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강형사를 빤히 쳐다보자 뭔가 말하려던 강형사는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그냥 말문을 닫아버렸다.

"말해봐, 뭔데?"

안달이 난 듯 세호가 계속 채근을 했지만 강형사는 무시하고 억새풀이 뭔가 눌린 듯 쓰러져 있는 덤불에 심상치않은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는 급히 다가가 무릎을 끓는다.손가락으로 억새를 일으켜세우며 예리하게 주시하던 그의 얼굴빛이 환해진다..

“이것 좀 봐!

“뭔데 ?

서둘러 뛰어온 세호에게 강형사는 뭔가를 내밀었다.그의 손가락 사이로 아주 가느다란 동물의 것으로 보이는 노란 털 세 가닥이 하늘거린다.

“불사신의 흔적인가 ?

“아마도......좀체로 흔적을 남기지 않던데 .....놈도  요즘은 경계심이 많이 풀어졌나봐 . 지난 번에도 몇 개 발견했었는데,

“정말이야 ?

되묻는 세호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어떻게 하긴, 곧바로 국과수에 분석의뢰를 했었지.

“결과는 나왔어?

강형사가 쥐고있는 털을 노려보는 세호의 눈빛이 유난히 빛났다.강형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왕대가 진짜 불사신인지 아닌지 판명이 나겠지.”

"자네는 왕대가 불사신이라는 것에 대해서 꽤 큰 반감을 갖고 있군."

"그래."

"자네가 그러니까 괜히 나도 호기심이 생기는군. 그건 나한테 넘겨."

"?"

“내가 직접 분석해줄께.국과수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좀이 쑤셔서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잖아.

"좋아."

강형사가 호랑이 털을 별 의심없이 세호에게 넘겨주자 그는 마치 신주단지라도 받은 사람처럼 왕대의 분신을 조심스럽게 분홍색 비밀봉투에 담아 넣고는 강형사 모르게 조용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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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누구야 ?

“어, 자네는?”

놀라기는 세호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난 왕대를 쫓아 온 거든.”

강형사는 일단 왕대가 아닌 것에 대해서 크게 안도를 하며 대꾸했다.

나도 혹시나 해서 산속을 뒤지고 있는 중이야.”

세호는 맞장구를 치고는 슬쩍 주변을 예리한 눈빛으로 살펴본다.그리고나더니 강형사를 위아래로 흝어본다.

 어째 자네는 신수가 좋아졌네.”

“그래? 며칠 사이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그런 소리를 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왕대 그 놈이 자네 고기는 싫었나 보지.흐흐,

“에라, 아예 고사를 지내라!

강형사는 주먹을 쥐고 세호에게 휘두르는 시늉을 했다.

“히히, 농담이야, 어쨌든 간에 자네 얼굴이 빛나 보이네. 예전에 누렇게 떴었는데.

“무서운 왕대때문에 경기가 들려서 그렇겠지.

“그 정도로 무서운가? 하여간 그놈이 자네를 허벌나게 바쁘게 만들어서 다행이야.

“젠장, 그놈한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겠군.”

. 그래야지.

세호는 진심으로 그렇다는 듯이 대꾸를 하고는 산비탈으로 내려가 수색을 한다. 그 모습이 하도 진지해 보여서 강형사도 별말 없이 그의 수색작업에 합류했다. 두 사람이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꼼꼼히 뒤졌건만 왕대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등산로의 가파른 경사 때문에 다리가 점점 팍팍해지자 강형사는 잠시 수색을 멈추고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리고는 수색을 멈추지 않는 세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왕대는 뭘 먹고 살까 ?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해졌나?

그제서야 세호는 허리를 펴고 도대체 뚱단지 같은 무슨 소리냐 하는 표정을 지으며 강형사를 쳐다본다. 

“한번 생각해봐. 지금까지 왕대는 사람의 몸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자기가 죽인 사람들에게 입 한 번 안됐으니까. 그렇다면 왕대의 먹이로는 야생동물밖에 없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이 부근에 어디 야생동물이 있던가 ?

“산토끼조차 없지우리 첨단문명이 다 잡아먹어 버렸으니까.

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강형사는 크게 고무된 듯 눈빛이 빛났다.

“그런데 왕대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버티는 걸까?최근에 가축이 약탈당했다는 보고는 단 한 건도 없었어.

“그러니까 불사신이라고 하잖아! 이 사람아.

강형사는 진지하게 말하는데 세호는 왠일인지 가볍게 농담으로 받아들인다.

"그럼 M16총알 세례를 받고서도 살아남은 것도 정말 녀석이 불사신이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현재로서는 안 믿을 수 없잖아?"

“자네 정말 과학자 맞아? 자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다니......왕대에게는 반드시 뭔가 있어.

강형사의 얼굴빛이 매우 진지하다.

“그게 뭔데? 형사 양반,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평범한 호랑이는 아닌 것 같아.

말끝을 흐리는 강형사의 얼굴에 불현듯 두려움이 스쳐간다. 그것을 바라보는 세호의 얼굴빛이 이상하게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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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형사는 왕대라는 별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호랑이가 불사신으로 불리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사방에서 왕대를 노리는 사냥꾼들의 눈이 번뜩이고 있기에 왕대도 언제가는 최후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게임의 순교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들은 처음처럼 가엾은 피해자는 아니었다. 모두 스스로 원해서 왕대를 쫓는 무서운 모험을 즐기다 죽어갔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는 역설적으로  그들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밋밋했던 세상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것을 눈치챘는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은 순교자가 너도 나도 호랑이를 좇는 이상한 열병에 휩싸여 버렸다.

“모두 미쳤어!

강형사는 무모한 도박속에서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무조건 왕대의 뒤를 쫒기보다는 왕대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우선  시립도서관에 가서 호랑이에 관한 서적과 모든 영상물을 탐닉하였다.

호랑이는 돌멩이 길을 좋아하고 산림속에서도 등성이를 타고 달린다. 그럼으로써 한 눈에 사방을 폭넙게 감시할 수 있으니까. 물론 자신도 거꾸로 다른 동물이나 사냥꾼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무얼 두려워 하랴.

 그런 습성때문에 왕대도 도시의 지붕과 지붕사이를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호랑이에 대한 지식이 하나 둘씩 늘어가는 사이에, 처음에는 도무지 감조차 잡을 수 없던 왕대의 행적이 서서히 강형사의 시야에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제 추적을 한번 해볼까!”

그는 하얀 도면을 책상위에 펼쳤다. 그동안 왕대가 출몰했던 모든 지점을 일일이 도면위에 그려가면서 분석과 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돌연 강형사의 눈이 번쩍 빛났다.

“이것봐라? 왕대의 도주방향이 거의 광교산 방향이네!

호랑이도 예기치않은 상황에서 군경에 쫒기다보면 아무 방향이나 도망가는 것이 상책일텐데 마치 계산이라도 한 것처럼 항상 광교산방향이니 뭔가 냄새가 났다.

“우연일까?”

해발582m인 광교산은 비록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산세가 험하고 의왕시와 수지쪽으로 산맥이 드넓게 형성되어있어서 왕대가 며칠이고 숨어있기에는 아주 안성마춤이었다.

그런데 단지 그 이유뿐일까.

광교산과 왕대사이에는 또다른 은밀한 거래가 있지나 않을까. 모든 것이 궁금해진 강형사는 당장 광교산으로 차를 몰았다.그는 광교호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반디불이 화장실 뒤쪽으로  난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밟아올라갔다. 등산로 옆에 만들어진 경기대 철망을 따라올라가니 제법 우거진 숲이 외부세계를 차단시키면서 등산길에만 집중하게끔 만들었다.

 인적이 뚝 끊어진 등산로 주변을 면밀히 살피보다가 커다란 짐승 발자국을 서너개 발견한 강형사는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에 있던 잡초들이 힘없이 꺽어져 있었다. 그것이 왕대가 지나 간 탓이려니 생각하자 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먹고 숲속으로 들어가 이리 저리 살펴보는데 10미터 정도 떨어진 숲속에서 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왕대?”

각오는 했지만 그곳을 노려보는 강형사의 머리칼이 일제히 바짝 일어섰다.엉겁결에 뽑아들고 수풀을 겨눈 총이 파르르 흔들렸다.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작정이었는데 뜻밖에도 수풀속에서 세호가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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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나흘이 지났건만 호랑이는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을 놀리듯 이곳 저곳에 출몰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다. 호랑이는 빗발치는 총탄속에서도 지붕과 지붕을 뛰어 건너서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호랑이의 모습을 제대로 본 사람이 없을 지경이었다. 하여간 계속 희생자가 늘어나면서 기세등등했던 경찰과 사냥꾼들은 심한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순찰을 돌던 한 전경이 호랑이에게 걸렸다가 천운으로 중상만 입고 살아난 기적이 발생했다.

그 전경은 사격과 운동신경이 뛰어난 자로 그날 밤도 거리 순찰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어느 골목 모통이를 마악 도는데 어두운 골목안에서 두 개의 새파란 불빛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순발력이 빠른 그는 순간  ‘범이구나! ’직감하면서 그 불빛을 향해 다짜고짜 M16를 드르륵 갈겨 버렸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골목안에서는 으르렁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물체가 뛰쳐나오면서 자신을 덮치더라는 것이었다.  전경은 엄청난 무게를 느끼면서 옆구리에 예리한 통증을 느꼈었단다. 그때 운좋게도  M16 총구가 호랑이의 가슴밑으로 들어가 있어서 그 전경은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남은 탄알을 모조리 범에게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의 필사적인 사격에 놀랐는지 호랑이는 더이상 전경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급히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M16의 가공할 파괴력마저 없었으면 그는 이미 호랑이의 저녁 식사가 되었을거라고 전경은 온몸을 떨며 증언했다그는 미친 놈처럼 중얼거렸다.

“그 놈은  불사신이야. 왕대(王大)야!

굳이 그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간혹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힌 호랑이의 모습은 ‘왕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넓직한 이마에 선명하게 새겨진 왕( )이라는 글자는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고 굵직한 목덜미는 드넓은 하늘을 받치는 듯 싶었다.

불사신으로 등극한 왕대는 차츰 신성화 되기 시작했다. 배고픔 때문에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마저도 떠돌았다. 왕대가 비록 사람들을 비참하게 물어 뜯기는 했어도 그 시신에는 전혀 입을 대지 않은 사실 때문이었다.

도시에는 왕대의 배고픔을 달래줄 만한 야생동물들이 거의 없었던 탓에 왕대는 무척이나 굶주려 있을텐데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한 사람들을 왜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불사신이라 배고픔도 없는 것일까.

왕대의 행태를 보고 호사가들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 그 하나로 물론 죽은 사람에게는 안된 말이었지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당할 만 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대개 범죄를 저지르고 그것을 꽁꽁 숨겨왔지만 왕대의 날카로운 눈만은 피해갈 수가 없었다는 ‘징벌론’이었다. 그 본보기로 거론되는 것이 최근에 희생당한 등산객 남자였다. 사실 그들 남녀는 순수한 연인 사이가 아니라 불륜관계에 있었던 점이 경찰의 신원 확인과정에서 밝혀졌었다.

하지만 강형사는 사람들의 그런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해석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그래서 그는 징벌론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게임론’에 더 마음이 쏠렸다. 즉 왕대는 지금 인간과 게임을 진행중이라는 것이다. 즉 왕대는 자신을 드러내놓고 사람들보고 날 잡아보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자신을 보고도 죽이지 못하는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벌칙을 내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왕대가 사람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되지를 못한다. 아무리 왕대라 한들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어떻게 인간과 게임을 즐길 수가 있겠는가.

아무튼 황당한 소문과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왕대는 점점 신비로운 존재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상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의 분위기도 처음의 맹목적인 공포는 점차 사라지면서 일상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정말 왕대가 정말 인간하고 게임을 즐기기를 원한다면 마땅히 상대해주겠다는 객기 비슷한 분위기마저 서서히 사람들사이에 퍼져 갔다. 불사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를 자기 손으로 꺽어서 세상의 이목을 받아 보겠다는 사람들-주로 왕년에 군이나 경찰기관에서 한가락 하던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총포상에서는 각종 총기류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왕대의 출현은 경이로울 정도로 급속하게 소심한 도시에 겁없는 인간들을 양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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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특수부대출신에다 사격솜씨까지 뛰어난 자네가 빠지면 안되지?

.......

 기동대장은 강형사의 사격솜씨를 들먹이면서 강형사는 간밤의 끔찍한 일이 생각나 얼른 대꾸를 안했다. 그는 두 손으로 권총을 쥔 채 정자세를 취하고 호랑이를 조준사격했었다. 하지만 비록 달리는 물체였다고는 하지만  집채만한 호랑이를 맞추지 못했다. 반동이 심한 권총의 특성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으나 강형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사격솜씨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었다.

더구나 강형사를 더욱 주눅들게 만든 것은 호랑이의 괴력과 스피드였다. 물론 한 순간에 본 것이지만 호랑이의 덩치는 황소보다 더 컸었다. 그리고 한 입에 장성한 남자를 물고는 번개같은 속도로 도주했다. 강형사는 자신의 두 눈으로 그 엄청난 광경을 목격해놓고서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만약 그 놈하고 정면으로 맞부딪칠 경우 과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돌았다.

 

그러나 그런 공포도 동이 트면서 좀 엷어졌다. 강형사는 제일 먼저 그 피습현장으로 다시 가 보았다. 이미 범인이 누군인지 판명된 마당에 굳이 무슨 단서를 찾아내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그의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두려움속에서도 강형사는 빠른 속도로 예전의 민완형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인적이 완전히 끊겨 황량하기만 한 피습현장에는 붉은 핏자국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어, 간밤의 처참한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한참동안 사건현장을 돌아 보았지만 도로의 난간에 여기 저기 생겨난 탄흔말고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강형사는 인내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였다.

......!

마침내 그는 어느 주택의 담장위에서 한 웅큼의 노란 털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전 호랑이가 우악스런 발바닥으로 마지막으로  찍었던 담장이었다. 그 털을 조심스럽게 집어 코앞에 대보자 노린내가 진동한다. 살인 호랑이의 털이 분명하였다. 덩치만큼이나 털도 무척 억세었다.  그것을 손끝으로 비벼보는 강형사의 머리끝이  새삼스럽게 쭈빗 쭈빗 일어섰다.

그때 강형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문득 라이터를 꺼내 호랑이 털 몇 개를 태워 본다. 파아란 불꽃속에 호랑이 털이 피시식 타들어갔다. 코를 벌름거리던 강형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가락위에 남은 재를 비벼본다.

...... ?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잿가루를 노려보던 강형사는 잠시 후  남은 호랑이 털을 작은 비닐 봉지에 조심스럽게 담아 넣었다. 그리고 아스팔트위를 무릎끓고 다니다가 새카맣게 굳어져 버린 핏덩어리속에서 발견한 호랑이의 털을 몇 개 뽑아내어 또 다른 비닐 봉투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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