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여자 전쟁
수 로이드 로버츠 지음, 심수미 옮김 / 클 / 2019년 3월
평점 :
이 책을 발견하게 된건 심심해서 알라딘 페이지를 이것 저건 보던 중..(심심하면 알라딘에서 책 탐방을 합니다.^^;;)
'여자 전쟁'이라는 책의 옮긴이가 심수미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고 '응?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상세페이지를 들어갔더니
역시나 JTBC기자인 심수미기자가 맞았다. ^^
'책도 번역하시고 그러시나..?' 그러면서 벌써 장바구니에.. 이미 결제완료... 나중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잠시 잊어버리려는 와중에 4월의 여성주의 책 읽기에 선정되었다는 기가막힌 타이밍! 이기도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는 중요하지 않은 사연..
비슷한 문제를 다루는 책을 여려권 읽다보면 '어? 이전에 읽었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길 본적이 있는데..' 라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전통.. 종교.. 전쟁중에 벌어지는 강간.. 등 여러번 내가 보았던 광경들이 또 되풀이해서 읽는 과정이 유쾌하진 않았다. 그만큼 지독할만큼 오래되어왔고 아직도 벌어지는 광경이기 때문이기에 여려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
나는 BBC의 다큐멘터리 <특파원> 담당부장을 설득해서 성착취 인신매매 업계와 유엔 평화유지군 그리고 병사들의 연관성을 탐사보도하게 됐다. 우리는 다큐멘터리 제목을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Boys will Be Boys'라고 지었다.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자주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는지를 드러내자는 취지였다.
(p.327)
이 대목에서는 너무 뜨끔했다. 여성문제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 이 책에 보았던 끔찍한 문제들을 보며 그럴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치부했던 때가 분명 있었다. 지금에서야 조금 인식을 하고나서 이런 문제들을 접하니 이럴 수가 있나? 충격을 받으며 책들을 읽어나가고 있지만 이런 나조차 생물학적인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으로 읽을 때와는 공감의 강도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당장 내가 하루아침에 바꿔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현실을 마주하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여러 알라딘 이웃들과 함께 여성주의 책 읽기도 하고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어설픈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의 저자인 수 로이드 로버츠는 여성의 문제만 천착해서 취재를 한 사람은 아니었다. 중국의 장기밀매, 미얀마의 군부부패등 사회, 경제, 국제 이슈룰 다 망라해서 탐사보도를 했던 영국의 유명한 르포 기자였다. 잠입취재의 선구자로서 여러 위험한 곳을 드나들며 취재를 해 많은 것을 담았다.
심수미기자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탐사보도를 하는 수 로이드 로버츠 기자가 특히 30년동안 여성 부분에 대해서만 이렇게 묶어서 책을 쓴데는 아마 그 모든 걸 관통하는 기본적으로 폭력의 구조에 최하위에 여자들이 위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았을까..라고 했었다.
그녀가 2011년 시리아에서 가짜 신분증을 들고 현지인 운전기사의 청각장애를 가진 여동생인 척하며 군인들의 삼엄한 검문을 통과했던 적이 있었으며 때로는 아마추어 조류학자 행사를 하거나 어느 때는 그저 물정 모르는 관광객인 척, 또는 남성 지배적인 세계에서 한없이 겁먹은 여성 여행자 척을 용기있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여러 국가에서 벌어진 것들이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문제가 한 특정국가에서만의 문제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감비아에서는 할례문제를..
아르헨티나 5월광장의 할머니들의 이야기..
너무 엄격한 보수주의 가톨릭 문화로 인해 생겨난 아일랜드의 사례..
사우디, 이집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의 전통적인 문제.
동유럽에서의 성 인신매매..
파키스탄의 강제결혼과 명예살인문제가 파키스탄 국내에서만의 일이 아닌 영국으로 이민해온 영국이민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상황..
보스니아 콩고 내전에서는 전쟁의 수단으로써 대규모 강간이 벌어졌던 사례..
전세계가 여성에 대한 끔찍한 일 투성이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는 것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 후 유엔은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명목상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법과 질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고 얼마 안가 인신매매범들과 그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해줄 것이다.
(p. 323)
동유럽에서 나타난 유엔의 평화유지군들은 이 나라에게 어떤 피해를 끼쳤는가..
왜 인신매매범이 끊이질 않았는지..
그들은 인신매매당한 여성들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함께 일했던 남자들의 태도가 어땠는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 볼코백은 고위 장교들 사이에 '전쟁터니까 어쩔 수 없잖아'식의 태도가 존재했다고 답했다. 그녀는 여성경찰관들이 남성 동료들로부터 겪은 성희롱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남자들이 다 그렇지'라는 만연한 분위기로 요약했다. 그녀는 자신들이 성적으로 학대하는 여자들을 경멸하는 남자들의 태도에 절망했다. "이 여자들은 전쟁터의 창녀들이고, 자신들이 원해서 몸을 파는 매춘부들일 뿐이라는 거죠."
(p. 342~343)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이 자리에는 어떤 모습이 발견되는가.
그게 쿠르드족의 방식이고 또 요르단과 파키스탄의 방식이다. 내가 방문하는 모든 국가에서 이 말을 들었다. 우호적 관계를 다지고 사업상 거래를 확정지으려고 떼어주는 필지처럼, 여성에게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라고 강요하고, 열네 살짜리 소녀를 사십대 중년 남자에게 보내버리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문제는 여성의 지위와 관련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성은 사고력도, 감정도 없는 재산의 일부로 여겨진다. 성숙하고 상호적인 성인의 애정관계를 가질 기회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의 처녀성과 절대적인 순종은 가족의 명예와 직결돼 있고, 이 명예는 여성의 목숨보다 중요하게 간주된다.
(p. 424~425)
그가 설명하기 위해 '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고 있는 걸까? 도대체 왜, 인류는 세계화되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분명히 더 풍부한 지식을 갖추었는데도 시대에 뒤처지고 이해할 수 없는 전통을 경외하는 마음을, 이성을 무시하고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집하고 있는 것일까? 전통이라는 아우라는 여성혐오를 감추고 심지어 범죄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되는가?
(p. 444)
이 두번째 발췌한 글은 저자의 분노한 모습이 그려진다. 전통이 이렇게 무섭다. 왜? 어째서 전통이란게 뭐길래 여성의 인권을 파괴하면서 까지 지켜야 하는 것일까? 전통, 종교등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실은 근거가 없으니까 인간의 생활에서 보다 한 차원 높다고 인식되는 전통, 종교라는 단단한 벽으로 근거도 빈약한 정당성을 애써 찾으려고 한다. 앞서 읽었던 책에서도 느꼈지만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도 이러한 비겁한 변명을 하며 무자비하게 권력을 누려왔던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 자신의 나라인 영국의 사례가 나온다.
성별의 임금격차 또는 차별에 대해 썼다. 그런데 이 장을 읽는 도중 갑자기 끊겨버린 부분이 있다.
엄마의 글은 여기서 끝이 났다. 엄마가 다음에 무엇을 더 쓰려고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p.543)
그 이유는 저자인 수 로이드 로버츠가 이 책을 집필하던 중 완성하지 못한 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버린 것이다. 수의 자녀인 세라 모리스가 나머지 부분을 대신 썼다. 비록 더 쓰려고 했는지 알지 못했지만 남겨진 쪽지와 엄마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며 조심스럽게 마무리 짓고 있다.
잘 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살짝(?) 깨작거린 분야가 임금격차였던지라 이 마지막 장이 나에겐 또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성별 임금격차를 실제로 비교해보면 당연히(?) OECD평균보다 차이가 더 심한 편이다. 이유들은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양분된 노동시장'인데 높은 전문성과 고임금을 받고 있는 직업군이 남성층이 강세인 곳이 많고 상대적으로 낮은 전문성과 저임금을 받고 있는 직업군이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격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게 의외로 한쪽에서는 격차가 정당하다는 논리로도 사용이 되고 있다. 남성이 고위험군을 담보하는 일을 하기때문에 임금을 더 받는다는 것이고 여성은 그만큼 저위험을 감당하고 있으니 저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은 자연스런(?) 어쩔수 없는 격차에 불과하다고도 설명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은 그것만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개인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 특성도 고려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의 차이 (보수적인 지역에서의 살아온 여성과 보다 덜 보수적인 지역에서 살아온 여성과의 차이)라던가 남성과 여성의 학력의 차이(요즘이야 성별간의 학력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이전세대의 경우는 차이가 꽤 날 것이고..)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자신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가 여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남성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믿게 했기 때문에, 남성들과 달리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p. 556~557)
이렇게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자체가 여성들에게 보다 진취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움추려 만드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임금 격차에 한몫을 할 수도 있다.
<일상의 성차별Everyday Sexism>이라는 책을 쓴 여성주의 운동가이자 "일상의 성차별 프로젝트"를 설립한 로라 베이츠는, 여성의 돌봄 의무가 임금 상승의 장벽이라는 논쟁이 애초부터 여성만이 돌보는 사람이라는 성차별적 전제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p. 558)
<뉴스 스테이트먼>의 부편집장인 헬렌 루이스는 이렇게 적었다. "'모성의 덫'은 자본주의의 가장 불편한 비밀 중 하나를 드러낸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대개 여성들의 너무도 많은 무급 노동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이 노동은 직장에서의 기회와 그에 따른 평생의 수익력을 희생해야만 가능하다. 이십대 남녀의 임금격차는 거의 근절되었지만 '모성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성의 임금은 출산에 전념한 시점부터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
(p. 560)
예전에도 말했지만 특히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생김에 따라 당장의 임금 손실 뿐만 아니라 역량을 쌓아야할 경력 초기의 시기에 쌓지 못하고 운 좋게 다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받았던 임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일을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모성 격차'로 설명하듯 모성 격차가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에 꽤 많은 부분을 담당 있다고 생각한다.
딸은 어머니의 인생을 보고 배운다. 나는 여자와 남자는 동등하며,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고 내 딸에게 수없이 강조해왔다. 사우디의 소녀들은 자신의 어머니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든 활동을 집안의 남자들에게 엄격히 통제받고 그들의 지시에 복종하며 지내는 것을 보면서 자란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의 자존감과 자부심은 땅에 떨어져 있다.
(p. 183)
나는 정말 엄마가 몸소 보여준 덕분에, 여성이라는 것이 나를 뒤처지게 만든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러니 엄마, 전혀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말아요. 나는 기자이자 어머니로서 당신과 당신이 이뤄낸 성취가 자랑스러울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엄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자면, 네, 여성들은 시도하고 경쟁해야 합니다. 엄마가 우리에게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요.
(p. 565~566)
앞부분에서 수 로이드 로버츠가 쓴 대목이 있다. 많은 여성 인권의 유린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딸에게 여자와 남자는 동등하며 적극적인 삶을 강조해왔었다. 실제 마지막 장에 딸인 세라 모리스가 그것에 대한 화답이라도 하듯 엄마 자신께서 스스로 몸소 보여준 덕분에 여성이라는 것이 수동적이거나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가 행했던 많은 취재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그녀의 딸을 잘 자라게 만들어 주었고 그렇게 무엇보다도 잘 아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마무리했다고 생각한다.
며칠전 한 기사를 봤다.
"Look at all those women!" (저 여자좀 봐!)
한 외신 기자가 지난 4월 신문의 날에 청와대 트위터 영문계정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남긴 메세지라고 한다.
청와대 트위터 영문계정에는 신문의날 행사에 문대통령이 참여한 사진이 첨부되었었다.
그 외신 기자는 현장 사진 속의 여성들을 주목하라고 했지만 정작 그곳에는 여성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여성 언론인이 소외된 한국 언론인에 대한 현실을 꼬집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기계적으로 여성언론인 몇명, 남성 언론인 몇명 맞추자는 의견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들이 점유한 언론 환경에서 언론이 여성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제아무리 고집스럽게 싸운다 하더라도 그토록 뿌리 깊은 여성혐오와 믿음, 그뿐 아니라 조직적 부패를 넘어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을 전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안다.
(p. 570)
출처 및 참고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699
미디어오늘, 신문의날 헤드테이블 자세히 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