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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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딩 3기 6월 도서 라인업에 올라온 목록 중 가장 기대되는 책이었다.

잘 읽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전작이 좋은 반응을 가져왔던 작가의 신작이었기 때문.



등골이 서늘하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어 과연 어느 부분이 그렇게 소름 돋을까 긴장하면서 책장을 넘겨본다.

꼭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아도 여기 저기 등장하는 떡밥들을 나중에 어떻게 회수해나갈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었어도 역시나 밤에는 못 읽겠더라..는 후기)



주인공의 등장과 과거 사건들을 시간이 지난 후에 밝혀나가는 혹은 회상하며 지난 일들을 서술하는 방식.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에 익숙해진 전개방식.



과거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벌어진 것을 알고(타의.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일), 떠난지 오래인 고향으로 돌아온 조. 비밀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좁은 곳.

그리고 조의 동생 애니.

폐광. 어떤 장소. 어린시절에 어울렸던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 죽음. 죄책감.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조를 막는 친구들.

그리고 진실의 조각들.





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인데 미묘하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문장들이 있다. 결국 같은 소재와 문장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작가의 역량에 달린 듯.



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은 치유의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말은 틀렸다. 시간은 지우는 힘이 엄청날 따름이다.

무너진 가슴은 다시 맞출 수 없다. 시간은 그 조각들을 거두어 곱게 갈 뿐이다.

68쪽

회한이 담긴 독백. "지우는 힘"이라...



"이 마을에서 벌어졌던 사건은 오래전 얘기야. 지금쯤은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어린애가 까불다 저지른 실수 아니면 첫사랑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다. 분노가 끓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똑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면?"

118쪽

이쯤되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긴 네 집이 아니야. 너는 불청객이고."

"그래, 알아들었어."

"아니, 너는 못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그가 우리를 보낸 게 아냐."

125쪽

조를 막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한테 고마워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야. 그 3만 달러를 주길 바라는 거지. 왜냐하면 다음번에는 내가 이렇게 너그럽지 않을 거거든."

139쪽

글로리아라는 캐릭터의 등장. 조가 돌아온 게 단지 메일을 받아서일까?



우리는 이 지구상에 자신의 자리를 표시하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자신의 무언가를 남기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표지물마저 덧없고 일시적이다. 시간에 대항할 방법은 없다.

149쪽

도대체 어떤 일을 겪어야 시간에 대한 관념이 이러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묘지에 없는 게 뭐예요?"

나는 두리번거린다. 뭔가가 있다. 뻔한 뭔가가. 진작 알아차렸어야 하는 뭔가가. 머릿속 저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데 끄집어내질 못 하겠다.

157쪽

나는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는데-"

"여기에는 젖먹이나 어린애 무덤이 없어요." 그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애들이 다 어디 있을까요?"

158쪽

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내가 그들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다면 진실, 그러니까 모든 진실이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나조차도 그걸 믿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192쪽

감당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진실. 그리고 말 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가 겪었을 고통과 회한.



그것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그냥 여기 올라오면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렇게는 되지 않아, 조이 - 보이. 지금쯤은 뭔가 배울 때도 되지 않았나? 네가 나를 찾는 게 아니야. 내가 너를 찾는 거지. 그걸 절대 잊지 마.

205쪽

본격 호러 소설에 등장할 법한 묘사. 등골이 서늘해진다.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수많은 무의미한 짓 가운데 하나가 여덟살짜리와 옥신각신하는 거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여덟 살 짜리의 논리 앞에서는 당할 재간이 없다.

216쪽

사랑스러웠던 애니를 묘사한 부분 이후 친구들과 함께 찾은 곳에서 있었던 일이 조가 가진 죄책감의 기원.



그리고 애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과거는 진짜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

387쪽



소름이 돋았다...
이후 등장하는 반전.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망연자실한 느낌...


이유는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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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을 팝니다 -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
이경미.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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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새로운 고객층의 성향을 분석하고 광고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러운 노출을 방법으로 제시하는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었던 적도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별. 노출에 대한 저항. PPL의 거부감. 무료동영상을 보기 위해 필수적으로 플레이되는

광고의 재생시간 등등.

여러종류의 책을 읽었음에도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책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부제가 "콘셉트부터 디자인, 서비스, 마케팅까지 취향 저격 '공간' 브랜딩의 모든 것"입니다.

'공간'브랜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표지부터 책의 구성상 '시각자료'가 강조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시각자료를 잘 사용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설득력이 배가 될 것인데, 개인적으로 아주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도쿄부터 런던, 밀라노, 뉴욕까지,

세계 최고의 감성 저격 공간들을 만나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는 띠지문구처럼 수 많은 공간이 등장하고, 최근 들어 핫한 장소인 '블루보틀'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장사를 할때 중요한 요소로 '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취향이라는 컨셉을 제대로 잡을수만 있다면 입지의 문제점을 상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컨셉트' 그리고 이후의 작업.

책의 질감과 색감 역시 이 책의 컨셉인 것 같은데, 한결같이 고급스런 하얀 속지와 색감이 살아있는 그림을 보면

여러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점에서 저자분들은 제게 취향을 파신 것 같습니다 ㅎ기꺼이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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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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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최태성님. 유명한 분이시던데요.

혹시 마리텔2에 나오신 분인가요? ㅎ

얼마 전 서점에서 한국사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교재를 발견했습니다. 큰별쌤이라는 애칭도 있으신 듯.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를 비롯한 역사 과목을 좋아라해서 열심히 하긴 했는데, 이후 지속적인 공부는 안되었던 것 같아요.

한국사시험을 볼 유인이라도 있었으면 달랐을 법도 한데.

지금은 아이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올 때를 대비하여 읽어야 할 듯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그런 목적으로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해야 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서문에서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기에 그때마다 막막하고 불안하지요.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역사 속 인물들은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면 어떤 길이 나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11쪽

사람은 누구나 한 번뿐인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 점에서 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남은 일생을 어떻게 좌우할 것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순간에 수많은 선택을 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나중을 추적하다 보면 선택의 결과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상하게 시대와 배경(국가)이 다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사가의 기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같은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 아니라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접 찾아볼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인문학이 중요시되고, 문사철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갔지만, 역사는 모든 것을 통틀어 그 시대의 전부를 알 수 있는 종합학문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단지 있었던 일의 연대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합니다. 단순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정표가 될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하니, 저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공부한다면 각오가 다를 수 밖엔 없을 듯 합니다.

이 책은 일종의 입문서입니다. 이후의 심화학습은 결국 독자의 몫으로.

역사라는 학문은 방대하여 일단 입문한 이후에는 평생을 두고 볼 만 합니다.

일단은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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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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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름과 얼굴.

저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름에 대해서는 익숙할 듯 합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펴낸 책.

가끔 교얌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보면서 이런 생

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전문직을 주로 연기하는 연기자를 볼 때도 그렇습니다.

"저 사람은 저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 않겠구나"

오프라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면서 얻은 선한 영향력을 본인의 일부로 소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책은 10개 장으로 나뉘고 각 장마다 몇 개의 짧은 소주제들이 등장합니다. 분량은 적지만 오프라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 장면과 그 후 그녀의 소감이 등장하는 형식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말들은 그녀보다는 그녀와 만났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인터뷰이들이 한 말들이 인용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용서와 자비심에 관한 부분.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 말이 생명을 얻는 것은 그 말을 한 사람이 본인의 인생을 말한 듯한 상황에서인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었든 당신을 사랑하고 용서해서 그 일로 상처를 받지 않아야 한다.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바꿀 수 없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돈 미겔 루이스 133쪽

인터뷰를 읽을 때 두 가지 관점에서 읽곤 합니다.

인터뷰의 대상이 된 사람이 흥미로운 사람일 때 인터뷰를 더 몰입해서 읽지만, 가끔은 인터뷰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 흥미로울 때 더 잘 읽히는 것 같습니다.

준비를 많이 하고 충분한 고민 끝에 나온 질문에는 답변하는 사람의 자세도 달라지겠지요.

좋은 스피커만 있었다면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녀가 좋은 리스너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리스너는 어느새 스스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어요. 어딘가에서, 누군가로부터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 책 안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애정어린 태도로 경청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한장한장 넘기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읽었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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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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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10대때 바라본 어른의 모습은 어쩌면 그렇게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였다.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터진 IMF 덕분인지 화면 속에 보이던 어른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합리해보였던 것 같다.

20대때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잘 아는 사람이 어른으로 보였던 것 같다. 어설프게 생각했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선명하지 않은 지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존재하는 길이지만 알지 못하면 볼 수도 없는 그런 지도.

30대가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두려움만 늘었다. 부모가 되고부턴 세상이 온통 위험한 것 투성이로 변했다.

40대가 되면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그제서야 문제가 되어서 나타날 것 같다.

마치 끝이 없는 도장깨기 같다랄까.

이 책은 뭘 "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부분의 문제는 풀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더라.

바로 자기 자신. 그럼에도 가장 힘든 순간은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근데 그런 건 누구나 다 같지 않을까?

우울증이나 조울증, 요즘은 흔해진 공황장애라는 증상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병명 등이 이제는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상황이 다 괜찮을 수도 없고, 그 상황이란 걸 내가 다 통제할 수도 없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접했을 사연들과 그에 대한 진단도 와 닿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두 사람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주제로 고민을 해 왔다는 점. 환자와 이격되어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을 것 같은 두 사람도 가정과 일, 그리고 연애와 결혼 문제로 누군가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의지했다는 고백도 나온다.

그들도 나도 다르지 않다. 이 점을 알게 된 것만으로 상당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특별히 와닿았던 부분은 "당신의 불행을 인정하라" 부분

"그래, 난 과거에 힘들었어. 그래서 화가 나고 슬퍼. 그러나 난 이제 어른이야.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난 이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그건 내 힘이야. 더 이상 과거가 나를 지배하도록 두지 마!"

-117쪽

그리고 저자의 본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 중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죽을 듯히 슬프고 우울해도 일단 일어나서 씻고 먹고 움직이고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는 것, 이게 시작이 되더라구요. 그걸 해야 내 안에 도파민이건 세로토닌이건 나올 거잖아요. 내게 다시 생동감을 찾아주기 위한 최소한의 첫발만큼은 스스로 떼어줘야지, 안 그러면 너무 힘들어요."

-247쪽

개인적으로 저자의 말에서 어른의 정의를 찾아본다. 뭐든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그 시작이란게 자발적이든 스스로의 환경에 등떠밀려 어쩔 수 없는 것이든. 결국은 그걸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닌가 싶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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