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걸작인간. 그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 이미 스물다섯 살이었고, 183 센티미터의 키에 79 킬로그램의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났다.

프롤로그를 보면 그의 탄생을 알려준다. 이제 이 한 줄로서 그를 상상하기에 수월해졌을 것이다. 신新인간인 그를 외모만으로 알 순 없겠지.

책의 표지만 보면 마치 공포소설이나 괴기 소설 같아 보였다. 종잇조각 같기도 한 머리는 내게 투명인간을 연상시켰다.

그는 과연 축복받는 인간일까? 비극으로 끝나는 건 아닐 런지 궁금해졌다.

 

배경은 프로메테우스 병원과 이후, 신인간이 거주할 공간 정도(겜부르크의 2층 집, 아트리에)로 보면 될 듯하고.

등장인물은 일곱 명 정도. 로트호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 해서 간추렸다.

 

레나-마리아 크라프트 박사. 21세기 프로메테우스가 되다.

창조주라 하기엔 실질적인 수술집도의 로트호프의 공이 더 커보였지만, 이 같은 위험한 발상을 수긍해준 장본인이라 창조주라 하겠다.

프로메테우스 재단에서 이식 길잡이를 하는 그녀는 평상시에는 렌즈를 착용 하지만, 병원에선 불테 안경을 쓴다. 근무할 때는 늘 남들이 비웃는 구식 면 가운을 입었고, 한 가닥의 흐트러짐도 없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고집한다. 평소와 같은 것이라곤 진한 눈 화장뿐.

그녀에게 면 가운은 갑옷과 같았다. 뇌사 선고를 전하기 위해 환자의 가족을 대할 때면 괴로웠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그들 앞에서 감정의 흐트러짐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갑옷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뇌사판정을 받아들이도록 보호자에게 유예기간을 주고 만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환자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레나가 뇌사 판정을 하게 되는 18세, 몸짱 남성이자 훗날 신인간의 몸이 되는 요제프 메치히. 그는 자전거를 타다 사고를 당했고, 살아생전에 장기이식에 동의를 했었다. 그의 뇌는 멈췄지만 몸은 온전한 나머지 그의 생모(카라 메치히)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다 아들과 비슷한 처지인 게로의 모습을 보고 이본네(게로의 부인)와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결의를 다지게 된다. 그녀들의 선택으로 그는 훗날, 그의 소유라곤 머리뿐인(?) 장례를 치르게 된다. 카라의 의지로 요제프의 여자 친구인 리타 지몬에게는 비밀로 한 채 모든 것이 진행된다. 과연 요제프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수술을 동의했을까? 내 생각엔 동의했을 거라 생각된다. 그의 사고가 자신이 귀가를 재촉했던 탓이라고 여기는 리타를 위해서라도.

훗날 신인간의 머리가 되는 게로 폰 후텐. 32 세의 게로는 화가로서 인정을 받는 시기에 갑작스런 사고로 두 손을 못 쓰게 된다. 그는 화상으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 할 정도로 가망 없는 자신의 몸을 보며 점점 삶의 희망을 잃었는데, 요제프의 몸 덕분에 새 생명을 살게 된다. 하지만, 수술 후 그는 여러 자아와 주도권 싸움을 해야만 했다. 끈질기고 치열하게. 자신의 의지로 동의한 수술의 댓가였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이 그를 어떻게 변하게 했을까? 결과를 알았다면 그는 과연 수술에 동의를 했을 런지...

 



각자의 행복에 충실한 그녀들 - 카라와 이본네, 그리고 리타.

세 여자는 신인간과 뒤엉킨 관계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이고, 각자의 행복에 입각한 입장에 충실한 인물들이다. 아들을 그리워하는 카라나, 남편에게 수치스럽게 거절당하는 이본네를 보면 연민이 느껴졌지만, 찝찝함을 떨치지 못하고 돌아온 리타의 충격적인 모습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보다도 더 소름 돋는 것은... 레나였다. 레나가 리타와 그의 계속되는 성관계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물론 과거, 로트호프와의 연정을 보더라도 레나는 쿨한 여자 같다.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상 다가가지 못하는 거라면 그러려니 이해는 되지만, 여자로서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혼란스러운 작품?!

이 소설과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은 당연,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작품에 굉장히 많이 반복되는 명언이며, 이야기도 프랑켄슈타인이다. 하지만 자꾸만 언급되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해서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었다.

작가는 처음엔 뇌가 먼저냐, 몸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던져 주었던 것 같다. 뇌가 죽는다면 진정 죽은 것일까 하는 의문.

자아에 대해서는... 1+1은 2, 라는 것보단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3이 등장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작가는 혼란스러움을 의도한 것일까? 신인간이 여자들의 행복을 위해 또,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하는 행동이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신인간의 자아가 가죽 장갑을 벗고 쭈욱 그들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가 너무나 불안해 보인다. 자애감이 없이는 불가능 할 것이다.

 과연 승자는 게로일까? 요제프 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인물 요르게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