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숨에 읽는 바울 - 바울의 역사와 유산에 관한 소고
존 M. G. 바클레이 지음, 김도현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8월
평점 :
바울은 기독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는 이방인 선교의 문을 열고, 다니는 곳곳에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웠다. 그리스도를 따르던 사람들을 박해하던 그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된 이력은 회심의 강렬함을 선보였고, 공동체와 사람들에게 보낸 여러 서신들은 각종 신학들이 정립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우리는 이런 바울을 알아야하고, 또한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바울을 잘 알기란 쉽지 않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바울에 관한 일화와 그가 썼다고 알려진 편지들(서신서)이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원 자료의 전부인데다가, 원 자료 안의 내용들도 방대하고 파편화 되어 있어 맥락과 흐름 안에서 바울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럴수록 처음부터 작은 부분 하나하나 이해하려는 태도보다 전체적 조망 후 세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단숨에 읽는 바울”(존 M. G. 바클레이 지음, 김도현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8)은 바울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돕는 탁월한 입문서다. 바울연구의 권위자인 존 바클레이는 바울에 관한 역사적 내용(1부/역사)과 2000년 간 이어져 온 바울의 영향력(2부/유산)을 토대로 바울에 관한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1장에서는 바울의 출신배경과 회심 과정, 사역 활동 등을 소개하며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 안에서의 바울의 중요성을 말한다. 2장에서는 바울과 관련된 것들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의 편지들을 다룬다. 당대에 바울의 편지가 가진 의미와 함께 그가 직접 썼다고 알려진 ‘역사적 바울의 일곱 편지’들의 문맥과 내용도 간략히 소개한다. 바울의 종교적 배경이었던 유대교와 그의 회심과의 관련성에 대해 3장에서 다룬 뒤, 그의 ‘좋은 소식’에 반응한 사람들의 공동체인 에클레시아이의 로마제국 내 위치를 4장에서 풀어낸다. 1부의 마지막 5장에는 누가의 사도행전을 시작으로 마르키온, 영지주의자들, 이레나이우스, 테르툴리아누스까지 2세기 경 사람들의 눈에 비친 바울의 초기 이미지들을 정리하였다.
2부에서는 바울의 역사적 내용들이 2000년 간 끼쳐온 영향력(유산)을 다룬다. 먼저, 바울의 서신에서 발견되는 탁월성이 그의 글을 해석하는 이의 현 상황에 들어와 대화하며 다양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것이 곧 경전으로서의 바울을 읽는 올바른 방법이다(6장). 바울의 유산을 언급할 때 서구의 바울 해석 전통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가 빠질 수 없다(7장). 16세기 대표적인 종교개혁자인 마르틴 루터(1483-1546년)와 장 칼뱅(1509-1564년) 모두 바울 중심의 성경해석자였다는 사실은 개신교 전통 안에서의 바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점이다(8장). 현재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바울과 동족 유대인들과의 관계(9장)와 성, 동성애, 정부 권위에 대한 순종 등 당대에 주류를 이루던 사회 문화적 관점들을 비평한 바울의 의미(10장)로 책은 마친다.
“단숨에 읽는 바울”의 다양한 주제 및 내용은 바울을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바울에 관한 전체적인 조망 안에는 바울의 행적과 사상에 대한 요약·정리만 있진 않다. 바울의 유산(2부)을 통해 보았듯 존 바클레이는 새로운 세대와 다른 문화적 문맥에 맞게 해석된 바울에 관심두기를 제안한다.
2000년 전 바울이 21세기 현재로 오는 여정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그 배경에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당대에 마주한 바울, 시대적 배경에 의거한 바울 해석은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바울을 형성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바울의 역사와 유산의 퇴적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바울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하는 통로가 된다. 바울에 관해 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으로 펼치게 된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남길 바울에 관한 새로운 유산은 무엇일지 고민해 보게 된다.
그의 본문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상황에서 창의적인 번역들과 새로운 해석들을 생성해낼 만큼 충분히 “열려”있다.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자칭 “좋은 소식”이기 때문에 바울 해석자들은 그 메시지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사람들을 해방시키며 구원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더욱더 새로운 방식으로 끄집어낼 것이다_15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