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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미래를 디자인하라 - 내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설계도
김진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8년 7월
평점 :
대한민국 부모는 자녀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혈육이기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테지만, 내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도 일면 있다. 부모로서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과열된 경쟁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 보다 ‘더’ 공부를 잘하고, ‘더’ 좋은 곳에 취업하고, ‘더’ 잘 먹고 살았으면 한다.
자녀를 향한 이런 마음은 그리스도인 부모라고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크리스찬 부모는 좀 더 교묘하게도 자녀가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남들보다 더 공부를 잘하고, 더 좋은 곳에 취업하고, 더 높은 곳에 자리했으면 한다. 예수 믿었더니 이런 복을 주셨다는 식의 간증은 한국 교회에서 흔한 레퍼토리다.
모두가 알고 있듯 크리스찬 부모는 자녀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키울 책임이 있다. 하나님이 육체의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위임하였기에 그 뜻대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 진로교육전문가 김진은 내 아이의 재능과 성향에 하나님의 꿈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자녀의 고유한 능력과 기질을 알고, 거기에 맞는 양육과 진로 디자인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신앙 교육, 크리스천 자녀 교육의 목적이라 강조한다. 그의 수많은 임상경험과 연구결과가 「자녀의 미래를 디자인하라」(김진, 생명의 말씀사, 2018)로 출간되었다. 이 책이 제공하는 유익과 생각해 볼 점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책은 크게 4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는 크리스천 자녀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세상이 정한 하나의 답, 부모가 정한 한 개의 답만을 강요할 때 그 답을 못 찾는 아이는 낙오자가 되고 만다. 인생은 ‘정답’이 아닌 ‘해답’으로 풀어 가야 한다. 각자에게 모두 다른 풀이 방법으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다. 한 개의 정답만을 찾는 데 집중하면 ‘오답’의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로, 부모와 아이가 하나님 안에서 함께 해답을 찾아가야 한다.(35p)” 세상에서 주입된 가치 즉 성공지향으로 일관된 자녀교육을 떠나지 않으면, 자녀의 고유한 특성에 초점을 맞춰 하나님의 눈으로 교육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4년여에 걸쳐 전국 4,000명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임상진단, 질적·양적 연구를 병행한 결과물로 진로적성검사 ‘옥타그노시스(OCTAGNOSIS)’를 개발했다. 검사는 인간의 사고력을 ‘8가지(OCTA)’ 사고력으로 구분하고, 해당 사고력에 따라 ‘15가지 성향유형’으로 ‘진단(GNOSIS)’하도록 처리된다. 8가지 사고력에는 사실적 사고력, 추론적 사고력, 고정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분석적 사고력, 융합적 사고력, 수직적 사고력, 수평적 사고력이 있고, 15가지 성향유형에는 소통형, 창조형, 실용형, 운동형, 규범형, 추리형, 제작형, 생명형, 분석형, 관찰형, 원리형, 봉사형, 교육형, 복잡형, 진취형이 있다. Part 2에서는 이 성향유형 15가지에 대한 성향별 특징, 그 성향을 기반으로 본 재능과 해당 직업분야, 이 유형 아이에게 맞는 신앙교육 방식, 학습법, 유사한 성향의 성경인물을 예로 든다.
Part 3에는 내 아이의 성향유형을 알 수 있는 ‘옥타그노시스’ 성향유형 진단 테스트가 실려 있고, Part 4에는 내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을 위한 부모 체크리스트와 함께 해볼 활동을 소개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목을 매는 대한민국 크리스천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 이 책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하나님께서 자녀를 특색 있게 지으셨으니 그 아이의 고유한 재능과 성향에 근거해 아이를 잘 양육한다면 부모와 자녀 모두가 만족할만한 모습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나갈 것이라는 주장은 옳다. 또한, 수많은 임상경험을 통해 아이의 성향을 15가지로 개념화 시킨 점은 아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결코 추상적이지 않고, 확신을 가진 채 구체적으로 각 성향을 요목조목 설명을 해주니 저자를 믿고 따라 가볼만하다. 성향유형은 자녀와 부모 사이 가교 역할도 해낸다. 아이의 특성에 맞는 양육을 해가고 있는지 체크해 볼 수 있고, 함께 해볼 활동들도 제시해주어 고마울 뿐이다. 저자의 주장을 믿고 따라 가다보면 하나님의 관점 안에서 아이도 이해하게 되고, 부모로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아이를 키워 가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난 후 책을 읽어 볼 독자를 위해 ‘이 책의 유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견지해야 할 점 세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첫째, 이 성향유형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지 규정짓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가 제시한 15가지 유형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큰 범주들을 요목화 시킨 것이다. 이 15가지 안에만 세상의 모든 사람을 분류시키고자 함이 목적은 아니다. 검사를 통해 아이의 몰랐던 점을 알게 되면 처음에는 신기하고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또 다른 낙인이 되어버린다면 검사를 아니 한만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성향유형을 근거로 아이를 규정짓는 우를 범하지 말자.
둘째, 성향유형이 욕망충족을 위한 또 다른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향유형은 자녀가 하나님이 지으신 바 안에서 하나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향과 노력이 적합할지 알게 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책에 제시된 여러 내용들 중 성향유형에 맞는 ‘학습법’이나 ‘추천 액티비티’ 같은 주제는 자칫 잘못하면 ‘공부 잘하게 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성향 이해를 통해 자녀가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선한 뜻을 온전히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함을 잊지 말자.
셋째, 성향유형을 뛰어넘어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계명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부르심과 소명은 직업(vocation)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향유형에 맞는 직업 외에 그리스도인에게는 큰 사명이 있다. 바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사명이다. 그리스도인 중 어느 누구도 이 계명에 예외가 없다. 성향유형에 맞는 이웃 사랑 방법이 다를 수는 있어도 이 사명 자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대하는 유형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유형이 있다. 그렇지 않은 성향유형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웃사랑의 삶을 살아내야 함을 가르치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크리스천 자녀 교육이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점을 유의해서 책을 읽는다면 자녀 이해와 양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자녀를 좀 더 알고 싶은 부모, 자녀의 재능에 맞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자녀양육을 하고 싶은 크리스천 부모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