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딩 3기 6월 도서 라인업에 올라온 목록 중 가장 기대되는 책이었다.잘 읽힌다는 평이 지배적이었고, 전작이 좋은 반응을 가져왔던 작가의 신작이었기 때문.등골이 서늘하다는 독자의 반응도 있어 과연 어느 부분이 그렇게 소름 돋을까 긴장하면서 책장을 넘겨본다.꼭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아도 여기 저기 등장하는 떡밥들을 나중에 어떻게 회수해나갈지 궁금해하면서 읽었다.(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었어도 역시나 밤에는 못 읽겠더라..는 후기)주인공의 등장과 과거 사건들을 시간이 지난 후에 밝혀나가는 혹은 회상하며 지난 일들을 서술하는 방식. 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후에 익숙해진 전개방식.과거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벌어진 것을 알고(타의. 누군가로부터 받은 메일), 떠난지 오래인 고향으로 돌아온 조. 비밀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좁은 곳.그리고 조의 동생 애니.폐광. 어떤 장소. 어린시절에 어울렸던 질이 좋지 않은 친구들. 죽음. 죄책감.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려는 조를 막는 친구들.그리고 진실의 조각들.어디선가 본 듯한 문장인데 미묘하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문장들이 있다. 결국 같은 소재와 문장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작가의 역량에 달린 듯.사람들이 말하길 시간은 치유의 힘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 말은 틀렸다. 시간은 지우는 힘이 엄청날 따름이다. 무너진 가슴은 다시 맞출 수 없다. 시간은 그 조각들을 거두어 곱게 갈 뿐이다. 68쪽회한이 담긴 독백. "지우는 힘"이라..."이 마을에서 벌어졌던 사건은 오래전 얘기야. 지금쯤은 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잊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어린애가 까불다 저지른 실수 아니면 첫사랑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다. 분노가 끓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똑같은 사건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면?"118쪽이쯤되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여긴 네 집이 아니야. 너는 불청객이고.""그래, 알아들었어.""아니, 너는 못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그가 우리를 보낸 게 아냐."125쪽조를 막으려는 이유가 무엇일까."나한테 고마워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야. 그 3만 달러를 주길 바라는 거지. 왜냐하면 다음번에는 내가 이렇게 너그럽지 않을 거거든."139쪽글로리아라는 캐릭터의 등장. 조가 돌아온 게 단지 메일을 받아서일까?우리는 이 지구상에 자신의 자리를 표시하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자신의 무언가를 남기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표지물마저 덧없고 일시적이다. 시간에 대항할 방법은 없다.149쪽도대체 어떤 일을 겪어야 시간에 대한 관념이 이러할 수 있단 말인가."이 묘지에 없는 게 뭐예요?"나는 두리번거린다. 뭔가가 있다. 뻔한 뭔가가. 진작 알아차렸어야 하는 뭔가가. 머릿속 저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데 끄집어내질 못 하겠다.157쪽나는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는데-""여기에는 젖먹이나 어린애 무덤이 없어요." 그는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애들이 다 어디 있을까요?"158쪽아이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내가 그들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다면 진실, 그러니까 모든 진실이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었다. 나조차도 그걸 믿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192쪽감당할 수 없었던 그 날의 진실. 그리고 말 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그가 겪었을 고통과 회한.그것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 하다. 그냥 여기 올라오면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렇게는 되지 않아, 조이 - 보이. 지금쯤은 뭔가 배울 때도 되지 않았나? 네가 나를 찾는 게 아니야. 내가 너를 찾는 거지. 그걸 절대 잊지 마.205쪽본격 호러 소설에 등장할 법한 묘사. 등골이 서늘해진다.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수많은 무의미한 짓 가운데 하나가 여덟살짜리와 옥신각신하는 거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여덟 살 짜리의 논리 앞에서는 당할 재간이 없다.216쪽사랑스러웠던 애니를 묘사한 부분 이후 친구들과 함께 찾은 곳에서 있었던 일이 조가 가진 죄책감의 기원. 그리고 애니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과거는 진짜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거짓말을 한다.387쪽소름이 돋았다...이후 등장하는 반전. 흔한 이야기가 아니다. 망연자실한 느낌...이유는 직접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