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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의 생각 수업 - 수학적 모델링과 과학적 사고를 둘러싼 30가지 질문
주하오난 지음, 이지수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6년 6월
평점 :

수학을 차가운 기계적 기호와 완결된 공식의 집합체로만 여기는 이들에게 이 책은 낯설고도 따뜻한 충격을 던진다.
저자는 단호하게 "수학은 사람의 학문이다"라고 선언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일반적인 교과서의 완고한 서술 방식을 탈피하여, 수연이와 송 선생님, 주 선생님이라는 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생생한 대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들의 논쟁과 소통을 따라가다 보면, 학생들은 단순히 시험이나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니라, 공부가 개인의 인생과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본질적인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성찰하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에게 한계가 있듯 수학 역시 완전무결하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그 한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사람은 자신의 지적 한계를 수학에 위탁하고, 수학 또한 그 구조적 한계를 사람의 직관에 위탁한다. 서로의 한계가 맞닿는 경계선에서 끊임없는 저항과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인류의 지성은 진화하며 단단한 '이성의 장력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매력적인 인문학적 시선은 수학을 하나의 '언어'로 바라보는 데 있다. 언어는 언제나 완벽하게 이성적이지만은 않으며, 세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 필연적으로 오류를 낳는다. "사과는 빨갛다"라는 문장이 세상을 표현하는 언어라면, "사과는 두 글자 단어이다"라는 문장은 자기지시적 언어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문장은 거짓말이다"라고 언어 자신을 가리킬 때, 우리는 '자기지시성의 역설'이라는 늪에 빠진다.
러셀의 역설이나 무리수의 발견 같은 수학사 속 세 차례의 거대한 위기가 모두 이러한 언어의 자기지시성에서 기인했다는 저자의 분석은 매우 탁월하다. 수학의 한계는 결국 수학이 형식화되고 공리화된 언어라는 점 자체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그러나 수학은 역설적이게도 그 한계가 존재하기에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언어는 부재의 현존이다"라고 말했다. 눈앞에 없는 결핍과 욕망, 숨은 뜻을 불러내어 존재하게 만드는 언어처럼, 저자는 수학의 논리를 '확증의 현존'이라 표현한다. 수학은 눈앞에 드러난 현존을 명백하게 다루지만, 그 밑바닥에는 부재와 현존이 서로를 자극하며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러한 장력은 수학에 "인류 지성을 향한 우아함과 통일성의 추구"라는 강력한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이러한 미학적이고 역동적인 지성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절이 바로 본문에 등장하는 **'푸앵카레 단면(Poincaré Section)'**의 예시이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는 마치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건초 더미'처럼 극도의 혼돈과 무질서만 가득해 보이던 3차원의 복잡계 데이터가, 위에서 특정 단면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순간 소용돌이치듯 정돈된 아름다운 기하학적 규칙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숲속을 걸을 때 특정 각도에서는 나무들이 무작위로 뒤엉킨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각도에서는 줄과 열이 딱 맞춰 정렬된 배열을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푸앵카레 단면의 통찰은 복잡한 현상 뒤에 존재하는 영원한 질서를 발견하고자 했던 플라톤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아름다움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역사가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수학적 구조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행위에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미학적 선택'이 깊게 개입된다. 수학의 발전은 이처럼 인간의 주관적 직관, 미감, 그리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져 왔기에 결코 차갑고 기계적인 체계가 될 수 없다.
오늘날의 교육이 비판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의 수학 교육은 복잡하고 개방적인 현실 세계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체험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링 교육'이 결여되어 있다. 아이들이 실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역동적인 문제들을 수학적으로 묘사하고 스스로 관점을 바꾸어 규칙을 찾아내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수학은 비로소 삶을 구원하는 언어가 된다.
이 책을 덮으며 수학이란 결국 인간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쌓아 올린 가장 아름다운 이성의 궤적임을 깨닫는다. 기계의 계산이 인간의 지성을 대체하는 듯한 시대 속에서, 관점을 살짝 바꾸어 혼돈 속의 질서를 찾아내고 인간의 자아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우아한 대화록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