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자존감이다 - 온전히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법
김주미 지음 / 다산4.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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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를 가꾸는 일은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삶의 기술이다!"

표지의 이 한 문장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사실 나는 지금도 그렇고 학창시절에도, 20대 미스 시절에도 외모 가꾸기는 관심 밖이었다. 그 옛날 " 외적 아름다움보다 내적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 는 가르침(?)에 착실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진정한 내적 아름다움을 키웠느냐 하기엔 다소 말이 되지 않는 그 당시에 내적 아름다움을 키우는 일환(?)으로 여겨졌던 "학업에 충실하기" 에 열을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고 애 둘 있는 아줌마일 뿐 , 아이들이 마냥 어릴 때엔 나에게 패션도, 화장도 사치로 여겨졌던 시기였고 이제 막 그 기간을 지나왔으나 어느새 내적, 외적 외모에 대한 나의 감각과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찰나 이 책을 만났으니 참으로 반가울 수 밖에.

제목만 얼핏들으면 외모지상주의를 어느정도 편드는(?) 관련 업계 저자가 쓴 책은 아닐까도 싶다만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릴적부터 유독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언니의 교통사고를 경험하게 되고 삶에 대한 진지한 깨달음으로 생각이 전환되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헤드헌터, 이미지 코칭 건설턴트, 미용강사 등의 커리어를 거쳐 마음을 움직이는이미지 코칭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남다른 강의법이 있다면 미용스킬을 익히기 전 '마인드 트레이닝'을 진행한다는 것, 그리고 외모관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에 관한 가치관도 함께 정립할 수 있도록 힘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 <외모는 자존감이다> 에서도 저자의 그런 철학이 담겨져 있다.

책 속의 4개의 챕터의 제목들만 보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 현명한 여자는결코 외모를 무시하지 않는다
• 외모의 변화는 나를 깨닫는 순간 시작된다
• 마음이 건강한 여자가 외모도 아름답다
• 자존감을 채우는 여자의 습관

책은 "선순환의 원리" 를 잘 보여준다.
외모와 관련하여 자존감이 낮은 이들은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꿈과 커리어를 쌓는데 발전적이지 못하게 되며 이는 삶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이는 더욱 저신의 이미지에 맞게 외모를 긍정적으로 가꾸며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즐겁게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 되는 등의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외모를 가꾸고 꾸미는 데에도 남의 눈이나 기준에 매이는 것이 아닌 자신의 "꿈"에 기준을 맞춰 그것을 위한 자신에게 맞는 이미지를 기준으로 삼아 동기화하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는 다양한 체크리스트와 활동지를 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꿈에 맞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실제의 여러 사례들을 실어 긍적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실제 생활에서 활용해 볼수 있는 구체적 미용팁 역시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다.

우리 모두는 모두 다른 얼굴들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 같은 잣대로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고 자존감이 낮아져 삶 역시 우울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이미지를 가꾸며 자존감을 높여 온전히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고 가꾸는 일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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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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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파이이고, 이 세계는 끝났다" 라는 에필로그로 시작되는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은 스파이, 사라지는 사람들, 감시, 소설가 ,책, 혁명...

책의 표지에서부터 선명한 파란빛이 차갑기도, 냉담하기도, 또는 깨끗하기도 한 느낌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건 이 작품의 제목이 무얼 의미하는걸까 하는 것이었다.

작품은 등장인물들 각자의 파트를 번갈아 각각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이렇게 단편적인 조각들을 한 데 모아 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작가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꽤 남성적이며 건조함이 있고 서늘한 문체로 느껴졌다.


#
소설은
실종된 일란성 쌍둥이 언니의 비밀을 추적하는 여성 D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의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공적 기록에 있지 않은 ,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D. 그리고 이제 사라진 언니의 흔적을 더듬으며 언니를 대신해 언니로 살아간다.

"이 세상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기억과 양심, 진실 그리고 그것을 가진 사람도." - 13쪽


#
스무 살부터 15년의 기억을 잃은 채 병원에서 깨어나 누군가가 알려주는 그대로 스파이의 삶을 살며 조정당하는 남자 X. 그리고 그의 유일한 지인으로 되어 있는 여자, 스파이 Y. 그리고 둘은 연인관계로 살아가게 된다.


#
스파이 X,Y 의 상관인 B. 그도 예전엔 일선에 있는 스파이였으나 이제는 지휘를 하는 관리자 자리에 있고, 자신의 자리와 일에 대한 사색과 많은 생각들에 혼란스럽다.
그리고 Y가 감시 업무를 맞게 된 대상자인 소설가 Z.
Y가 감시를 하고 그 일지를 작성해 올리지만 Z의 일상은 별다를것 없이 무료하고 단조롭기에 자신이 왜 이런 감시 업무를 맡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
이렇게 소설은 '스파이 소설' 의 면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은 어떤 사건의 해결이 아닌 등장인물 스파이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 세상에 대한 깊은 사색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기에 읽어 들어갈수록 제법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감시를 하고 감시를 당하는 '스파이', 조정받는 삶을 살고 있는 자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바꾸려는 '스파이' ... '스파이' 는 결국 우리들 모두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감시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지닌 우리들. 섬찟하게도 나는 조지오웰의 '1984' 가 연상되기도 했다.

소설은 정체성을 잃고 감시를 받으며 조정받는 삶, 목적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회. 현대 정보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꿰뚫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저항하고 혁명을 꿈꾸는 자는 독특하게도 '작가' 이다. 그리고 '책' 이다.


"소설을 읽는 것은 무엇보다 재밌어. 그건데 그 재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재미하고는 좀 달라. 너무 재밌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뭔가를 생각나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 어떤 작가들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어. 그런 작가들은 본능적으로 문학이 어떻게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알아. " - 146쪽

"왜 책일까요?"
"책은 위험하지. 책을 대신할 유희는 많지만 책보다 생각을 깊이 전달하는 것은 없지. 책은 만드는 데 돈이 덜 들고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떠돌면서 불어나니까. 한때 작가는 시대의 양심으로 일종의 혁명가였어. 그리고 혁명가는 거의 모두 작가야. 그들은 말을 하고 행동을 하고 이야기를 남기지. 지배자들은 그래서 늘 책을 없애려도 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 책은 육체가 사라져도 살아남는, 영혼 같은 거거든."
- 275쪽


기꺼이 패자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소설의 작가는 혁명을 꿈꾼다. 사색과 내면의 대화를 강조하는 우아한 혁명을.

"고요한 밤의 눈처럼 아침이 오면 알게 되는 달라진 세상이 있다고." - 309 쪽



#
시대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담고 있는 '혼불문학상' 작품들.
이번에 읽게 된 제 6회 수상작 <고요한 밤의 눈>을 포함해 총 3권의 혼불문학상 작품들을 읽어 보았고, <혼불> 역시 읽고 있는 중이기에 이번 이 소설은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기존의 혼불문학상 작품들이 과거 역사의 일면을 문제의식있게 다룬 것들이 많았다면, 이번의 <고요한 밤의 눈>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깊이 있게, 독특한 분위기와 구성으로 색다르게 다룬 것이었다.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서로 스토리간의 유기성이 떨어지는 면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고 서사적이고 밀도가 높게 느껴졌다. 또 , 작품 속에서 작가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의 단면들을 많은 부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310페이지를 넘는 정도의 그리 많은 분량의 작품은 아니었음에도 꽤 많은 이야기의 전개를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쓰고, 누군가는 읽고, 읽고 읽고...
재미가 있으되 재미 때문에 아무 생각이 안나는 소설이 아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
작가가 작품 속에서 말한 그 소설을
나는 여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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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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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을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들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저, 동영상 찍힌 것 같아요.”
“동영상?”
.
.
.
“아니요, 섹스 동영상요. 저도 어젯밤에 알게 되었는데 그쪽에서 협박을 하더라구요.”
식탁에 정적이 감돈다. - 10쪽


빠지는 것이 없는 집안인 듯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버지 서용훈은 국내 최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영화 산업과 건축업까지 손을 뻗고 있으며, 어머니 유미옥은 대대로 교수 집안에 대학교 이사장 딸로 유학생활을 마치고 결혼하여 우아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다, 큰 딸 서혜윤은 두 사람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 받아 두뇌와 품격을 지녔으며 부모의 계획에 따라 모범생으로 자라왔다. 그에 반해 작은 딸 혜란은 화려한 명품치장에다 하고 다니는 일이나 차림에 가족들이 언급을 피할 정도이다. 다만 미모는 지닌편.

막장 드라마에 나올법한 범상치 않은 가족. 그들이 사는 집은 언제나 정적이 감돈다. 대화없는 가족. 식사자리에서 겨우 몇마디 짧은 말이 다다.

어느날 언니 혜윤의 발언에 가족이 발칵 뒤집힐 법도 한데 생각보다 평온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뒤에서 일을 해결해보려는 아버지 서용훈은 자신이 믿고 일을 맏기는 심부름꾼에게 일의 해결을 맡기게 된다.
둘째 딸 혜란은 자신이 평소에 바란 라운지바를 가지려고 부모님에게 약속을 받으려 언니 뒤를 조사하여 본인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음을 자신한다. 이에 어머니 유미옥은 자신의 우아한 삶에 부끄러운 이 일을 어떤 식이든 빨리 해결하고 픈 마음에 작은 딸의 말에 귀기울이게 된다.
과연 이 범상치 않은 가족의 딸의 동영상 유출 사건은 잘 해결되어질 수 있을까?


소설 속 주인공들의 집에는 소음이 없었다. 적막했다.

"그녀의 집안에서는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혹시라도 문제가 발발하면 가족 개개인의 방식대로 각자 회피하거나 해결했다. 혜윤은 남들이 고요라고 말하는 그 적막함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 (55쪽)

사실 그런 면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족의 모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대화가 부족한 가족, 끈끈한 가족 간의 유대가 예전만 못하고, 한 공간에 있되 서로의 감정이나 일상들이 공유되지 못한다.

사건이 해결되어지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그제서야 싸우는 가족. 그들의 말들을 들어 보면 모두 가족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의 짐들을 외로이 짊어 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소통의 부재로 관계 단절의 위태로운 이 가족에게도 희망은 있었다는 점이다.


"소중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이젠 어떻게 해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을 느낄 때……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얼마나 숱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더는 돌아볼 기력조차 없었을 때, 그런 순간마다 화가 나고 슬프고 적어도 그 사람이 원망스럽다는 감정이 든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우리는 소리를 내야 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는 걸 알더라도, 그 소리가 가끔은 소음일지라도 내가 지금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대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혹시나 내가 그 사람이 내는 소리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작가의 말)


유쾌하게 코믹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어 읽히는 재미가 술술있었으나 뒷부분에 사건 해결과 가족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부분에서는 갑작스러운 '감동' 이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굳게 닫힌 가족의 방문을 여는 방법이 조금은 억지스러워도 용인이 되는 것 같다.

톡톡 튀는 유쾌한 블랙 코미디 한편을 즐겁게 잘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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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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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읽은지 한 달도 더 된 것 같다. 딱 '여름', 그리고 무덥기만 한 그 여름에 , 도무지 글자라고는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그 때 정말 '딱' 인 책이었다.
'하~ 오랜만에 정말 재미난 책을 읽었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책.
아무래도 읽고 바로 쓰는 리뷰는 아니기에 이 리뷰가 내가 느꼈던 그 재미가 그대로 전해지는 글은 아닐 듯 하다.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 진행 인물은 '홍간난' 여사의 손녀이자 집안 최강 백수 '강무순' 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첩첩산중 두왕리, 일명 아홉모랑이 마을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후 시골집에 홀로 남을 팔십 노모 홍간난 여사가 걱정되어 아들딸들이 손녀 강무순을 아홉모랑이 마을 시골집에 강제로 낙오시킨다.
이렇게 시작된 동거 및 유배 생활에 심심해하던 강무순은 집안에서 15년 전 자신이 그린 듯한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보물지도를 따라 경산 유씨 종택을 찾아가 보물상자를 파낸다. 그 보물 상자 안에는 15년 전 실종된 경산 유씨 종갓집의 외동딸 유선희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15년 전, 마을 노인의 백수 잔치에 온 마을 사람들이 온천으로 관광을 떠난 그날 밤 , 마을의 네 명의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이 일어났다. 나이도, 학교도, 출신도 다른 소녀 넷이 한꺼번에 사라져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강무순과 할머니 홍간난 여사, 그리고 경산유씨 종갓집 손자 '꽃돌이' . 이 엉성해보이고 코믹한 세 명이 그 사건에 뛰어 들게 된다.
과연 4명의 소녀 실종사건의 전모는? 그리고 이 사건은 해결되어질 것인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라는 무시무시한 제목과는 달리 이 소설은 첫 몇 페이지를 읽는 순간 작가의 특유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듯 하는 문체에 매료된다. '시체', '소녀 실종' 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유쾌하기까지 하다. 그러기에 일단 이 책을 손에 드는 순간 절대 놓고 싶지 않게 몰입되게 훅 읽어 나가게 된다.

이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톡톡튀는 개성들이 있다. 삼수생에 백수인 게을러 빠진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강무순, 알게 모르게 사건의 전말을 끌어내는 단서나 이야기를 툭 던지는 의문스러운 강무순의 할머니 홍간난 여사, 그리고 츤데레 시크한 '꽃돌이' 소년.
셋의 조합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될 듯 하지만 의외로 그 활약이 그럴싸하다.
이 살아 있는 캐릭터의 설정에, 드라마 한 편 보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장면 장면을 연출하는 스토리, 거기에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까지. 참 맛깔나는 작품이다.

재미난 소설을 정신없이 읽다가 보면 항상 결말이 아쉬울 때가 많은 때 이 소설은 그 반전이 재미를 더하여 더욱 좋았다. 코믹, 로맨스, 스릴러, 범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면서 배꼽 잡게 하는 재미와 또 등꼴 오싹함 역시 느끼게 하는 한국형 코지 스릴러!

「동갑내기 과외하기」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등의 작가라니 그 필력과 흥행 요소는 이미 믿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작품을 만났다는 기쁨이 컸던 좋은 작품이었다.
딱 더운 여름에 함께 하기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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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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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모양처, 율곡 이이의 어머니,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예술가... 그리고 현대에선 오만 원 권 지폐의 모델인 영웅적 존재... 내가 아는 신사임당은 그것이 다이다.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엔 '신사임당'에 대해 다 아는 듯 하지만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는 조선시대 여성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이미 2008년에 <붉은 비단보>로 출간된 소설이었으나 당시 시기적절하지 않음을 이유로 소설 속 주인공이 '사임당'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 못했으며 내용 역시 초본과는 달리 수정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소설 속 여주인공 '항아'는 '사임당' 이라는 제 이름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왔다.

읽는내내 '이 소설의 이야기는 허구이다' 라는 것을 되내며 읽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사임당' 의 젊은 시절 어긋난 사랑과 그 사랑의 그리움을 지닌채 그것을 예술혼으로 승화시켜 주옥같은 작품들을 완성시켰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설의 이야기는 사임당의 혼전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에 집중이 된다. 그러다보니 읽으며 사임당의 생애가 그러했겠거니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쩜 그만큼 이 작품이 탄탄하기에 스토리가 더 사실적이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소설의 처음은 사임당의 아들 '이이' 와 딸 '매창'이 어머니 '사임당'의 임종 후 사임당이 남긴 '붉은 비단보' 안의 물건들에 대한 의혹을 가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은 ' 사임당' 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하여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여성이었지만 어릴적부터 그림과 글에 대한 재주가 특출나 아버지로부터 귀여움을 받고 또 그 재주를 귀히 여겨주었기에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개남' 은 완벽한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항아(항상 恒, 나 我)'라 스스로 이름 짓는다. 그렇지만 사대부가의 여식으로 태어나 당시 조선시대의 한계를 뛰어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춤에 능한 '초롱'과 문장에 능한 '가연'이라는 벗이 있었다. 그리고 초롱의 오빠 '준서' 와 '항아' 즉 '인선' 은 안타까운 어긋난 사랑을 하고 만다. '준서'는 서출인데다 나중에는 역적의 자식이란 굴레까지 쓰게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들게 되는 인물이기에 그 둘의 사랑은 당시 시대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안타까운 사랑을 뒤로한 채 아니 마음에 깊이 넣어두고 혼인을 하고 7남매를 둔 사임당('인선'의 당호)...

죽기전 그녀가 꺼내어 보는 붉은 비단보와 푸른비단보에 쌓인 함들. 푸른 비단보에는 딸 '매창' 에게 그림스승으로서 남기는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담은 것이었고, 붉은 비단보에는 그리운 얼굴을 그리고 또 그렸던 초상화, 쌍그네 타는 처녀 총각의 그림, 석양 무렵에 바랑을 메고 금강산의 풍경 속으로 사라져가는 사내가 그려진 산수화, 모란 꽃송이가 그려진 치마 등 사임당이 비밀스레 숨겨둔 그것들이 있었다.

"아아, 이것이 내 마흔여덟 해 동안 내 생의 그림자로다."


붉은 비단보의 그것들이 있었기에 그녀는 푸른 비단보의 작품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 그녀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내면을 숨기며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조이고 또 스스로 가두어야 했던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럽고 외로워보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라면 그녀들이 가진 '끼'가 일종의 재앙처럼 느껴져 자신의 '자아' 조차 제대로 보이지 못했던 생을 살아간 그런 영혼을 염두해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임당의 어린시절 벗 '초롱', '가연' 에게서 '허난설헌' 과 '황진이' 의 모습도 어쩜 떠올릴 수 있다고도 했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우상'으로만 존재하는 딱 그만큼으로만 보이던 사임당을 한 인간으로, 여인으로, 예술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비록 허구일지라도 스토리를 통해 나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사임당을 잠깐 만나본 것 같다. 다만 사임당의 예술가로서의 면모보다는 '불멸의 사랑' 에 대한 면이 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곧 '사임당' 을 모티브로 하는 드라마도 방영된다고 하니 그 드라마는 이 책과는 다른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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