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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가 살아남는다 - 생각을 넘어 행동을 바꾸는 스토리텔링 설계법
마크 에드워즈 지음, 최윤영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인간의 뇌는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그런데 막상 아주 짧은 이야기 하나조차도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자주 멈춰 서곤 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다는 마음은 크지만 실행은 늘 더디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도 이야기의 맥락을 잘 잡지 못해
상대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반복된다.
그래서 생각했다.
스토리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알게 된다면,
큰 이야기 속에서 핵심 골격을 찾아낼 수 있을 테고,
작은 구조 하나만 있어도 더 길고 풍부한 이야기로 확장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 고민 끝에, ‘살아남기 위한 방편’처럼 자연스럽게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mac의 OS 체계를 바꾸기 위해 OS9의 장례식을 치른 일화를 들려준다. 작은 연출 같지만, 그 장면은 ‘스토리가 가진 힘’을 단번에 각인시킨다. 변화는 논리가 아니라 이야기로 설득된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저자는 또한 모든 영화의 주인공이 잘못된 인식을 품고 시작하며, 사건을 거치며 깨달음을 얻고, 이후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성장한다고 말한다. 주인공에게 스토리가 있어야 서사가 탄생하듯, 성공하는 비즈니스 역시 스토리텔링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스토리에는 반드시 ‘들어주는 청중’이 존재한다는 것.
즉, 나와 우리 회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청중이 함께 ‘우리’가 되어
청중에게 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비로소 스토리는 살아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된다.
흥미로웠던 점은, 거창한 기획이 없어도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단순한 틀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 매일같이, 그러던 어느 날, 그 때문에, 그래서, 마침내’로 이어지는 스토리 스파인의 규칙을 떠올리면, 누구라도 기본적인 이야기의 골조를 세울 수 있다.
저자는 이 단순한 구조만 잘 활용해도 훌륭한 스토리의 뼈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말을 읽으며, 복잡하지 않아도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스토리 설계법(6단계 SUPERB)
1. 청중과 동질감을 만들어내는 공유경험
2. 퀘스트 목표설정을 보여주는 최종 혜택
3.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식별하는 문제 정의
4. 대안 탐색과 선택지 설명, 예상되는 문제와 해결책 등을 언급하는 선택지 탐색
5. 핵심 아이디어를 개인의 경험에 기반하여 해결하는 현실제시
6. 전진형, 회피형 청중을 고려하여 만족시키는 두 종류의 청중 만족시키기
저자가 제시하는 SUPERB 구조 외에도, 6장에서는 이를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큰 도움이 되었다.
데이터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법, 숫자를 가치로 전환하는 방법, 도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팁 등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알차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스토리텔러의 사고습관이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내가 자리한 위치를 다시 정의하고
상대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크숍이나 행사 기획에서도 SUPERB 구조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영역에서 스토리 설계법이 활용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마지막 10장 ‘나라는 스토리를 찾아서’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한 번쯤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주제처럼 느껴졌다.
내 경험을 조직의 맥락에 맞게 각색하고,
나만의 가치와 동력을 스토리로 정리해 두는 일은
이직이나 진급 같은 변화의 순간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자기다움 리더십』에서 말하듯, 사람은 자기다움을 실현할 때 가장 큰 힘을 낸다.
나의 스토리를 조직과 청중의 스토리와 엮어낼 때,
그 이야기는 더욱 강력한 서사로 발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