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선생
조흔파 지음 / 산호와진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에너지 버스 아니고, 에너지 선생?"

요즘 읽고 있는 책 제목이 에너지 선생이라는 말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이런 말 듣기 충분하다.

표지를 보던 엄마의 "만화책 아니야?"라는 말도 이해가 될 법 했고. 그런 이미지의 에너지 선생은 내게 어떤 이미지로 남았냐 하면, 조금은 옛날 배경인 만큼 스승에게 꼼짝 못하는 소년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수동. 그의 가족들이 대거 등장하고 에너지 선생님과의 동거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두사부일체를 안다면, 아사부 일체는 아는가? 

내 멋대로 지어봤다. 아버지와 스승은 하나다. 이런 뜻으로.

아버지의 은사이자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그는 사실 아버지보단 한 수, 아니 두 수 위로 보이긴 했다.

에너지 선생은 이 집안의 최고 어른이다. 동거가 시작된 이유는 수동이 아버지의 잦은 외박때문이었다. 수동이 아버지의 버릇을 고치고야 말겠다며 집에 들어온 에너지 선생. 물론 사업상의 이유로 외박을 한 것이지만, 에너지 선생에겐 통하지 않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그 불똥이 다른 식구들에게까지 모두 튀었다. 포고령이라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야 했다.

먼저, 귀가시간 제한!

남자는 9시, 여자는 8시로 정한 통금 시간. 쫌 불공평한 감이 있지 않나?

그리고, (수동이 아버지를 제외한) 자가용 이용금지!

4남매는 등교길에 차기사 아저씨의 뒷 자석대신 버스를 이용해야 했으며,

취침 시간 엄수!

불 끄는 시간 11시, 기상 시간 6시라니... 포고령을 읽는 내내 나에게 에너지선생이 없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지 검열, 방 안에서 세수 금지, 시끄러운 소음 금지 등이 있었다.

 

불평 불만 첫만남! 그리운 에너지 선생과의 추억.

이제는 돌아가신 선생님을 그리는 수동의 모습이 첫 페이지를 자리 잡는다. 에너지 선생과의 추억 속에 존재하던 말썽꾸러기 수동이는 어엿하게 성장하다 못해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는 처지다. 이제 어엿한 사장님으로 머리마저 희끗희끗하다.

살같이 빠른 세월, 그 추억이란 것이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생활이었고, 때론 수동이가 맞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었다.

다 큰 제자의 외박을 고치려 갑작스레 들이닥친 에너지 선생이 솔직히 이해가 안되었다. 약간의 오지랖이 넓을 지도. 아니면 정이 많을 지도. 그것도 아니면 약간 괴짜?!

그러나 명랑 소설답게 아주 명랑하다.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를 잘 나타내 주는 책이랄까? 에너지 선생은 이십대인 내 또래보단 엄마, 아빠 세대가 보는 게 더 어울릴 듯 하다. 단, 냉정히 말한다면 지금의 트랜드는 염두해 두지 않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당연 7080세대에겐 적극 권해주고 싶다.

이책만의 특징은 문체가 간단명료하여 책을 게을리, 멀리 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또 작가가 남자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작가 조흔파의 작품은 70년대 큰 인기를 모았고 하이틴 영화의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 <고교 얄개>는 나도 들어보았다. <에너지 선생>도 인기였다는데 최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20년 만에 다시 책으로 펴 냈으니 그 세월의 무력함 앞에선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겠으나, 반대로 20년 만에 냈는데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란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것은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다는 것. 의미있었던 것은 30년 전 영화가 되었던 이 작품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점에 의의를 둔다.

책 속의 에너지 선생님은 죽었지만, 현실엔 언제나 살아 숨쉰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분에게 이 책을 전해드리고 싶다. 에너지 선생을 보며 내 얘긴데, 하며 빠져들지 않을까? 





"에너지 버스 아니고, 에너지 선생?"

요즘 읽고 있는 책 제목이 에너지 선생이라는 말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이런 말 듣기 충분하다.

표지를 보던 엄마의 "만화책 아니야?"라는 말도 이해가 될 법 했고. 그런 이미지의 에너지 선생은 내게 어떤 이미지로 남았냐 하면, 조금은 옛날 배경인 만큼 스승에게 꼼짝 못하는 소년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수동. 그의 가족들이 대거 등장하고 에너지 선생님과의 동거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두사부일체를 안다면, 아사부 일체는 아는가? 

내 멋대로 지어봤다. 아버지와 스승은 하나다. 이런 뜻으로.

아버지의 은사이자 아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그는 사실 아버지보단 한 수, 아니 두 수 위로 보이긴 했다.

에너지 선생은 이 집안의 최고 어른이다. 동거가 시작된 이유는 수동이 아버지의 잦은 외박때문이었다. 수동이 아버지의 버릇을 고치고야 말겠다며 집에 들어온 에너지 선생. 물론 사업상의 이유로 외박을 한 것이지만, 에너지 선생에겐 통하지 않는 변명이었다.

그런데 그 불똥이 다른 식구들에게까지 모두 튀었다. 포고령이라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야 했다.

먼저, 귀가시간 제한!

남자는 9시, 여자는 8시로 정한 통금 시간. 쫌 불공평한 감이 있지 않나?

그리고, (수동이 아버지를 제외한) 자가용 이용금지!

4남매는 등교길에 차기사 아저씨의 뒷 자석대신 버스를 이용해야 했으며,

취침 시간 엄수!

불 끄는 시간 11시, 기상 시간 6시라니... 포고령을 읽는 내내 나에게 에너지선생이 없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편지 검열, 방 안에서 세수 금지, 시끄러운 소음 금지 등이 있었다.

 

불평 불만 첫만남! 그리운 에너지 선생과의 추억.

이제는 돌아가신 선생님을 그리는 수동의 모습이 첫 페이지를 자리 잡는다. 에너지 선생과의 추억 속에 존재하던 말썽꾸러기 수동이는 어엿하게 성장하다 못해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는 처지다. 이제 어엿한 사장님으로 머리마저 희끗희끗하다.

살같이 빠른 세월, 그 추억이란 것이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생활이었고, 때론 수동이가 맞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있었다.

다 큰 제자의 외박을 고치려 갑작스레 들이닥친 에너지 선생이 솔직히 이해가 안되었다. 약간의 오지랖이 넓을 지도. 아니면 정이 많을 지도. 그것도 아니면 약간 괴짜?!

그러나 명랑 소설답게 아주 명랑하다.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를 잘 나타내 주는 책이랄까? 에너지 선생은 이십대인 내 또래보단 엄마, 아빠 세대가 보는 게 더 어울릴 듯 하다. 단, 냉정히 말한다면 지금의 트랜드는 염두해 두지 않은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당연 7080세대에겐 적극 권해주고 싶다.

이책만의 특징은 문체가 간단명료하여 책을 게을리, 멀리 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또 작가가 남자라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작가 조흔파의 작품은 70년대 큰 인기를 모았고 하이틴 영화의 붐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의 작품으로 <고교 얄개>는 나도 들어보았다. <에너지 선생>도 인기였다는데 최근 처음 알게 된 것이다. 20년 만에 다시 책으로 펴 냈으니 그 세월의 무력함 앞에선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겠으나, 반대로 20년 만에 냈는데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란 생각도 들었다.

아쉬운 것은 크게 공감을 하지 못했다는 것. 의미있었던 것은 30년 전 영화가 되었던 이 작품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점에 의의를 둔다.

책 속의 에너지 선생님은 죽었지만, 현실엔 언제나 살아 숨쉰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지금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분에게 이 책을 전해드리고 싶다. 에너지 선생을 보며 내 얘긴데, 하며 빠져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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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걸작인간. 그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 이미 스물다섯 살이었고, 183 센티미터의 키에 79 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났다.

프롤로그를 보면 그의 탄생을 알려준다. 이제 이 한 줄로서 그를 상상하기에 수월해졌을 것이다. 신新인간인 그를 외모만으로 알 순 없겠지.

책의 표지만 보면 마치 공포소설이나 괴기 소설 같아 보였다. 종잇조각 같기도 한 머리는 내게 투명인간을 연상시켰다.

그는 과연 축복받는 인간일까? 비극으로 끝나는 건 아닐 런지 궁금해졌다.

 

배경은 프로메테우스 병원과 이후, 신인간이 거주할 공간 정도(겜부르크의 2층 집, 아트리에)로 보면 될 듯하고.

등장인물은 일곱 명 정도. 로트호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해서 간추렸다.

 

레나-마리아 크라프트 박사. 21세기 프로메테우스가 되다.

창조주라 하기엔 실질적인 수술집도의 로트호프의 공이 더 커보였지만, 이 같은 위험한 발상을 수긍해준 장본인이라 창조주라 하겠다.

프로메테우스 재단에서 이식 길잡이를 하는 그녀는 평상시에는 렌즈를 착용 하지만, 병원에선 불테 안경을 쓴다. 근무할 때는 늘 남들이 비웃는 구식 면 가운을 입었고, 한 가닥의 흐트러짐도 없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고집한다. 평소와 같은 것이라곤 진한 눈 화장뿐.

그녀에게 면 가운은 갑옷과 같았다. 뇌사 선고를 전하기 위해 환자의 가족을 대할 때면 괴로웠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그들 앞에서 감정의 흐트러짐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갑옷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뇌사판정을 받아들이도록 보호자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만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환자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레나가 뇌사 판정을 하게 되는 18세, 몸짱 남성이자 훗날 신인간의 몸이 되는 요제프 메치히. 그는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했고, 살아생전에 장기이식에 동의를 했었다. 그의 뇌는 멈췄지만 몸은 온전한 나머지 그의 생모(카라 메치히)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 아들과 비슷한 처지인 게로의 모습을 보고 이본네(게로의 부인)와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결의를 다지게 된다. 그녀들의 선택으로 그는 훗날, 그의 소유라곤 머리뿐인(?) 장례를 치르게 된다. 카라의 의지로 요제프의 여자 친구인 리타 지몬에게는 비밀로 한 채 모든 것이 진행된다. 과연 요제프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수술을 동의했을까? 내 생각엔 동의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의 사고가 자신이 귀가를 재촉했던 탓이라고 여기는 리타를 위해서라도.

훗날 신인간의 머리가 되는 게로 폰 후텐. 32 세의 게로는 화가로서 인정을 받는 시기에 갑작스런 사고로 두 손을 못 쓰게 된다. 그는 화상으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 할 정도로 가망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며 점점 삶의 희망을 잃었는데, 요제프의 몸 덕분에 새 생명을 살게 된다. 하지만, 수술 후 그는 여러 자아와 주도권 싸움을 해야만 했다. 끈질기고 치열하게. 자신의 의지로 동의한 수술의 댓가였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그를 어떻게 변하게 했을까? 결과를 알았다면 그는 과연 수술에 동의를 했을 런지...

 



각자의 행복에 충실한 그녀들 - 카라와 이본네, 그리고 리타.

세 여자는 신인간과 뒤엉킨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이고, 각자의 행복에 입각한 입장에 충실한 인물들이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카라나, 남편에게 수치스럽게 거절당하는 이본네를 보면 연민이 느껴졌지만, 찝찝함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온 리타의 충격적인 모습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보다도 더 소름 돋는 것은... 레나였다. 레나가 리타와 그의 계속되는 성관계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 로트호프와의 연정을 보더라도 레나는 쿨한 여자 같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상 다가가지 못하는 거라면 그러려니 이해는 되지만, 여자로서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혼란스러운 작품?!

이 소설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은 당연,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작품에 굉장히 많이 반복되는 명언이며, 이야기도 프랑켄슈타인이다. 하지만 자꾸만 언급되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었다.

작가는 처음엔 뇌가 먼저냐, 몸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던져 주었던 것 같다. 뇌가 죽는다면 진정 죽은 것일까 하는 의문.

자아에 대해서는... 1+1은 2, 라는 것보단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3이 등장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가는 혼란스러움을 의도한 것일까? 신인간이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또,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하는 행동이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신인간의 자아가 가죽 장갑을 벗고 쭈욱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가 너무나 불안해 보인다. 자애감이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다.

 과연 승자는 게로일까? 요제프 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인물 요르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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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여기는 데니스.

과잉 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는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로부터 여관에 버려진 후, 여덟군데 보육 시설에 있었다.

시설 두 곳에서 아동학대를 경험했고, 2년 이상 양부모 밑에 머무른 적이 없는 아픈 과거를 지닌 여덟 살 소년이었다.

세상은 어린 데니스에게 상처와 버려짐이라는 아픔만을 선사했고, 안정이나 안주한다는 것은 아이에겐 생소했을 터.

그러니 솔직히 표현하는데 서툴렀을 것이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서투른 아이였을 뿐이다.

어쩌면 아이가 자신은 화성인이라 지구인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나 미움받을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게 어찌보면 정상적이리라. 그런 아픔을 받아들이고 정상적으로 커주기만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그런 아이를 아무도 사랑해주려, 아니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또래의 시설 아이들은 물론이고 담당 사회복지사까지도.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유머러스한 독신남 데이비드.

그는 오랜기간 자신의 약점일 수 있는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안고 아이의 양육권을 얻지 못할까봐 괴로워하며 마음을 조린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전적으로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데니스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자기 아들이라 여기고 상담을 하게 되지만, 사회복지사는 아이에 대한 단점과 나쁜 말만 되풀이 했다.

"데니스에겐 화성인이 되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만큼 화성인이 되게 내버려 두어요."

데이비드가 사무적이며 아이의 장래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복지사에게 한 말이다.

그는 아이를 입양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명확히 대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의 아버지가 된 후에야 그 답을 점차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아침으로 몽구스 절임을 먹자는 데이비드.

그의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듣던 데니스도 유머를 배우고 적응기가 필요했다.


무한 상상력으로 농담을 하고 유쾌한 행동을 하는 데이비는 작가였다. 살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던가? 나는 있다.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녀에게 이 책을 권해주리라, 마음먹으면서 데이비드를 사랑스런 눈길로 읽어내려 가고 있었다.

그는 데니스의 상처를 씻어주고자, 필요로 하는 아빠가 되어 주고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을 아이와 나누었는데... 

아이의 입으로 듣는 지난 과거의 아픔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렇다면, 그의 직업이 아들의 양육에 십분 발휘된 것일까?

책 속에, 그의 삶속에 작가라는 것은 항상 녹아 있는 듯 보였다.

초콜릿보다 레인보우 셔벗(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며, 화성인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꼭 이루어지는...

정말 또래 지구인 아이와는 조금 다른 이 소년을 그는 사랑한다. 아이도 아빠를 사랑한다.

데이비드의 개, 썸웨어의 운명과 함께 부자에게 큰 고비도 찾아오고, 잊혀질만 하면 또 찾아온다.

그런 역경속에서 싱글 파파는 아이의 마음을 얻어 낼 수 있을까? 시작부터 아이에게 아빠가 되어도 좋은지 동의를 구한 그였다.

 

책을 읽으면서 큰 소리로 웃는 나를 발견했다.

난쟁이와 반지 전달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조금 진지해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웃을 때마다 페이지 넘버가 매겨진 모서리를 접어 표시해놨다. 다 읽고 보니 총 일곱 번이 졉혀 있었다.

처음에는 진지했기에 슬픔이 가득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그의 유머가 통한 것이었겠지. 물론, 접혀지지 않은 나머지는 진지하거나 때론 심각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 게이아빠를 두둔하는 아이의 병신이라는 욕설에서는 아빠편을 드는 말이었기에 웃음이 나왔지만,

다음에 또 등장하는 거친 욕설은 웃음을 거둬가기에 충분했다.

왜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주의를 주지는 않는 걸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하지만 과잉 행동 장애아들에 대한 많은 책과 지침서를 통달한 그가 어련히 잘 선택해서 대처하겠는가.

어쩔 때에는 아이에게 따끔한 충고나 사랑의 매도 들어야 하는 것이 부모이고 가슴아픈 말을 듣고 상처받는 것도 부모일 텐데...

버려짐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여행가방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도 힘든 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화소설이라니, 감동은 두배였다.

과연 영화화되고, 휴고 상과 네뷸러 상 등을 연이어 수상할만 하다.

짧은 소견이겠지만, 내 평은 한마디로 가슴 뭉클하고 때론 유머러스하며, 너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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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하지 무라드 - 톨스토이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슬픈 영웅 이야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 페이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색채가 강한 소설?

 

톨스토이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의 손에서 자라났다.

장성하여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형식적인 수업에 실망한 나머지 귀향.

그러나 도시의 떠들썩한 생활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히트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타박하지 못하는 위대한 작가임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인물 묘사의 천재적이란 극찬에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유명한 문인들의 숭배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는 외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슬픈 영웅이야기처럼 그의 삶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무라드의 비극적인 결말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너무나 징그러우리만치 끔찍했으므로...

톨스토이는 실제로 실존하는 카프카스의 영웅 하지무라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이 영웅을 그려내기 위해 8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조사를 마친 뒤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놀라웠다.

집필기간은 자그만치 8년...

 

 

누가 하지무라드를 슬픈 영웅으로 만들었을까?

 

사실 하지무라드는 전쟁은커녕 문제가 되었던 저항운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위인이었다.

그저 풍족한 돈과 말과 무기가 있는 그 생활에 만족했고 쾌락에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인물에게도 총, 칼로 쑤셔대면 별 수 있겠는가.

그는 형제와 지인들의 참극을 겪으면서 러시아 측 트빌리시의 최고사령관에게 도움을 청하였지만 대답만 할 뿐.

도울 의사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되고, 샤밀 편으로 가담하게 된다. 

그 밑에서 전쟁 영웅으로 이름을 떨치다가, 샤밀의 미움을 사게 되어 결국엔 러시아에 투항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가 러시아에 투항할 결심을 한 무렵부터 시작된다.

초반에는 비록 쫓기는 몸이지만 그를 추종하는 이들로부터 은신할 수 있는 도움을 받게 되는데 참으로 의로운 이로 비춰진다.

러시아에서도 투항한 그를 환대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샤밀에게 포로로 붙잡힌 식솔들 걱정에 발목이 붙들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

간곡한 그의 포로교환 요구에도 러시아 측은 못들은 체 한다. 그러니 그 결말이 어찌 되었을까.

자신의 집에 은신시켜준 쿠낙(친구 혹은 손님)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러시아의 실질적인 권력! 보론초프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의 립 서비스를 보고 있자니.

솔직히 조금은 구역질이 났다. 절대적인 힘 앞에선 맹종하는 우리 현실을 꼬집은 듯해서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눈 밖에 나면 제거되고 마는 현실이야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달라지겠냐마는...

이따금씩 등장하는 부정한 현실들이 양념으로 등장할 때 눈살이 찌푸려진다.

잠시잠깐 등장하는 아브데프의 죽음도 그렇다. 차남인 남편이(아브데프) 슬하에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자식이 많은 형대신) 입영하게 되어 부인은 상점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가 전사하자, 겉으로는 먼저 간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속으로는 뱃속의 아이아빠인 상점주인과의 재혼을 생각하며 안심하는 여자. 

외로운 일을 하고도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

겉으로는 서로 존중함을 담은 대화를 주고 받지만 언제든 서로 적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속내.

그러나 이러한 상황 전개는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어 간다. 현실이 그러하다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듯했다.

소설과 현실이 구분이 안되는 미묘한 경계,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잔인한 현실이...

결말 역시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터. 그래서 조금은 우울해지는 소설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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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가지 결정 -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억강부약, 즉 두 상대를 멀리서 견제할 때 약한 쪽을 도와 강한 쪽을 억제하는 것.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108가지 결정?

결정이라, 책을 읽기 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일단, 한 여섯 가지가 떠올랐다.

이순신 장군, 태조 왕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신라의 삼국통일,  일제시대의 독립 운동, 광개토대왕의 영토확장.

아무래도 옛 조상들 중에선 이분들이 퍼뜩 떠오르는지라.

 

신라의 삼국통일은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모두 국사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시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아~ 그랬었지, 하며 머릿속에 지우개를 없애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책의 역사속 시간중 내 눈이 오래도록 머문 곳은 삼국시대.

밖으로는 백제에게 영토를 빼앗기고 안으로는 암탉론에 시달리던 신라의 여왕이 위기에 쳐해있을 그 시간이었다.

이럴 때, 선덕여왕의 오른 팔인 김춘추가 없었더라면 나당동맹은 커녕 통일도 힘들지 않았을까?

나당동맹은 108가지 결정중 3위에 올랐지만, 개인적으로 2위에 올라도 손색이 없다 생각한다.

그들은 말한다.

신라와 당나라가 손을 맞잡고 통일을 성공한 것을 두고 외세의존과 중국에 대한 예속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바로 책 편찬에 참여한 교수및 연구원들이 말이다.

이처럼 책 속에 결정들에 대해 하나씩 등장함과 동시에 그들의 (개인적일 수도 있는) 의견 또한 함께 새겨져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몰랐던 혹은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들이 적은 내용이 정확히 맞다면 말이다.

아주 먼 옛날, 오늘날과는 비교도 안되게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한 이도 있었다.

왕비가 재가 되어 경복국의 하늘로 날아가고 있는 동안, 그녀의 시아버지는 일본의 호위를 받으며 당당하게 궁궐로 들어섰다.

그리고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아들, 고종을 위협해 정권을 빼앗았다. 바로 대원군의 이야기다.

그러나 대원군이 처음부터 며느리와 원수관계는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 그녀를 마음에 두고 며느리로 낙점한 것은 대원군이었다.

그러나 왕비의 외척세력이 정권을 장악하려 들자, 이를 두고 볼 위인이 아니었던지라, 그때부터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다.

1871년에는 명성왕후가 고대하던 아들을 낳았으나 대원군이 보낸 보약을 먹고 8일 만에 죽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진짜 손자를 죽이기야 했을까?

그리고 그녀가 죽을 때엔 왕비로 불리지 않았다고 한다. 명성왕후로 불린 것은 그녀가 죽고 2년 후부터였으니 드라마나 뮤지컬에서 표현된 것은 약간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까지 실리며 연대기처럼 한국사가 담겨있다.

그러니 운명을 바꾼 결정의 세월이 얼마나 긴지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

그 결정이란 것들을 열거해 놓은 것에 크게 거부감이나 내 의견과 반대되는 내용은 없었다.

단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탄핵이라는 내용이 주가 되었기에 조금 뭐하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만 쏙 빠진건,

아마도 현재 집권하는 정치판 우두머리이자 아직 임기가 다 차지 않아 왈가왈부하기 뭐할 터.

현재 시점에선 실망감이 더 큰 대통령으로 앞으로 돌아선 민심을 공략하려면 믿을만한 결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줄 일들을 벌인다면(모든 민영화, 대운하정책 등과 같은 것들) 

추후, 작가들이 책을 편찬할 때 그를 두고 나쁜 결과를 맞게 한 인물로서 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

그러니까 내 말은 바라건대, 역대 최악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거나 나쁜 업적으로 오르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아무튼, 이 책은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나열해 놓았다.

그렇다면 108가지 결정 중 단연 1위는 무엇일까?

한번 상상해보라.

꼭 정답이라 할 순 없지만, 많은 이들이 결정한 1위는 맨 뒷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그 결정에 이의없이 동의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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