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공부 - 기적 같은 변화를 불러오는 작은 말의 힘 엄마의 말 공부 1
이임숙 지음 / 카시오페아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싫어요!" , "안할거에요."

올해 네 살인 우리 작은 아이가 요즘들어 부쩍 자주 쓰는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야단도 더 맞게 된다.
"미운 말 쓰면 미운 사람된다. 예쁜 말 써야지~~"
하고 나는 타이른다. 물론 혼부터 내고 말이다.
반면 9살된 큰 아들은 이젠 엄마 잔소리다 싶으면 본인에게 불리한 질문이나 말걸기에는 대답조차 않는다.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는 어른인 내가 이러쿵 저러쿵 말한들 그걸 다 알아 듣겠냐 싶어 얼른 커서 대화다운 대화가 되면 키우는 게 좀 쉬우려니 했다. 그런데 이제 대화가 통하려나 싶으니 다들 자기 고집이 있어 뭐든 자기들 고집대로, 주장대로 해야한다. 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라더니 갈수록 육아는 더 만만치가 않다.

나역시 아이들이 이리저리 흩트러지는 것은 못보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라 눈은 늘 아이들을 쫓아가며 시시콜콜 잔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피곤한 사람이다.

요즘은 여름 방학이라 아이들과 매일 붙어 지내며 더운 여름을 함께 하다보니 짜증섞인 잔소리가 늘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두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 내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을 내 말들을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어떤 날은 "아, 내가 말로써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거구나." 라는 뼈아픈 후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던 일상 중에 만난 책이 <엄마의 말공부>라는 책이다. 제목부터가 나에게 필요한 책임을 알게 하는 유익한 지침서였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속담이나 격언 등에서도 수없이 들어 왔지만 아이들을 키우며 이처럼 와닿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책의 저자는 15년간 2만 시간 이상 아이와 부모를 상담한 전문가로서 이 책에서는 '5가지 엄마의 말'로 아이의 변화를 이끄는 기적적인 말의 힘을 소개해 주고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님’처럼 대했지만 아이는 엄마를 '남'처럼 느꼈다면, 최소한 아이를 대하면서 '이럴 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지?'하는 궁금증을 한 번이라도 가졌다면 이제 정말 '엄마의 말 공부'를 시작해야 할 때다. " - 14쪽


말을 잘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그런데 어떻게 해야는거지?

이 책에선 5가지 '엄마의 말'을 제시한다. 이 책의 키포인트이다. 그것도 좋은 것이 ,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모든 아이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말에다가 가짓수도 딱 5가지이니 이처럼 손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또 그 발상이 재미난 것이, 세상 각각의 분야마다 모두 전문용어가 있듯이 엄마라는 역할에도 전문용어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 엄마 전문용어' 라는 용어를 붙여 만들어 낸 것.
그러나 어느 전문 분야 못지 않게 그 중요성은 실로 크다하겠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을 변하게 하는 언어이니까.

엄마의 전문 용어 5가지는 이것이다.

엄마의 전문용어 1. 힘들었겠다
"아이에게 고통이 있음을 알아주기만 해도 전혀 다른 모습, 다른 의미가 된다. " - 32쪽

엄마의 전문용어 2. 이유가 있을 거야. 그래서 그랬구나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이유가 있음을 믿어주자.그리고 물어보자. 그 이유가 혹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기꺼이 더 나은 행동을 선택한다. "- 40쪽

엄마의 전문용어 3. 좋은 뜻이 있었구나
긍정적 의도를 믿어주면 아이가 달라진다. 아이는 엄마가 찾아준 바로 그 긍정적 의도대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전문용어 4. 훌륭하구나
"부모가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따라 아이의 강점이 다르게 발전한다. 우리 아이의 단점으로 느꼈던 모습이 뒤집어 보면 아이가 앞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갈 훌륭한 강점이 된다. " -53쪽

엄마의 전문용어 5.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에게는 최고의 생각이 있다.
"살면서 부딪치는 상황은 순간순간 매우 다양하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자. 아이가 어려도 좋다. 혹시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는 순간부터 아이의 생각이 시작될 테니 말이다. " - 57쪽


책에서는 아울러 이 5가지 전문용어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사례와 지침 또한 함께 일러주고 있어 읽는 독자들로하여금 말 공부를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외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상에서 써먹는 엄마의 하루 대화법도 싣고 있는데

① 아침 시간은 전쟁? 천만에! 아이와 행복한 아침 만들기
아침에 아이를 깨울 때의 원칙,아침밥 잘 먹게 하는 법, 이 닦고 세수하고, 유치원과 학교에 가기를 기대하는 아이로 키우는 심리적 준비물과 구체적인 대화법을 소개한다.

② 방과 후, 아이가 성장하는 시간
학원 중독에서 벗어나 숙제와 공부를 즐겁게 하도록 도와주는 엄마의 말과 마음가짐을 구체적인 대화법을 통해 알려준다.

③ 놀이와 행복한 저녁 시간
제대로 놀아줄 줄 모르는 엄마들을 위한 대화법과 아이를 배움으로 이끄는 수학놀이, 말놀이, 배우놀이 등을 알려준다. 또한 내일을 준비하는 저녁 시간, 교과서 없이 예습하는 법, 하루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법 등 행복한 하루의 마무리를 위한 팁이 담겨있다.

④ 방학과 주말에 더 성장하는 아이들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알찬 주말 더 알찬 방학을 보낼 방법과 아이가 자신의 하루를 계획하게 하는 법, 주말과 방학에만 할 수 있는 일들, 아이가 주체가 되는 탐구 프로젝트, 아빠가 있는 휴일 풍경 등을 싣고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직장엄마들이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해주어야 할 꼭 필요한 것들을 각 장의 팁으로 제공했다.


책을 읽고나니 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비용도 노력도 가장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가 큰 것이 ‘엄마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오늘 들려준 '엄마의 말'이 내 아이의 하루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니 내가 들려주는 말들이 내 아이에게 기분 좋고 힘이 불끈나게 하는 말이 었음 하는 바램이 생긴다.

오늘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말들을 건냈을까?
부디 그 말들이 나와 내 나이가 행복해지는 데 쓰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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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자놀이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소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위한 소설' 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소설을 금지하던, 금기시 하던 때에 소설을 사랑하는 인물들의 미스테리 소설. 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9편의 소설이 들어가 있다. 이 소설은 소설의 작가의 말처럼 <천일야화>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주인공 '조인서'는 서울에 친구 ' 최린'을 만나러 왔다가 길을 잃어 폐가가 된 집에 발길이 닿게 된다. 그러나 그곳은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도는 집이었다. 그리고 조인서는 그 마을의 교리로부터 내기를 제안받는데 그 내용인즉 그 집에 들어가 살면서 소문이 거짓임을 밝혀내달라는 것.
최린이 말림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그 집에 들어가 살기로한 조인서.
동네 사람들은 그런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긴다. 그러던 중 조인서는 매해 귀신이 그 집에서 제사를 지낸다는날 귀신의 흔적을 찾다가 불에 그슬린 소설책 한 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집에 얽힌 사연과 유현당의 정체, 교리가 왜 자신에게 그 집에 살게 한 내기를 제의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유현당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아수라> 라는 소설이 화제가 되고
조인서는 귀신을 만나게 되어 그 정체와 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리고 그로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 조인서는...


나에게는 참 독특하고 흥미로운 구성의 책이었다.

책은 당시 소설을 금지하던 시대에 소설에 대한 부정적 우려를 담은 성인들의 짧은 문장들을 옮겨 놓은 것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독이다, 소설은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이단에 불과하다, 들뜨고 음탕한 말만 가득하고, 이치에 어긋나는데다가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 음란하고 야비한 음악이나, 남의 비위를 잘 맞추는 간사한 사람과 같다. 그래서 나는 소설을 생각하면 춥지도 않은데 몸이 떨린다' - 정조 -



그리고 소설을 사랑해마지않는 두 선비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과거 낙방에 심지어 당시 금지하던 소설 폐인이기까지하다. 그들의 이야기에 짧은 소설 이야기가 몇 편 펼쳐지면서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나스스로 어리숙해지는 느낌에 이건 뭐지 싶은 조금은 난잡한 느낌으로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조인서가 유현당 폐가에 기거하며 귀신의 정체를 밝히며 그 집의 내력을 알아가는 , 이 책의 중심 기둥 이야기가 전개되어질수록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중심 기둥 이야기의 전개 속에 9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한다.
<바보 온달>과 <박씨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듯한 느낌의 이야기, <능텅감투>는 감투를 써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자신의 욕망대로 행하는 이야기 ,<오백 년 해당화 향기>는 몽고침략시기에 끝까지 고려의 혼을 지키려다 죽은 김통정 장군과 그 무리들의 이야기, <사다리를 오르지 마라>, <황금비늘>은 평강 공주가 출궁 후 온달과 맺어지는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 ,그리고 <광대와 여인> 등등의 이야기는 설화와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중심 기둥 이야기의 전개에 예고가 되기도 하고, 또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그럼 이 소설 속 등장 인물들에게는 소설은 어떤 의미였을까?

기생 계심에게 '소설' 은

"이젠 다른 꿈이 생겼어요. 이 청루가 조심스럽게 그런 꿈을 꿔요. 작가들을 조용히 후원하면서, 독자들이 툭 터놓고 소설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랑방을 만들고 싶어요. 소설과 독자는 늘어나지만 소설을 마음 놓고 이야기할 공간은 마땅히 없으니까요." - 84쪽


최린의 여동생 '란' 에게 '소설'은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조선 사내들은 한글을 암글이라 부르며 천시하지만, 언문은 조선 말소리와 생각을 표현하는 데 막힘이 없어요. 그들이 만만히 보는 암글로 소설을 써보려고요. 조정에서 주도하는 문체반정과는 다르게, 수컷이 지배하는 조선의 문체를 바꿔보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182쪽


“소설은 일종의 그림자 놀이예요. 현실이 실체를 드러낼 수 없으니, 대신 그림자로 보여주는 거지요. 실체가 없으면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림자는 실체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아요. 이 손으로 토끼도 되었다 여우도 되었다 하잖아요? 이런 묘미가 나를 소설로 이끌었나 봐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비추면서도,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그림자만의 재미있는 세계가 펼쳐지니 말이에요.” - 207쪽


이 소설에서는 그 폐가의 내력에 얽힌 '유현당 사건'의 진실을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해 '아수라'라는 소설을 통해 현실의 그림자 놀이를 해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 이 책을 도서관에서 집어 들 땐 표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가져왔고, 표지와는 다른 느낌의 처음 이야기 전개에 살짝 당황도 했지만 읽을수록 이 소설의 묘령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를 실은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솜씨도 대단한 듯 하다.

"소설로 읽지 않고서는 특유의 맛을 음미할 수 없고 본연의 향기를 맡을 수 없는, 소설이라는 묘령의 장르를 온전히 독자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렇게 읽어서 음미한 이 책의 특유의 맛과 향기는 나중에 보니 책 표지 그림의 흩날리는 매화향은 아니었나 싶다.

나에게 소설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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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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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얼굴 표지가 인상적이다. 종종 자신의 책 표지에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다.
한 손에 쏙 잡히는 적당한 두께의 작은 책이라 휴가길 책친구로 딱이다 싶었는데 정말 시원한 휴가를 보내는데 한 몫한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

이 작품은 '샤를 페로'의 잔혹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것이다.

17세기 작가 '샤를 페로'에 의해 쓰여진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은
푸른 수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영주가 젊은 여성들과 계속해서 결혼을 하고 그 여성들의 생사가 비밀에 싸여있다. 푸른 수염과 살기 위해서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금기의 방'은 열어보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푸른 수염이 여행을 간 사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 방에 들어간 새아내는 예전 아내들의 시체들을 발견하고, 푸른 수염은 비밀을 알아차린 새부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부인은 친정식구들의 도움으로 푸른 수염으로부터 벗어나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다시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으로 돌아오면

25세의 젊고 아름다운 사튀르닌은 벨기에 출신으로 파리에서 미술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 친구의 집에 얹혀 살다가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호화 저택 방의 아주 좋은 조건의 월세 광고를 보게 된다.

저택의 주인은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 .
황금과 중세 사상에 사로잡힌 에스파냐 귀족으로, 자신의 에스파냐 혈통에 엄청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그는 파리 중심가의 화려한 저택에 살고 있으나 20년째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저택에서만 지내고 있다.

한편 이미 그의 저택에 세 들었던 8명의 여자는 실종 상태이고, 아홉 번째 세입자로 사튀르닌이 들어 가게 된다.

돈 엘레미리오는 사튀르닌에게 저택을 구경시켜 주며 당부한다. "이 방에는 들어가지 마시오. 단, 문은 잠겨 있지 않소. 신뢰의 문제니까. "

처음에는 관심없는 듯 했던 사튀르닌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돈 엘레미리오와의 식사를 함께하며그에게 빠져들게 된다.

결국 사튀르닌은 이전 세입자 여성들의 실종이 돈 엘레미리오와 무관하며 그는 결백하다고 믿고 싶어, 어느날 새벽에 돈 엘레미리오의 침실로 식칼을 들고 들어 가게 된다. 그의 결백을 확인하기 위해...

이제 사튀르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이 작품은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을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걸 알고 읽었기에 소설 속 등장 인물부터 매치하게 된다.
동화의 '푸른 수염' 영주는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 로, 푸른 수염의 젊은 아내는 '사튀르닌'으로 부활한 셈이다.
그들의 특이한 감각들도 흥미롭다.
색채 스펙트럼에 집착하는 돈 엘레미리오.
돈 엘레미리오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황금빛 치마 안감의 우아한 노란빛을 보고 그를 믿게 되는 사튀르닌.

그리고 동화와 거의 같을 결말로의 예상을 하고 읽었기에 특별할 것도 없을 듯 했다.
그런데... 어쩜 이리 흥미진지할 수 가 있을까. 아마도 작품의 특유한 문장 때문인 것 같다.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이 주고 받는 대화는 그야말로 '톡톡' 튄다. 서로가 어떤 인물인지 탐색을 하는 듯하며 약간은 냉소적이면서 그 안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위트와 유머까지 겸하고 있다. 어체가 조금은 중세적이라는 느낌도 받아 읽기에 따분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들의 주고 받는 대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의 서사의 흐름에 어느새 나 역시 함께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깜짝 놀랄 결말까지 재미있다.
짧은 듯한 문장들이지만 그 의미를 몇번 읽어 생각해보는 것도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로
에밀리 노통브의 작품의 매력을 느끼게 해 준,
그래서 또 다른 작품도 찾아 읽고 싶어진
에밀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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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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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의 작품들은 블로그 이웃님들의 리뷰를 통해 종종 접해왔었다. 만화를 그다지 찾아가며 읽을 정도로 즐기지 않기에 리뷰로만 읽고 지나쳐 왔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기어코 대출하면서 그 옆에 나란히 이 책 <주말엔 숲으로> 라는 책을 부록처럼 함께 빌려오게 되었다.

'만화라... 정말 오랜만이네.' 라며 도서관 벤치에 앉아 펴든 이 책을 산뜻하게 훅 읽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도 한결 가볍다.

만화임에도 만화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만화책.
분명 만화책을 읽었음에도 수필책 한 권 읽은 듯한 만화책.
등장 인물이라곤 여자 셋이 주였음에도 마음은 꽉 차는 만화책.

이 작품에는 30대 중반의 여성 셋이 등장한다.
번역가라는 직업을 가진 프리랜서 '하야카와'가 자동차 경품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동차가 생겼으나 도심에 주차할 곳이 없어 상대적으로 주차도 용이한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하야카와는 전형적인 농촌의 슬로우 라이프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하야카와에게는 두 친구가 있다. 출판사 경리인 '마유미', 여행사 직원인 '세스코' 가 그녀들이다.
두 친구는 하야카와에게 종종 놀러오고 그녀들은 숲으로 나간다. 산책도 하고 산행도 하고 나무와 새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마다 하야카와가 친구들에게 건네는 말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두 친구에게는 직장에서도, 생활에서도 묘하게 교훈(?)이 되기도 하고 지혜를 주기도 한다.

연필로 , 펜으로 설렁설렁 쓱쓱 그린듯한 그림이 참 간결하면서도 산뜻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보다는 말풍선 안의 글들에 눈길이 훨씬 많이 머무르게 된다.
등장 인물들의 연령대가 30대 중반이라 보니 그들의 일상이, 그들의 고민이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어 좋았다. 그래서 30~40대 여성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들어가며 감성이 점점 사라지는 듯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지나치게 쓸데없는 것에 감성이 발동하기도 하는 내 모습을 떠올리며 가끔은 이런 감성 에세이 만화(?)도 기분 전환을 위해 좋겠다 싶다.

이미 큰 인기를 끌었던 '수짱 시리즈' 역시 읽어 보고픈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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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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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를 소설로 알고 읽기 시작했더랬다. 12개의 도시를 돌아가면서 여행하는 어느 여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그런데 몇 장을 넘기다보니 '어~ 요건 리얼인데~~'하며 앞 뒤장을 넘겨 보았더랬다. 그리고 이내 이 책의 저자가 막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마이케 빈네무트'는 어느 날 유명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도전해 50만 유로 상금의 주인공이 되었다. 퀴즈쇼 우승자가 되기전에 사회자에게 상금을 받는다면 한 달에 한 도시씩 1년간 총 열두 도시를 여행하겠다고 답한터에 정말 자신이 한 말대로 진짜 떠나기로 결심한다.

"20년 뒤에 당신은 틀림없이 했던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더 화가 날 것이다." - 마크 트웨인

"스스로 이 여행을 허락했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 11쪽

2011년 1월 1일 호주 시드니를 시작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상하이, 호놀룰루, 샌프란시스코, 런던, 코펜하겐, 바르셀로나, 텔아비브, 아디스아바바, 아바나 등 마음 속에 떠오르는 도시 12곳을 매월 1일 새로운 도시에 도착해 그 달의 마지막 날에 다음 도시로 떠난다.

이 책의 형식은 저자의 지인들에게 쓴 편지글의 형식이다. 한 도시 한 도시 방문할 때마다 그 한달 간의 경험을 담은 편지를 지인에게 쓴 것이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한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 필요했던것 같다.

첫 여행지로 택한 시드니는 그녀의 여행의 좋은 워밍업 여행지였음에 만족했으나 뭄바이에서는 여행중단을 고민할 정도로 감정의 시련을 겪기도 했고, 호놀룰루에서는 게으름을 누려도보고, 텔아비브에서는 힐링의 경험을 해보기도 한다.

그녀는 퀴즈대회의 거액의 상금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으나 예상과는 달리 작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서 소박하게 지내는 여행이었다.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전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 각 도시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의 소원을 이뤄주는 기발한 프로젝트를 하고, 또 누군가의 소개로 각 도시에서 만나게 된 우연한 인연도, 또 그 우연에서 다른 우연의 인연들을 만나게 되는 등에서는 저자의 모험심과 열린 마음 등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에는 한 도시의 여행이 끝날 때마다 그 여행에서 배운 사실이나 새로이 알게 된 사실 등을 열 가지로 정리한 tip도 실려있고 에필로그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여행지 사진들이 실려 있어 책의 내용을 다시금 떠올려 볼 수도 있었다.

다만 책을 읽은 후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가 조금 덜했다고 느껴졌던 것은
이 책이 편지글 형식이라 그 대화체의 문장이 나에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졌다. 일상적이고 솔직하게 쓴 대화체 형식이라는 점을 보면 그 장점도 느껴지나, 어떤 면에서는 저자가 편지의 수신인으로 하고 있는 그녀의 지인과 둘이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둘만의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하여 그 대화에 내가 끼어들지 못하고 주변인처럼 흘깃흘깃하며 지켜보기만 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50이 갓넘은 그녀의 나이와 연륜으로 각 도시에서 그녀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에 그녀가 정리한 생각들은 공감이 되기도 하고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으로 받아 들여지도 했다.

"어떤 것에 5분 넘게 화를 냈다면 4분 전에 바꾸기 시작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 Love it, change it, leave it(사랑하라, 바꿔라, 떠나라)! 화에 머물지 마. 차라리 용서해버려. 그러지 못하면 떨쳐내지 못한 불쾌감에 너만 괴로울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서두르지 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인생은 서른에도 마흔에도 끝나지 않아. 심지어 여든에도. 계속해서 좋은 일들이 생길 거야. 널 믿어봐. 만에 하나 플랜 A가 제대로 안 되면 플랜 B, 플랜 C가 있음을 기억해. 그리고 알파벳은 많아. "
- 229 쪽 '8월 코펜하겐' 중에서


여행에서 돌아와 익숙한 일상이 생소하게 느껴지고 한동안 적응을 힘들어하는 저자의 모습, 오히려 떠나있슴이 더 익숙함을 느끼는 저자의 모습은 그녀의 또다른 새로운 여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아주 익숙한 물건들도 늘 처음 보는 물건인 것처럼 감탄의 눈으로 보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면 당연함 속에 잠들었던 감탄을 다시 얻게 되고 세계는 신선함을 유지한다. 그러지 않으면 삶, 기븜, 감탄, 모든 것이 잠든다."
- 토마스 만의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중


그러나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의 삶 곳곳에 여행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지난 1년의 여행은 그녀를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이미 그녀 안에 있었던 것을 끄집어냈을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세계 여행이아닌 그녀 자신을 여행하였음을.

" 인생은 결코 따분하지 않다. 여행이 지속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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