‘어쩔 건데!’의 선구자 부처를 만나다

더운 열기에 감정마저 널뛰듯 짜증이 치솟는 나날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지쳐가던 차에, 유쾌하게 서핑을 즐기는 부처님의 모습이 담긴 표지에 홀린 듯 끌려 《부처의 감정 수업》을 펼쳤다.

저자인 자현 스님은 경악스러울 만큼 많은 학위와 논문을 가진 분이다. 넘치는 지적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도덕과 규범’이라는 견고한 벽을 깨뜨리고 자신이 던질 파격적인 메시지에 권위라는 힘을 실어주기 위해 판을 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가 판을 깔고 던진 메시지는 의외로 명쾌했다.

“감정 그 자체를 대긍정하라.”

감정을 들여다보고 고요한 호수처럼 다스리라는 뻔한 조언이 아니다.

우리는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화를 내면 안 되고, 질투해서도 안 되고, 미워해서도 안 된다. 좋은 사람이라면 늘 너그럽고 침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학자 설혜심과 푸코가 짚었듯 인간은 문명화 과정을 거치며 사회적 매너와 규범을 내면화해 왔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반복해서 학습하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는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보이지 않는 감시의 시선을 스스로 머릿속에 설치해 놓고, 원초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스스로를 검열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나쁜 사람 아닐까?’

화가 나는 것보다 화가 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서운한 것보다 서운해하는 자신을 탓한다. 그렇게 감정과 도덕적 판단 사이에서 끊임없이 마음의 불일치를 겪는다.

그런데 이 책은 묻는다.

우주의 거대한 시간 속에서 한 점에 불과한 존재인 우리가, 왜 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기준에 갇혀 스스로를 자책하며 살아야 하는가.

감정을 긍정한다는 것은 감정에 노예가 되어 아무렇게나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것이다.

연기파 배우가 비극적인 역할에 깊이 몰입하면서도 카메라 밖에서는 자신이 배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처럼, 감정 속에 충분히 머물면서도 그 감정 전체가 곧 ‘나’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서 불교의 ‘진속이제(眞俗二諦)’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화가 나면 그 화를 해결해야 하고, 관계 속에서는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모든 감정과 사건을 조금 떨어져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

내 안에서 들끓는 화와 짜증도 마찬가지다.

그 감정은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저 어느 순간 바람을 타고 내 앞에 떠밀려온 ‘사공 없는 빈 배’ 같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 ‘빈 배’라는 비유가 유독 마음에 남았던 것은, 얼마 전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등원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야하는데 누군가 모든 층의 버튼을 하나씩 눌러놓은 것이었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멈춰서며 올라왔다.

순간 화가 치밀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해놓은 거야?’

빨리 버스를 타야 한다는 생각까지 더해지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군가 일부러 나를 방해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의 나는 분명히 화가 나 있었고, 그 화에는 아주 그럴듯한 이유까지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다 올라온 순간, 안에서는 나와 같은 고층에 사는 피해자들이 버튼 취소를 누르기 위해 함께 올라오고 있었다. 버튼을 누른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각이 확정됐다.

참 이상했다.

그렇게 치솟던 화가 오히려 가라앉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그 사람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이미 없으니까. 무엇보다 ‘조금만 빨리 가면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기대도 사라졌다. 이제 와서 누군가를 탓한다고 상황이 달라질 것도 없었다.

화를 쏟아낼 대상도 사라졌고, 그 화를 통해 되돌리고 싶었던 미래도 사라진 것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이 여러 개 눌려 있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화의 크기는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누군가 나를 방해했다’고 생각할 때는 화가 났고,

‘이미 늦었고, 이제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화가 잦아들었다.

그때 ‘빈 배’의 비유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어쩌면 우리는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에 붙인 이야기 때문에 더 화를 내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를 무시했다.

누군가 일부러 나를 방해했다.

누군가 나에게 피해를 줬다.

그렇게 감정에 ‘대상’과 ‘의도’를 붙이는 순간, 화는 점점 커진다.

하지만 그 배가 비어 있다면 어떨까.

화를 낼 대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화가 났던 사실이 틀린 것은 아니다. 화는 분명히 일어났다. 다만 그 화에 반드시 범인을 만들어주어야 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화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화가 시키는 대로 행동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의 긍정을 이해하게 된 지점이다.

감정을 없애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아,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내가 그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현실의 난관은 현실의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해야 할 말은 하고, 필요한 일은 하고, 때로는 관계를 정리하기도 하면서 담담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의 파도까지 억지로 잠재울 필요는 없다.

힘들면 당당하게 남 탓도 좀 하고, 때로는 “어쩔 건데!”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나는 그동안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삶’을 사는 것을 자주 혼동했던 것은 아닐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화를 참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용서해야 하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정작 내 감정은 어디에 있었을까.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이 살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기쁘고, 화나고, 억울하고, 질투하고, 서운하고, 사랑하는 그 모든 마음이 나라는 존재를 이루고 있다.

머무는 곳이 현실이든 가상이든, 느끼는 내가 진짜라면 그 감정 역시 진짜다. 영혼과 마음을 부질없이 양분하고 어느 쪽이 진짜인지 끊임없이 검열할 필요도 없다.

그저 세상에 유일한 ‘나’로서 살아가는 것.

삶이라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감정의 파도를 억누르려다 휩쓸려 다치는 대신, 그 파도 위에 올라타 유유히 서핑을 즐기는 것.

어쩌면 자현 스님이 말하는 감정 수업은 그런 것이 아닐까.

감정을 없애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

화가 나면 화가 난 나를 바라보고, 슬프면 슬픈 나를 바라보고, 때로는 엉망진창인 나까지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파도가 지나가면 다시 노를 저어 내가 가야 할 곳으로 가는 사람.

이 책은 나에게 ‘착한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오래된 숙제에서 잠시 벗어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감정을 통제하는 삶보다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삶.

타인의 시선에 맞춰 나를 끊임없이 검열하는 삶보다, 내 삶의 무대에서 당당한 주인이자 관객으로 살아가는 삶.

그래서 오늘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또 파도가 밀려온다면, 애써 잔잔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으려 한다.

화가 나면 화가 난 대로 인정하고,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바라보고, 서운하면 서운한 나를 그냥 두어보려고 한다.

다만 그 감정에 범인을 만들어주거나, 그 감정이 내 삶의 운전대를 잡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으려 한다.

어차피 파도는 계속 밀려올 테니까.

그렇다면 억지로 잠재우기보다 올라타 보는 수밖에.

어쩔 건데.

파도가 왔으면, 서핑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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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 - 최상위권 따라잡는, 대치동 스터디코드 입시 바이블
서보현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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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시는 전쟁 이후 지금까지도 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입시 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그때마다 정보를 먼저 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기 위해 스터디코드의 서보현 코치가 『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내신 5등급제, 수능 최저학력기준, 그리고 학생부가 왜 ‘죽음의 삼각형’으로 불리는지 설명하며, 그 안에서 부모가 어떤 기준과 중심을 가지고 아이를 지지하고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대학은 역량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동시에, 그 학생이 대학을 끝까지 다닐 충성도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입니다. 정부는 과열되는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대학은 그 기준만으로는 알 수 없는 학생의 가능성과 역량을 학생부를 통해 확인하려 합니다. 때로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의 입시는 그렇게 변화해 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든 생각은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일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에게 대학생 수준의 논문이나 대단한 업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과 과정 속에서 생긴 궁금증을 더 깊이 탐구하고, 연구하며, 그것을 실제 삶과 연결해 보는 과정이 바로 좋은 학생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한 5학년 학생의 독후감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주어로 쓰인 시집을 읽고, 그 과정에서 생긴 '아래아'에 대한 궁금증을 스스로 찾아 탐구한 뒤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추후 보완할 탐구 내용과 함께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현지어를 더 귀 기울여 들어보겠다고 적어 놓은 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작은 탐구와 호기심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훗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의 학생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또한 최소한 중학생 시기에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와 진로를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방황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이와 진로에 대한 경험과 고민을 더 많이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이해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해 중심의 공부를 해야 내신과 수능, 그리고 학생부까지 함께 잡을 수 있습니다. 단순 암기식 공부로는 수능을 대비하기 어렵고, 수능만 바라보다가는 내신과 학생부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학생부 역시 거창한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탐구 과정과 그 결과를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결국 내신, 수능, 학생부라는 죽음의 삼각형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역량을 키운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학 역시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보다 학생이 꾸준히 보여 준 성장 과정과 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죽음의 삼각형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아이를 믿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시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방향을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2028대입을 앞두고 자녀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학부모라면, 단순한 대학입시 정보가 아니라 입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최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입시전략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역량을 키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입시 죽음의 삼각형』은 스터디코드가 제시하는 입시의 본질을 담아낸 학부모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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