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교전쟁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 종교를 앞세워 치르는 전쟁이니 만큼 전쟁의 목적은 신의 이름으로 신성시되고, 전쟁 중에 범한 범죄는 신에 의해 용서받는다(고 믿는다).
2.
대체로 종교전쟁이 여타 전쟁보다 잔인하고 야만적인 형태를 띄는 이유는 신에 의한 용서와 구원이 미리 약속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교도를 더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그것은 천국에 이르는 지름길이므로, 종교전쟁은 ‘관용‘과 ‘배려‘가 자리잡기 어려운 ‘증오‘와 ‘배척‘의 공간이 되어, 이교도는 ‘교화‘하거나 ‘절멸‘해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종교전쟁은 신에 의해 정당성이 이미 획득되었으므로 전쟁 중에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도 느낄 필요도 없어진다.
3.
과거의 종교전쟁이 신을 노골적으로 앞세운 것이었다면, 현대의 종교전쟁은 신을 세련된 방식으로 은폐한다. ‘인권‘, ‘평화‘, ‘보편‘의 이름으로...그리고 한켠에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
현대의 종교전쟁은 신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은밀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대의 종교전쟁이 오히려 과거의 종교전쟁보다 위험할 수 있는 것인 바로 이 때문이다. 실상 자신은 (다른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타종교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인권‘,‘평화‘, ‘보편‘ 등과 같은 가치 등의 이유를 들며 스스로의 종교가 우월하다는 인식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4.
인간은 십자군 전쟁 이후 1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과연 얼마만큼 인식의 진보를 이루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