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해설
마르틴 루터 지음, 최주훈 번역 및 해설 / 복있는사람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깝고도 먼 당신, 마르틴 루터. 그는 종교개혁의 중심인물이자 교회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지만, 정작 그가 집필한 3천여 권의 저술과 핵심 사상은 신도들에게 세밀히 읽히고 공유되지 못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2017년 한 해는 루터를 좀, 더, 많이 이해하도록 도움 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작년을 계기로 올해 역시 루터 혹은 종교개혁 관련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그 중 내게 눈에 띈 책은 바로 “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해설”(마르틴 루터 지음, 최주훈 옮김, 복있는사람, 2018)이다.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마르틴 루터 소교리문답’을 다루고, 2부에서 소교리문답을 ‘해설’한다. 개신교 최초의 교리문답서로 알려진 마르틴 루터의 소교리문답에는 기독교 신앙의 모든 것이 한데 요약되어 있다(17p). 가장이 가족에게 쉽게 가르치기 위한 목표(18p)로 쓰인 이 신앙안내서는 기독교에서 빼놓을 수 없는5가지 대주제인 ‘십계명’, (사도신경이라 알려진)‘신조’, ‘주기도’, ‘세례’, ‘성만찬’이 중심된다. 루터가 ‘십계명’, ‘신조’, ‘주기도’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것은 그림책 “루터와 이발사(IVP)”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죄와 욕망을 죽이고 다시 태어나게 하는 ‘세례’와 죄 용서의 성례인 ‘성만찬’까지 강조되어 이 두 성례가 가진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다.
‘열쇠의 직무와 참회’,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식사 전후 기도’, ‘의무표’도 5가지 대주제들과 같이 소교리문답에 실려 있는데 이것들은 실생활에서 신앙의 연습을 위한 구체적인 용례로 제시되는 첨부자료다. 신앙이란 단순히 머리에서 헛도는 공허한 말장난이 아니라 삶의 구체적 습관적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실렸다고 볼 수 있다(pp.21-22). 특히, 아침기도, 저녁기도, 식사 전후 기도는 21세기인 현재에도 실천해봄직하다.
2부 ‘해설’에는 19세기 이래로 가장 유명한 해설서인 독일 하노버판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엮었다. 예를 들면, 7계명 도둑질하지 마라에 대한 해설 중 “96. ‘부정한 방법’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라는 질문이 있는데 그 답이 “중고품을 신제품으로 속이거나, 일당을 속여 지불하거나, 게으르게 일하고 급여를 받거나, 공들인 것을 알고도 헐값에 후려치거나, 타인의 지적 재산을 도용하거나, 은밀하게 복제하거나, 표절하여 이득을 취하는 모든 행위가 부정한 도둑질이고 심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142p)로 되어 있다. 하노버판이 만들어진 1862년에는 지적 재산권이 (아마도) 없었을 텐데, 본서에는 그 단어가 언급된다. 이처럼 해설 곳곳에서 한국 상황에 맞게 고쳐진 부분, 역자의 배려를 발견할 수 있다.
‘해설’은 5가지 대주제별로 「시작 기도문-소교리문답 내용-관련 질문-답」의 형식을 갖춘다. 시작 기도문 소제목에 나온 여러 기도 자세들(두 손 모아 함께 기도하기, 무릎 꿇고 기도하기, 엎드려 기도하기, 두 팔 벌려 기도하기, 서서 기도하기)의 설명 각주는 이 책의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다양한 몸짓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걸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관련 질문들은 꼬리물기식으로 되어 있어 하나의 주제에 대한 사고가 정리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모든 답의 끝에는 연관성이 있는 성경구절과 대교리문답이 제시되어 있어 더 깊이 있는 묵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의 내용은 구성보다 더 매력적이다. 기독교를 알고 싶다면 성경을 열심히 읽으면 된다. 하지만 성경을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올바른 가르침의 교리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종교개혁의 핵심인물인 루터가 모든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독교 신앙을 설명한 소교리문답은 그 가치가 매우 높다.
긴 글, 빼어난 논리적 구성력으로 사람들을 설득하진 않지만 문답식으로 적힌 간단명료한 한 문장 한 문장은 두고두고 곱씹을 내용들임에 틀림없다. 이 단출해 보이는 문장들을 읽으며 때론 나의 죄인 됨과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소교리문답을 혼자 읽고 감격할 수도 있지만 루터가 만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 그 마음을 담아 공동체와 함께 공유할 수도 있다. 편역자이신 최주훈 목사님께서 SNS 상에서 친절하게 알려주신 내용인데 궁금하다면 최주훈 목사님의 페이스북 <소교리문답 꿀팁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면 된다.
[「기도-해당 주제의 1부 소교리문답 전체 읽기-2부 해설의 해당 부분 읽기-인도자(질문)와 회중(답)이 문답을 이어 읽기-성구와 대교리문답을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읽기-질문거리를 만들어 내기-인도자의 배운 것 요약-1부 관련 내용 함께 읽기-마감 기도」]

지금까지의 이 책 구성과 내용 안내는 책의 진가에 비하면 너무 빈약하다. 다 읽은 후 이 책을 가정과 공동체에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소감이 어쩌면 이 책을 더 잘 드러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기독교 신앙이 모든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설명되어져야 한다고 믿은 ‘친절한 루터’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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