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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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코드 #빌게이츠 #소스코드_더비기닝 #열린책들 #소스코드_빠른서평단 #자서전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세계최고의 부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 

은퇴했으나,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의 양자컴퓨터에 대한 상용화 전망 발언 하나로 주식시장이 들썩거린다. 


그런 그가 자서전을 내놓았다. 

표지의 사진. 보이는가? 

누가 봐도 장난끼 가득한 소년의 얼굴이다. 

이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각장의 첫페이지에 실린 사진을 보며 확인해보자.


자서전의 이름 ‘소스 코드’. 

‘소스 코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설계도인데, 개념만 나타낸 추상적인 설계도가 아니라 당장 컴퓨터에 입력만 하면 진짜로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있는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짜인 설계도. 


세밀하고, 구체적인 설계도. 

제목만 봐도 이 책이 얼마다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쓰여졌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총 520페이지. 

‘더 비기닝’이 붙어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책의 후속편도 나올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그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것은 고작 1975년.


걸출한 인물의 일대기답게 고난과 역경을 거쳐 업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다소 장황하게 설명할 것 같다고 생각했으나, 선입견에 불과했다.


그가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었음이 분명한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적었고, 당시 부모님이 그를 다루기 버거워했음을 솔직하게 기술한다. 예를 들자면 '생각'이란 걸 해보시는 것이 어떠냐는 발언. 

다행인 점은 그가 자신이 한 행동과 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과 환경에 대해서도 기술되어있는데, 그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제하고자 했다. 

이를테면 '게으른 천재' 이미지.

어린 시절 그가 해낸 과제의 수준은 170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 정도였는데 고학년이 되자 그정도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좀 더 고차원의 사고가 담긴 결과물이어야 인정받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깨닫고나서 한 행동은 같은 책을 두권씩 사는 것.

한 권은 학교에, 나머지 한 권은 집에 두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귀엽지 않은가.


운동으로 주목받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서 틈새를 노린다. 엉뚱한 질문을 하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 하지만 알고보면 영리한 학생. 유년시절의 빌 게이츠.


그런 그가 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게 되는 과정. 그 사이사이 그가 만나는 친구, 인연.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 

그중에는 애플의 그사람도 등장한다.


말썽쟁이 자녀를 둔 부모는 교육관점으로 접근해도 좋을 듯. 

멘토를 얻고 싶은 이에게는 자기계발서로도 읽힐 것 같다.

솔직히 말하는데, 다 떠나서 이 책. 재밌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은 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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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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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독자3기 #네가손에쥐어야했던황금에대해서 #오가와사토시 #소미미디어 #일본소설 #자전적소설

"이 책은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가? 아니면 소설인가?"
뒷표지에 적힌 이 글과 작가에게 붙는 수식어가 이 책의 독자로 하여금 혼돈에 빠지게 합니다.

그 수식어란 '나오키상 수상 작가이자 일본의 떠오르는 SF 작가'를 말합니다.

이에 더해 표지의 다소 환상적인 분위기.
장르를 둘러싼 오해에 기름을 붓습니다.

완독한 후 리뷰를 쓰려는 지금에 와서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에요. 작가와의 거리감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런 인물이 확실히 있을 법 하거든요.

소설가로서의 미덕이 무엇이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포용력'이 포함된다고 보거든요. 물의를 일으킨 인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비판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요?

신문지 사회면에서의 건조한 사건 기술이 아니라 인물을 대면했을 때의 자세와 대화를 묘사한 후에 그 인물을 둘러싼 후일담과 본인이 했던 말이 어떻게 적용된 것인지를 기술합니다.

소설가 지인과 나눌 법한 이야기가 등장해요.
예를 들자면
다음은 열차 안에서 우연히 지인을 만난 후 적당한 인사치례가 끝나자 읽고 있던 미스터리 소설 문고본을 꺼냈는데, 그것을 본 지인이 작가에게 범인을 잘 맞추는지 질문을 하면서 이어지는 대화.
_ _ _ _
“그냥 범인만 맞히는 거라면 상당한 정확도로 맞히긴 합니다. 범행 트릭이나 동기 등은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요.”

“뭔가 요령 같은 게 있습니까?”

“요령이라고 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같은 업을 하니까 저절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구체적으로 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

“피해자를 죽일 만한 명확한 동기가 있는데 범행 시각의 알리바이가 없는 용의자는 소설에서는 제일 먼저 범인 후보에서 제외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원한을 산 인물은 첫 번째 피해자나 최초 용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범인일 가능성은 드뭅니다. 언뜻 봐서는 동기가 없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사람이 유력한 범인 후보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는 거군요.”

“그렇죠. ‘누가 범인이면 내가 가장 놀랄까?”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_ _ _ _
대화의 상대방인 지인이란 '바바'라는 이름의 만화가인데, 오리지날리티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안티팬들로부터 집요하게 공격을 당하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만화 판매 부수에 체험판 다운로드 기록까지를 포함해서 부풀렸다거나, 차고 있는 시계가 짝퉁이라는 등 비판받는 지점이 있었고, 만화 내용 역시 누군가의 블로그 내용을 그대로 썼다거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설득력 있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작중 화자는 실제 그를 만나본 결과 호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와 나눴던 대화가 마치 자신의 것처럼 그대로 인용된 만화가 업로드된 것까지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죠? 그럼에도 비난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은 안드는 상황.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다시 보고 싶지도 않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인 중 누군가가 떠올랐어요.
아. 그제서야 뒷표지의 문장이 와닿습니다.

방금 내가 읽은 것은 실제 이야기인가, 소설인가.
솜독자 3기의 첫 책을 읽고 기분 좋은 혼돈에 빠졌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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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텍터십 - 우리는 서로의 버팀목이다
이주호 지음 / 세이코리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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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텍터십 #이주호 #세이코리아 #고운세상 #닥터지 #도서협찬 #세이코리아서포터즈

잘 되는 곳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닥터지' 이주호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나 이유가 있었어요.

"고운세상은 직원을 ‘비용’으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회사입니다.

외부에서는 이를 ‘인본주의 경영’ 혹은 ‘사람 중심 경영’이라고 평가하지만,
저는 그런 거창한 수식어보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성장하는 관계, ‘프로텍터십’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26-27p 中에서

저자의 위와 같은 철학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책의 구성상 회사 이야기가 먼저 등장하고, 저자 개인의 성장과정, 회사 생활 등이 나중에 등장하는데 이 책을 재독할 때는 저자 개인 이야기가 주로 쓰여진 중간 부분을 먼저 읽기로 마음 먹었어요.
자기계발서로도 읽힐 수 있겠더라구요.

대표이사가 된 저자는 인격적으로도 성장한 시점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직원의 조사를 이유로 방문했을 때의 반응을 보고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는 저자.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프로텍터십이란 개념은 그냥 나오게 된 것이 아니었어요. 개인적인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것들과 회사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계기였어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자격지심이 정기급여가 나오는 직업을 얻게 되면서 해소된 것 같았다는 부분.

이 부분은 (주) 고운세상의 출산, 육아 장려 정책으로 이어집니다. 본인이 자리를 비워도 직장에서의 위치가 위협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가정생활의 안정과 충실감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경이적인 출산율은 책에서 확인하시기를!

특히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을 소개합니다.
_ _ _ _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최고의 리더십 훈련이다.”
첫째, 정서적 인지 감수성이 높아진다.
둘째, 배려심과 포용력을 기르게 된다.
셋째, 회사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메타인지가 늘어난다.

이전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한 세상이었다면, 육아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의 세상입니다. 나의 현재뿐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미래까지도 염두에 두게 됩니다.

이런 새로운 시각과 경험은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리더에게는 이러한 덕목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더 넓은 시각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_ _ _
저자의 철학이 묻어나는 부분이었어요. 공감 👍

이제 책의 앞부분에 있는 성과를 볼까요!

'닥터지' 브랜드의 성장과정 역시 드라마입니다.

올리브영의 시선으로 내부 평가와 개선을 반복한 끝에, 퇴출 직전이었던 전해와 달리 1년 만에 중위권에 오를 수 있었고, 그 다음 해에는 최상위 브랜드 중 하나로 도약하게 됩니다.
브랜드평가 보고서를 쓴 대표님에게 직접 전화해서 전직원들 앞에서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해요. 위기상황임을 공유한거죠. 이때 저자와 직원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판데믹 때 활로를 개척.
야외활동 감소로 선크림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만회하고자 보습과 클렌징 제품군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워, 결과적으로 그해 PX 매출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하로 줄었으나 온라인과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며 회사 성장의 주축이 되었습니다.

위기가 오히려 기업의 약점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사실 상황이 좋을 때는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데, 구성원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브랜드의 체질 개선. 이것이 곧이어 맞이할 더 큰 위기의 선행학습이 됩니다.

PX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리셀러들이 대량으로 물건을 사서 온라인으로 재판매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국군복지단의 ‘경쟁과열품목 집중관리제도’에 따라 결국 고운세상은 자진 해약 형식으로 다섯 개 품목의 공급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코로나 사태를 통해 배운 교훈은 당장의 매출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그해 사업 계획에서 매출과 이익 목표를 낮췄지만 인력과 마케팅 투자는 오히려 늘렸다고 합니다.
직원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되었는지 안봐도 알 것 같아요.

피드에 인용한 부분을 보면 처세에도 능하신 듯.
경력 5년차 직원에게 남기신 말이 재밌습니다. "아직 월클 아닙니다"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회사. 잘 될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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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알려주는 정신과 사용법 - 정신과 문을 여는 게 두려운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나해인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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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어요.
어릴 적부터 알고지냈던 친구가 한동안 보이지 않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입원을 했었다고. 그 말을 들은 후부터 그 친구를 대하는 것이 묘하게 조심스러워졌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뭔가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조금씩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대상을 '나'로 한정하면 문턱이 높아지는 곳이 있죠.
정신과.
인식이 그러하다보니 이 곳에 내방하기까지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환자가 방문을 했을 때는 이미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찾아온 이후에도 유난히 원인을 찾아내는데 집착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있어서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정신질환의 원인은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른다'고 합니다. 다른 질환처럼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심리/인지적 요인이 뒤섞여서 일어나는 것이니 한가지만 꼭 찝어낼 수는 없는 거겠죠.


그럼 이 책을 읽어서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



왜 없겠어요. 당신이 정신질환과 정신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의 대부분을 이 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록 유출, 보험료 인상, 약물 의존증? 이게 가장 걱정되던 부분 아니던가요? 명쾌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우울, 불안, 번아웃, 성인ADHD, 강박, 수면 문제, 중독, 트라우마. 흔히 생각되는 질환의 종류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문항들이 실려있구요.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풀었습니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인 ADHD'와 번아웃, 그리고 트라우마 부분.
고기능ADHD의 경우 높은 지능과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집중 덕분에 어릴 적에는 증상이 있어도 인지하지 못했다가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인지하게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번아웃의 경우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구요.
트라우마의 경우 예전에는 재난 등 대문자 T만 트라우마로 인정했는데, 이후에는 습관적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소문자 t 트라우마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수면 문제로 한동안 고생했던 적이 있어서 이게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잘 자는 편이라서 금새 좋아지긴 했는데, 그 기간이 오래되었다면 신경가소성 때문에 꽤 힘들었을 수도 있겠더라구요.


책의 후반부는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법과 첫 진료시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마지막 장은 치료를 하면서 유의해야 할 부분을 언급하는 것으로 맺습니다.



책 표지처럼 안정감을 주는 책이었어요. 혹시 구미가 당긴다면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해보면 될 것 같아요. 삶의 균형을 찾는 한해가 되길 원합니다.
(아. 그러자면 먼저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



덧) 몇해 전. 우연히 마주친 어릴적 그 친구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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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편지교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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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서간문)처럼 개인의 고유한 특성이 묻어나는 글은 없을 듯 합니다.
혹시 펜팔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십 년도 넘은 옛날에 한동안 편지를 주고 받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2에서 고3이 되는 그 시점. 같은 반 친구가 시작한 펜팔이 학급전체로 번져나갔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후 기숙사 열람실 기둥 뒤에서 팔꿈치로 편지지를 가려가면서 한줄 한줄 적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고쳐쓰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요? 생각해보면 그때가 인생에서 퇴고를 가장 많이 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편지라는 게 어느 한쪽이 응답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들해지는지라 어떻게든 빨리 보내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그래서 이미 부쳐버린 편지의 내용을 곱씹으며 이불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 그 이야기는 굳이 하지 말 것을'하구요.

자, 이 책으로 돌아가서 거장이 편지를 대하는 자세를 먼저 보자구요.
뒷표지에도 인용되어 있지만 "결국은 실이 얽히고설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지만 편지는 편지, 한 통 한 통이 완결된 하나의 세계"라고 정의를 내립니다.

등장인물이 무려 다섯 명입니다.
고리 마마코 (45세) _ 제법 살찐, 당당한 성격의 前 미인
2. 야마 도비오 (45세) _ 마마코와 동갑내기 남자 친구. 유명한 복식 디자이너.
3. 가라 미쓰코 (20세) _ 예전 마마코의 영어학원을 다녔던 학생
4. 호노오 다케루 (23세) _ 연극 연출 공부 중인 근면하고 논리적인 청년
5. 마루 도라이치 (25세) _ 미쓰코의 사촌오빠, 대학 3년째 유급. 낙천적인 성격

들어가기 전에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상세하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성별과 나이차, 경제적인 여건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합니다.

한가지 속지 말 것!!!
뒷표지에 굵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어요. "다음과 같은 고민을 가진 분께 이 책을 권합니다." 이하에서
'상대와 농염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한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 '사랑의 라이벌을 티 안 나게 비방하는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 '호기롭게 돈을 빌리는 편지를 쓰고 싶으신 분'을 각 명시하고 있는데, 책의 본문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나이차가 확연한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편지를 쓴 결과가 어떻게 흑역사로 남을 것인지, 티 안 나게 비방하는 편지를 쓴다고 했는데 꼬리가 밟혀서 편지의 주인이 밝혀졌을 때의 난감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돈을 빌리지도 못하고 우표값만 건질 경우 당장 밀린 월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일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을 배우실 겁니다.

그러니까요. 책은 읽어야 제맛이랍니다.
그나저나 그녀는 어째서 그런 편지를 쓴거랍니까. 결국 그가 '여마'라고 칭한 것이 맞는 것 같이 되어버렸....
흠흠. 스포는 자제하겠습니다.
어쩝니까. 책의 제목이 '교실'이란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배우는 게 있을 겁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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