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화는 수 년전 팔달산에서 공노인을 처음 만났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방랑하면서 외로움에 지쳐있던 정화는 공노인을 만났을 때 그의 온화한 인품에 이끌려 그를 친할아버지처럼 여기며 따랐다.

 

휜머리가 성성한 60대 중반의 공노인은 비록 산중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큼직한 안경너머에서 가끔씩 번쩍이는 깊고 빛나는 눈빛은 그가 한 때는 명성을 날리던 과학자이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공노인은 아직까지는 한번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 이 녀석이 결국 나를 찾아오다니…….

할아버지가 아는 사람이군요.

질긴 인연이군.내게 죄값을 받으러 왔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돌침상에 털썩 걸터앉은 공노인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그의 눈시울이 어느 새 붉어졌다.

 

죄값이라니요?

 

유정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공노인를 바라봤지만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지수의 얼굴만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잠시 후  마음의 정리를 끝낸 듯 정화를 돌아본다.

이 아이는 15년 전한국두뇌개발센타에서 일하던 한준이라는 연구원의 아들이었어.”

네엣?”

그런데 지수가 다섯 살 때에 이 아이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모두 죽고 말았단다.”

, 저런,”

 

화들짝 놀라며 지수의 얼굴을 돌아보는 정화의 시선에 어느새 동정심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이 아이를 돌보던 황금산이라는 자가 강검사라는 작자와 짜고 지수의 뇌를 이용하여 뺑소니범을 잡으려고  했었지.”

인간의 머리속을 마구 휘젓고 다녔다는 말이예요? 세상에,그런 끔찍한 짓을 하다니! “

나는 뒤늦게 그것을 알고 막으려고 했지만 강검사의 부하들에 의해 그곳에서 쫓겨나고 말았단다.그리고 난 이 아이를 완전히 잊고 살아왔지.그런데 여기서 그 아이를 만나다니.... ”

 

공노인은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는 깨어날 줄 모르는 한지수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살짝 까서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본다.정화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보면 이 사람도 참 불쌍하군요.”

“……”

하지만 다시 깨어나면 여전히 우리를 잡으려고 하겠지요.”

“아마도……

 

공노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어떡하죠? 고민이군요.”

일단 이 녀석을 동굴속에 가두어 두자.”

?”

현재로선 그 수 밖에 없어.”

……그래야겠죠.”

“그리고 당분간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부치자.

. ”

 

정화는 착잡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이윽고 두  사람은 축 늘어진 지수를 들고는 동굴의 가장 깊은 곳에 감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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