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2시 시장 집무실

 

뭐라고요? 사람이 죽었어요?

 

장시장은 푹신한 소파에 거대한 몸집을 깊숙히 묻고 있다가 황박사가 전해준 소식에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시장곁에 서 있던 이기혁 보안국장도 적지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맞은 편에 천재인 기술국장과 같이 앉아있던 황박사의 얼굴빛이 매우 어두워보였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기술요원 5 명이 사망했네.

 

평소와는 매우 다른 그의 침울한 목소리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 장시장은 불안한 시선으로 황박사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단 말입니까?

팔달산에서 그랬네.

 

다시는 그 일을 떠올리고 싶지않다는 듯 황박사는 짤막하게 대답했다.그러자 이기혁 보안국장이 턱주변에 가늘게 난 수염을 만지막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섰다.

 

영산(靈山)이라고 불리는 산 말입니까?

영산?

 

영산이라는 말이 좀 거슬리는지 황박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기혁 국장을 흘끔 바라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이기혁은 자신의 정보력을 은근히 자랑하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그것이 못마땅한지 황박사는 얼른 시선을 장시장에게로 돌렸다.

 

어제 오전에 기술요원들이 팔달산에 3000번째 여우탑을 설치하려고 들어갔다가 신원을 알수 없는 아이들로부터 전자기 펄스 공격을 받고 사망하고 말았어.”

아이들이 전자기 펄스 공격을 했단 말입니까?

“유감이지만 그렇다네.

,”

 

황박사의 단정적인 답변에 장대한 시장은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만다.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짓을……”

“장시장, 산속에 아이들만 있겠는가?

 

장시장을 주시하며 되묻는 황박사의 눈빛이 어느 사이엔가 매우 날카로와졌다.

 

“그럼 어른들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그동안 여의주를 반대하는 자들이 산속에 모두 집결해서 수상한 전자기 펄스로 우리의 화성(華城)증강현실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평소 냉철한  모습과는 달리 황박사는 마치 모든 증거를 갖고있다는 듯 거침없이 답변했다. 그래도 장시장은 계속 설마하는 눈치였다.

 

“그들이 왜 프로젝트를 싫어하는 거죠?”

놈들은 낙오자야.변화를 두려워하는 골통들이라구!”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들은 산속에 숨어서 우리의 접근을 막고 있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군요.

 

 마침내 장시장도 맞장구를 쳐주기는 했지만 황박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제게 무엇을 원하는 겁니까?

“장시장, 자네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해.

지원이요?

“당장 보안군을 보내서 팔달산을 포위해주기 바라네.

포위라고요?”

그들은 위험한 무기를 갖고 있네.테러리스트야! 그들이 밖으로 나오면 정말 큰일이야. 그것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서는 많은 병력이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그것만 하면 됩니까?”

봉쇄만 해도 돼. 어차피 보안군들도 대부분 여의주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을 마친 황박사는 인생 최대의 역작인 여의주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 매우 괴롭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 그렇군요.”

 

장대한 시장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사람까지 죽어나가는 위험한 상황에 잘못 빠질까봐 은근히 겁내는 눈치였다.황박사는 그런 그의 모습에 보다 달콤하면서도 위협적인 미끼를 그에게 던질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장시장, 놈들이 만약 시내까지 나와 화성(華城)증강현실 프로젝트를  완전히 망쳐버린다면 자네 대선(大選) 출마에도 먹구름이 낄걸세.

“……”

 

역시 황박사가 던진 미끼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장시장은 어두운 낯빛으로 잠시 생각에 잠겼고 황박사는 장시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듯  말없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이윽고 장시장은 결심을 굳혔는지 이기혁 보안국장을 바라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보안국장,지금 사태는 황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불순분자들이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황박사님의 프로젝트를 방해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도 비상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당장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황박사님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게.

잘 알겠습니다.”

 

 이기혁이 힘있게 대답을 하자 비로소 황박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맙소. 장시장,

 “별 말씀을……모두를 위한 것 아닙니까?”

 “암 그렇지.

 

말을 마친 황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재인 기술국장과 함께 시장실을 나왔다.정보탑의 중앙통제실로 돌아오는 길에 황박사는 승용차 차창 너머로 멀리 낮게 보이는 팔달산을 하염없이 노려보았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그만한 야산.

 팔달산은 나날이 솟아나는 현대식 건물에 둘러싸여 산의 윤곽마저 잘 보이지 않은 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그저 그런 야산이었다. 그런 산이 지금 전자기 펄스로 무장한 불순한 무장세력들에 의해서 자신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황박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과 정면돌파를 할 작정이었다.그는 자신이 그리 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를 희생해야한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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