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문화탐방기 - 마을의 소년들
지현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11월
평점 :
P, 18: 2018년 또 다른 1년제 대안학교에서 진행한 페미니즘 수업에서 소년들은 지루함과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앉아 있었다. (...) "페미니즘 개X같아요." "그따위를 왜 해야 하죠?" (...) 라고 내 얼굴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소년들 (...)
그러던 중 소년들이 마음을 연 것은 토니 포터가 쓴 [맨박스] 를 읽고 한 수업에서 였다. (...) 그때 나는 남설 청소년이 위치한 사각지대를 발견했다. 나이, 위계질서가 철저한 성인중심 한국 사회에서 항상 배제된다고 여기고 양육자와의 관계에서도 항상 약자이고 결정권 없는 수동적 입장에서 차별당한다고 인식하는데,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득권으로 불리고 잠재적 가해자로 불리고 차별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니 억울하고 분노할 만했다. (...)
1. 기득권 층에 대한 입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남성은 기득권 층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득권 층에 근접한 존재라고 해야 할까. 맨박스 자체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잘못된 시스템을 볼 수가 없게 만들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맨박스 (남자다움의 폐해)에 대해 알 기회도 적을 수 밖에 없어, 젠더 문제가 깊어지게 될 것, 하지만 맨박스 저항이 과연쉬울까? 의식전환, 저항이 어려울 만큼 매우 강하다. 그러니 젠더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야 한다.
읽다가 저자의 트라우마가 잠깐 지나가는데, '성별 구분'에 대한 얘기다. (P, 29)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서 '성별 구분'은 곧바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혐오로 해석되었고 그것을 근거로 혐오자인가 아닌가를 묻거나 그 대답에 따라 '진짜 페미니스트'와 '가짜 페미니스트'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성별 구분' 이란 자칫하면 '성별 이분법'으로 빠져 기타 다른 성별을 배제할 수 있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어쨌든 저자가 당시의 '성별 구분'에 대한 주장을 언급하지 않고, 배제의 여부 또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어쨌건 배제 한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2. 소년 문화가 긍적적인 부분만 존재하지 않기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분명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든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비난하기 전에 무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소년 문화의 부정적인 면은 어른들의 문화를 닮아 있다. 비록 어떤 대안학교의 소년들 얘기지만 게임이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스스로 제어할 줄 알고 있었고, 문제 의식을 하는 소년도 있었기에 놀라웠다. 또한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아버지와의 살가운 대화를 원했고 그리워했다. 거기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