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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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10대때 바라본 어른의 모습은 어쩌면 그렇게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였다.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터진 IMF 덕분인지 화면 속에 보이던 어른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합리해보였던 것 같다.

20대때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잘 아는 사람이 어른으로 보였던 것 같다. 어설프게 생각했던 미래를 그려보는 것은 선명하지 않은 지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존재하는 길이지만 알지 못하면 볼 수도 없는 그런 지도.

30대가 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두려움만 늘었다. 부모가 되고부턴 세상이 온통 위험한 것 투성이로 변했다.

40대가 되면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그제서야 문제가 되어서 나타날 것 같다.

마치 끝이 없는 도장깨기 같다랄까.

이 책은 뭘 "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대부분의 문제는 풀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더라.

바로 자기 자신. 그럼에도 가장 힘든 순간은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 근데 그런 건 누구나 다 같지 않을까?

우울증이나 조울증, 요즘은 흔해진 공황장애라는 증상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병명 등이 이제는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상황이 다 괜찮을 수도 없고, 그 상황이란 걸 내가 다 통제할 수도 없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접했을 사연들과 그에 대한 진단도 와 닿았지만,

이 책의 미덕은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 두 사람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주제로 고민을 해 왔다는 점. 환자와 이격되어 중립적인 입장에 서 있을 것 같은 두 사람도 가정과 일, 그리고 연애와 결혼 문제로 누군가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의지했다는 고백도 나온다.

그들도 나도 다르지 않다. 이 점을 알게 된 것만으로 상당한 위로가 되는 것 같다.

특별히 와닿았던 부분은 "당신의 불행을 인정하라" 부분

"그래, 난 과거에 힘들었어. 그래서 화가 나고 슬퍼. 그러나 난 이제 어른이야. 그 힘든 시간 속에서도 난 이만큼 괜찮은 사람이 되었어. 그건 내 힘이야. 더 이상 과거가 나를 지배하도록 두지 마!"

-117쪽

그리고 저자의 본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 중

"저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죽을 듯히 슬프고 우울해도 일단 일어나서 씻고 먹고 움직이고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는 것, 이게 시작이 되더라구요. 그걸 해야 내 안에 도파민이건 세로토닌이건 나올 거잖아요. 내게 다시 생동감을 찾아주기 위한 최소한의 첫발만큼은 스스로 떼어줘야지, 안 그러면 너무 힘들어요."

-247쪽

개인적으로 저자의 말에서 어른의 정의를 찾아본다. 뭐든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닐까? 그 시작이란게 자발적이든 스스로의 환경에 등떠밀려 어쩔 수 없는 것이든. 결국은 그걸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 아닌가 싶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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