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의 산부인과
이은해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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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94
법적 성인이 된 여성조차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의 의지대로 결정할 자유가 없다. 성관계를 해야만 '진짜 성인 여성'이 되기 때문이다. (...) '자기 결정권'은 기본적인 인권이지만 여성의 신제체 대한 자기 결정권은 너무나도 쉽게 지워지고 사라진다. (...) 2019년 낙태죄 헌법불일치 결정 이전에 낙태죄가 없던 1960년대 여성들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볼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1960년대에는 출산 제한 정책의 일환으로 낙태 수술을 국가 주도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출산율이 넘쳐날 땐 낙태 수술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출산율이 감소하자 낙태를 범죄로 들먹인다.

​여성의 신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누릴 수 없는 그런 사회적 환경, 그리고 의료문제들, 그리고 성소수자 차별로 구성된 이성애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질문들, 또한 성관계를 해야 진짜 여성이 된다는 사회적 통념과 처녀막 판타지를 추종하는 남성들 도대체 어느 장단이 맞춰야 하느냐는 말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던 도중 소개된 '보이지 않는 여성들'이라는 책을 어제 검색해봤다. 이 책에는 '젠더 데이터 공백'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사무실에서 여성들에게 에어컨 바람이 추운 이유는 여성의 평균 체온보다 5도나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표준 사무실 온도 공식이 1960년대 40세 70kg의 남성의 기초대사율을 기준으로 만든 곳이라고 한다. 즉 표준 사무실 온도를 결정하는 공식에 여성이 배제되어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도 마찬가지로 건반의 한 옥타브 간격은 18.8cm 여성 평균 뼘이 18cm, 여성 피아니스트의 87%가 불리할 수 밖에 없고 평균적인 남성은 편안하게 휴대폰을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다고 말하며 휴대폰 남성의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설명하였다. 정신의학과 라는 의료계도 정상 기준이 남성이다. 그 분야에서 남성은 사회적 요인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지만 여성만 그렇지 못한 채 호르몬의 문제로만 규정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용하거나 소비하며 살아가는 대부분이 이성애 백인 남성중심이거나 남성중심이라는 사실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는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평등하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옛날에는 정신의학과에서 '성소수자' 는 질병으로 분류되었다. 남성을 제외한 존재는 비정상적으로 분류되거나 규정된 셈이다. 그렇게 차별 받아왔기에 우리가 이런 목소리를 내야하고 내는 것이 아닌가.

여성들이 가야하는 병원을 '여성의학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얼마전에 추진되었으나 여전히 '산부인과'라는 명칭이 흔하고 여성 의사나 마저도 '질주름'의 잘못된 명칭인 '처녀막'을 사용하고 있다. 레즈비언은 병원은 이성애자 여성, 그리고 임신과 출산이라는 고정된 몸으로서 진료를 받는다. 비혼주의자도 이 책을 통해서 아는 것도 많아졌지만 한편으로는 화가 나는 지점이 더 생겨서 앞으로 의문을 가지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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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재라, 서남 전라도 서사시
조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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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0년대 전라남도 영암 지역에 사는여성들의 실화를 서사시로 재탄생 시켰다

​죽은 아우들의 바깥으로 나온 장기를 다시 몸 안으로 넣고 몸을 닦아주는 한 여성, 총살 당한 딸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여성, 방바닥에 갓난아기를 버려 두고 도망쳐야 했던 여성, 식칼 하나 들고 밭으로 향하는 여성 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는 이 시집을 읽기 전에 죄를 지었다. 초반에 이 서사시를 받았을 때 뭣도 모르고 재밌겠다는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번 바깥으로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겠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 영남 여성들의 한 맺힘을 통감하고 명복을 빌며 그 죄를 용서 받고자 했다.

​이 시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여성이 죽어갔다. 나는 살인자 놈들에게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따져 묻고 그들이 죽인 방식 그대로 너희도 똑같이 죽어야 하지 않으냐는 그런 마음이 생겨났다. 읽다보면 아마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왠지 그들만의 '그 놈의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서사시에는 '최제천'이 만든 '천도교'가 등장한다. 아마 학교 다닐 때 언뜻 교과서에서 들었던 것 같다. 삶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인간이 종교를 만들고 그 곳에 삶을 의존할까 싶다. 종교가 생기고 믿는 이유도 그런 거겠지만

​가족이나 자식을 잃거나 혹은 폭력적인 남성의 이야기 속에서 언제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던 것은 여성이었다. 여성으로서 참아야 할 것도 많은 시대일 것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다. 남성과 같은 인간임에도 제 몫을 챙기지 못하고 오로지 '희생'의 존재로만 여겨지고 그것이 타당하고 믿는 사회 속에서 그 시대의 남성들은 과연 얼마나 죄책감이나 양심을 느끼고 살았을지. 물론 지금도 미친가지겠지만

​나는 영남에 그 어떤 관련 연고가 없다. 그럼에도 영남 사투리가 크게 어렵지 않았고 사투리가 시의 전달을 깨기는 커녕 시가 내포하는 이야기를 더 강하게 잘 밀어주는 것 같아서 좋게 읽었다. 마치 내가 그 아낙네들의 옆자리에 앉은 것 처럼 그렇게 생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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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문화탐방기 - 마을의 소년들
지현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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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8: 2018년 또 다른 1년제 대안학교에서 진행한 페미니즘 수업에서 소년들은 지루함과 불편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앉아 있었다. (...) "페미니즘 개X같아요." "그따위를 왜 해야 하죠?" (...) 라고 내 얼굴 앞에서 당당히 말하는 소년들 (...)

그러던 중 소년들이 마음을 연 것은 토니 포터가 쓴 [맨박스] 를 읽고 한 수업에서 였다. (...) 그때 나는 남설 청소년이 위치한 사각지대를 발견했다. 나이, 위계질서가 철저한 성인중심 한국 사회에서 항상 배제된다고 여기고 양육자와의 관계에서도 항상 약자이고 결정권 없는 수동적 입장에서 차별당한다고 인식하는데, 남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득권으로 불리고 잠재적 가해자로 불리고 차별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니 억울하고 분노할 만했다. (...)

1. 기득권 층에 대한 입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남성은 기득권 층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기득권 층에 근접한 존재라고 해야 할까. 맨박스 자체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잘못된 시스템을 볼 수가 없게 만들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맨박스 (남자다움의 폐해)에 대해 알 기회도 적을 수 밖에 없어, 젠더 문제가 깊어지게 될 것, 하지만 맨박스 저항이 과연쉬울까? 의식전환, 저항이 어려울 만큼 매우 강하다. 그러니 젠더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귀기울여야 한다.

​읽다가 저자의 트라우마가 잠깐 지나가는데, '성별 구분'에 대한 얘기다. (P, 29)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에서 '성별 구분'은 곧바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혐오로 해석되었고 그것을 근거로 혐오자인가 아닌가를 묻거나 그 대답에 따라 '진짜 페미니스트'와 '가짜 페미니스트'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성별 구분' 이란 자칫하면 '성별 이분법'으로 빠져 기타 다른 성별을 배제할 수 있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어쨌든 저자가 당시의 '성별 구분'에 대한 주장을 언급하지 않고, 배제의 여부 또한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어쨌건 배제 한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2. 소년 문화가 긍적적인 부분만 존재하지 않기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분명 있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든다. 아이들을 통제하고, 비난하기 전에 무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소년 문화의 부정적인 면은 어른들의 문화를 닮아 있다. 비록 어떤 대안학교의 소년들 얘기지만 게임이나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 스스로 제어할 줄 알고 있었고, 문제 의식을 하는 소년도 있었기에 놀라웠다. 또한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아버지와의 살가운 대화를 원했고 그리워했다. 거기서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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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
지지엔즈 지음, 김진무.류화송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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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강조되는 '이고득락 (모든 축생(畜生)이 삼악도(三惡道)에서 벗어나 고통을 버리고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뜻으로 쓰는 불교의 진언)

離 : 떠날 리(이) 苦 : 괴로울 고 得 : 얻을 득 樂 : 즐거울 락

: 모든 축생이 삼악도에서 벗어나 고통을 버리고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는 의미인데 저자는 여기에 더해 깨달음의 ‘실천’도 비중있게 다룬다. (두산백과)

​사찰에는 법당 앞이나 일주문 왼쪽에 범종각(梵鐘閣)이 보이는데, 새벽과 저녁 예불에 앞서 종을 친다. 종을 칠 때는 언제나 지옥을 없애는 뜻을 담은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의 종송(鐘誦)을 한다. 특히 새벽 종송 때는 항상 지옥도(地獄道)·아귀도(餓鬼道)·축생도(畜生道)·수라방생도(修羅傍生道)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 "이 종소리 듣고 고통을 여의어 기쁨을 얻을지어다(聞此鐘聲離苦得樂)"는 이고득락의 후렴 진언으로 끝을 맺는다.

​이고득락은 모든 축생이 6개의 지옥, 이 가운데서도 특히 고통과 불행으로 가득한 지옥도·아귀도·축생도의 삼악도(三惡道)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외는 중요한 진언이다. 불교의 49재(齋) 의식 가운데 영혼을 천도하는 의식인 영산재(靈山齋) 역시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다 함께 불법을 깨달아 고통이 없는 기쁨의 세계에 이르기를 발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생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고통을 없애 주고 즐거움을 준다는 '발고여락(拔苦與樂)'도 같은 뜻이다.

불교를 배우는 것은 사실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과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은 다르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은 이전에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배울 때는 반드시 기존의 관점을 아예 제거해야 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일종의 지식 전체에 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 낡은 배를 완전히 뜯어내고 새 배를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기존의 낡은 관점을 아예 제거해야 하는 이러한 일 자체가 가장 어려운 단계이다. 이 어려움 또한 집착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철학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우리가 정말로 옛것을 제거하고 새것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고, 본래의 지식 기반이 이미 제거되어 아무런 지식 기반이 없는데 어떻게 새로운 지식이 기존의 낡은 지식보다 더 진상(眞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이점에 대하여 불교는 대체로 진짜로 새로운 관점을 파악한다면, 저절로 이것을 진실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진상을 발견하는 이러한 인식 과정을 ‘지혜의 직관(直觀)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한다. 마치 탐정이 안개처럼 뒤섞인 실마리 속에서 갑자기 하나로 꿰뚫는 일관된 생각을 보았을 때, 영감이 번쩍이고 안개가 걷히며 세상의 모든 것을 간파하여 하하 하고 크게 웃으며 한없이 기뻐하는 것과 같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불교를 읽고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상태를 ‘도를 깨우쳤다[悟道]’라고 한다. 하지만 도를 깨우쳤다는 것은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그 단계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리석음을 보고 어리석음을 없애라]

철학과 불교, 표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고 고리타분하여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불교 입문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를 현 시국에 맞에 풀어 서술 하였고 그런 선입견을 돌파하고 나면 어느새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변화를 갖는다. 불교는 그런 것 같다. 고통 속에서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는 일, 우선 우리가 불교의 깨달음을 배우려는 의지가 첫번째 순서다. 시작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 것 처럼, 출판사 덕분에 마음수업을 다방면으로 깨닫고 있는데 읽는 도중에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다 읽고 나면 분명 나는 바뀌어 있는 나지막한 수업을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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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이 잠들 때 - 심장석의 비밀
이스터린 키레 지음, 유숙열 옮김 / 이프북스(IF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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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키워드일 것이다. 전통 민담부터 인도, 그리고 나가랜드 등, 하지만 나는 이프북스를 통해서 일전에 정말 생소하게 느껴졌던 인도 페미니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다양한 색깔의 페미니즘 전문 출판사가 있지만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소설의 주인공은 남성 빌리다. 실망 하였는가? 페미니즘 소설의 주인공이 남성인 부분에 대해서도 굉장히 파격적이고 도발적이며, 편견을 깨부수기 좋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속 주인공 빌리는 우연히 ‘잠드는 전설의 강’의 이야기를 듣고 그 강에서 심장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기이한 악몽을 꾸다 결국은 그 심장석을 얻기 위해 정말로 모험을 결심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빌리 못지 않게 큰 역할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은 여성들이다. 이 소설에서 여성들이 부차적인 위치의 인물로 설정이 되어 있을지라도 소설 속에서 이 여성들이 없었다면 과연 스토리가 완성이 될 수 있었을까. ]

​문학을 통해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역할 혹은 위치를 부여받는 전개나 여성의 현실을 대변하는 스토리도 좋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에서 비록 여성들의 위치가 불평등 하더라도 그 위치도 여주인공이나 남주인공 못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라는 생각의 발상 이 책은 그런 생각도 들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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