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미래
제임스 리카즈 지음, 안종설 옮김 / 해의시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년 드디어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하고 사기로까지 취급되던 비트코인은 4,000만원을 넘어섰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유동성 장세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갈 곳 없던 돈들이 모두 자산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주식, 부동산 뭐 하나 빠짐없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다보니 이제 점점 거품이 꺼질 시기가 다가오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이 됐다. 물론 거품이 꺼진다고 해서 타격이 있을 만큼 주식이나 부동산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런 때 일수록 한 곳에 몰빵하는 것 보다는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는 게 장기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 금 시장이었다. 하지만 금 시장의 특성이나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할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뛰어들 순 없어 이 책, 저 책 찾아보다 접하게 된 것이 <금의 미래> 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의 미래>는 구체적인 금 투자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왜 금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자산 시장에서 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짧게 요약하자면 사이버 상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실물로서의 금에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의 10%를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골드바든 금화든 뭐든 일단 실물 금을 사서 쟁여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구매한 금을 어디에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이 책의 결론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왜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금의 4가지 성질에 대해 설명한다.

첫 번째, “금은 돈이다”, 두 번째 “금은 보험이다”, 세 번째 “금은 상수다”, 네 번째 “금은 탄력적이다”

첫 번째 “금은 돈이다” 편에서는 금 본위제도의 폐지와 달러 본위제도로 인한 세계적인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금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반짝이고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금이 화폐로서의 가치를 지녔지만 금 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총량이 한정된 금 대신 무한정으로 찍어낼 수 있는 종이 돈, 즉 달러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숫자가 찍힌 종이가 돈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유럽,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매년 야금야금 금 보유량을 높이고 있다. 금 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금의 화폐로서의 기능이 사라졌는데도 매년 금 보유량을 높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국제통화시스템이 붕괴하고 세계적으로 새 판이 짜여질 때 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 본위제도가 다시 부활할 때 평가하기 가장 쉬운 수치가 GDP 대비 금 보유량의 비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금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것이다.

두 번째 “금은 보험이다” 편에서는 금이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보험의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세계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도 발생한 그 나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 이번과 같은 팬데믹이 발생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너무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이 일어나다보니 아주 작은 어떤 사건이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통화량을 조정하고 있는데, 이 때마다 금의 달러 가격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달러 대비 금의 명목 가격이 변한 것일 뿐, 금의 실질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시에 다른 중요한 물자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거나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기 때문이다. 금 대비 달러의 가치는 변동성이 크지만 금은 인플레이션에서도 디플레이션에서도 자산의 가치를 보존한다.

“금은 상수다” 에서는 저자가 ETF, COMEX 선물, 선도거래 등 서류상 금 시장과 현물 시장이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점에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 금 ETF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을 무참히 깨줬던 내용으로 서류상 금 시장이 얼마나 조작이 쉽고, 그 이면에 어떤 배후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저자가 왜 서류상 금이 아니라 반드시 금 현물을 보유해야 한다고 궁금하다면 이 편을 읽으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은 탄력적이다” 에서는 각국의 경제 전쟁과 달러의 붕괴 위기 속에서도 금이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인터넷에서 돌아가는 이상 언제나 존재하는 사이버 공격의 위험성과 달러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의 도전이 계속되는 한 5년, 10년 혹은 그보다 더 먼 미래에는 결국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이 때 새로운 통화는 기존에 사용되었던 금 본위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저자는 절대 금 투자가 2배, 혹은 10배의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폭락이나 국제 경제의 붕괴 등 여러가지 위험 속에서 투자자들을 지켜줄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금 투자가 최근의 주식시장과 같은 엄청난 수익률을 보여주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안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저자의 말대로 금에 투자 가능한 자산의 10% 정도를 분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현물을 보관할 때 드는 보관료 등의 수수료 등을 고려했을 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