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부의 비결 - 돈의 노예에서 돈의 주인이 되는 삶으로 바꾸는 법
배종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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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나 각종 미디어에서 FOMO 증후군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FOMO 증후군이란 자신만 소외돼 있는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뜻하는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인데 원래는 대외적인 모임이나 SNS 상에서 소외되는 것을 불안해하는 현상을 뜻하다가 최근에는 모든 게 오르는 자산시장에서 자신만 뒤쳐지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작년 봄 코로나 쇼크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상승을 하며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또 어떤 사람은 분양받은 아파트의 시세가 분양가의 2배가 되고, 하다 못해 투기로 여겼던 비트코인도 4,000만원을 돌파하자 모두들 부자가 돼가고 있는데 나만 혼자 뒤쳐지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장에 유동성은 흘러넘치는데 월급은 제자리 걸음이니 이제 투자 말고는 부자가 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아니,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만큼 살기도 힘들어졌다. 그러니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이제 예금만 열심히 해서는 답이 없겠다는 두려움은 당연하다.

하지만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남들이 다 한다고 준비없이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다 오르는 자산 시장에서 자신의 주식, 부동산만 떨어지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

<지속 가능한 부의 비결>은 무작정 투자에 뛰어들기 보다는 기본부터 충실히하자는 투자를 위한 마인드 셋을 다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은 세세한 투자 방법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 구체적인 투자 방법론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그보다는 포모 증후군에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해야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오랜 시간 자산 시장에 투자를 해 온 사람들은 지난 하락장을 버텨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상승장만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작은 하락에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고, 너만 알고 있으라는 소문에도 휘둘리고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투자 방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주변의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작은 성공에 도취되지 않을 수 있도록 부에 대한 마인드를 다지는데 도움을 준다.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2 파트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원하는 '돈'이란게 무엇인지 돈의 실체와 성향에 대해 설명하고 3,4파트에서는 돈을 벌려면 어떤 자세와 습관을 가져야하는지, 그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선 어떤 것을 조심하고 어떤 습관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5,6 파트에서는 종잣돈을 큰 돈으로 굴리는 방법과 번 돈을 지키는 돈 관리법에 대해 조언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투자 초보자를 위한 것으로 기초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4번째 파트 돈을 모으는 법에서는 '돈 모으기의 3적을 멀리하라'라는 챕터가 있는데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신용카드, 술값/옷값, 가족 용돈을 멀리해야 한다고 한다. 신용카드나 술값/옷값은 그러려니 하지만 가족 용돈이 약간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일단 종잣돈을 모을 때까지는 가족들이나 친인척에게 주는 돈도 모아서 단시간 내에 종잣돈을 모을 것을 권장한다. 별 일 아닌 것 같아도 의외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게 매달 주는 돈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자기 혼자 살자고 가족들을 외면하는게 맞는 것인지 고민과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인데, 일단 자기 자신부터 바로 서야 가족들에게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먼저 자립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가장 빠르고 쉽게 돈 모으는 10+10 법칙' 편에서는 '10%는 더 저축하고 10%는 더 안 쓰자'라는 원칙을 이야기하는데 아주 쉬운 말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느냐 못하느냐가 부자와 빈자의 갈림길이라고 한다. 투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지만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없다. 그냥 많이 벌고, 덜 쓰고, 더 저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종잣돈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굴릴지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목표가 없으면 힘들게 모은 돈도 금새 써버리기 때문이다.


< p151 >


투자 방법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다섯 번째 파트 '돈 굴리는 법'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해 일부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투자 주종목이 부동산이어서 그런지 주식은 비추이고, 부동산은 강추인 뉘앙스라 주식투자를 위주로 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약간 반발심(?)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빌라나 오피스텔, 상가 같은 것보다는 아파트에 투자하라고 권하는데 그 중에서 수익이 커질 수 있는 좋은 아파트란 '역학직공상병'을 충족하는 아파트라고 한다. 여기서 역학직공상병은 '역세권,학세권,직세권,공세권,상세권,병세권'을 말하는데 흔히 들어서 알고있는 역세권, 학세권, 직세권 외에 공세권이란 아파트 주변에 공원이나 자연환경이 우수한 곳을 말하고, 상세권은 백화점, 대형할인점, 쇼핑몰 등의 상가가 가까운 곳, 그리고 병세권이란 병원이 가까운 곳을 말한다. 한마디로 역에서 가깝고, 초품아에 직장도 가깝고, 공원도 있고, 상가도 있고, 병원도 있으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이 6가지를 다 갖추면 금상첨화겠지만 다 충족할 수 없다면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는 것을 골라야한다. 신혼 때는 역과 직장에 가까운 것이 좋고, 아이가 생기면 학교가 가까운 곳이 좋고, 나이가 들어 부부만 남게 되면 공원가 병원이 가까운 곳이 좋은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돈과 부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에 대해 설명하다보니 파트가 구분되어 있지만 중복되는 내용들도 일부 있다는 것이다. 굳이 6개 파트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부자가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마인드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 그런지 기존의 투자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안전성을 강조한 내용들이 있다. 주식 투자는 소액으로만 공부 삼아 하고 가능하면 아예 하지 말라거나 부동산은 내 집과 월세 나오는 소형 아파트만 하라거나 요즘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내 집과 현금을 꼭 지키라는 보수적인 의견이 많았다. 물론 전제 조건은 제대로 투자 공부가 안된 사람들이 대상이긴하다.

그리고 절대 사면 안되는 부동산으로 나홀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신축빌라, 연립 등을 꼽고 있는데 물론 서울권 대단지 아파트를 살 수있다면 좋겠지만 한정된 자금으로 운영하다보면 나홀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살 돈 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다. 나홀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투자 난이도가 대단지 아파트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부동산 규제로 막힌 상황에서는 오피스텔이나 나홀로 아파트로도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이 있다.

부동산에 투자하기 좋았던 시절이야 이런 것은 기피 대상이었겠지만 규제가 많은 요즘에는 이런 부동산도 눈여겨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유교 사상의 뿌리가 아직도 남아있는 탓인지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버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고 천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대놓고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왔지만 이제는 돈이란게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할 때가 왔다.

FOMO 증후군에 아무것에나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에 대해 제대로 된 마인드를 갖추고 공부한 뒤에 투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시대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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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부의 비결 - 돈의 노예에서 돈의 주인이 되는 삶으로 바꾸는 법
배종찬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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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부의 본질, 그리고 기본 마인드를 재정비하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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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 미래
제임스 리카즈 지음, 안종설 옮김 / 해의시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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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드디어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고 사기로까지 취급되던 비트코인은 4,000만원을 넘어섰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갈 곳 없던 돈들이 모두 자산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주식, 부동산 뭐 하나 빠짐없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다보니 이제 점점 거품이 꺼질 시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됐다. 물론 거품이 꺼진다고 해서 타격이 있을 만큼 주식이나 부동산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런 때 일수록 한 곳에 몰빵하는 것 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는 게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금 시장이었다. 하지만 금 시장의 특성이나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뛰어들 순 없어 이 책, 저 책 찾아보다 접하게 된 것이 <금의 미래> 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의 미래>는 구체적인 금 투자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왜 금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자산 시장에서 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짧게 요약하자면 사이버 상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실물로서의 금에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의 10%를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골드바든 금화든 뭐든 일단 실물 금을 사서 쟁여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구매한 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금의 4가지 성질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 “금은 돈이다”, 두 번째 “금은 보험이다”, 세 번째 “금은 상수다”, 네 번째 “금은 탄력적이다”

첫 번째 “금은 돈이다” 편에서는 금 본위제도의 폐지와 달러 본위제도로 인한 세계적인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금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반짝이고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금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녔지만 금 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총량이 한정된 금 대신 무한정으로 찍어낼 수 있는 종이 돈, 즉 달러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숫자가 찍힌 종이가 돈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유럽,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매년 야금야금 금 보유량을 높이고 있다. 금 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금의 화폐로서의 기능이 사라졌는데도 매년 금 보유량을 높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국제통화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적으로 새 판이 짜여질 때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 본위제도가 다시 부활할 때 평가하기 가장 쉬운 수치가 GDP 대비 금 보유량의 비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두 번째 “금은 보험이다” 편에서는 금이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보험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세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도 발생한 그 나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 이번과 같은 팬데믹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너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이 일어나다보니 아주 작은 어떤 사건이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통화량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 때마다 금의 달러 가격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달러 대비 금의 명목 가격이 변한 것일 뿐, 금의 실질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시에 다른 중요한 물자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거나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기 때문이다. 금 대비 달러의 가치는 변동성이 크지만 금은 인플레이션에서도 디플레이션에서도 자산의 가치를 보존한다.

“금은 상수다” 에서는 저자가 ETF, COMEX 선물, 선도거래 등 서류상 금 시장과 현물 시장이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점에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 금 ETF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무참히 깨줬던 내용으로 서류상 금 시장이 얼마나 조작이 쉽고, 그 이면에 어떤 배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저자가 왜 서류상 금이 아니라 반드시 금 현물을 보유해야 한다고 궁금하다면 이 편을 읽으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은 탄력적이다” 에서는 각국의 경제 전쟁과 달러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금이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인터넷에서 돌아가는 이상 언제나 존재하는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과 달러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5년, 10년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에는 결국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이 때 새로운 통화는 기존에 사용되었던 금 본위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저자는 절대 금 투자가 2배, 혹은 10배의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폭락이나 국제 경제의 붕괴 등 여러가지 위험 속에서 투자자들을 지켜줄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금 투자가 최근의 주식시장과 같은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주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안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말대로 금에 투자 가능한 자산의 10% 정도를 분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현물을 보관할 때 드는 보관료 등의 수수료 등을 고려했을 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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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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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제 코로나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이 때 코로나를 다룬 소설이 등장했다.

굳이 책 좀 읽는다하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베스트셀러 작가, 하기시노 게이고의 최신작이다.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어 공장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가답게 이번에도 발빠르게 전세계를 패닉에 빠뜨린 코로나를 소재로 책을 출간했다. 비록 소설이지만 현재 우리가 실생활에서 겪고 있는 상황들이 글 속에도 녹아있어 흥미로웠다.

관광객으로 유지되던 작은 마을이자 주인공인 마요의 고향은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사라져 어려움을 겪고, 마을의 자영업자들도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한다.

이런 상황은 굳이 도쿄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집 밖으로만 나가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뉴스에서도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관광객과 수많은 인파들로 사람들이 넘쳐나던 명동도 지금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소설은 이런 현실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비현실적인 두뇌와 언변, 그리고 엉뚱하고 괴짜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

앞으로 시리즈물로 계속 만나게 될 것으로 예고한 블랙 쇼맨, 바로 이번 소설의 주인공인 전직 마술사, 현직 바(Bar) 주인장인 ‘다케시’이다.

이야기는 도쿄로 상경해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마요’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향하며 시작된다.

마요가 살았던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서 교사를 하시던 아버지가 집 뒷마당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고, 병사나 사고사가 아닌 살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들에게 아버지의 사건과 관련해 이것저것 추궁 당하고 있던 찰나, 오랜 시절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동생인 삼촌 ‘다케시’가 나타난다.

작은 마을에 평범하기 그지 없는 교사가 살해 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경찰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다케시는 사건의 단서들을 하나둘씩 찾아나가며 숨겨진 진실에 접근해간다.

사실 사건의 전개 과정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변인물들의 알리바이를 추적해 나가자 사건과 별 관계가 없어 보였던 인물들의 숨겨진 비밀이 점점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다케시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그 활약은 범인이 밝혀지던 순간 가장 돋보인다.

과거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할 정도로 유명한 마술사로 성공했던그 답게, 온갖 트릭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범인에게 자백을 받아낸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마술사가 되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을 손기술(?)과 현란한 말솜씨로 경찰들을 속여 몰래 사건의 단서와 정보들을 알아내기도 한다.

자칫 조금만 더 나갔으면 사기꾼(?)이 됐겠다 싶은 인물이지만 특유의 능글맞음과 뻔뻔함 이면에 뛰어난 추리력과 츤데레 같은 나름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여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됐다.

다케시와 함께 등장하는 또 다른 주인공 마요는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인물로 약간은 고지식한 면도 있어 비상식적인 다케시와는 정 반대의 인물이지만 살인사건을 파헤쳐나가는 동료이자 주변 인물들과 다케시를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만일 마요가 없었다면 마을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다케시의 횡보가 눈에 튀었겠지만 마을에서 나고 자란 마요 덕분에 다케시가 눈에 띄지 않고도 사건에 대한 단서들을 수집할 수 있게 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소설은 사건 전개방식의 특이점이나 뒷통수를 강하게 내리치는 트릭은 없었다. 초반에 발생한 살인사건 외에는 주변인물들의 인터뷰나 탐문 과정이 평범하고 일상적이게 그려져 무난하게 흘러가는데 이런 와중에도 55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 전혀 지루하게 않게 느껴졌다. 작가 특유의 짧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로 평범한 내용도 흡입력 있게 읽혔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내는 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재적인 괴짜 캐릭터와 현재의 코로나 시국을 반영했다는 것 외에는 특이점이 없다는 것이 약간 아쉬웠다. 물론 온갖 연쇄 살인사건과 기상천외한 트릭이 난무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임팩트 있는 한 방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여전하기 때문에 평소 히가시노 게이고의 일상 미스터리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이번 책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덧, 이번 소설 속에서는 <환뇌 라비린스>라는 인기 만화가 소재로 등장하는데, 그 만화의 내용이 꽤나 흥미로웠다. 큰 줄거리만 나와있을 뿐이지만, 언젠가 그 만화가 소설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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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월급쟁이 연금투자 법칙
장덕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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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세계 각국에서 무제한 돈풀기에 나서자 부동산, 주식에서부터 비트코인까지 투자 가치가 좀 있다 싶은 자산은 모두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투자로 몇 백부터 몇 억을 벌었다는 지인들 얘기가 들리니 나 혼자만 뒤쳐지는게 아닌가 조급증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게 섣불리 투자하기에도 겁이 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달 꼬박꼬박 투자하고 있지만 의외로 잘 신경쓰지 못했던 투자처가 있었으니 바로 “퇴직 연금” 이다. 1년 이상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퇴사 시 퇴직금을 받게 되는데, 퇴직연금 제도 도입 전에는 기업이 파산해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해 도입된 것이 현재의 퇴직연금제도이다.

물론 여전히 퇴직금으로 일시에 지급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최근의 추세는 대부분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한다. 퇴직연금제도에는 확정급여형(DB)와 확정기여형(DC)로 나뉘는데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DC로 운영되고 있고, 다른 회사들도 DC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DC가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DB의 경우는 직원들의 퇴직연금을 회사에서 직접 운영해야하고, 운영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경우 차액을 회사에서 부담하도록 되어있다. 물론 수익이 발생하면 그 수익 또한 회사의 몫이지만 최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은 회사 입장에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게 느껴지는 제도이다.

반면 DC는 회사가 매달 퇴직연금 부담액을 납입하면 그것으로 의무가 끝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DB의 운영 책임이 회사에 있었다면 DC는 반대로 직원들에게 운영 책임이 있다. 물론 DB와 반대로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모두 직원 개인의 몫이 된다.

그래서 만일 자신의 퇴직연금이 DC형이라면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영할지 개개인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한다.

연금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 그리고 회사에서 지원하는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이 따로 납입하는 개인연금 이렇게 3가지로 구분된다.

3가지 모두 연금이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개개인이 운영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개인이 운영 가능한 DC형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책은 총 3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는데 첫 번째 파트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퇴직연금, 연금저축, 주택연금 등 연금제도의 특성과 세제혜택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연금을 통해 노후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알아본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개인이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핵심 노하우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양한 펀드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관한 책들은 시중에서 차고 넘치지만 의외로 연금에 대해 소개하는 책들은 흔치 않아서 어쩌다 연금 투자에 관한 책을 찾더라도 소개하고 있는 상품들이 현재는 없어진 것들도 많았는데 이 책은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운영되고 있는 펀드 리스트와 수익률 등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던 TDF(타깃데이트펀드)에 대한 정보도 소개되어있어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었다.

TDF란 미국에서 인기를 끈 퇴직연금 상품으로 가입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자산배분 전략을 세워주는 펀드이다. 예를 들어 현재 30세인 퇴직연금 가입자가 30년 후를 목표 퇴직시기로 본다면 TDF2050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2020년 현재로부터 30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수익률은 높지만 위험한 주식의 비중이 높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이 높아지는 식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뀐다. 이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TDF를 운영하는 자산 운용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러 운용사의 상품을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TDF 상품들이 있지만 어떤 상품을 선택하든 매번 일일이 머리 싸매고 고민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지 않아도 알아서 은퇴시기에 맞춰 포트폴리오가 바뀌기 때문에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3번째 파트에서는 개개인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노후자금을 목적별로 어떻게 구분하여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와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TDF들의 수익률과 어떤 TDF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들이 나와있다. 물론 TDF 외에도 주식형 펀드와 채권형 펀드 등 연령대별로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을지, 그리고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은 총 376페이지로 투자법과 관련된 책치고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페이지의 첫 장을 펼쳐보는 순간부터 느껴지겠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버릴 내용 하나 없이 저자의 모든 지식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나의 경우 보통 350~400 페이지 분량의 책은 하루면 다 읽는 편인데 이 책의 경우 몇 일에 걸쳐 읽었다. 그만큼 내용이 아주 충실하고 버릴 것이 없었다. 그만큼 연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에서부터 연금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 하는 독자까지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만큼 내용의 깊이가 깊었다.

아마 이 책 한 권만 여러 번 읽더라도 연금에 대해서는 웬만한 전문가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깊이가 깊다보니 연금의 현재가치와 미래가치를 계산하는 공식이나, '연금일시금승수'라는 연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승수까지 나와있어 숫자에 약한 나 같은 모태 인문계들에게는 괴로울 수도 있다^^;.

퇴직연금 투자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동시에 한편으로는 소외되어 있는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소외된 투자처가 아니라 우리의 노후를 위해 반드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 투자의 한 종류로 여겨야 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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