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 권여선 소설집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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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영역>
전처의 딸을 오랜만에 만났으나, 둘은 아직도 모르는 영역이 있고, 데면데면하다. 한 번의 실수가 무엇인지 아쉽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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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소희가 너무 불쌍하다. 엄마한테 버림받고 언니한테 버림받고, 빚은 왜 남기고 떠났는지.. 핏덩이들만 버리고 간 엄마는 무슨 사정이 있다고 이해하기엔 정말 쓰레기다. 천벌을 받고 지옥에나 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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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한 달 땜빵 기간제 교사가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지만 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다.... 휴... 정규와 비정규를 가르는 경계만 알면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가름선에서 무수한 차별과 폭력과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 자기들의 바운더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들과 들어가려는 이들.. 우리 대학에서도 일어나는...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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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속 터진다. 담임도 아마 속 터져서 체념한 듯하다. 엄마가 저렇게 하니 아들도 저렇게 된 거 아닌가 싶다. 저런 걸 착해 빠졌다고 해야 하는 걸까? 답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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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의 가을>
4남매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돌아가시지도 않은 어머니의 유골을 두고 합장하니 마니로 티격태격한다.
막내는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단편이 제일 좋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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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갱이의 맛>
성대 낭종 수술 때문에 강제 묵언을 하며 새롭게 바뀐 전 남편.
역시 침묵은 금이고, 말은 할수록 안 좋은 것 같은데, 그걸 알면서도 매일매일 쫑알대니.....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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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7 말을 하지 못해서 겪는 불편함과 말을 하지 말아야 해서 겪는 불편함. 못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의 차이니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괜찮은 글이 많다. <너머>와 <송추의 가을>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은 참으로 글이 꼼꼼하다 못해 치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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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어나더커버 특별판)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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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심사평을 쓰면서 수상작의 줄거리나 작품 소개를 곁들였지만 이번엔 생략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을 아무런 정보 없이 꼭 한 번씩 읽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박성원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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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었다. 이것이 소설에 할 만한 칭찬으로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이 서술하고 있는 이 모든 슬프고 아픈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작가를 만나고 싶지 않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열여섯 청소년의 성장소설인 줄 알았다. 뭐 성장소설은 맞다. 근데 충격적인 성장 소설이다.
빈부격차와 잔인한 폭력... 열여섯 청소년들의 세계에서도 보인다. 무관심, 치기, 강압, 분노, 모순, 불합리.... 강아지 강이, 투어 강이를 통해 내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읽고 나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심사평대로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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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이 이 세상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하찮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자꾸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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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6 병원은 적당하게 다정해. 베개 냄새도 은은하게 다정해. 모두에게 무심하게 다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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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7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은 대부분 유치했고, 지혜로운 대답은 대부분 비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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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2
김아로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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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비밀스러운 밤>은 유행하는 라인 프렌즈의 캐릭터들이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이 어디선가 본 듯한 너무도 귀여운 캐릭터들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

선하고, 착한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며, 중간중간 그려져 있는 사진들이 웃음이 난다.
물론 너무 아기자기하고 선하고 예쁜 책이라 30대 중반의 남성이 읽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나는 괜찮은데…. 정말 괜찮은데…. 내가 이거 읽고 있는 걸 주변에서 본다면, 기겁할 수도 있으니, 주의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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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삶에 지쳐 있거나 너무 빡빡하게 살고 있을 때, 한 번쯤 재충전하며 쉬엄쉬엄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한 번쯤 훑어보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나오는 그림이 너무 귀여워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지쳐 있는 마음을 위로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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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 너희는 좋겠다, 나라는 친구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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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4 재미로 시작한 일이 열심히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을 때 무언가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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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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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가 있다. 형의 아내와 동생의 아내는 동갑이다. 동생의 아내는 형의 아내를 형님이라 부르고 형의 아내는 동생의 아내를 동서라고 부른다. 형의 아내는 동생의 아내보다 서열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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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왜? .
남편의 서열에 따라 아내들이 정해지는가? 아내들끼리는 나이도 동갑이다. 혈육도 아니다. 그런대 동생의 아내는 형의 아내를 형님이라고 호칭한다. 에서 시작된 책이다.

우리나라의 예전부터 오던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에서부터 내려오던 호칭이 아직까지 쓰이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차원이 아닌 잘못된 호칭이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이걸로 이야기를 쓰자면, 하루 죈 종일 써야 한다.
배윤민정작가의 생각을 적었는데, 어찌 보면 지독한 페미니스트(꼴페? ...)일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여성인권운동가라고 칭할 수도 있는 보는 사람의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느 나라에 고깃집이 있다. 이 나라의 고깃집에선 남자한테는 200g, 여자한테는 100g을 파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고깃집 사장은 이상하다 여기며, 여자가 혼자 오거나 아이와 오거나 가난해 보이거나 하면 조금 더 준다. 150g도 주고 200g의 유사할 정도의 고기를 준다.
이 사장은 분명 배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 고깃집 사장은 잘못했다고 말한다. 150g을 주며 배려했다가 아니라, 여자도 200g을 줬어야 한다. 사장은 법이 저런데 나를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 그래도 나는 배려해준 거라는 입장이지만, 설사 법이 저렇게 되어있어도 남자와 똑같이 여자 200g을 주면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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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냥 혼자 입 다물고 있으면 파탄도 없고 분란도 없다. 대신 변화도 없을 것이다.

나라가 변하면 점차 개인 가정까지 흡수돼서 변하는 게 우선이냐, 개인 가정에서부터 안 바뀌는데 나라가 변하겠냐 가 우선이냐의 문제이다.

응원까지는 못하지만, 욕은 하고 싶지 않다.
그냥 혼자 살던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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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4 어린 여자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 내러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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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8 ’갈등을 최소화하며 현명하게 변화를 끌어내라‘는 목소리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런 말들을 변화가 일어나기까지의 시간 동안 여자에게 차별을 감내하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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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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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세랑 작가 머리속은 일반 사람과 다른가?
무슨 이렇게 독특하다 못해 독창적이다. .
용기와 재화.. 과거 연인이지만, 서로를 잊지 못하는 연인이다. 그냥 일반적인 설정인데도 뭔가 독특하다.. 용기 글, 재화 글 하나하나 번갈아가면서 쓰는 것도 재화는 아예 작가 설정으로 대놓고 글 쓸 수 있는 설정도 정세랑스럽다. 몸에 글이 새겨지는 이 말도 안 되지만 정세랑이 쓰니 이해가 가는 글이다.

암튼 정세랑월드, 정세랑세계, 정세랑장르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출간했다 하면 베셀이니, 난다 일 잘하네.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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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0 때때로 인생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는데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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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나는 오늘도 네 좌표를 알지 못해. 우리의 좌표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알지 못해. 네가 나빴는지, 내가 나빴는지, 우주가 나빴는지 알지 못해.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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