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끝나지 않았어. 상고가 남아 있으니 잘 될 거야. 아니, 칼, 이게 다 뭡니까?"
[아티쿠스]는 아침 식사가 담긴 접시를 쳐다보며 물었다.
"톰 로빈슨의 아버지가 오늘 아침 이 닭을 보내오셔서 차려왔습니다." 칼퍼니아가 대답했다.
"그분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해줘요. 백악관에서도 아침식사로 닭고기를 먹지는 않을 거야. 이것들은 뭐죠?"
"둥근 빵인데 저 아래 호텔에서 에스텔이 보내왔습니다." 아티쿠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칼 아줌마를 올려다보자 아줌마가 계속했다. "핀치 변호사님, 그보다 가서 부엌에 뭐가 있는지 좀 보세요."
우리도 따라나갔다. 식탁 위엔 우리 가족이 일주일은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음식이 가득 쌓여 있었다.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덩어리, 토마토, 콩에 머루까지 있었다. 돼지무릎 비계절임이 담긴 병을 보고는 아티쿠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고모가 이것들을 식당에서 먹게나 할까?"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한스미디어) 64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상고가 남아 있으니까. 거기에 기대를 걸면 돼. 맙소사, 캘퍼니아, 이게 다 무슨 음식이지? 아빠는 접시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오늘 아침 톰 로빈슨의 아버지가 이 닭고기를 보내 주셨어요. 그래서 그걸로 요리했습니다.
고맙게 잘 먹겠다고 전해 줘요, 백악관에서도 닭고기로 아침 식사를 하진 않을 텐데. 아니, 이건 또 뭐야?
고기말이 요리예요. 저 아래 호텔에서 에스텔이 보내온 겁니다. 아줌마가 대답했습니다.
아빠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아줌마를 올려다보셨습니다. 그러자 아줌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변호사님, 잠깐 오셔서 부엌에 있는 걸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빠를 따라 나갔습니다. 부엌 테이블에는 가족 모두를 파묻고도 남을 만한 음식이 수북이 쌓여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며, 토마토며, 콩이며, 심지어는 머루까지 있었습니다. 아빠는 소금에 절인 족발 한 그릇을 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너희들 고모가 이걸 먹는 걸 허락할까?

《앵무새 죽이기》(열린책들) 394쪽

 

 

톰 로빈슨이 유죄를 선고받은 다음날, 메이콤 읍에 사는 흑인들은 감사의 표시로 〈요리〉를 보낸다. 대공황의 여파가 지나지 않았던 당시를 고려할 때, 그리고 〈요리〉가 주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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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7-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도 아름답네요, 에이바님. 언제나 그렇듯이요.

에이바 2015-07-03 13:12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오랜만이에요ㅠㅠ

CREBBP 2015-07-04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마의 일인자 영향이 크네요. 저는 어제 잠시 틈을 내어 로마시대 식생활 풍습사에 대한 다큐를 조금 봤는데 요리사 노예?는 전문직이었다고.. 돈도 많이 받았다는 갓 같았어요. 부엌에서 들쥐를 키워 잡아먹었대요. 그러니까 케이지에서 먹다 남은 부스러기들을 먹여서요. 달팽이 요리도 생고기며 맛좋은 음식을 잔뜩 먹여 몸이 집에 안들어갈칸큼 통통해지면 삶아먹었다더군요.

에이바 2015-07-04 20:48   좋아요 0 | URL
마리우스 부인 요리사도 돈 많이 주니 참는다더니 고증 최고네요. 들쥐 잡아먹은 건 놀라워요.. 푸아그라의 다른 형태요...? 요즘으로 치면 씨암탉? 신기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