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하지 무라드 - 톨스토이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슬픈 영웅 이야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 페이지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색채가 강한 소설?

 

톨스토이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친척들의 손에서 자라났다.

장성하여 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형식적인 수업에 실망한 나머지 귀향.

그러나 도시의 떠들썩한 생활을 잊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히트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타박하지 못하는 위대한 작가임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인물 묘사의 천재적이란 극찬에 나 역시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유명한 문인들의 숭배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는 외로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슬픈 영웅이야기처럼 그의 삶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무라드의 비극적인 결말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진다. 너무나 징그러우리만치 끔찍했으므로...

톨스토이는 실제로 실존하는 카프카스의 영웅 하지무라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이 영웅을 그려내기 위해 8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조사를 마친 뒤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놀라웠다.

집필기간은 자그만치 8년...

 

 

누가 하지무라드를 슬픈 영웅으로 만들었을까?

 

사실 하지무라드는 전쟁은커녕 문제가 되었던 저항운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위인이었다.

그저 풍족한 돈과 말과 무기가 있는 그 생활에 만족했고 쾌락에 빠져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인물에게도 총, 칼로 쑤셔대면 별 수 있겠는가.

그는 형제와 지인들의 참극을 겪으면서 러시아 측 트빌리시의 최고사령관에게 도움을 청하였지만 대답만 할 뿐.

도울 의사가 전혀 없음을 알게 되고, 샤밀 편으로 가담하게 된다. 

그 밑에서 전쟁 영웅으로 이름을 떨치다가, 샤밀의 미움을 사게 되어 결국엔 러시아에 투항하게 된다.

이야기는 그가 러시아에 투항할 결심을 한 무렵부터 시작된다.

초반에는 비록 쫓기는 몸이지만 그를 추종하는 이들로부터 은신할 수 있는 도움을 받게 되는데 참으로 의로운 이로 비춰진다.

러시아에서도 투항한 그를 환대하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샤밀에게 포로로 붙잡힌 식솔들 걱정에 발목이 붙들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그.

간곡한 그의 포로교환 요구에도 러시아 측은 못들은 체 한다. 그러니 그 결말이 어찌 되었을까.

자신의 집에 은신시켜준 쿠낙(친구 혹은 손님)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러시아의 실질적인 권력! 보론초프에게 아첨하는 사람들의 립 서비스를 보고 있자니.

솔직히 조금은 구역질이 났다. 절대적인 힘 앞에선 맹종하는 우리 현실을 꼬집은 듯해서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눈 밖에 나면 제거되고 마는 현실이야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달라지겠냐마는...

이따금씩 등장하는 부정한 현실들이 양념으로 등장할 때 눈살이 찌푸려진다.

잠시잠깐 등장하는 아브데프의 죽음도 그렇다. 차남인 남편이(아브데프) 슬하에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자식이 많은 형대신) 입영하게 되어 부인은 상점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간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가 전사하자, 겉으로는 먼저 간 남편을 원망하면서도

속으로는 뱃속의 아이아빠인 상점주인과의 재혼을 생각하며 안심하는 여자. 

외로운 일을 하고도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

겉으로는 서로 존중함을 담은 대화를 주고 받지만 언제든 서로 적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의 속내.

그러나 이러한 상황 전개는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어 간다. 현실이 그러하다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듯했다.

소설과 현실이 구분이 안되는 미묘한 경계,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잔인한 현실이...

결말 역시 현실을 피해갈 수는 없었을 터. 그래서 조금은 우울해지는 소설인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