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비상! 보안군들이 몰려온다아!

 다음날 아침 76일 아수라 군단의 누군가가 행궁쪽에서 정신없이 달려오며 소리쳤다.또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한 표정으로 모두 아수라 군단의 단원이 가리키는 행궁광장쪽을 일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정말 화성행궁의 넓은광장에는

중대(中隊)정도의 인원으로 보이는 검은 제복의 보안군들이 총을 거머쥔 채 2열 횡대로 산쪽으로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놈들은 또 왜 지랄이야?

 

보안군의 살벌한 모습에 덜컥 겁을 집어먹은 강태풍은 거칠게 욕설부터 퍼부었다. 그의 욕설에 영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산속의 시체들을 치워가려고 오는 거야?

“제발그랬으면 좋겠어.

 

장미옥은 영훈의  팔을 꼬옥 잡으며 몸서리쳤다.

 

“그것 아니면 뭐하러 또 오겠어?

 

마돈수는 큰 눈을 굴리며 자신없이 대꾸했다.다른 아이들도 떼지어 나타나는 보안군들을 보고서 애써 그렇게 믿고싶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심상치않아 보이는데.

 

점점 윤곽이 뚜렷해지는 보안군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더벅머리 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평소 결코 빈 말을 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아이들은 더욱 긴장했다. 그러자 강태풍은 대나무로 만든 활로 무장군인들을 향해 겨누며 중얼거렸다.

 

“서튼 짓 하면 이번에는 정말 그냥 놔두지 않겠어.

 

그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죄여오는 무장군인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유정화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어쨌든 빨리 내려가 보자.

 

정화가 행궁쪽으로 급히 걸음을 옮기자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정화의 뒤를 쫓아갔다. 광장에서 10여미터 떨어진 행궁담장까지 단숨에 몰려온 아이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 사이 이미 광장의 끝인 펜스까지 다가온 보안군들을 노려보았다.

 

“.....!”

 

하지만 산속으로 곧바로 치고들어올 것 같이 용감하게 밀고들어오던 보안군들은 막상 펜스앞에서는 고장난 로봇처럼 일제히 서 버렸다.아마 그들도 산기슭 여기 저기에 엎어져 있는 기술요원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내심 겁을 먹고 주춤하는 듯 했다.

잠시 후 아래턱에 턱수염을 가늘게 기른 사내가 마이크를 들고 아이들의 긴장된 시선을 받으며 펜스 바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나는 장대한 시장을 보필하고있는 보안국장 이기혁이다!

 

카랑카랑한 보안국장의 목소리가 산 전체를 요란하게 뒤흔들었다.

 

“너희들은 지금 완전포위되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너희들은 당장 망할 놈의 무기를 갖고 모두 항복하라!

 

행궁담장위에 올라서서 보안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던 정화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되받아쳤다.

 

“항복이라니요? 무슨 뚱땅지 같은 말입니까?

 

 

“시치미 뗀다고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이기혁 보안국장은 더욱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응수했다.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지성은 정화를 거들고 나섰다.

 

“좀 알기 쉽게 이야기 해 보라구요!

“너희들이 여우탑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서 우리 기술요원들을 살해했잖아!

 

발끈한 기술국장은 지성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혔다.그의 주장에 정화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이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여우탑은 싫어하지만 사람까지 죽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기혁은 그녀의 반박을 무시했다.

 

너희들이 푸른 빛으로 기술요원들을 죽였잖아!”

“푸른 빛이요?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보안국장은 다시 매섭게 추궁을 했지만 정화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때 영재가 정화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말문을 열었다.

 

“지난 번 숲속에서 번쩍했던 그 푸른 빛을 말하는건가?”

, 그것! 그런데……”

 

정화는 비로소 기억이 난 듯 소리치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게 사람을 죽였다고?”

저 사람이 그러잖아.”

말도 안돼!”

 

정화는 단호하게 내뱉었다.그런데 영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혹시 팔달산이 했는지 모르지. 이 곳에서는  전자기기도 작동이 안되잖아?”

 

머리회전이 빠른 영재는 이미 푸른 빛을 두 사건과 연관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때 심상치않은 두 사람의 표정을 훔쳐본 이기혁은 다시 정화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그 푸른 빛을 발사한 것 맞지?”

“아닙니다. 우리도 피해자라구요!

 

팔달산에서  전자기기가 작동되지않는 것에 대해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영재는 아무 생각없이 대꾸했다.이기혁 보안국장은 옳지 낚았구나! 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다시 호통을 쳤다.

 

“거짓말 말고 그 푸른빛을 발사하는 무기를 당장 내놔!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것하고 아무 상관없어요!”

 

뒤늦게 보안국장에게 낚인 것을 알아 챈 영재는 양 손을 들고 흔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기혁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정말 혼날 줄 알아!

 

이기혁 보안국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정화도 짜증이 난 듯 맞받아쳤다.

 

“그렇게 우리 말을 못 믿겠으면 직접 들어와서 뒤져보면 될 것 아니예요?

 

하지만 이기혁 보안국장은 산기슭에 엎어져있는 기술요원들의 시신을 흘끔 훔쳐보며 응수했다.

 

“우리가 또 너희들이 파놓은 함정에 또 빠져들 것 같으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날 오후 2시 시장 집무실

 

뭐라고요? 사람이 죽었어요?

 

장시장은 푹신한 소파에 거대한 몸집을 깊숙히 묻고 있다가 황박사가 전해준 소식에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시장곁에 서 있던 이기혁 보안국장도 적지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맞은 편에 천재인 기술국장과 같이 앉아있던 황박사의 얼굴빛이 매우 어두워보였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기술요원 5 명이 사망했네.

 

평소와는 매우 다른 그의 침울한 목소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장시장은 불안한 시선으로 황박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단 말입니까?

팔달산에서 그랬네.

 

다시는 그 일을 떠올리고 싶지않다는 듯 황박사는 짤막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이기혁 보안국장이 턱주변에 가늘게 난 수염을 만지막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섰다.

 

영산(靈山)이라고 불리는 산 말입니까?

영산?

 

영산이라는 말이 좀 거슬리는지 황박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기혁 국장을 흘끔 바라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이기혁은 자신의 정보력을 은근히 자랑하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것이 못마땅한지 황박사는 얼른 시선을 장시장에게로 돌렸다.

 

어제 오전에 기술요원들이 팔달산에 3000번째 여우탑을 설치하려고 들어갔다가 신원을 알수 없는 아이들로부터 전자기 펄스 공격을 받고 사망하고 말았어.”

아이들이 전자기 펄스 공격을 했단 말입니까?

“유감이지만 그렇다네.

,”

 

황박사의 단정적인 답변에 장대한 시장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만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장시장, 산속에 아이들만 있겠는가?

 

장시장을 주시하며 되묻는 황박사의 눈빛이 어느 사이엔가 매우 날카로와졌다.

 

“그럼 어른들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동안 여의주를 반대하는 자들이 산속에 모두 집결해서 수상한 전자기 펄스로 우리의 화성(華城)증강현실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평소 냉철한  모습과는 달리 황박사는 마치 모든 증거를 갖고있다는 듯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래도 장시장은 계속 설마하는 눈치였다.

 

“그들이 왜 프로젝트를 싫어하는 거죠?”

놈들은 낙오자야.변화를 두려워하는 골통들이라구!”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들은 산속에 숨어서 우리의 접근을 막고 있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마침내 장시장도 맞장구를 쳐주기는 했지만 황박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게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장시장, 자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

지원이요?

“당장 보안군을 보내서 팔달산을 포위해주기 바라네.

포위라고요?”

그들은 위험한 무기를 갖고 있네.테러리스트야! 그들이 밖으로 나오면 정말 큰일이야.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서는 많은 병력이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그것만 하면 됩니까?”

봉쇄만 해도 돼. 어차피 보안군들도 대부분 여의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을 마친 황박사는 인생 최대의 역작인 여의주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 매우 괴롭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 그렇군요.”

 

장대한 시장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까지 죽어나가는 위험한 상황에 잘못 빠질까봐 은근히 겁내는 눈치였다.황박사는 그런 그의 모습에 보다 달콤하면서도 위협적인 미끼를 그에게 던질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장시장, 놈들이 만약 시내까지 나와 화성(華城)증강현실 프로젝트를  완전히 망쳐버린다면 자네 대선(大選) 출마에도 먹구름이 낄걸세.

“……”

 

역시 황박사가 던진 미끼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장시장은 어두운 낯빛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고 황박사는 장시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  말없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윽고 장시장은 결심을 굳혔는지 이기혁 보안국장을 바라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보안국장,지금 사태는 황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불순분자들이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황박사님의 프로젝트를 방해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도 비상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당장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황박사님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게.

잘 알겠습니다.”

 

 이기혁이 힘있게 대답을 하자 비로소 황박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맙소. 장시장,

 “별 말씀을……모두를 위한 것 아닙니까?”

 “암 그렇지.

 

말을 마친 황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재인 기술국장과 함께 시장실을 나왔다.정보탑의 중앙통제실로 돌아오는 길에 황박사는 승용차 차창 너머로 멀리 낮게 보이는 팔달산을 하염없이 노려보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그만한 야산.

 팔달산은 나날이 솟아나는 현대식 건물에 둘러싸여 산의 윤곽마저 잘 보이지 않은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그저 그런 야산이었다. 그런 산이 지금 전자기 펄스로 무장한 불순한 무장세력들에 의해서 자신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황박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과 정면돌파를 할 작정이었다.그는 자신이 그리 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를 희생해야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정화는 수 년전 팔달산에서 공노인을 처음 만났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방랑하면서 외로움에 지쳐있던 정화는 공노인을 만났을 때 그의 온화한 인품에 이끌려 그를 친할아버지처럼 여기며 따랐다.

 

휜머리가 성성한 60대 중반의 공노인은 비록 산중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큼직한 안경너머에서 가끔씩 번쩍이는 깊고 빛나는 눈빛은 그가 한 때는 명성을 날리던 과학자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공노인은 아직까지는 한번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 이 녀석이 결국 나를 찾아오다니…….

할아버지가 아는 사람이군요.

질긴 인연이군.내게 죄값을 받으러 왔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돌침상에 털썩 걸터앉은 공노인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그의 눈시울이 어느 새 붉어졌다.

 

죄값이라니요?

 

유정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노인를 바라봤지만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지수의 얼굴만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잠시 후  마음의 정리를 끝낸 듯 정화를 돌아본다.

이 아이는 15년 전한국두뇌개발센타에서 일하던 한준이라는 연구원의 아들이었어.”

네엣?”

그런데 지수가 다섯 살 때에 이 아이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모두 죽고 말았단다.”

, 저런,”

 

화들짝 놀라며 지수의 얼굴을 돌아보는 정화의 시선에 어느새 동정심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이 아이를 돌보던 황금산이라는 자가 강검사라는 작자와 짜고 지수의 뇌를 이용하여 뺑소니범을 잡으려고  했었지.”

인간의 머리속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는 말이예요? 세상에,그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

나는 뒤늦게 그것을 알고 막으려고 했지만 강검사의 부하들에 의해 그곳에서 쫓겨나고 말았단다.그리고 난 이 아이를 완전히 잊고 살아왔지.그런데 여기서 그 아이를 만나다니.... ”

 

공노인은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는 깨어날 줄 모르는 한지수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살짝 까서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본다.정화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도 참 불쌍하군요.”

“……”

하지만 다시 깨어나면 여전히 우리를 잡으려고 하겠지요.”

“아마도……

 

공노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떡하죠? 고민이군요.”

일단 이 녀석을 동굴속에 가두어 두자.”

?”

현재로선 그 수 밖에 없어.”

……그래야겠죠.”

“그리고 당분간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부치자.

. ”

 

정화는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축 늘어진 지수를 들고는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감금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휴, 꼼짝없이 잡히는 줄 알았네”

 

유정화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훔쳐내고는 팔달산의 중턱에 위치한 동굴속으로 들어섰다공노인이 팔달산을 드나드는 아이들를 보살펴주면서 거처하는 곳이다. 팔달산을 순찰하다가 하마터면 지난 번 설산을 죽인 수상한 놈에게  잡힐뻔 했었다.

 

“……!”

 

어둠침침한 동굴 속을 찬찬히 둘러보던 중 정화는 문득 동굴 안쪽 끝에서 찬바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그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보니 벽쪽에 긴 판자 여러 장이 세로로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다른 긴 판자가 가로로 두 장 걸쳐있었는데 단단하게 못질이 되어 있었다.하지만 판자는 아주 오랜 된 듯 하얗게 퇴색한 채 틈이 크게 벌어져 있었다.

 도대체 판자뒤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하고 정화가 궁금증을 품고 판자틈사이를 들여다보려는데 뒤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얄궂은 장난을 하려다가 들킨 아이처럼 깜짝 놀란 정화가 뒤돌아보자 동굴입구에 공노인의 뒷모습이 얼핏 보였다. 반가움에 정화는 그곳으로 쫓아갔다. 공노인은 허리를 굽힌 채 축 늘어진 웬 남자를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할아버지! 뭐하시는 거에요?”

 

정화는 공노인의 등에 가려 잘 보이지않는 사람의 인상착의가 궁금해서 기웃거리며 물었다.

 

, 너 왔구나. 이놈 좀 당겨라.”

 

공노인은 힐끔 돌아보며 대답을 하고는 옆으로 좀 비켜섰다.그러자 정화의 눈에 축 늘어져 길게 누워있는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선글라스를 낀 그 남자는 한 눈에 보아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잡기 위해서 악착같이 쫓아왔던 자였다.너무  놀란 나머지 정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아는 놈이냐?

 

공노인은 정화의 얼굴빛이 급속도로 창백해지자 이상하다는 듯 묻는다.

 

“그자는 조금 전에 나를 잡으려고 쫓아왔던 자예요!”

너를 잡으려고 했다고?”

 

그제서야 공노인은 매우 놀란 듯 얼른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순찰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쳤는데 아무래도 지난 번 설산을 죽인 자 같아요.그런데 그자가 왜 저 꼴이 됐죠? 죽었나요?”

“아니. 동굴입구에 쓰러져 있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구나.온몸이 젖어있는 것을 보니 물에 빠졌던 것 같구나.”

“하여간 그자는 깨어나면 우리를 잡으려고 할텐데 어떡하죠?

 

정화는 말을 마치자마자 젊은 남자가 소지했던 총을 찾기 위해서 급히  남자의 주머니를 샅샅히 뒤졌다.다행히 총은 없었다.

 

“그럼 이놈을 다시 밖으로 내다버려야겠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공노인은 그것이 별로 내키지않는 듯 주춤했다.

 

“그자가 빨리 깨어나기 전에 내다버려요.

“그래. 내칠 때 내치더라도 이놈이 누군지나 먼저 알아보자꾸나.왠지 낯이 익어.”

할아버지, 시간이 없어요!

 

정화의 잇다른 재촉에도 불구하고 공노인은 젊은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걸쳐져 있는 선글라스를 조심스럽게 벗겨냈다. 그러자 정화 또래로 보이는 사내 아이의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이런, 아직 풋내기군.

 

비로소 공노인은  정화를 돌아보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소지품을 찾아 젊은 남자의 주머니를 이리 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지 뒷주머니에서 명함 크기만한 플래스틱 카드 하나를 꺼내들고는 자기 안경앞에 바짝 대고 살펴본다.

 

“한지수?

 

그런데 신분증에 적혀있는 이름을 따라 읽던 공노인의 얼굴빛이 순간 확 변했다.

 

“아는 자예요?

“설마……”

 

지수의 얼굴을 얼른 다시 쳐다보는 공노인의 두 눈이 점점 커지며 흔들렸다.정화는 공노인이 남자 아이를 알고있음이 틀림없다는 느낌이 들자 새삼 공노인의 신분이 궁금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뭣! 지수의 위치추적이 안된다고?


 


지수를 팔달산으로 들여보낸 후 좋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황박사는 천재인 기술국장이 전해준 보고를 듣자마자 곧바로 위치추적실로 황급히 뛰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소유천도 매우 당황스런 표정으로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었다.위성추적실의 전면에는 아홉개의 스크린이 달려있었는데 스크린 각각에는 지수의 하루 24시간 동안 보고들었던 모든 내용이 기록되고 있었다.


여덟번째 화면에는 지수가 팔달산의 비밀땅굴속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유정화를 발견하고 검거하려는 순간에 솔개의 습격을 받았지만 솔개를 사살하는 장면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잘 나가다가 왜 저래?


 


시커멓게 변한 스크린을 노려보던 황박사는 소유천을 흘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업그레이드시킨 여의주플러스의 성능에 내심 잔뜩 기대를 걸고있었던 소유천은 풀죽어 있었다.


 


그 정체불명의 힘이 너무 강력해요.”


 


소유천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자 황박사는 어이없다는 듯 소유천을 빤히 바라본다.


 


“제대로 업그레이드 시킨 거야?”


 


황박사의 핀잔에 소유천은 발끈했다.


 


예사롭지 않은 전자기 펄스예요.”


, 결국 멀쩡한 녀석 하나 죽였군!”


 


평소와는 달리 황박사는 극심한 절망에 빠진 듯 소유천을 힐책했다.소유천의 말만 믿다가 멀쩡한 지수를 황천길로 보낸 것이 정말 미안해서 그렇게 안하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그의 눈치를 살피며 소유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 나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