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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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안이라고 하나?

사소한 일상이나 사물을 관통하는 관점이 있게 마련이다.

애쓰지 않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삶. 굳이 찾지 않아도 묻어나기 마련.

요즘은 '루틴'이라는 말을 사용하던데. 한정된 공간과 장소를 다니면서도 그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다양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떠올리고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고 걱정을 했다가 한시름 놓기도 한다.

저자는 '개천'에서 자랐다. 의미를 덧대거나 추상적인 비유를 뺀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개천'이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개천의 용이 되지 못했지만. 그가 개천이 있던 곳에 대해 느끼는 향수는 마음을 움직인다.

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일찌감치 자각하게 된 계기. 공부에 소질 없는 친구에게 구구단을 알려주면서 끝내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하는 친구를 보아서란다. 그후 감히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는 일은 그만 두었다니.

솔직하다. 그리고 익숙한 기억이 떠올랐다.

나만은 다를거라고 믿었던 아이가 있었다. 그게 정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이후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렇게 믿는다.

저자 역시 평범한 40대의 대한민국 국민이자, 학부모이다.

에세이이므로 저자의 삶과 이력이 자연스레 언급이 된다.

저자가 하는 말의 톤이 차분해서인지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이런 친구는 꼭 있었는데...

내가 떠올린 친구는 초등학교 급우였다. 안경을 끼고 책을 좋아하고,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둘 것만 같은데

막상 성적표를 받고나면 평균보다 약간 위쪽에 있는 그런 아이..

학급행사를 준비할 때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아이.

4개의 골목길을 나눈 의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나, 읽다보면 앞에서 잠깐씩 엿보였던 저자의 삶이. 기억 한조각씩이 겹쳐진다. 겹쳐지는 부분을 더 유심히 보게 됐다.

아버지가 남긴 이력을 보면서 그 치열했던 삶을 뒤늦게 알게 되고,

저자 스스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읽다보면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회한이 묻어나는 것 같다.

학부모로서 참여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유와 아이들의 생각을 엿보는 부분, 선생님들이 의외로 가장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부분을 읽다보면 저자의 성정에 대해서 새삼 알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언제고 일이 생겼을 때 의견을 묻고 싶은 누이를 얻게 된 것 같다.

네번의 골목길을 다 걷고나니 홀가분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가 사회면을, 정치면을 덮어가고 갈수록 살기 팍팍한 시기가 계속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갖는다.

커다란 사건이 등장하고, 밝혀지지 않은 배후가 등장하는 스릴러만 잔뜩 읽다가

이 책을 읽고나니 뭔가 따스해진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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