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자신이 화성인이라고 여기는 데니스.
과잉 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는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로부터 여관에 버려진 후, 여덟군데 보육 시설에 있었다.
시설 두 곳에서 아동학대를 경험했고, 2년 이상 양부모 밑에 머무른 적이 없는 아픈 과거를 지닌 여덟 살 소년이었다.
세상은 어린 데니스에게 상처와 버려짐이라는 아픔만을 선사했고, 안정이나 안주한다는 것은 아이에겐 생소했을 터.
그러니 솔직히 표현하는데 서툴렀을 것이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서투른 아이였을 뿐이다.
어쩌면 아이가 자신은 화성인이라 지구인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나 미움받을 행동을 하는 것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런 행동을 보이는 게 어찌보면 정상적이리라. 그런 아픔을 받아들이고 정상적으로 커주기만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그런 아이를 아무도 사랑해주려, 아니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또래의 시설 아이들은 물론이고 담당 사회복지사까지도.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유머러스한 독신남 데이비드.
그는 오랜기간 자신의 약점일 수 있는 게이라는 성 정체성을 안고 아이의 양육권을 얻지 못할까봐 괴로워하며 마음을 조린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전적으로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한다.
데니스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자기 아들이라 여기고 상담을 하게 되지만, 사회복지사는 아이에 대한 단점과 나쁜 말만 되풀이 했다.
"데니스에겐 화성인이 되어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원하는 만큼 화성인이 되게 내버려 두어요."
데이비드가 사무적이며 아이의 장래에는 관심이 없는 사회복지사에게 한 말이다.
그는 아이를 입양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 사회복지사의 물음에 명확히 대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의 아버지가 된 후에야 그 답을 점차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아침으로 몽구스 절임을 먹자는 데이비드.
그의 농담을 진담으로 알아듣던 데니스도 유머를 배우고 적응기가 필요했다.
무한 상상력으로 농담을 하고 유쾌한 행동을 하는 데이비는 작가였다. 살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던가? 나는 있다.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녀에게 이 책을 권해주리라, 마음먹으면서 데이비드를 사랑스런 눈길로 읽어내려 가고 있었다.
그는 데니스의 상처를 씻어주고자, 필요로 하는 아빠가 되어 주고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을 아이와 나누었는데...
아이의 입으로 듣는 지난 과거의 아픔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그렇다면, 그의 직업이 아들의 양육에 십분 발휘된 것일까?
책 속에, 그의 삶속에 작가라는 것은 항상 녹아 있는 듯 보였다.
초콜릿보다 레인보우 셔벗(아이스크림)을 더 좋아하며, 화성인 소원을 빌면 신기하게도 꼭 이루어지는...
정말 또래 지구인 아이와는 조금 다른 이 소년을 그는 사랑한다. 아이도 아빠를 사랑한다.
데이비드의 개, 썸웨어의 운명과 함께 부자에게 큰 고비도 찾아오고, 잊혀질만 하면 또 찾아온다.
그런 역경속에서 싱글 파파는 아이의 마음을 얻어 낼 수 있을까? 시작부터 아이에게 아빠가 되어도 좋은지 동의를 구한 그였다.
책을 읽으면서 큰 소리로 웃는 나를 발견했다.
난쟁이와 반지 전달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조금 진지해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웃을 때마다 페이지 넘버가 매겨진 모서리를 접어 표시해놨다. 다 읽고 보니 총 일곱 번이 졉혀 있었다.
처음에는 진지했기에 슬픔이 가득하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실컷 웃었다.
그의 유머가 통한 것이었겠지. 물론, 접혀지지 않은 나머지는 진지하거나 때론 심각할 때도 있었다.
처음에 게이아빠를 두둔하는 아이의 병신이라는 욕설에서는 아빠편을 드는 말이었기에 웃음이 나왔지만,
다음에 또 등장하는 거친 욕설은 웃음을 거둬가기에 충분했다.
왜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직설적으로 주의를 주지는 않는 걸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하지만 과잉 행동 장애아들에 대한 많은 책과 지침서를 통달한 그가 어련히 잘 선택해서 대처하겠는가.
어쩔 때에는 아이에게 따끔한 충고나 사랑의 매도 들어야 하는 것이 부모이고 가슴아픈 말을 듣고 상처받는 것도 부모일 텐데...
버려짐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여행가방을 버리지 못하는 아이도 힘든 건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이야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실화소설이라니, 감동은 두배였다.
과연 영화화되고, 휴고 상과 네뷸러 상 등을 연이어 수상할만 하다.
짧은 소견이겠지만, 내 평은 한마디로 가슴 뭉클하고 때론 유머러스하며, 너무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