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나야,”

마침내 통화가 되었지만 그녀는 넉넉치 못한 밧데리량 때문에 곧바로 결론으로 들어갔다.

아주 엄청난 특종을 보내주겠어. 동영상을 보내줄 테니 일단 받아봐.”

그 사이 밧데리의 초록색 칸이 하나 남아있는 것을 본 혜영은 급하게 말을 자르고는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동영상의 공유 아이콘을 클릭했다.그리고는 선배기자에게 곧바로 전송했다. 전송을 끝나고나서야 그녀는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는 다시 보충설명을 하기위해서 선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동영상을 보고있었는지 선배는 한참만에야 전화를 겨우 받았다.

, 이것 놀라운데! 대선에서 제일 유력한 잠룡이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지르다니……”

그러니까 빨리 그것을 세상에 폭로해줘요.”

분노가 새삼스럽게  치솟는지 혜영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려나왔다.

그런데 동영상이 너무 어두워서 못해서 당사자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 있어. 명예훼손으로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 정도면 정황이 충분하지 않아요!”

아니야. 결정타가 필요해.”

결정타라고요?”

혹시  이 음모를 증언할 수 있는 증인을 확보했어?”

증인이요?”

혜영의 시선이 다시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있는 정호에게 쏠렸다.

있어요!”

그럼 그 사람을 데리고 와. 그리고는 기자회견을 하는 거야.”

알았어요. 여기도 상횡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시도를 해볼께요.”

이제 하나 남은 밧데리칸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이 심하게 깜박거리자 혜영의 말이 덩달아 빨라졌다.

오케이. 한 시간 후 종로에 있는 여민각에서 만나자.”

,”

정치부 선배하고 간신히 통화를 끝낸 혜영은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껐다.앞으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최대한 밧데리를 아껴두어야 했다.

 

 

이것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황박사는 혜영이 청원 경찰 두 명을 때려눕히고 탈출했다는  급보을 받고는 기겁을 했다.연약하게 보이던 여자아이가 장정을 때려눕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마치 자신의 거대한 야망 즉 대한민국에 증강현실을 세우려던 계획이 한낱 계집아이의 주먹질에 허망하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길함에 그는 크게 당황했다.

 만일 그 아이가 이미 개발공사를 빠져나갔다면 모든 것이 허망하게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의 입술이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는 청원경찰뿐만 아니라 모든 보안요원들을 무장시켜 총동원시켜 내부와 공사주변를 철저히 수색하도록 했다.

 샅샅히 뒤져!”

황박사가 1층 로비에서 사정없이 부하들을 독려하고 있을 때 정호가 혜영을 권총으로 겨눈 채 황박사에게 다가왔다.

아니, 너는……”

너무나도 뜻밖의 상황에 황박사는 기쁜 것인지 놀란 것인지 모를 묘한 표정을 지었다.

정호, 네가 그 계집아이를 잡았니?”

황박사는 가상현실에서 사위로 받아들인 정호가 혜영을 검거해 온 것이 마냥 기특한 모양이었다.그는 단숨에 정호에게 다가갔다.그리고는 자신을 애태우게 한 혜영에게 따귀라도 날리려고 오른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정호는 혜영을 겨누고 있던 권총을 황박사에게 돌리며 나즈막하게 으르렁거렸다.

잠깐, 장인어른 고정하시죠.”

이게 무슨 짓이냐?”

황박사는 예상치않은 정호의 돌변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두 손 들어요!”

뭐라고?”

내 말 안들려!”

금방이라도 발포할 듯이 정호가 고함을 지르자 질끔한 황박사는 양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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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공노인은 핵원자로의 폭발위기를 넘긴 후 곧바로 소유천과 여우탑을 시민들의 뇌속에 투사하던 3000개의 여우탑을 모조리 없애버렸다.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뇌속에 대환희국을 유지하고 싶어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가상제국의 폐기를 두 손 들어 환영했다.고통스럽지만 현실을 사랑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겠다는 새삼스런  각오때문이었다.

 

한편 공노인은 타화자재천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1%위원회의 동향을 감시하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1%위원회가 자신들만의 독점을 위하여 타화자재천국의 존재를 숨기고 있으나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어 더큰 욕망을 갈구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황박사와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하리라는 염려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 타화자재천국마저 완전히 폐쇄시켜버리고 싶었지만 그들이 핵원자로 작동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한 섣불리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공노인은 수많은 기술진들에게 거대한 원자로 같은 것도 인간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고급기술들을 은밀히 가르쳐나갔다. 코브라와 1%위원회에게 의존하는 정도를 점차로 줄여나가기 위해서였다.

 

 

......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지수와 정화는 화성행궁 광장에서 서서 예전과 다름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팔달산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팔달산의 우거진 신록 사이로 뛰어다니는 친구들의 모습이 화사하게 언뜻 언뜻 보였다.

 

그러다가 정화는 문득 곁에 서있는 지수에게 짐짓 치기어린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채연을 기다리는 거야?

“아니, 난 그저 팔달산의 아름다움을 감상중인데 웬 시비야.

 

지수는 짐짓 화난 듯 대답했다.

 

“그 뻔한 거짓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안 믿으면 할 수 없고……”

 

지수의 우물거리는 대답에 정화는 슬쩍 화난 척을 하다가는 문득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가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난 오늘 타화자재천국으로 가 볼거야.

“거긴 왜? 너무 위험해!

“아빠를 만나볼 거야.

 

짧게 대답하는 그녀의 눈에 문득 한줄기 슬픔의 빛이 비췄다. 그 모습을 보자  지수는 가슴밑에서 애틋함이 차오르는 것을 애써 누르며  말했다.

 

“거기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너도  잘못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어.

“그래도 아빠를 구해내야돼.”

네가 아빠를 설득할 수 있을 거 같아?”

 

말을 마친 지수는 정화를 안스럽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본다그녀의 표정이 매우 결연해졌다.

 

“아빠는 날 버렸어도 난 아빠를 포기할 수 없어.

 

말을 마친 정화의 눈빛이 매우 촉촉해졌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지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흠, 나도 따라갈 수 밖에 없군.

 

 예상치않은 지수의 말에 정화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곡 고개를 가로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네가 아빠를 찾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난다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 네 경호원 노릇이라도 해야지.

“피이,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정화는 못믿겠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며 대꾸했다. 그러자 지수는 손가락으로 정화의 입술을 살며시 밀며 응수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유식하고 성질 사나운 소유천을 내 부하로 만든 사람이야.”

소유천을 너무 믿지마.”

걱정마, 소유천은 나를 왕으로 여기니까.

“착각은 자유야.”

“왜 샘나?”

“샘나긴? 난 네 왕후인데……

 

정화는 지수의 정신세계에 머무르고있는 소유천에 대해 은연중에 느낀 이상한 질투 때문에 그런 말을 해놓고도 자신도 좀 쑥스러운지 깔깔대고 웃었다.

 

“뭐,왕후라고?

 

지수는 왕후라는 정화의 말에 지수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너무 좋아하지마. 네 말에 잠시 장단을 맞춰준 것 뿐이니까.

 

정화는 덩달아 자신의 얼굴도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얼른 정색을 했다.그러나 정화는 공연히 가슴이 콩닥거리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난 확실히 들었다!

 

짓궂은 지수는 정화의 말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려는 듯 일부러 크게 힘주며 말했다그런 모습이 싫지않은 듯 정화는 그냥 밝게 웃으며 넘겼다.

 

“그러니 제발 나를 보디가드로 써줘.

“그래, 오늘부터 지수 너를 내 특별경호원으로 채용한다.

“오케이,

 

정화의 허락을 받은 것이 무척 기쁜지 지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어났다. 유동인을 찾아서 구해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하면서도 정화와 함께라면 무엇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그 무렵 팔달산의 영산수호회 멤버들이 금잔디 누각위에 모여 이런 저런 즐거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웬 여자 아이가 황급히 아이들속으로 뛰어들어왔다. 대략 그들 또래로 보이는 야무지게 생긴 여자 아이는 쉬지도 않고 계속 뛰어온 듯 숨을 헉헉거리며 아이들에게 매우 다급하게 물었다.

 

"지수는 어디 있나요?"

"조금 전에 정화랑 어디간다고 하는 것 같던데."

 

영훈은 팔달산에서 처음 보는  여자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며 대꾸했다.수수하지만 묘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아이의 맑고 큰 눈이 크게 떠졌다.

 

"둘이서만?"

",둘이서 딱 붙어서 갔는데."

 

여자 아이를 놀리려는 듯 영훈은 일부러 짓궂게 없는 것까지 지어내며 말했다.역시나 여자 아이의 얼굴에  순식간에 먹구름이 끼더니 울상이 되었다.

  

"이런, 그 사이에......어디로 간대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둣한 표정으로 여자 아이가 묻자 오히려 당황한 영훈은 지수와 정화가 걸어간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저 쪽으로 갔어."

",고마와."

 

여자아이는 영훈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그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허둥지둥 뛰어갔다.

 

저 아이 혹시?”

영훈은 수상한 여자 아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채연이 하고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고는 새삼스럽게 놀랐다.

 

그 무렵 타화자재천국,

유동인은 1%위원회 소속 2만 명의 위원들을 원형극장에 모아놓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 제국의 욕망도 한계에 차올라 왔습니니다.모두들 새로운 욕망을 갈구하고 있더군요. 이제 부득이 우리의  제국을 확장시켜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 여러분의 고견을 말씀해주시죠.”

 

유동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목소리가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그건 나도 동감입니다만 공박사의 감시망을 어떻게 뚫고 나가죠?”

조그만 기다리시죠. 현실세계에 절망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공박사도 계속 우리를 막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당당하게 밖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그게 시대의 흐름입니다.”

좋소! 그날을 하루라도 더 빨리 앞당기기 위해서 철저한 준비를 해 둡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위원들의 지지에 고무된 유동인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타는 눈빛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는 1%위원회의 구성원들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오케이! 그날을 위해 지금부터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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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스크린속에서 일련의 반전사태를 매우 수쳑해진 표정으로 지켜보던 황박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를 찾기위해서 헛수고하지마라! 난 이 빌어먹을 곳을 떠날 것이다.

“떠난다고?

“너희들은 모든 인간의 두뇌를 완전히 개발해주고 행복하게 살게해주려는 성스러운 사명을 띠고 이 세상에 태어난 소유천마저 잡아들였다!새로운 인류로 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다니……내 꿈을 비참하게 짓밟힌 이곳을 떠나겠다.

그건 처음부터 헛된 꿈이었어!”

 

공노인이 질책을 하자 황박사는 새삼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너희들처럼 진화를 거부하는 멍청한 작자들하고 더 이상 엮여서 살고싶지 않다.난 다른 곳에서 내 꿈을 펼칠테다.”

 

황박사의 넋두리를 들고있던 지수가 목소리를 높이며 눈을 부릅떴다. 

 

“누구 맘대로!난 반드시 당신을 잡고말겠어.

”나를 잡는다고? 한가지 비밀을 알려주지.’

비밀?”

“이 정보탑의 제2통제실에는 우주비행선이 숨겨져 있다.

“우주비행선?

그래.”

교활한 놈!”

어쨌든 정확하게 10분후에 우주비행선은 발사된다. 그러니 빨리 이 중앙통제실에서 꺼져주는게 좋을 거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여기서 절대로 못 도망칠 수 없어!”

웃기는 소리!

 

황박사의 웃음이 끝나자 마자 스크린에는 우주비행선 발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600’이라는 붉은 숫자가 나타났다.그와 동시에 코브라에서 금속성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0분 후에 본 우주비행선은 발사됩니다. 카운트다운, 600, 599,598,

누구 맘대로!”

 

이미 모습을 감추어 버린 황박사를 향해 고함을 치던 지수는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소유천, 당장 카운터를 멈춰!”

 

지수가 고함을 치자마자 그의 뇌속에 갇혀있는 소유천이 명령을 수행했는지 무섭게 빠르게 진행되던 카운터다운이 갑자기 570에서 멈추어버렸다.그리고 곧바로 스크린에 몹시 당황한 황박사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그는 코브라를 움직여 카운터다운을 되살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하지만 이미 지수가 장악한 카운터다운은 끝내 작동하지 않았다.이윽고 분노가 폭발한 황박사는 지수를 노려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놈! 빨리 우주비행선을 작동시켜!”

, 어림없는 소리!”

이노옴!”

그렇게 숨어서 소리만 지르지말고 순순히 자수하시죠.”

, 네 놈이 끝내……”

 

스크린속에서 황박사는 마침내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그러자 그때 한동인이 지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황박사를 그만 보내주는 것이 어때?”

?”

우리는 그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하구나.”

그런가요?”

소유천이 없으면 그도 한동안 힘을 못쓸거야.”

알았습니다.”

 

마지못해 지수가 고개를 끄떡이자 멈추어있던 카운터 다운이 571부터 다시 시작되었다.그러자유동인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고맙군. , 우리도 우리의 제국으로 떠나야겠다.”

 

한동인의 말에 정화는 새삼 화들짝 놀란다.

 

아빠!”

 

눈물을 글썽이는 딸의 모습에 한동인은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단호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타화자재천국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야.”

아빠, 제발 가지마요!”

 

또다시 자신을 떠나려는 아빠가 매우 야속한지 정화는 한동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딱한 모습에 지수도 한동인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가상의 세계로 돌아가지 마세요.여기서 우리랑 살아요.”

안돼, 슬픔과 고통만이 있는 현실은 도저히 견딜 수 없어.안그렇소? 여러분!”

 

유동인은 사람들을 돌아보며 물었다.그러자 그를 따르는 나머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환호했다. 정화는 아빠의 손을 덥썩 잡았다.

 

아빠,그곳은 환영의 세계에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다.그 소중한 인생을 괴로와하면 서 허비하고 싶지가 않구나.”

아빠, 제발!”

타화자재천국에서는 네 엄마가 살아 있어.난 그곳에서는 행복해.”

그럼 나는요?”

너는 여기서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잖니?”

그래도 난 아빠하고 함께 살고 싶어요.”

그럼 너도 가자.”

아빠,그건,”

가기싫은 거지?그럼 나도 만리지 말거라. 그만 난 간다.”

 

한동인은 마침내 마음을 굳힌 듯 정화에게 한 마디 남기고 뒤돌아섰다.그런데 그가 문득 공노인을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우리가 제국으로 돌아간 후 행여나 엉뚱한 짓 하지마시죠. 그때에는 핵원자로 카운트다운이 다시 시작될 테니까.”

, 알았소.”

 

공노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그의 말에 어느 정도 안심을 했는지 유동인은 눈물을 쏟고있는 딸에게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그리고 아까 왔던 통제실의 엘리베이터로 향해 걸음을 옮기자 같이 따라왔던 시민들도 모두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아빠,”

 

정화는 다시 한번 유동인을 애타게 불러본다.하지만 그는 다시는 뒤도 안돌아보고  엘리베이터속으로 담담히 들어섰다. 그리고 다른 시민들도 모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스르르 닫혔다.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정화의 볼에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빠는 바보야!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닫혀진 엘리베이터로 쫒아갔다.

 

“아빠!

 

냉정하게 자신의 세계로 떠나가 버린 아빠를 부르며 눈물짓는 정화를 지수는 자기 품에 꼬옥 안아준다. 마침내 슬픔이 봇물처럼 폭발한 듯 그녀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그때 영재가 공노인에게 다가와 대뜸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저는 황박사를 따라가겠습니다.

“아니, 네가 왜?

“저는  지수와 친구들에게 못된 짓을 많이 했습니다.

 

고백을 하듯 힘들게 말을 마친 영재는 지수를 슬쩍 바라본다.공노인은 얼른 영재의 손을 움켜잡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안그러냐?

 

영재를 만류하던 공노인은 지수를 향해 도움을 청하듯 물었다.

 

맞습니다.

 

지수는 착잡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떡이었지만 영재는 조용히 공노인의 손을 빼냈다.그리고는 더 말릴 틈도 주지않고 후다닥 2층 통제실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뛰어올라갔다.그리고는 문앞까지 올라간 영재는 잠시 멈추어서서 손을 힘없이 흔들더니 곧 통제실안으로 사라졌다

 

 200, 199,

 

영재가 사라진 후 얼마 안 있다가 제2통제실에서비행선 엔진이 작동하는 기계소음이 새어나왔다.

 

“59, 58, 57

2,1,0, ,

 

마침내 뭔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하얀 연기가 중앙통제실로 안개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잠시 후 통제실 창문 너머로 흰 연기를 내뿜으며 딴 세상을 향해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우주비행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간 우주비행선은 공중에서 시민들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는 듯 잠깐 멈칫거리더니 곧 엄청난 속도로  하늘 높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우주비행선은 푸른 여름 하늘에 한줄기 연기만을 외롭게 남긴 채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공노인이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지월이 그의 수하들을 데리고 그앞으로 다가왔다.지월은 공노인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소유천도 잡았으니 나도 그만 물러갈까 하네”

“물러가다니?

 

공노인은 마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을 들은 사람처럼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건 또한 채연도 마찬가지인 듯 지월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폐하, 왜 그렇게 빨리 가려고 하시나요?

“채연군관, 우리도 이제 우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렇게 빨리……

 

채연은 빨리 돌아가려는 지월이 매우 원망스러운 듯 말꼬리를 흐렸다.그리고 불현듯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감추려고 시선을 팔달산 기슭으로 슬그머니 돌렸다. 종주는 아직 이별할 준비가 안되어있는 누이동생이 안스러운지 가만히 그녀를 안아주었다.

 

“채연아, 나중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거잖아?

“그렇지만 그때는 이 모습을 잃어버릴텐데…지수가 알아볼까요?

 

채연은 자신이 그동안 빌려와 쓰고있던 아름다운 마네킹 몸을 새삼 버리기가 아까운 듯 한참을 바라본다.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지수는 채연에게 다가와 가만히 손을 쥐었다.

 

“걱정마, 난 너의 감촉을 잃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지수의 약속에 채연은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리고는 지수를 와락 껴안고는 한동안 놓아주지 않는다.

 

“자, 그만 가자.

 

장용사의 눈짓에 종주가 조용히 다가와 채연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토닥거렸다. 그제서야 그녀는 겨우 지수에게서 떨어졌다.지월은 미소를 머금고 그것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지수에게 말했다.

 

“소유천을 잘 관리하게나. 놈도 언제가는 쓸모가 있을 걸세. 살다보면 악은 악으로 퇴치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잘 알겠습니다.

 

지수가 지월의 말을 명심하겠다는 뜻으로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지월, 장용사, 종주 그리고 채연도 동시에 고개를 숙인다. 다시 고개를 들고 지수를 바라보는 채연의 눈빛이 눈물에 아롱져 보이는 순간 지월을 선두로 네 사람은 순식간에 푸른 색의 빛줄기로 변했다.그리고는 천지가 뒤흔들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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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런데 절대위기의 순간에 지수가 뜻밖으로 다급하게 소리쳤다.그의 절규을 기다렸다는 듯 카운트다운도  즉시 멈췄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한순간 죽음을 각오했던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독한 것, 내가 졌다.”

 

고통스럽게 내뱉는 지수의 얼굴에 진땀이 흘러내렸다.반면 황박사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가득 피어올라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는지 매우 핼쑥해진 소유천이 지수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너도 죽기는 싫었나보군.”

 

소유천의 핀잔에 지수는 이를 악물며 소유천을 노려본다.

 

나 혼자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수 백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치킨 게임을 하다니……사악한 놈!”

결국 숭리하는 자가 정의라는 것을 몰랐느냐! 잔소리 말고 어서 나를 풀어줘!”

 

소유천은 한 시라도 빨리 그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듯 했다.지수는 한숨을 내쉬며 공노인을 돌아다보았다.곤혹스런 스런 표정을 짓던 공노인도 결국은 고개를 끄떡였다.공노인의 최종적인 결정에 소유천을 풀어줘야 할 채연은 내키지 않는 듯 울먹였다.

 

그래도……이 것을 풀어주면……더 큰 일이……생길……”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공노인은 채연의 어깨를 다둑이며 달랬다.

 

사부님,”

 

채연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자 지수가 다가가서 그물을 대신 쥐었다.그리고는 소유천을 단단히 묶어놓았던 봉인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때 중앙통제실 벽에 있던 엘리베이터 1호기가 열리면서 한 떼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그를 막아섰다.맞은 편에 있는 2호기의 문도 열리면서 거기에서도 한 떼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달려나왔다. 오랫동안 햇볕을 못보았는지 얼굴색이 매우 파리하고 노랗게 뜬 그들은 각각 총 혹은 칼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그들의 걸음걸이는 모두 환자처럼 비척거렸다. 그들은 지수에게 곧장 달려와 에워싸더니 총을 겨누었다. 무리들의 앞에서 서있던 한 중년남자가 사납게  소리쳤다.

 

소유천을 풀어주지 마라!”

 

뜻밖의 요구에 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타화자재천국(他化自在天國)에서 온 사람들이요.”

타화자재천국?”

 

타화자재천국이라는 것이 황박사가 만든 가상의 감옥이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린 지수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중년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정화 역시 크게 놀란다.

 

“아빠!

 

전혀 예상치않은 상황에서 아버지를 만난 것에 대해서 매우 놀란 듯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유동인도 곧바로 정화를 발견하고는 어색한 반응을 보인다.

 

“아빠, 무사하셨군요.그런데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우리는 타화자재천국을 지키러왔다.

 

유동인은 딸을 만난 반가움은 금방 삼켜버린듯 결연하게 대꾸했다.

 

“타화자재천국을 지킨다고요?

 

정화는 유동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그러자 유동인은 매우 초조한 듯이 다시 지수를 향해 무섭게 고함을 쳤다.

 

혹시라도 소유천을 풀어주면 네 머리통은 날아갈 줄 알아!”

 

그의 총은 여차하면 발포할 기세였다.기겁을 한 지수가 그물을 내려놓고 두 손을 번쩍 든 채 뒤로 물러섰다.

 

너희들은 왜 거기서 소란이야?”

 

황박사는 난데없이 나타나 이상한 요구를 하는 무리들을 향해 대뜸 목소리를 높혔다. 한동인은 스크린의 황박사를 향해 가법게 목례를 했다.그러나 표정만큼은 그리 순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들의 제국을 지키러 왔소.”

그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

 

황박사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진하게 스쳐갔다.

 

타화자재천국을 세운 우리 1%위원회는 타화자재천국을 온 세상에 세우려는 황박사의 계획에 결사반대하오.”

결사반대?”

 

어이없다는 듯 되묻는 황박사의 얼굴이 곧 심하게 이그러졌다.

 

그렇소.”

나의 계획은 온 세상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려는 것이다.”

그것은 허울좋은 핑계일 뿐 진짜 목적은 소유천의 지배욕망을 채워주려는 것이 아닙니까?”

 

유동인의 느닷없는 폭로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으로 술렁거렸다.그리고 그것은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자기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으로 변해갔다.그러나 황박사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지껄이구는구나.하지만 너희들도 네 놈의 욕심을 지키기위해서 그러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황박사의 호통에 한동인을 비롯한 무리들이 한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유동인은 반격에 나섰다.

 

맞소.우리1%위원회는 우리들의 제국을 다른 사람들하고 나누어가질 수 없다고 수없이 주장해왔건만 당신은 그것을 무시했소. 그래서 마침내 우리가 일어난 것이요!”

 

어리석은 자들, 겨우 그딴 이유로 나에게 반기를 들어?”

우리를 탓하지 마시요! 우리를 욕망중독자로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니까.”

 

한동인의 항변에 황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것들! 그렇다고 소유천을 적의 손에 죽게 놔두자는 말이냐?”

이제는 소유천이 없어도 우리 1%위원회만으로도 타화자재천국을 움직일 수 있소.”

,”

 

다시금 황박사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그들의 말이 완전히 허언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소유천이 1%위원회가 제공한 뇌에 바탕을 두고 타화자재천국을 세웠지만, 이제는 1%위원회의 위원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자체적인 능력과 힘을 키워온 것이 분명했다.그것은 이제 소유천이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비열한 놈들!소유천이 어려움에 빠지자 반기를 들다니!망할 놈들!”

 

황박사는 믿고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을 뒤늦게 깨달은 듯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그리고는 유동인 일행을 하릴없이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썩소를 짓는다.

 

그런다고 지수 저놈이 너희들의 제국을 용납해줄 것 같으냐!”

 

황박사가 비아냥거리자 한동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지수에게 돌아섰다.

 

네가 지금 소유천을 풀어주면 온 세상은 소유천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며 살게 되겠지만 그대신 자신들의 인생은 몽땅 소유천에게 헌납해야되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환상의 세계를 원하지 않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단호하게 되받아쳤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잖은가?”

“……”

 

갑갑하고 고통스런 침묵이 이어졌다.유동인은 지수의 침묵을 깨트렸다.

 

그렇다면 그런 인생은 우리들에게만 한정하는 것이 어떤가?”

당신들의 독점을 인정해달라는 말이요?”

그렇지.”

정말 대책없는 욕망의 덩어리이시군.”

우리를 욕해도 할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이냐?모두 소유천의 노예가 되어 살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독점을 인정해주고 그나마 자유롭게 살텐가?”

 

말을 마친 한동인은 지수와 주변 사람들의 표정변화를 매섭게 흝어본다. 지수와 공노인이 고심하는 표정을 짓자  황박사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끼어들었다.

 

한동인, 내가 세상에 타화자재천국을 세우더라도 너희들의 독점적 지위는 인정해주마!”

우리는 개나 소나 모두 즐기는 욕망은 싫소이다.

진정한행복은 소수만이 즐길 때 생기는 법이요!”

정말 지독한 병에 걸렸어!미친 놈들!”

 

자신의 제안이 한동인에 의해 단칼에 거부당하자 황박사는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지수도 한동인의 무서운 탐욕에 몸서리를 쳤으나 어찌됐든 결단을 내려야 했기에 공노인과 채연을  향해 돌아섰다.공노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수가 없구나.”

그렇죠?”

 

지수가 자신의 속내도 그렇다는 듯 되묻자 채연은 그물을 움켜쥐며 대꾸했다.

 

난 소유천만 잡으면 돼.”

 

채연의 말을 듣은 지수는 결심을 한 듯 한동인을 향해 돌아섰다.

 

좋소. 서로 윈윈(Win-Win)합시다. 당신들의 독점을 인정해겠소.”

좋아.”

단 타화자재천국을 더 이상 확장할 생각을 마시요.”

걱정하지마. 그건 우리가 더 원하는 바이니까.”

그럼 당장 핵원자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요.”

알았다.”

 

한동인은 협상 타결이 매우 마음에 든 듯 자신들의 무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 보시다싶이 우리들의 제국을 인정받았소. 자 빨리 핵원자로를 정상으로 돌려놓습시다!”

알았소!”

 

무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들이 곧바로 코브라의 핵원자로를 조정하기 위해서 정신집중을 하자 소유천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안돼!”

 

하지만 한동인의 무리들은 아랑곳없이 핵원자로의 카운트다운을 해제시키기 시작했다.스크린에서 카운트다운 숫자가 전히 사라지자 통제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연은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닦아내며 그물속에서 발버둥치는 소유천을 바라보며 지수에게 물었다.

 

, 이제 소유천을 어떻게 처리하지?”

글쎄,”

 

지수도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을 못 내린 듯 했다. 잠시 이리 저리 궁리를 하다기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할 수 없어. 소유천을 내 아라마식에 가두어 두는 수 밖에……”

뭐라고? 그건 위험해!”

 

채연은 화들짝 놀라며 만류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수 밖에 없어.나좀 도와줘.”

하지만 소유천이 혹시 예전처럼 너의 뇌를 다시 장악이라도 하면 어떡해?”

아마라식에서는 소유천도 꼼짝 못해. 어차피 나는 소유천과 어려서부터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지.”

 

말을 마친 지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꼭 그래야겠어?”

그 방법밖에 없어. 걱정마, 이번에는 내가 소유천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으니까.”

 

지수는 자신있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채연을 향해 두 손을 벌렸다.내키지않는지 잠시 주저하던 채연은 이윽고 황금그물을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지수의 양 손을 잡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채연의 머리위에서 푸른 빛이 한 줄기 뿜어나오더니 지수의 머리위로 날아갔다.그 푸른 빛이 지수의 머리위에서 잠시 머무르자 그것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지수의 머리위에서도 푸른 빛이 슬슬 뿜어나오기 시작했다.그것은 지수의 모양을 닮은 아마라였다.

땅으로 내려선 푸른 빛의 형상은 곧장 소유천이 갇혀있는 황금그물로 날 듯이 걸어갔다.그리고는 기겁을 하는 소유천을 한 손으로 움켜 잡고는 공중으로 비상을 했다.그리고는 지수의 머리위로 다시 날아가 빠르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안돼!”

 

푸른 빛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소유천은 단발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침내 소유천이 푸른 빛의 소용돌이속으로 빨려들었는가 싶은 순간에 푸른 빛은 지수의 머리속으로 번개처럼 사라져버렸다.동시에 소유천이 허리에 차고있던 호리병들만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괜찮아?”

 

채연은 소유천을 뇌속으로 받아들인 지수가 매우 걱정된다는 듯이 묻자 지수는 고개를 약간 좌우로 흔들며 씨익 웃었다.

 

.공허했던 머리속이 꽉 찬 느낌이야.”

다행이야.”

이제 소유천은 내 의지로 조정할 수 있어.”

그래도 조심해. 언제 말썽을 부릴지 모르니까.”

걱정마,이제는 옛날의 내가 아니니까.”

?”

 

지수의 장담에도 자못 걱정된다는 빛으로 쳐다보던 채연의 얼굴빛이 갑자기 환해졌다.땅바닥에 떨어졌던 소유천의 호리병에서 빠져나온 지월이 장용사 그리고 종주 등을  이끌고 그녀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지월은 제일먼저 지수에게 다가와 덥썩 그의 손을 쥐었다.

 

“결국 네가 모두를 구해냈구나.”

아닙니다.저의 생각을 믿어주고 따라준 용감한 아마라들이 해낸 일입니다.”

 

지월의 칭찬에 지수는 오히려 깊이 고개숙여 아마라의 왕인 지월에게 감사를 표했다.그 사이 채연도 눈물을 글썽이며 종주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껴안았다.

 

“오빠, 무사해서 다행이야.

“너도 무사했구나.”

 

종주는 채연을 다둑거려주고는 감회에 찬 시선으로 지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동안 너의 진심을 몰라서 미안했다.

그럴 만 했죠.”

 

종주가 내민 손을 겸연쩍게 웃으며 잡아주던 지수는 영산수호회 멤버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며 날듯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때까지도 레이저 총을 들고 서성이고 있는 정화에게 다가가서는짓궂게 농담을 던졌다.

 

“다들 마법이 풀렸는데 너만 아직도 나를 적으로 여기는 거야?

“적이라고? 내가 언제 너에게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어?

 

오히려 되물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정화는 아직도 자기가 왜 레이저 총을 들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냥 해본 농담이야.

 

지수가 별 일 아니라며 정화를 안심시키며 웃자 공노인은 가슴 벅찬 표정으로 지수을 덥썩 안으면서 말했다

 

“내가 평생 하지못했던 일을 네가 해냈구나.

 

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공노인에게 대답했다.

 

“사부님은 저를 아마라궁으로 보내주셨어요. 정말 큰일을 하신 거예요.

“그렇게라도 생각해주니 고맙다. 사람들이 또다시 소유천에게 뇌를 도둑맞는 일이 없어야할텐데.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겠지요., 이제 황박사를 잡아야겠습니다.

 

지수가 스크린속의 황박사를 바라보며 말하자 종주가 지수의 어깨를 툭 쳤다.

 

“걱정마. 군사들을 풀어 반드시 잡아낼테니까.

황박사는 소유천을 만든 위험한 사람입니다.또 같은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꼭 잡아야 합니다.

 

지수는 여전히 걱정스런 빛으로 종주에게 다시 주의를 환기시켰다.

 

“걱정마라 꼭 잡아낼테니.

 

종주는 고개를 숙여 대답하고는 군사들을 이끌고 황박사가 숨어있을 곳을 찾아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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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천은 한참동안 사로잡힌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다가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지수는 범처럼 뛰어들어 레이저총을 소유천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감히 인간의 뇌를 도둑질하다니!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네  머리통을 완전히 날려버리겠어!”

, 살려줘!”

 

위기에 빠진 소유천은 목숨을 구걸하면서도 지수의 마음을 최대한 흔들려고 하는 듯 자기 육체를 더 뇌쇄적이고 가련한 여인의 몸둥아리로 변신시켰다.

 

어림없는 소리마!”

 

하지만 지수는 아랑곳하지않고 금방이라도 소유천을 처지할 듯이 눈을 부릅떴다.

그때였다.스크린에 당혹스러워보이는 황박사의 얼굴이 나타났다.황박사의 날카로운 시선이 곧바로 지수에게 날아갔다.

 

소유천을 당장 풀어줘라!”

어림없는 소리! 당신도 곧 잡아내겠소!”

그전에 네가 먼저 죽을 텐데!”

뭐라고!”

너는 소유천이 인간의 뇌뿐만 아니라 이 정보탑과 코브라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으냐?

“……!”

혹시라도 소유천이 죽으면 코브라도 같이 파괴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텐데……호호,”

 

차갑게 내뱉던 소유천은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서야 지수는 아차!하는 듯 했고 초창기에 정보탑과 코브라를 설계했던 공노인의 얼굴색도 창백해졌다.

 

,코브라가 파괴되면 정보탑을 움직이는 핵원자로도 정지되어 끔찍한 핵폭발이 일어난다.”

 

공노인은 창백한 얼굴로 파르르 떨며 말했다.그것을 본 소유천은 갑자기 기가 살아난 듯 얼굴을 지수의 레이저 총구앞에 더욱 바짝 내밀었다.소유천의 얼굴에는 이미 황금그물줄이 깊게 파고들어 핏자국이 붉은 바둑판처럼 사방으로 그어져 있었다.

 

,나를 쏠 테면 서슴없이 쏴! 그리고 이 세상에 핵폭발이 콰쾅! 일어나는 것을 실컷 구경이나 하자고!”

비열한 놈!”

지수, 나를 욕하지마라! 그런 위험한 시스템을 만들고 감당이 안되니까 나 같은 것을 만들어내서 맡긴 너희 인간들을 욕해야지!”

“……!”

왜 갑자기 내 머리통을 날려버릴 용기가 사라졌느냐!”

 

지수를 노려보며 다그치는 소유천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라왔다.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지수는 도움을 구하는 듯 공노인을 돌아다 보았다.하지만 공노인도 안타깝게 식은 땀만 줄줄 흘릴 뿐 딱부러진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그러자 소유천은한층 더 냉혹한 표정으로 지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빨리 나를 풀어줘! 이 세상을 완전히 날려버리기 전에!”

“……!”

 

그럼에도 지수는 선뜻 소유천을 풀어주지 못하고 침묵만을 지켰다.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지수는 황박사를 똑바로 노려보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황박사! 당신 마음대로 하시요!”

뭐라고?”

 

지수가 뜻밖의 대답을 하자 황박사는 크게 놀랐다. 자기가 분명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지수에게 다시 고함을 쳤다.

 

핵원자로를 파괴해도 좋단 말이냐?”

그렇소!”

 

지수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고심하던 태도를 완전히 벗어나 매우 단호하게 나왔다.

 

너 미쳤어? 원자로가 폭발하면 수백 만명의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을텐데?”

난 미치지 않았소. 하지만 살아남아서 너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차라리 한 순간에 핵폭발과 함께 죽는 것이 더 좋소!”

 

지수의 눈빛에서 황박사마저섬뜩하게 만드는 불꽃이 강렬하게 타올라왔다.

 

이런, 미친 놈!”

 

황박사는 지수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이를 부드득 갈았다.그리고는 갈때까지 가 보자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리석은 놈, 그럼 어쩔 수 없이 모두 정확하게 5분 후에 지옥에서 보자!”

 

황박사가 차갑게 내뱉자 기다렸다는 듯이 통제실전체에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초침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그리고 코브라의 스크린에서는 핵원자로가 폭발하는 시간을 알리는 ‘300’의 붉은 숫자가 나타나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공포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었다.

 

,”

 

줄곳 사태를 지켜보던 실내에 있던 대부분의 시민들은 초침소리에 몸서리를 치며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고 하니까 모두 극심한 두려움에 빠진 것이었다.하지만 또한일부 시민들은 지수와 뜻을 같이 한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을 기다렸다. 그 사이 카운트다운은 이미 250까지 치달았다.

 

당장 소유천을 풀어줘!우리는 개죽음당하기 싫다고!”

 

그런데 극심한 두려움에 떨던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중 한 중년 남자가 채연에게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가 쥐고있는 그물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채연은 황금그물을 뺏기지않으려고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그것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지수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운명의 핵폭발 카운트다운은 어느새 ‘2’까지 치달았다.

 

채연의 그물속에서 소유천을 탈출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년남자와 청년도 카운트다운을 보고는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섰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영산수호회 멤버들도 최후의 순간이 되자 눈을 질끔 감고 말았다.모두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통없이 한 순간에 죽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표정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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