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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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와 메모광" 이라는 책 제목을 읽는 순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에 그냥 지나치지않고 들춰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역시 그러했고 감사하게도 블로그 애정 이웃님에게서 선물로 받아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고 읽은 후에는 더욱 감사의 마음이 든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책과 메모에 미친(?) 옛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단순히 그들의 옛 일화를 모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저서나 그와 관련된 다른 문헌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 책에서 언급된 주인공들에 관한 관심도 불러 일으키거니와 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 등에는 경외감도 든다.
독서와 메모가 일상이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새겨진다.

1부 책벌레

1부에는 먼저 "장서인" 에 관한 글을 실었다.
그 책의 소유주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또 나아가 그 책이 돌고 돌게 된 그 책의 역사이기도 한 장서인.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장서인 찍는 태도가 달랐음을 저자는 고서의 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집안 살림이 궁해서 책을 내다 팔 때 조상의 책을 잘 간수하지 못하고 팔아먹었다는 부끄러움에 책을 팔기전에 장서인의 부분을 오려내고 뒤처치를 깔끔히 해 내놓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전 주인의 장서인 위에 말소 도장을 찍고 자신의 장서인을 그 옆에 찍었고, 중국의 경우는 전소유주의 장서인이 찍혀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두었다고 한다. 각국의 문화적인 면이 영향을 준 것도 같아 흥미로웠다.

지금의 우리들은 가을의 낭만같은 의미로 은행잎이나 단풍잎을 책 속에 끼워 말리거나 코팅해서 책갈피로 썼으나 옛 선현들은 책벌레를 막기 위해 책장 사이에 은행잎이나 운초 등을 끼워 넣었다는 이야기는 그들의 책을 보관하는 지혜가 엿보였다.

또, 100년도 더 된 고서에 압사당해 붙어 있던 모기 이야기와 <모기를 증오함> 이란 시를 남긴 다산 정약용의 일화 등은 재미를 선사한다.

고서들 중 독특해 보이는 빨간 글씨 가득한 홍인본 책, 파란 글씨 가득한 남인본 책들에 관한 이야기와 오징어 먹물을 이용해 쓴 글씨가 마른 후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과거 사기꾼들의 계약문서에 쓰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새로운 앎을 제공했다.

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이름난 책벌레 '이덕무'의 이야기였는데, 당시 돈을 받고 남 대신 책을 베껴 써주는 일을 '용서傭書'라고 하여 이 일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았던 그의 이야기는 애처로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외에 '초서' 즉 책을 베껴쓰기 교육법을 강조한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와 '구서재' 라 하여 책과 관련된 아홉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집이라는 뜻의 이름을 자신의 집에 붙였던 책벌레 이덕무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2부 메모광

공부광들은 예외없이 메모광들이며 그들은 떠오르는 생각을 즉시 메모로 포획했음을 보여준다.
메모광으로는 이덕무와 박지원,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가 주로 실려있다.

밭일을 하다가도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항아리 속에 넣어둔 감잎에 적어둔 중국 선비의 이야기를 본따 이덕무, 박지원이 만든 메모록 <앙엽기>의 이야기,
글씨를 파리 대가리 만큼이나 작게 또 빽빽히 메모해 종이를 아끼고 부피를 줄였던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천재는 없다. 다만 부지런한 기록자가 있을 뿐이다"
- 155쪽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다산 정약용은 그 중 최고의 메모광이라 할만한데 책의 여백에 빽빽히 아름다운 글씨체로 메운 메모와 그도 모자라 새로 얇게 종이를 붙여 쓴 메모는 감탄이 절로 난다.

어느 고서는 그 책 자체가 귀해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 속에 적힌 다산의 메모 때문에 그 책 자체의 인기가 높아진 경우도 있다하니 다산의 메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다산의 위대한 학문에는 그의 몸에 체득된 습관된 메모와 메모로 다른 이의 사고의 오류를 비판하고 바로 잡을 줄 아는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 메모시에 책의 출전을 메모하지 않아두어 후대 사람이 그 메모의 내용이 메모한 사람이 직접 쓴 글이라 오해되었던 이야기나 여러 책을 동시에 읽었던 '홍석주'의 이야기,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재빨리 적어두는 '질서법' 등에 능한 성호 이익, 연암 박지원 등의 이야기 등도 담겨 있다.

취미로 비오는 날 책수선에 집중하는 이들의 일화 역시 흥미로웠는데 이와 더불어 이 책의 저자 자신의 취미인 '풀칠 제본' 이야기도 더불어 읽을 수 있었고 사진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저자 역시 상당한 책벌레에 메모광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책은 과거 선현 중 책벌레와 메모광들의 일화로 재미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서 배움을 얻고 또 책 문화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과 기록에 관한 다양한 방법과 지혜, 그리고 그들의 열정 등을 한꺼번에 다 맛볼 수 있었다.

숨쉬듯 읽고 밥먹듯 메모하며 생각의 길을 낸 그들의 이야기가 내 눈과 머리를 환히 밝혀 참으로 좋았던 책이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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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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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집에서 혼자 차려 먹는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는 식당에서 혼자 밥먹는 일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혼자 밥먹는 일을 꺼려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이것이 꽤 익숙하다. 혼자 밥먹기, 혼자 영화관가기, 혼자 쇼핑하기 등 이런 일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그래도 꽤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자의든 타의든 성장해오면서의 환경 때문인 것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지역에서 홀로 거주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또 다른 이유로 혼자있는 시간 갖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결혼후 아이를 낳고 육아에 매진하느라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의 개념이다. 혼자 있으면 챙기고 신경써줘야 할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편하기도 하고 또 온전히 타자가 아닌 나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바랬던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잠깐의 해방감도 잠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망설여지게 된다. 주변 지인과 약속을 잡을까, 영화라도 한 편 볼까, 그것도 귀찮으면 그냥 낮잠이나 늘어지게 잘까.
그렇게 바래왔던 시간인데 혼자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한 경우이다.
나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 이 가지는 의미는 이러해왔다.

이 책 <혼자있는 시간의 힘>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현재는 메이지대 인기 교수이자 유명 저자이지만 그 역시 어두웠던 시간을 겪었음을 밝히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는 재수 생활을 시작한 열여덟 살부터 대학 1,2학년 때 까지 제 1고독기, 직업을 찾던시기인 제 2고독기를 겪으며 첫 직장을 얻은 서른두 살까지 철저히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도 않았지만 자신을 믿으며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쌓아나갔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혼자 있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들을 소개해준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울 내관법, 자기 긍정의 힘을 기르는 글쓰기, 인내심을 길러주는 번역과 원서 읽기,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평정심 유지에 도움을 주는 마인드컨트롤, 집중력을 향상시켜주는 호흡법, 청년기에 읽어야 할 고전과 독서법 등이 그것이다.

또 중간 중간 일본의 최고 문학가들의 일화, 작품등을 인용해 그들이 어떻게 고독을 즐기고 또 어떻게 나아갔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따라 인생의 갈림길이 나뉜다고 말한다.

또, 혼자있는 시간을 견뎌야하는 고독이 나자신을 닦고 풍요롭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대신 견딜만큼의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며, 그러나 이 고독도 잘못 다루면 위험하므로 고독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책에서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혼자'라는 개념을 중립적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 슬픔의 감정에 빠지거나 혹은 자신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또 자신이 다른 사람과는 다른 엘리트라는 생각 역시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SNS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 일상을 공유하고 다른이와 소통이 활발하다. 나 역시 블로그를 통해 소통을 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여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뭔가를 인정받고 반응을 얻는 일에 기대하게 되고 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도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어차피 혼자인 인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도 그 고독을 피하지 말고 받아 들이고 그 의미를 마주함으로써 나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현명한 해답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은 후 느낌은 읽기 전 이 책에 대한 기대치에는 못미쳐 아쉬움은 있었으나 저자가 제시한 나름의 방법들을 유익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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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범의 방학 공부법 박철범 공부법
박철범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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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곧 기나긴(?) 겨울 방학을 맞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박철범의 방학공부법>이라는 책 제목이 정말 솔깃하고 눈에도 확 띈다. 그도 그럴것이 학창시절을 지내본 부모님들은 방학의 중요성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방학을 앞둔 학생들이라면 어쩌면 벌써 다가올 겨울 방학때의 공부 계획을 미리 세워두었을 지도 모른다.  

이 책 <박철범의 방학공부법>은 이미 여러 권의 공부법 관련 베스트셀러를 낸 적이 있는 저자 박철범의 신간이다. 그의 이력에서부터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낸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공부 멘토로 자리잡은 그는 
6개월 만에 꼴찌에서 1등, 그리고 서울대 합격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루어 내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 비결이 뭐지?' '나도 따라서 한 번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듯하다.
그런 저자가 밝히는 비결 중 하나는 변화의 시작은 방학이었다는 것!! 그래서 저자는 방학 때 꼭 실천해야 할 방학공부법의 모든 것을 담았다.


저자에게 변화가 일어났던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그전과는 다른 방학을 보낸 저자는 그 다음 학기에서 놀랄만한 성적 향상을 거두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 책에서 방학이라는 시기에 맞는 공부법과 시간관리 노하우를 전수한다.

책은,
방학 동안 " 꼭 필요한 것만 골라서", "부지런하게", "제대로 된 방법으로"  공부한다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방학을 위한 시간관리법과 방학공부법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1장에서는 방학과 관련한 이야기들, 전체 계획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며, 2장에서는 방학 동안의 시간 관리법, 3,4,5장에서는 본격적인 방학공부법인 3회독 공부법을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방학 전에 가지게 되는 질문 5가지를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방학에는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방학중 학원, 인터넷 강의는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방학 중에는 학교보충수업이나 방과후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 방학 중 독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노는 시간은 얼만큼이 적당할지." 등이다.

2장은 방학 시간관리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저자가 본격적인 방학공부법을 알려주기 전에 앞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시간관리다.
그는 우리가 방학 계획에 실패하는 것은 게으름이나 의지의 부족이 아닌 '게으름 방지 시스템' 이 없음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학용 시간관리 시스템은 
'방학 동안에 공부할 과목을 정해 놓기', '공부는 가급적 도서관에 가서 하기' , '일주일 중 공부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을 미리 계획해 두기' ,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등이다.  다행인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고 결심히 선다면 실천 가능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 본격적인 방학공부법을 다루는 3,4,5장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공부 3력'을 잡으라는 것! 

저자가 말하는 '공부3력' 이란, 이해력과 암기력, 그리고 사고력이다. 그리고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3회독 공부법' 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회독 공부법이란 말 그대로 같은 교재를 세 번 반복해서 보는 것을 말하는데, 
1회독을 할 때는 이해력을 키우고, 2회독을 할 때는 암기력을 키우며, 마지막 3회독에서는 사고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각 회독시에 유의할 점과 중점을 두어야 할 점에 관해서는 저자가 아주 세세한 예와 구체적 경험을 들어 설명을 하고 있어  학생들이 적용하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단순한 공부 방법론과 성적향상만을 강조하기보다는 그에 앞서 '성실함'이 중요함을 그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 저자는 자신의 시행 착오와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심리와 습관 등과 관련하여 결코 실행이 어렵지 않은 공부 기술 등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자면 한때 학창시절 공부 좀 해본 경험이 있는 나의 경우와도 일치되는 많은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어 꽤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정말 치열하게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알려 줄 수 없는 그 노하우를 설명해 놓은 것이라 저자의 경험과 예시와 시행착오 등은 분명 책을 읽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방학공부법에 대한 책이나 이를 계기로 방학을 자신의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면 이를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더 적극적, 긍정적으로 살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고 양날의 칼과도 같은 시간의 방학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이제 대략의 윤곽이 잡힌다면 좀더 구체적으로 시스템화하자. 그리고 시작해보자.

"우리가 의욕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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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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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붉게 내려 앉은 해질 무렵. 한 남자가 우뚝 서있고 그 뒤로 형체가 흐릿한 오가는 사람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쓸쓸하고 막막해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이 인생의 해질 무렵의 우리네의 모습인 것 같아 먹먹하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거장 황석영 작가의 신간 <해질 무렵>의 표지이다.
이미 그 표지에서 책의 분위기와 내용은 어렴풋이 짐작될 듯도 하다.

이 짧은 소설에는 두 화자의 목소리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들의 지난 날과 현재의 이야기가 .

건축가 박민우는 60대의 나이로, 어느 날 자신의 강연이 끝난 후 낯선 여자에게 쪽지를 받게 되는데 그 여자는 바로 그가 잊고 지낸 과거의 첫사랑 '차순아' 였다.
그러나 그녀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단지 '차순아'가 보낸 메일을 통해 그녀의 기억 속의 과거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또 한 명의 화자 정우희는 연극연출자의 꿈을 실현해 살기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며 연극 무대에 매달리는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이다.
알바를 하며 알게 된 '검은 셔츠'라 칭하는 김민우와 연인처럼, 또는 오누이 같은 정을 느끼며 알고 지낸다. 그의 어머니와도 안면을 트고 지내게 되는데 어느 날 뜻밖에 김민우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그의 어머니 '차순아' 역시 몇달 후 뇌졸증으로 생을 달리하게 된다. 정우희는 김민우가 남긴 노트북에 어머니 차순아가 남긴 글들을 읽게 되고 글 속에서 박민우를 발견하고 그의 강연장에 찾아가게 된다.


박민우의 기억 속의 유년 시절.
산동네 달골, 박민우 그 뿐만 아니라 동네 소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소녀 차순아. 그리고 그와는 다른 삶이라 생각하며 거리를 두며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재명이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달골을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일했던 박민우는 성공대로에 올라갈수록 첫사랑 차순아를 잊어가고.
그런 차순아의 삶 역시 박민우가 달골을 떠난 뒤 평탄치가 않다. 그러나 그녀의 삶 속에는 언제나 박민우가 있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황혼의 두 남녀의 젊은 날의 사랑과 그 기억들이며 안타까움과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들의 과거의 삶에 그 시대의 척박함과 그 회한이 담겨 있고 그것이 결국은 그들의 현재의 삶과 무관치 않음을 보여준다.

" 나는 내 아이의 이름을 민우라고 지었습니다. 김민우. 나는 그 애가 우리처럼 어렵고 가난해도 행복했으면 했지요. 그런데 우리가 뭘 잘못한 걸까요. 왜 우리 애들을 이렇게 만든 걸까요. " - 177 쪽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에는 그것이 원래 한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지난 세대의 과거는 업보가 되어 젊은 세대의 현재를 이루었다.
어려운 시절이 오면서 우리는 진작부터 되돌아보아야 했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에 관한 이야기이다. " - ' 작가의 말' 중에서


놀랍게도 20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에도 이 소설은 두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꽉 채우고 있다. 한 편의 드라마로 영화로도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쉴새없이 달려가다 결국 인생의 해질 무렵에 되돌아 보는 내 모습이 어떨지, 나 역시 후회와 회한은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지금 살아내고 있는, 견뎌내고 있는 나의 현재가 애처럽고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소중한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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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가의 비밀 - 에디슨이 포드에게 알려 준 스콜라 똑똑한 그림책 8
수잔 슬레이드 글, 제니퍼 블랙 라인하트 그림, 이충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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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이들부터 어른까지 익히 알고 있으면서 또 사랑받는 위대한 발명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바로 '에디슨' 일 것입니다.

어린 시절 알을 부화시키겠다고 몇 날 며칠을 직접 알을 품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죠~

정말 엉뚱했던 에디슨!
그런 그가 전구를 발명해내며 인류 역사에 많은 전환을 가져온 여러 발명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요?

여기 또 다른 발명가 '포드'는 에디슨의 비결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비결을 알아냈습니다.

그럼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두둥~~~


책의 앞 표지 그림에는
위대한 발명가 두 사람 '에디슨'과 '포드'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속을 들여다보면
에디슨은 '전기', 포드는 '엔진' 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세상을 바꾼 두 위대한 발명품을 만들게 된 그 생각말입니다.

어린시절
에디슨과 헨리는 둘 다 아주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그 호기심은 그들을 사고뭉치, 골칫덩어리로 만들게했죠.


화학에 호기심이 많았던 에디슨은
여러 화학물질을 섞는 실험으로 매일 폭발을 일으켰고, 기차 화물칸에서 실험을 하다가 홀랑 태워먹기도 하고
무엇보다 '전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고양이 꼬리에 전선을 묶고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헨리는 에디슨보다 16년 늦게 태어났는데요.
그 역시 지나친 호기심으로 동생 장난감을 분해해놓거나 강에 댐을 쌓고 수차를 만들다가 이웃의 밭을 물바다로 만드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중 포드는 '엔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서 양철통나 파이프 등을 이용해 증기기관을 만들어 학교 담장을 홀랑 태워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는 그들.
에디슨은 전기펜, 축음기 등 많은 방명품들을 만들어냈고
포드는 자동차 만들기에 대한 꿈을 꾸며 증기기관을 만들고, 엔진을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는 등의 노력을 끊임없이 합니다.

이후
에디슨은 백열전구를 발명해내 사람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지만
포드가 만든 자동차는 사람들의 야유를 얻게 됩니다.

포드가 그렇게 자동차 설계에 고민을 하는 동안
에디슨은 100가지가 넘는 발명품의 특허를 얻는데요.

여기서 포드는 에디슨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러던중
에디슨이 참석하는 어느 만찬 모임에 우여곡절끝에
초대받은 포드는
기다리고 기다려 에디슨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포드는 메뉴판에 자신이 만들고 있는 가솔린 자동차의 엔진 설계도를 스케치해 보이게 됩니다.

이때 파란 눈을 반짝이며 식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에디슨이 한마디 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밀고 나가세요!"

포드는 드디어 에디슨의 발명 비밀을 알아내게 됩니다.

그 후 포드는 계속 밀고 나갑니다.
모델 A 라는 자동차부터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더 저렴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어 나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모델 T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은 이 차를 '틴 리지' 라고 부르며 수백만 명이 사서 타고 다니게 된것이죠.

덕분에 사람들은 더 먼곳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전국의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호기심 많은 두 발명가에 의해
또 '에디슨의 발명의 비밀' 덕분에
세상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포드가 알아낸 에디슨의 발명 비밀이 무엇인지 눈치 채셨겠죠?

그 비밀은 바로

"포기하지 말고 계속 밀고 나가요!" 였습니다.

책의 뒤쪽에는
에디슨과 포드의 발명품 사진과 설명이 실려있구요.
두 인물의 생애를 표로 만들어 실었습니다.

불과 16년의 차이로 태어난 그들은
실제로도 아주 친분이 두텁게 지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에디슨의 일화를 익히 들어 왔듯이
그는 결코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고 인류 역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포기하지 않는 그 노력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안 포드는 에디슨처럼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갔기에 그 역시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었구요.


개인적으로는 과학자가 꿈이라는 저희 큰 아이에게 참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엉뚱하게 실험을 한답시고 동생이랑 거실이며 주방이며 씽크대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가 다반사인데요.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조금 까다롭거나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짜증을 내거나 쉽게 포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아들이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기도 포기하지 않고 해보겠다고 다부진 목소리를 내더라구요.

이를 보는 엄마 마음이 참 흐뭇하긴한데 말입니다.
다만 앞으로 또 얼마나 말썽을 피워댈지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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