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택한 사람이 책을 낸다. 그러면 그 다른 길이 이러하다 저러하다 풀어놓는데 그전에 꼭 왜 무지 좋은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쳤는가에 대한 설명부터 한다. 물론 그전전에는 또 그 무지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이러저러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도 들어간다. 마지막엔 말한다. 내가 때려친 직장은 정말 좋은 곳이었고 나는 거기서도 잘 나갔지만 정말정말 자의로 그곳을 나왔고 새로운 일(나는 즐겁게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전보다 더 못한 곳이라고 생각하는)을 하면서 많이 행복하다고. 여기까지 쓰고보니 내가 얼마나 꼬인 심사를 갖고 있는지 보인다. 인정한다. 나는 많이 꼬인놈이다. 그 꼬인 눈으로 삐딱한 입으로 <구글보다 요리였어>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어긋나지 않도록 주어진 길을 열심히 따라가던 학창시절, 그리고 회사생활, 구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이제 내 삶은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이름있는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대기업 취직을 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니.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그건 아니다.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생각했다면 몰라도. 아마도 다음 단계, 그러니까 새로운 삶을 위해 그걸 버렸다는 걸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그런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면 이사람 마인드를 뭐라 해야할지...
"지금은 주저없이 답할 수 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고.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하고 부럽다는 말을 건넨다." 거짓없는 말일 것이다. 본인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도 부러워하고.... 나도 저자가 부럽다. 내 부러움의 이유는 저자의 환경이다. 이길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 위해 갖추어야 할 또다른 학벌, 그 학벌을 위한 학비, 그리고 자신말고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많은 고민과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찾아낸 이 길 위에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나 졸업한 학교 이름에 의지하는 대신, 정말로 알고싶고 느끼고 싶은 것들로 채워가는 삶이란!" 저자가 택한 요리사 생활이 졸업한 학교 이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저자가 이책을 내게 된 건 저자가 졸업한 학교이름, 다니던 직장이 분명히 작용했다는 것이다. 구글을 때려치웠다는 것 말고 요리 실력으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때려치운 직장이 아무 이름없는 회사였더라도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제목이 그걸 말해주지 않은가. <구글보다 요리였어> 부제, 신의 직장을 벗어나 주방에서 찾은 진정한 꿈과 행복. 강조점은 요리가 아니라 구글, 신의 직장이다.
생생정보통이라는 프로그램에 보면 황금레시피라는 꼭지가 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유명 식당의 레시피대로 피디가 요리해서 유명 식당의 주인장 요리와 나란히 내놓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어느쪽이 더 맛있는지 평가하게 하는 것이다. 대개는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상상한다. 두 요리사가 계급장 떼고 맞붙는 것을. 저자와 또다른 요리사가 그런 식으로 붙는다면 누가 길거리 사람들을 더 만족시킬까. 구글을 때려치웠음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요리사라면 요리실력으로 승부하는 게 근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