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특수부대출신에다 사격솜씨까지 뛰어난 자네가 빠지면 안되지?

.......

 기동대장은 강형사의 사격솜씨를 들먹이면서 강형사는 간밤의 끔찍한 일이 생각나 얼른 대꾸를 안했다. 그는 두 손으로 권총을 쥔 채 정자세를 취하고 호랑이를 조준사격했었다. 하지만 비록 달리는 물체였다고는 하지만  집채만한 호랑이를 맞추지 못했다. 반동이 심한 권총의 특성탓으로 돌릴 수도 있었으나 강형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사격솜씨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었다.

더구나 강형사를 더욱 주눅들게 만든 것은 호랑이의 괴력과 스피드였다. 물론 한 순간에 본 것이지만 호랑이의 덩치는 황소보다 더 컸었다. 그리고 한 입에 장성한 남자를 물고는 번개같은 속도로 도주했다. 강형사는 자신의 두 눈으로 그 엄청난 광경을 목격해놓고서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만약 그 놈하고 정면으로 맞부딪칠 경우 과연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돌았다.

 

그러나 그런 공포도 동이 트면서 좀 엷어졌다. 강형사는 제일 먼저 그 피습현장으로 다시 가 보았다. 이미 범인이 누군인지 판명된 마당에 굳이 무슨 단서를 찾아내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그의 본능에 따른 것이었다. 두려움속에서도 강형사는 빠른 속도로 예전의 민완형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인적이 완전히 끊겨 황량하기만 한 피습현장에는 붉은 핏자국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어, 간밤의 처참한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한참동안 사건현장을 돌아 보았지만 도로의 난간에 여기 저기 생겨난 탄흔말고는 별로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강형사는 인내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였다.

......!

마침내 그는 어느 주택의 담장위에서 한 웅큼의 노란 털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둠속으로 사라지기 전 호랑이가 우악스런 발바닥으로 마지막으로  찍었던 담장이었다. 그 털을 조심스럽게 집어 코앞에 대보자 노린내가 진동한다. 살인 호랑이의 털이 분명하였다. 덩치만큼이나 털도 무척 억세었다.  그것을 손끝으로 비벼보는 강형사의 머리끝이  새삼스럽게 쭈빗 쭈빗 일어섰다.

그때 강형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문득 라이터를 꺼내 호랑이 털 몇 개를 태워 본다. 파아란 불꽃속에 호랑이 털이 피시식 타들어갔다. 코를 벌름거리던 강형사는 인상을 찡그리며 손가락위에 남은 재를 비벼본다.

...... ?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잿가루를 노려보던 강형사는 잠시 후  남은 호랑이 털을 작은 비닐 봉지에 조심스럽게 담아 넣었다. 그리고 아스팔트위를 무릎끓고 다니다가 새카맣게 굳어져 버린 핏덩어리속에서 발견한 호랑이의 털을 몇 개 뽑아내어 또 다른 비닐 봉투에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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