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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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혹시 어떤 운동 좋아하세요? 하시는 운동 있으세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웃고 넘어간다.

 

굳이 대답을 채근받는다면 마지못해서 '숨 쉬기 운동합니다.' 혹은 '걷는거 좋아합니다.' 정도 대답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 한다.

아뿔싸. 이 책에서 호흡법에 대해 나오는 부분을 읽어보니 나는 '숨 쉬기 운동'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거였다. 고로 앞으로 대답을 할 때에는 '숨 쉬기 운동'은 삭제하기로 했다.

일상생활에 대해 다룬 산문은 여러 권 읽었지만, 운동에 특화된 산문은 처음이었다.

각종 운동이 등장하지만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필라테스 예찬'으로 귀결되는 면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운동에 대한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일 뿐 종목에 대한 것은 곁다리인 듯.

표지와 같은 삽화가 책의 중간중간 등장한다.

맨날 책만 읽는다면서 구박하는 아내지만 이 책은 아이를 재울 때 펼쳐서 삽화를 보여주곤 한다.

그래서 소장가치가 상위에 있다는.

 

단순하지만 복잡한 자세를 우리 딸 아이는 제법 잘 따라한다. 참고로 연령은 4세.

침대에 누워서 엄마가 보여주는 그림을 따라하면서 '힘들다' 하면서도 따라하는 모습을 보니 서평단 지원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이 책은 피트니스 혹은 홈트를 권장하는 종류의 책이 아니다.

누구에게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있다는 것. 여성의 경우 운동의 목적이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

건강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자는 것.

축약하면 '나의 운동 연대기' 정도이다.

이 책은 미덕이 많은 책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문제의식과 개인 경험을 잘 조합하면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책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말을 늘어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 주제에 대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표지에 속지 말자. 이 책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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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이코노미 - 밀레니얼 세대의 한국 경제,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홍춘욱.박종훈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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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할 수 없는 세상. 더이상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

오래 일해야 하지만, 안정성 있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요원한 시대.

국가가 챙겨주기만을 바랄 수 만은 없는 현실.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야 하나?

적어도 현실에 대한 분석만큼은 가장 솔직하다!!

납득할 수 있는 분석을 해주니 현실과 언론기사, 주변사람들의 인식에서 생기는 괴리감이 줄어든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인 면모를 풍기는 책.

 

 

이 세대의 두 가지 특징

하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교육 수준과 성취욕이 상당히 높다는 점,

두 번째는 평등주의 적 색채가 강해서 다른 이들에게 뒤쳐지는 것을 못 견뎌 한다는 것.

문제는 청년 실업률

또 한 가지 문제점은 비정규직 비율

또 다른 문제는 임금 격차

취업과 관련된 문제. 그렇다면 일자리는 어디로 갔을까?

첫번째 원인 세대교체의 지연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고용촉진법의 위 조항에 의해 실제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은 근로자는 공공 부문과 일부 대기업에서 일하는 분들 즉, 청년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양질의 직장의 신규유입 여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청년 세대 일자리 문제의 구조적인 원인이 됨.

두 번째 원인은 시장 내부적인 것.

세 번째 원인현행 복지제도.

우리는 수년 전부터 2020년경 '밀레니얼 이코노미'의 도래를 예상해왔지만 막상 2020년을 앞둔 지금 한국은 '지연된 밀레니얼 이코노미'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그로 인하 여파는 고아주 불리하고 냉혹한 국면으로 스란히 밀레니얼 세대에게 불어닥치고 있다.

기업에 들어가서도 대부분의 대기업은 '공채'로 들어온 직원들만 '정규직'으로 보호함

저자들이 취업할 무렵에는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채용에 따른 장기 예측도 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직원을 뽑았으나, 지금은 신입 공채 규모가 그때의 3분의 1도 안됨.

새로운 변수가 발생 : 외국인 노동자의 급증

외국인 근로자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지 않았던 기성세대가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의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재단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현실에 비추어 가혹한 면이 있습니다. 72쪽

현재 구직 중인 밀레니얼 세대더러 '운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앞으로 꽤 장기간 저성장의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이것이 평생에 걸친 그들의 소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의 퇴사율이 높다면, 바로 이런 연유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거라고 추측해봅니다. 82쪽

경제구조는 어떻게 재편될까 : 기술 혁신과 일자리 변동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아카데믹한 정의라기보다는 시대적 유행과 용어의 마케팅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92쪽

- 이 부분을 읽고 우려스러웠던 점은 한 때 불었던 비트코인 열풍처럼 한때의 유행이 될 것인지 혹은 인간바둑의 승리를 낙관했던 알파고 사태처럼 도저히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가 이미 발 뒤꿈치에 닿을 정도로 와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어떻게 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차 일자리 전환

단순히 특정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차원이 아니라, 공장 자체의 외부화를 의미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산업혁명 직후에는 공장의 입지를 '자원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결정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까지는 '노동력이 싼 곳이 어디냐'가 공장의 입지를 좌우했고요. 그런데 앞으로는 '시장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공장의 입지가 이동할 것입니다. 결국 수요가 존재하는 곳에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상품을 제조,유통,배송하는 시스템이 글로벌 기업들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93쪽

-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었으나, 어느 순간 진입장벽이 높아져 인구유입이 줄어들고(노조문제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공장 자체의 외부화가 공장 자체의 국내 부재를 말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는 정부가 구호로서 '고용 창출'을 외칠 것이 아니라 각 부처 간의 협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재정 확대와 제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116쪽

- 공감이 갔던 부분. 재정 확대를 생각하면 복지 제도가 떠오르는데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없는 부분에 세금이 낭비되는 것에는 반감이 있다. 실질적인 재정 확대와 제도 지원이라는 수사도 좋지만, 피부에 와닿는 정책과 납득할 수 있는 용처에 세금을 사용한다는 신뢰가 필요한 것 같다.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그 재정지출은 반드시 가역적, 즉 되돌릴 수 있는 지출로 한정해야 합니다. 118쪽

저자 두 분의 대담 형식이기 때문에 두 사람간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그 부분에 대한 반박이 이어지면 동의 내지 첨언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이해를 돕는다.

밀레니얼 이코노미의 떠오르는 쟁점들

오히려 저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모델이 등장할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의 계층화가 심화되고 노동을 거래하는 방식도 매우 다변화되겠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노동이 얼마나 전문적인지,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맞춰지는지입니다. 136쪽

우리는 이미 경제활동 영역이 글로벌화되고,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37쪽

각자의 처지에 따라 상황에 대한 용인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결국 이러한 공유경제의 주 소비층은 소득과 학력 수준이 높은 계층이 될 거라는 의미죠. 저는 공유경제의 확장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이러한 서비스의 이면에는 일종의 '환상'도 작동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41쪽

소위 노동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케이스는 둘 중 하나예요. 노동조합에 가입된 국민이 굉장히 많거나, 아니면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적어도 단체협약 적용률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그러면 방식은 달라도 노동자들이 연대하게 되거든요.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으로 얻어낸 성과를 거의 모든 노동자가 공유하게 되니까요. 144쪽

이 부분을 읽다보니 현재 가속화되어가는 이중화(소득 기준)가 더 가속화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든다.

밀레니얼 시대에는 결국 월급에만 의지하지 않고 재테크를 일상화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더 알아보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책 전체를 보면 위에서 언급한 절반 정도가 밀레니얼 세대가 맞닥뜨린 경제상황과 전망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소비와 저축, 부동산 투자, 부모세대 은퇴 이후 부의 대물림 등을 상당한 분량을 들여서 설명한다.

이 부분이 도움이 되는 상황이 있고, 아무래도 현실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전반부를 읽다보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하는지에 대해서 조금은 깨닫게 된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소득을 불려나갈 시기라면 뒷부분에 더 집중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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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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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 벽돌책'이란 수식이 절로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특히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은 보기만 해도 뿌듯해질 정도의 두께를 자랑했다.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줄 그어가며 읽는 개인 성향을 반영하자면 대부분의 페이지에 줄을 그어야 할 정도로 대단한 문장력을 자랑하는 작가이다.

그가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중간중간 삽화가 그려져 있다.)의 단편을 냈으니 그 문장의 압축도는 어떠할 것인가. 단편인지라 구체적인 설정이 생략되어 있지만 삽화가 생략된 말을 대신한다.

어른을 위한 동화. 이 책의 장르를 굳이 설정하자면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가족과 못 다한 삶을 후회하는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제안한 일생일대의 거래

아들이 아닌 병원에서 만난 일면식 정도의 소녀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대신 내어놓는다는 내용.

그리고 그가 결심을 하기까지의 이야기.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이 세상에 없던 사람이 되야 한다면...

자신의 생과 아이와의 지난 날을 돌아보는 아버지와, 어떤 여자와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를 보고 웃어주는 아들.

그리고 한 소녀의 이야기.

저자는 크리스마스 직전의 어느 밤 늦은 시각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안타까운 정서를 그려 낸 판타지... 성냥팔이 소녀가 떠올랐다.

내가 성냥팔이 소녀를 읽었을 때 느꼈을 정서를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내 아이가 느낄 것 같다

이것은 일종의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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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동열 - 자신만의 공으로 승부하라
선동열 지음 / 민음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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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중요하다. 실패도 아름답다. 그럼에도 이겨야 한다."

표지에 적힌 문구이다. 그가 짊어지고 온 부담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살아온 이력. 자서전.

어릴 때부터 해태팬이어서인지, 그 이름 석자만 들어도 뭔가 해 줄 것 같고, 그가 몸을 풀고 있으면 등판하지 않아도 이길 것 같은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보니 그립기도 하다. 빨강과 검정.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팀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릴 때는 내가 응원하는 팀의 우승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다. 김응룡 감독, 선동렬, 이종범, 한대화, 조계현 등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하던 전국구 스타 구단.

이후에도 몇 년 주기로 갑작스런 우승을 안겨 뿌듯함을 주기도 하지만(2009년, 2017년. 그때를 떠올리면 꿈처럼 느껴진다), 당시처럼 막강 전력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절을 떠올리면 뭔가 아련하다.

선수보다 감독님이란 수식이 더 어울리는 지금. 그의 예전 모습을 보니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 선감독님이 날씬하던 때가 있었지. 팔다리가 길고, 유연하다.

기록들이야 언제든 검색하면 볼 수 있으니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뭐, 선동렬이니까. 하고 넘어간다.

압도적인 방어율. 무등산 폭격기라는 별명, 나고야의 태양이라 불리던 시절의 뿌듯함.

일본으로 건너갔을 무렵의 선감독님 나이가 선수로서 상당한 나이였음을 알게 되고, 그가 첫해의 굴욕적인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재기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어린 시절 일기장을 쓰는 습관과 러닝의 중요성, 투수가 해야 하는 기본에 대해서도 사진을 활용해서 설명을 하는 부분들을 보면 투수를 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팬들이 볼 때는 '아, 감독님. 글을 이정도로 쓸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된다. 읽다가 내가 감탄하자, 와이프는 옆에서 '설마, 감독님이 전부 쓰셨겠어? 대필해겠지?'라며 확인되지 않은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야기의 진정성은 당사자가 아니면 흉내낼 수 없는거라 확신한다. 누구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당시의 상황이 이런 거였다는 적극적인 해명이 없는 것이 그 답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내용에는 동의하는데, 책 내용 중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는 국보급 투수가 아니다'라는 부분. 동의하지 않습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실패에 대해, 대기록을 앞두고 놓쳤을 때 등의 에피소드를 쓰셨는데, 본인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서 다시 재기했다는 사실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야구팬이라면 부인할 사람이 없을텐데 본인이 그러시니 원 ㅎㅎㅎ

감독으로서의 커리어 역시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어찌되었든 지역감정이 살아있을 시절 광주 출신이 대구를 연고지로 하는 삼성감독을 했었고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는 것.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향님인 기아에 오기 위해 다른 팀의 오퍼를 사양하기까지 한 것. 각종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낸 점. 최초의 국가대표 전임감독까지 역임했으니.

2020도쿄올림픽에서 감독님의 모습을 찾아보진 못하겠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연수하시고 돌아오셨을 때 더 큰 짐을 맡으시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감독 재임 시절에 얽힌 좋지 않은 역할을 맡아야 했던 부분에 대해서 짧게나마 언급하신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여겼습니다. 악역을 맡을 수 밖에 없음을 짧게 나타내셨는데, 적극적인 해명과 이해를 구해야 할 때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만요.

감독님도 참 피곤하게 사신다고 느꼈습니다. 입이 무거운 사람들이 그러하듯. 언젠가는 알아줄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그동안 말 못했던 심정에 대해 제대로 털어놓칠 않으셨어요 ㅎㅎㅎㅎ

사람 하나가 희망이 되고, 버팀목이 되고. 스포츠신문 한면을 볼 때마다 힘을 얻었던 시절을 추억하고.

이 책이 좋은 선물이 된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결혼을 앞 둔 따님에게 하는 말이 눈에 들어오네요.

마음의 짐은 당분간 내려놓으시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

빠른 시일 내 다시 어떤 형태로든 복귀하시기를 바라는 마음.

아마,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의 심정이 복잡할 듯 합니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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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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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이라고 하나?

사소한 일상이나 사물을 관통하는 관점이 있게 마련이다.

애쓰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 굳이 찾지 않아도 묻어나기 마련.

요즘은 '루틴'이라는 말을 사용하던데. 한정된 공간과 장소를 다니면서도 그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다양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리고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걱정을 했다가 한시름 놓기도 한다.

저자는 '개천'에서 자랐다. 의미를 덧대거나 추상적인 비유를 뺀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개천'이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개천의 용이 되지 못했지만. 그가 개천이 있던 곳에 대해 느끼는 향수는 마음을 움직인다.

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일찌감치 자각하게 된 계기. 공부에 소질 없는 친구에게 구구단을 알려주면서 끝내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하는 친구를 보아서란다. 그후 감히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는 일은 그만 두었다니.

솔직하다. 그리고 익숙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만은 다를거라고 믿었던 아이가 있었다. 그게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이후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믿는다.

저자 역시 평범한 40대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학부모이다.

에세이이므로 저자의 삶과 이력이 자연스레 언급이 된다.

저자가 하는 말의 톤이 차분해서인지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이런 친구는 꼭 있었는데...

내가 떠올린 친구는 초등학교 급우였다. 안경을 끼고 책을 좋아하고,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둘 것만 같은데

막상 성적표를 받고나면 평균보다 약간 위쪽에 있는 그런 아이..

학급행사를 준비할 때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아이.

4개의 골목길을 나눈 의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나, 읽다보면 앞에서 잠깐씩 엿보였던 저자의 삶이. 기억 한조각씩이 겹쳐진다. 겹쳐지는 부분을 더 유심히 보게 됐다.

아버지가 남긴 이력을 보면서 그 치열했던 삶을 뒤늦게 알게 되고,

저자 스스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읽다보면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회한이 묻어나는 것 같다.

학부모로서 참여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유와 아이들의 생각을 엿보는 부분, 선생님들이 의외로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부분을 읽다보면 저자의 성정에 대해서 새삼 알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언제고 일이 생겼을 때 의견을 묻고 싶은 누이를 얻게 된 것 같다.

네번의 골목길을 다 걷고나니 홀가분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가 사회면을, 정치면을 덮어가고 갈수록 살기 팍팍한 시기가 계속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갖는다.

커다란 사건이 등장하고, 밝혀지지 않은 배후가 등장하는 스릴러만 잔뜩 읽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뭔가 따스해진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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