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마르크 레비 지음, 장소미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유럽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단숨에 훅~ 몰입하여 재미나게 책을 읽었다. "마르크 레비"의 열세 번째 책이라는데 그간 왜 나와는 인연이 없었는지...


 《뉴욕타임스》 수석기자 앤드루 스틸먼은 20년만에 첫사랑 발레리와 우연히 재화하고 둘은 결혼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결혼을 앞두고 바에서 우연히 잠깐 만난 묘령의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이 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음을 자책하던 앤드루는 결국 결혼식을 마친 후 발레리에게 사실을 말하고 둘은 이별을 하게 된다.

어느 날 , 당시 과거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과 관련한 사건을 취재중이던 앤드류는 허드슨 강가를 조깅을 하던 중 피습을 당하게 된다. 곧 죽으리라 생각되던 순간 갑자기 의식을 되찾아 깨어난 앤드류. 그는 피습 당하기 62일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시간은 62일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을 죽인 자는 누구인지, 그리고 앤드루는 자신의 운명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


이제 앤드루는 자신을 죽인 용의자를 찾아내려 그럴만한 동기를 지닌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동료 기자, 그가 쓴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취재 중이던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피의자들, 자신의 연인이었던 발레리...


소설을 읽은 후 보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이라는 제목이 사실 이 소설에는 좀 약하다싶다.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감수성을 자극해서 로맨틱 소설이나 영화의 제목에 더욱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본 몇 편의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 불의의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나 며칠의 시간동안 죽기 전의 일들을 후회하고 또 그 일들을 다시 되돌리려 하는 내용을 담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속에 연인과의 사랑을 깨닫는 눈물 자아내는 로맨스와 멜로는 필수적으로 들어있었다.

다시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의 얘기를 하자면
이 소설 역시 위의 다른 이야기들과 중복되는 소재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 그것인데 , 다만 이 소설의 경우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것보다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게 된 사건의 내막과 또 그에게 닥쳐온 큰 시련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그 과정이 흥미롭고 또 몰입을 하게 한다.


"인생은 버튼 하나로 얼마든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계 같은 게 아니에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게 인생이고,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 p.69


앤드루는 자신의 살해 용의자를 추적해 가는 과정 중에 자신이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쓴 기사들이 누군가에게 예견치 못한 상처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인해 사랑하는 여인을 잃게 되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 소설의 제목이 담고 있는 주제일 것이다.
자신이 한 선택이 필연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이 소설이 정말 속도감있고 또 그 서스펜스가 압도적인 것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중국 영아 불법 입양 실태" ,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의 참상" 등이 실재 역사적 사건들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의 장르의 특성상 깊이 있게 다루고 있진 않으나 소설의 깊이감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일조를 했다 보겠다.


소설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어 독자들의 바램대로의 결말을 상상해낼 수 있겠고,

정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착한 주인공이 매력적인,
정말 속도감 있게 몰입해 읽을 수 있었던
대중적이면서 경쾌한, 탄탄한 구성의 재밌는 로맨틱 스릴러였다.

요즘 같이 일상이 무기력 할 수 있는, 또 더위에 지칠 수 있는 때에 함게 하기에 좋은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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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란 책은?

'tv책을 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먼저 보아버린 탓에 읽기를 미루어둔 책이다. 그 사이 블로그 이웃님들께서 많이들 읽으시고 서평을 올리신 탓에 더더욱 뒤로 미루어진 책이었다. 그간 준비한 시험 하나 치루고선 책 읽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른 보상으로 냉큼 집어든 책이다.

스트레스를 날리며 재미있게 쭉쭉 읽어가야겠다 했는데 왠걸~~~ 첫 장부터 예상 밖이다.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이 작가 줄리언 반스는 똑똑하구나,천재적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 생각이었고 , 책의 내용은 반전,막장 드라마틱해서 그래도 가독성이 훨씬 압도적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내 경우엔 틀렸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책의 시작은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주인공 토니 웹스터와 그의 친구들 앨릭스, 콜린, 그리고 총명하며 지적인 전학생 에이드리언 핀의 이야기이다. 세 소년은 전학생 에어드리언을 선망하고, 학교의 교사들 역시 에이드리언의 탁월한 지적 능력과 독특한 시각에 그를 아낀다.
토니는 브리스틀 대학에, 에이드리언은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에 진학하고,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와 사귀게 된 토니는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가 자신을 그리 친근히 대하지 않는 여자친구 가족들에게서 위축된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어머니로부터 “그녀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마”라는 묘한 암시 섞인 충고를 듣는다.
후에 토니와 베로니카는 헤어지고 어느 날 토니는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었다는 에이드리언의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토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받아 들인다는 짧은 편지를 보내고 그 일을 잊고 있었다. 그 뒤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토니는 친구로부터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40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육십대가 된 토니 앞으로 베로니카의 어머니인 사라 포드 부인의 유언장이 도착한다. 그에게 오백 파운드의 돈과 함께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긴 것이다. 그러나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베로니카가 가지고 있고, 그녀는 그것을 토니에게 내주려 하지 않는다.
토니는 에어드리언의 일기장을 돌려 받기 위해 베로니카를 만나러 나선다. 그리고 그는 40여 년 전에 그가 보냈던 또다른 편지 한 통과, 그것이 불러온 비극을 알게 된다.


"기억은 우리를 배반하고, 착각은 생을 행복으로 이끈다…"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 p.11


첫 장부터 글들이 자꾸 눈에 걸리고 밟힌다. 그동안 읽은 글들과 달리 철학적이며 풍자적인 문체라서 그런듯 하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한 듯 흘러가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유년기의 이야기는 그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난후 주인공 토니가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부터 조금 흥미진지해진다. 그리고 2부에 들어 서면서 부터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 토니는 정말이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책의 앞부분에 그가 얘기하는 사실과 그의 느낌을 그대로 따라 가고 이해하고 받아 들이다보면 후반부에 그의 기억이란 당시 본인의 마음에 불쾌한 인상 하나 때문에, 혹은 의심 한 점으로 주변인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내용을 읽는 이에게 전달하였음을 알게 된다. 도대체 그의 기억의 어디까지가 신뢰의 대상이 될런지 헤갈린다. 그래서 결국은 이 책을 다 읽고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한번 더 읽게 된다는 말들이 나오나보다. 결국은 다시 돌아가 읽었을 때 작품 행간에 숨겨진 뜻을 다시 객관적인 시점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 될것이다.

소설의 내용 중 젊은 시절 에이드리언과 토니가 교사가 주고 받은 철학적 질문과 답들은 이 소설의 주제와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역사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교사의 질문에 에이드리언이 라그랑주를 인용해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에 이 소설의 모티브가 있는 것 같다. 그 왜곡된 기억이 잔혹한 운명을 낳은 이야기가 바로 이소설의 내용이니까.

또, 주인공 토니는 젊은 시절 교사의 질문에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라고 답하나, 노년에 이르면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반전에 이르는 결말과 정교한 짜임의 구성, 그리고 세련되고 지적이며 철학적이면서 풍자적인 문체에 있다.
나의 경우 그 문체가 정말 인상적이었으며, 그 문장 하나하나에 철학적 사고 거리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은 시간동안
결국 우리를 배반한 기억과 착각이 이끄는 삶이 라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
마치 이 반전의 결말 하나를 위해 달려온 듯한 이 소설의 매력에 짧고 강하게 취할 수 있는 몰입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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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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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이라 하니 어릴적 보았던 공상 만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떠오른다. 보통은 알 수 없는 연유로 투명 인간이 된 등장인물은 그것을 이용해 갖가지 악행을 저지르거나 반대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선한 일을 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성석제 님의 "투명 인간"은 앞선 캐릭터와는 다른 의미의 "투명 인간"이다. 감동적이면서 슬프기도 한 그 "투명 인간 김만수"... 책을 읽은 후 가슴이 먹먹해온다.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한 남자가 한강 다리 위에 서 있다. 그는 김만수이다. 그런 그를 누군가가 알아보고 다가간다. 그는 어째서 투명인간이 된 것일까.

소설의 구성이 독특하다. 그래서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고 재미나다.
이야기는 김만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만수와 관련한 많은 주변인물들이 차례로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돌아가며 진술하는 형식이다.

두메산골에서 3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난 만수는 어딘가 모자란 듯하지만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인물이다. 어린시절 그의 외모는 큰 머리에 비해 가느다란 몸통에 유난히 길어 보이는 팔다리, 커다란 앞니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만수는 가난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도 묵묵히 삶을 받아 들이고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할아버지와 가족의 기대를 한껏 받았던 똑똑한 수재였던 형 백수는 월남전에 가서 고엽제 투하로 죽게 되고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아 가족의 터전을 정리하여 서울로 상경하게 된다. 서울로 상경한 만수네 가족은 산업화와 현대사의 여러 사건과 흐름 속에 큰 시련을 겪고,
만수는 가장이 되어 씩씩하게 가족들과의 생활을 꾸려나간다.

오빠 백수가 월남에서 받은 월급으로 사보내준 미싱으로 일을 하며 집안 살림을 꾸렸던 금희는 부모님 반대로 원하던 남자와 결혼을 하지 못하고 아무나 골라 덥석 결혼을 해 어렵게 살아가고

어느날 연탄가스에 중독으로 한 대밖에 없는 고압가스치료기로 치료할 사람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에서 동생 명희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그만 너댓살 수준의 바보가 되고

만수를 늘 무시하고 똑똑해서 서울의 인류 대학에 진학한 동생 석수는 운동권에 가담하게 되고 또 그와중에 한 여자와 동거도 하게 되어 나중에 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형 만수가 키우게 된다.

만수는 다니던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를 끝까지지키고자 하지만, 소송의 결과, 쟁의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되고...

이 상황에서 잘난 것도 없는 평범한, 아니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우직한 만수는 순박하게 , 헌신적으로 가족의 삶을 지켜나간다. 그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다. 그럼에도 결국 가족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투명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만수의 가족이 겪는 삶의 과정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성장하며 겪은 한국 현대사를 옮겨 놓은 듯 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인정받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을 가리켜 작가는 "투명인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만수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를 보았다. 평범한 우리의 아버지들을. 어려웠을 그 시절 끝내 가족들을 지키기위해 누구보다 착하게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나갔을 그 모습이 책 읽는 중간 중간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여러번이었다.

그러나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 삶을 이어나가는 만수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죽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사는 게 훨씬 쉽다. 나는 단 한번도 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게는 아직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지지하고 지켜줘야 한다. 내가 포기하는 건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다." -p. 365


"이렇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식구들 건강하고 하루하루 나 무사히 일 끝나고 하면 그게 고맙고 행복한거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을 때에도 가만히 참고 좀 기다리다보면 훨씬 나아져요. 세상은 늘 변하거든. 인생의 답은 해피엔딩이 아니지만 말이죠, 난, 난......"
- p.367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작가의 필치는 정말 훌륭하다. 여러 등장 인물이 돌아가며 주인공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서술하는 형식도 특이했고 , 또 그것을 시대를 건너 뛴 지금의 나의 세대가 읽기에도 거슬리지 않게 해학과 입담이 두드러지게 표현해낸 것 역시 좋았다.
그 시대를 겪었을 우리 아버지 시대의 독자들이 읽었다면 아른거리는 추억에 사로 잡혔을 것이고, 그러다가 결국엔 눈물을 쏟지도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쳤으나 끝내 투명인간으로 살았을 그 시대의 아버지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은 후 먹먹해오는 가슴으로
돌아가신 나의 아빠가 생각이나 여운이 가시지 않는 그런 책이었음을 고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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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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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인공 제스는 이제 막 열다섯 살이 된 소녀이다. 그러나 그녀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어느날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뒤 불안한 마음이 내내 든다. 가까스로 기력을 되찾은 할아버지는 여행을 떠나자고 재촉하게 되고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살 손녀의 이별여행은 시작된다.
여행지는 할아버지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
할아버지는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자신의 그림 '리버 보이' 를 완성하기 위해 때때로 붓을 드나 그의 건강과 체력은 쉽게 도와주질 않는다.
한편 제스는 그 곳에서 한 신비로운 소년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제스 라는 15세의 소녀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드리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의 삶과 죽음을 받아 들이는 자세와 그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제스의 할아버지의 미완성 그림의 '리버 보이'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도 일고 또 읽으며 마음속으로 추적해 가게 하는 점이 책을 흥미롭게 읽게 한다.

표지의 그림에서와 같이 빛나는 푸른 강물 빛과 그 물속에서 수영하는 제스의 모습, 그리고 정체모를 소년에 대한 묘사 등 그 풍경이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후에도 한 편의 아름다운 그림을 깊이 감상하고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의 주된 테마는 아마도 '강'이다.
사람의 생과 죽음을 '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P.192 -193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은 10대 소녀에게는 큰 상처와 아픔이 될 첫 이별이며, 또 살아가며 무수히 겪게 될 이별과 고통의 과정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또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과정일 것이다. 그런 소녀에게 '강'으로 상징되는 인간의 삶은 , 또 그것의 죽음은 끊임없이 흘러야하는 강물처럼 그렇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흘러보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10대인 제스의 정신적 성장의 모습이 맑고 순수하게, 또 심리 묘사가 세심하고 잔잔히 잘 되어 있어 이 작품이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하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성장소설, 청소년 소설로 흔히 분류되어지고 있으나 청소년 뿐 아니라 일반 성인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이지 않을까 한다.

극을 확 몰아가는 스펙터클한 몰입감은 없지만 조용히 잔잔하게 가슴에 물결을 일으키는 힘이 있는 아름다운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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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7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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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공중그네"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한다. 그의 유쾌하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문제의식이 담긴 글에 이미 매료되었기에 "마돈나" 역시 그의 이름을 믿고 읽은 책이라 하겠다.

이 책에는 5개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마돈나>, <댄스>, <총무는 마누라>, <보스>, <파티오> 로

표제작 <마돈나>는
같은 부서에 들어온 신참 22살 '도모미'를 남몰래 좋아하며 가슴설레는 상상만으로 마음에 담고 있으나 같은 부서 부하직원을 질투하고 아내가 자신의 이런 마음을 눈치챌까 조마조마해하는 마흔 두 살의 '하루히코'의 이야기다.

<댄스>는
가정에선 춤추는 것을 좋아해 댄서로의 진로를 희망하는 아들과 그것을 받아 들이는 아내 때문에 심란하고, 회사에선 강압적이고 권위주위적인 상사와 이에 부딪히는 동료때문에 괴로워하는 '요시오'의 이야기다.

<총무는 마누라>는
영업부에서 치열하게 일하다 잠시 2년만 총무부로 옮겨 근무하게 된 '히로시'는 전임부장과 총무부하 직원들이 그동안 사내 매점사장으로부터 받아 온 부정을 알고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스>는
새로 온 동갑내기 여자부장인 '요코'가 미모도 뛰어나고 일 또한 완벽하고 빈틈없이 하는 등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식들로 기존 부서내 관습적인 여러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못 마땅해하는 '시게노라' 의 이야기다.

<파티오>는
망해가는 테마파크 '파티오'에 늘 책을 읽으러 오는 어느 노인과 테마파크를 부흥시키고 싶어하는 직원 '노부히사' 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40대 중년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모두 40대 중반의 중간관리직 정도의 평범한 샐러리맨들이다.
그들은 모두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보수성들을 지니고 있기에 가족관계에 있어서나 직장에서 새로운 젊은 세대의 등장이나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인물의 등장에 혼란을 느끼고 또 자신의 기존의 보수성을 밀어부치거나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 소외되기도 하는 등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고 몸 싸움을 하기도 하는 등 그 모습들이 애처롭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 뒷모습이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 부분들을 읽을 때면 우리의 남편, 오빠, 아버지의 모습들이 오버랩되어 동정심마저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책의 주인공들은 다투어가기도 하며 서로의 입장을 양보하며 절충점을 찾는 모습도 보이고 또는 끝내 현실에 무릎 꿇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나 그들의 모습에서 직장인들의 사실적인 모습을 엿 볼 수 있어 웃음도 묻어 나온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늘 재미나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 사회 문제들에 대한 주제 의식이 담겨 있어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뚜렷한 줄거리와 주제 파악이 쉽다. 그래서 단편이 가지는 짧은 분량에서 오는 흐지부지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 덜해서 읽은 후 허무한 느낌도 적다.


다만 이 책의 경우 소설을 읽다보면 5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한 인물인냥 느껴져 5편의 이야기가 구조와 소재의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경우 , 40대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을 무겁지 않게 경쾌하게 풀어내어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나게 술술 읽어낼 수 있어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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