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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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밤의달리기 #이지 #비채 #한국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서울 을지로 세운상가에 자리한 청년 예술가들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상실과 고난 속에서도 유쾌함과 환상을 잃지 않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

주인공 ‘휴일’은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 때문에 여러 작업실을 옮겨 다니다가 세운상가에 정착한다. 세운상가는 언제 재개발될지 모르는 낡고 퇴락한 공간이지만, 이곳에 모인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며 일상을 산다.

소설의 시작부터 세운상가의 풍경은 독특하게 그려진다. 오랫동안 재개발 논의 속에서 소외된 공간, 그럼에도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삶의 색을 덧칠한 곳, 그러나 결국 다시 떠나야만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은 특별하다. "우리만의 우주가 필요하다. 약하디 약한 우리는." 이 한 줄은 작가가 이들 청년 예술가들에게 부여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들은 사회적 기반 없이 감각과 예술에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자신들만의 우주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몽환적이고 따뜻한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주인공 ‘휴일’의 곁에는 남편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집을 떠난 엄마, 젊은 시절 가수였던 아빠, 예술을 포기하고 안정된 직업을 찾아 떠난 친구들, 그리고 뭔가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연상의 애인 ‘엘’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불안과 상처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서로에게 미묘한 위로가 되는 존재다.

"우리는 눈과 진흙처럼 서로에게 스며든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며 각자의 무게를 나눈다.

주인공과 연인 엘의 관계는 소설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엘은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인물이지만 때때로 엉뚱한 행동으로 주인공을 당황하게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꽃을 들고 기다릴 때 엘은 산책하는 강아지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필요한 물건 대신 밤을 사오는 등 예상할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러나 엘은 주인공에게 삶의 소소한 기쁨과 새로운 감각을 선물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보듬어준다. 주인공은 "나는 엘을 만나 삶은 밤의 맛을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엘과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긴다.

작품 속에서 이지 작가는 세운상가를 예술가들의 일터로만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와 갈등의 상징적 공간으로 묘사한다. 세운상가는 늘 재개발을 기다리지만 쉽게 변화하지 않는 곳으로, 그 안에서 작가는 "서울에 피사의 사탑이 있었다면 그것도 재개발했을 것"이라는 농담을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진 과잉 개발과 상업화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재개발과 재생의 흐름 속에서 잊히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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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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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늦여름 #이와이슌지 #비채 #일본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이야기는 미술 대학을 졸업한 후 광고 회사에서 일하던 주인공 카논이 상사의 압박에 지쳐 퇴사를 결심하고,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미술 잡지 편집부에 수습 기자로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카논은 우연히 맡게 된 정규직 입사 테스트 겸 특집 기사에서 전설적인 화가 ‘나유타’를 취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사신(死神)’이라는 별칭을 가진 나유타는 얼굴과 본명이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화가로, 그의 작품 속 모델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는 소문이!

카논은 취재를 위해 홋카이도 오타루와 가와사키를 오가며 나유타의 과거와 그의 작품에 얽힌 사람들을 만나고, 각 만남을 통해 얻은 단서를 토대로 퍼즐을 맞춰갑니다.
대중예술을 하는 자에게 '사신'이라는 칭호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을 것 같은데. 그의 작품을 소유하려 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이 칭호는 누가 붙인 걸까요?
나유타와 그의 작품은 인간의 고뇌와 비밀을 담고 있는 깊은 예술적 표현을 담고 있었는데 말이죠.

소설에서 나유타는 단순히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저주받은 화가가 아닌, 그저 삶을 예술로 표현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 죽음을 그려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소문이 돌지만, 이는 그가 가진 예술적 감각과 진실을 표현하려는 의지를 왜곡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 소문의 진실은 결국 카논이 밝혀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에 그 힌트가 있었죠.
이렇게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 하나를 더 얻습니다.

카논에게는 조력자 가세가 있습니다. 카논의 고등학교 동아리 후배였죠. 카논에게서 유화를 배웠습니다. 취재장소 인근까지 카논과 동행하고 정작 취재장소에는 카논 혼자 들어갑니다. 여러차례 반복되다보니 가세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카논을 사진처럼 그린 그림으로 상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사진같은 그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아무래도 카논과 가세의 인연은 카논의 기억보다 오래 된 듯 합니다. 두 사람은 어떤 인연으로 얽혀있는 걸까요?
그리고 가세는 나유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요?
미스터리와 로맨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장의 소설. <제로의 늦여름>이었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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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의 섬
엘비라 나바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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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들의섬 #엘비라나바로 #비채 #스페인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경계와 틈새를 넘나드는 엘비라 나바로의 환상 세계

표제작인 <토끼들의 섬>에서부터 <꼭대기 방>, <미오트라구스>에 이르기까지, 환상과 현실을 섬세하게 교차시키며 독자를 혼란스럽게도, 매혹적으로도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와 틈새를 탐색하고, 그 틈새 속에서 현실의 부조리와 고통을 발견하게 된다.

나바로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기괴함과 폭력성을 끌어내는 데 능하다.

<토끼들의 섬>에서 무인도의 '가짜 발명가'가 새들을 없애기 위해 빨간 눈의 토끼를 풀어놓는 장면을 마주한다. 빨간 눈을 가진 토끼가 새를 사냥하고 잔혹하게 잡아먹는 모습은 자연스러워야 할 생태계 속에서 인간이 개입하며 발생한 일그러진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인간과 환경의 관계로 이끈다. 단순히 독립된 생명체로서의 토끼가 아니라, 환경을 조작하고 변형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는 존재로 다가오는 것.

<스트리크닌>에서는 한 여성의 귀에서 발이 돋아나는 기이한 장면을 묘사한다. 그녀는 이를 가리기 위해 히잡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향하지만, 그 여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사람들은 그 변이를 두려워하거나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는 단순한 환상적 설정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로 읽힌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다른 외모,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겪는 차별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며, 나바로는 이를 환상적 설정 속에 숨겨 더욱 인상적으로 전한다.

<헤라르도의 편지>에서는 이별을 앞둔 연인이 외딴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이들이 마주하는 음산한 숙소와 기이한 숙박객들, 그리고 음침한 욕실은 마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간관계의 불안과 공포가 어떤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남자친구를 향한 두려움과 불신은 초자연적 환경 속에서 극대화된다.

<미오트라구스>에서는 허구와 역사가 얽힌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대공이 벌이는 끔찍한 '놀이'는 단순히 잔혹한 상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에서 자주 소외되는 존재들을 은유하며 이들에 대한 무관심이 초래하는 결과를 경고한다.

<꼭대기 방>에서 주인공은 열악한 호텔 근무 환경 속에서 외로이 버티며, 자신이 지낸 공간이 꿈속의 불안 요소로 자리 잡는 장면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의 고단한 노동 현실과 그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나바로는 우리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 현실의 이면을 환상의 틀 안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가 외면하고 지나쳤던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게 한다. 그는 “외곽, 변두리, 경계… 내 관심사는 언제나 현실을 결정짓는 윤곽이 희미해지는 틈새에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관심사가 여실히 드러나는 단편소설집.

이 책을 통해 스페인소설을 처음 접해보는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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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 거두는 시간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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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을거두는시간 #이선영 #비채 #한국소설 #비채서포터즈2기

등장인물의 나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었다.

화자인 윤지의 관점에서 크게 두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첫번째 사건은 어느날 그녀를 찾아 온 민혁이라는 청년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알고 있다. 기억의 배신을. 영화 <올드보이>의 대사. 물에 가라앉는 건 바위나 모래알이나 매한가지다.
윤지는 단짝이었던 수진, 선재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두번째 사건. 윤지는 유명한 화가인 선임 이모에게서 자서전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선임 이모와 이모부의 관계,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선임 이모의 결혼식 참석 의사를 물어오는 조카 형서의 민낯까지.
선임 이모가 이모부와 갈라서게 된 계기가 된 그분의 존재부터 선임 이모가 숨겨왔던 죄의식과 남다름을 깨닫게 된 그날의 사건까지.
그리고 결정을 해야 한다. 이모에게 책의 존재가 남들에게 알린다는 의미인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극히 개인적인 의미인지 물어야 한다.

연상되는 책이 있었다.
첫번째 사건의 경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두번째 사건은 백수린 작가님의 <눈부신 안부>.

묘한 변주와 인상적인 인물들.
망각된 기억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질 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그물을 거두는 시간>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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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실패하기 (15만 부 기념 에디션)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최현성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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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성격 유형을 알아내거나 진로를 미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이런 과도한 계획과 불필요한 헌신이야말로 사람들의 성공과 행복을 방해하는 원인이다.

■ 삶을 개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에 시간을 쏟아 붓는 것이다. 또한 사기를 떨어뜨리고 힘들게 하는 일은 피하고 자신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성공과 행복을 누리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을 즐겁게 하는 행동을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이것은 절대적이며 명확하고 그 무엇보다 분명하다.

생각해보라.
실수를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틀린 말을 하거나 어설픈 아이디어를 따라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실패를 피하려는 삶이 당신을 구속한다.

■ 성공은 대개 위태로운 상황과 어설픈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니 성공을 거두고 싶다면 먼저, 그 일을 얼마나 망치게 될지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재능이 의심되면 잘하는 것만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자신의 전문성이나 능력에 의구심을 던질만한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확신이 없는 것을 시도할 때 초보자의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접근한다면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직접 행동에 뛰어드는 것은 긍정적인 태도를 불러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일에서 편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긍정적인 행동을 취하는 당신의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아하지 않던 일에서라도 놀라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기회를 잡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종종 좋은 일이다. 미지의 영역으로 이동하여 자신을 확장하고 개인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 우리 대부분은 중요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 내는 데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이다. 미루기의 해독제는 이 과정을 반대로 하는 것이다. 즉, 매일 시간을 할애해 중요한 일에 능숙해지는 것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와 관련된 주요 활동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득과 실로 행동을 결정할 때의 문제점은 부정적인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는 데 있다. 사실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실'에 '득'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일이든 비용 대비 득과 실만을 계산해서 판단한다면 열정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시도하기 전에 언제나 깐깐한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실험하고 탐험하려는 동기는 저하되기 마련이다. 결국 몸을 사리게 된다.

■ 실패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에 얽매어서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우린 끝이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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