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비상! 보안군들이 몰려온다아!”
다음날 아침 7월6일 아수라 군단의 누군가가 행궁쪽에서 정신없이 달려오며 소리쳤다.또 무슨 일인가 싶어 불안한 표정으로 모두 아수라 군단의 단원이 가리키는 행궁광장쪽을 일제히 돌아보았다. 그러자 정말 화성행궁의 넓은광장에는
중대(中隊)정도의 인원으로 보이는 검은 제복의 보안군들이 총을 거머쥔 채 2열 횡대로 산쪽으로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놈들은 또 왜 지랄이야?”
보안군의 살벌한 모습에 덜컥 겁을 집어먹은 강태풍은 거칠게 욕설부터 퍼부었다. 그의 욕설에 영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산속의 시체들을 치워가려고 오는 거야?”
“제발그랬으면 좋겠어.”
장미옥은 영훈의 팔을 꼬옥 잡으며 몸서리쳤다.
“그것 아니면 뭐하러 또 오겠어?”
마돈수는 큰 눈을 굴리며 자신없이 대꾸했다.다른 아이들도 떼지어 나타나는 보안군들을 보고서 애써 그렇게 믿고싶은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지 심상치않아 보이는데.”
점점 윤곽이 뚜렷해지는 보안군들을 유심히 살펴보던 더벅머리 지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평소 결코 빈 말을 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아이들은 더욱 긴장했다. 그러자 강태풍은 대나무로 만든 활로 무장군인들을 향해 겨누며 중얼거렸다.
“서튼 짓 하면 이번에는 정말 그냥 놔두지 않겠어.”
그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죄여오는 무장군인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유정화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어쨌든 빨리 내려가 보자.”
정화가 행궁쪽으로 급히 걸음을 옮기자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정화의 뒤를 쫓아갔다. 광장에서 10여미터 떨어진 행궁담장까지 단숨에 몰려온 아이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그 사이 이미 광장의 끝인 펜스까지 다가온 보안군들을 노려보았다.
“.....!”
하지만 산속으로 곧바로 치고들어올 것 같이 용감하게 밀고들어오던 보안군들은 막상 펜스앞에서는 고장난 로봇처럼 일제히 서 버렸다.아마 그들도 산기슭 여기 저기에 엎어져 있는 기술요원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내심 겁을 먹고 주춤하는 듯 했다.
잠시 후 아래턱에 턱수염을 가늘게 기른 사내가 마이크를 들고 아이들의 긴장된 시선을 받으며 펜스 바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나는 장대한 시장을 보필하고있는 보안국장 이기혁이다!”
카랑카랑한 보안국장의 목소리가 산 전체를 요란하게 뒤흔들었다.
“너희들은 지금 완전포위되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너희들은 당장 망할 놈의 무기를 갖고 모두 항복하라!”
행궁담장위에 올라서서 보안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펴보던 정화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되받아쳤다.
“항복이라니요? 무슨 뚱땅지 같은 말입니까?”
“시치미 뗀다고 그냥 넘어갈 것 같아?”
이기혁 보안국장은 더욱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응수했다.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지성은 정화를 거들고 나섰다.
“좀 알기 쉽게 이야기 해 보라구요!”
“너희들이 여우탑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서 우리 기술요원들을 살해했잖아!”
발끈한 기술국장은 지성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혔다.그의 주장에 정화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이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는 여우탑은 싫어하지만 사람까지 죽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기혁은 그녀의 반박을 무시했다.
“너희들이 푸른 빛으로 기술요원들을 죽였잖아!”
“푸른 빛이요?”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보안국장은 다시 매섭게 추궁을 했지만 정화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때 영재가 정화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말문을 열었다.
“지난 번 숲속에서 번쩍했던 그 푸른 빛을 말하는건가?”
“아, 그것! 그런데……”
정화는 비로소 기억이 난 듯 소리치다가 말끝을 흐렸다.
“그게 사람을 죽였다고?”
“저 사람이 그러잖아.”
“말도 안돼!”
정화는 단호하게 내뱉었다.그런데 영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혹시 팔달산이 했는지 모르지. 이 곳에서는 전자기기도 작동이 안되잖아?”
머리회전이 빠른 영재는 이미 푸른 빛을 두 사건과 연관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그때 심상치않은 두 사람의 표정을 훔쳐본 이기혁은 다시 정화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그 푸른 빛을 발사한 것 맞지?”
“아닙니다. 우리도 피해자라구요!”
팔달산에서 전자기기가 작동되지않는 것에 대해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영재는 아무 생각없이 대꾸했다.이기혁 보안국장은 옳지 낚았구나! 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다시 호통을 쳤다.
“거짓말 말고 그 푸른빛을 발사하는 무기를 당장 내놔!”
“미안하지만 우리는 그것하고 아무 상관없어요!”
뒤늦게 보안국장에게 낚인 것을 알아 챈 영재는 양 손을 들고 흔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기혁의 눈꼬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면 정말 혼날 줄 알아!”
이기혁 보안국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정화도 짜증이 난 듯 맞받아쳤다.
“그렇게 우리 말을 못 믿겠으면 직접 들어와서 뒤져보면 될 것 아니예요?”
하지만 이기혁 보안국장은 산기슭에 엎어져있는 기술요원들의 시신을 흘끔 훔쳐보며 응수했다.
“우리가 또 너희들이 파놓은 함정에 또 빠져들 것 같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