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눈시울이 뜨끈해졌다. 말랑말랑......그런 마음 상태를 한참 즐겼다. 안다. 이건 그냥 소설일 뿐이라는 걸.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아서 더 마음 편히 즐기는 거 아니겠나. 두 자매 캐릭터는 도움이 아깝지 않은 특출난 재능과 높은 지능을 갖춘 걸로 그려졌고, 그애들에게 닥친 난감한 상황에 내밀어진 도움의 손길 또한 시기를 딱 맞춘 거였다. 시작은 몹시 흥미롭지만 초반부는 약간 지루하고 뒤로 가면 갈수록 어찌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끝나갈 무렵이 되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대부분이 감동했을 등장인물 한 명. 일흔 넘은 그의 생애가 어떠했던가에 대한 판단은 내몫이 아니지만 삶의 마무리는 더할 나위없었다. 행동도 그러했고 그의 말도. 특히 거짓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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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적이 뭐라 생각하냐

 공산주의

 그런 거 말고, 내부적으로다 말야, 그건 말이지, 백수야,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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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점점 나빠진다. 책을 읽다 보면 글자가 깨져보인다. 컴퓨터 화면은 늘 선명하지 못하고 뿌옇다. 슬금슬금 불안해졌는데 요즘엔 덜하다. 큰글자도서가 제법 많아지니까. 들여다보면 아주 흐뭇하다. 뭐, 노인네가 된 기분만 극복하면 된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더 좋은 건 팟캐스트다. 책 읽어주는 방송. 읽을 수 없으면 들으면 된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면 얼리어답터가 된 듯한 기분이어서 (아니라는 거 안다. 휴대폰은 요즘 개나 소나 다 갖고 있으니까) 큰글자도서 읽는 것하고는 댈 게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고, 잇몸도 고장나면 또다른 방법이 있다. 임플란트도 물론 있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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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길을 택한 사람이 책을 낸다. 그러면 그 다른 길이 이러하다 저러하다 풀어놓는데 그전에 꼭 왜 무지 좋은 직장을 과감하게 때려쳤는가에 대한 설명부터 한다. 물론 그전전에는 또 그 무지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이러저러하게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도 들어간다. 마지막엔 말한다. 내가 때려친 직장은 정말 좋은 곳이었고 나는 거기서도 잘 나갔지만 정말정말 자의로 그곳을 나왔고 새로운 일(나는 즐겁게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전보다 더 못한 곳이라고 생각하는)을 하면서 많이 행복하다고. 여기까지 쓰고보니 내가 얼마나 꼬인 심사를 갖고 있는지 보인다. 인정한다. 나는 많이 꼬인놈이다. 그 꼬인 눈으로 삐딱한 입으로 <구글보다 요리였어>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어긋나지 않도록 주어진 길을 열심히 따라가던 학창시절, 그리고 회사생활, 구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이제 내 삶은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이름있는 대기업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대기업 취직을 삶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니.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그건 아니다.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생각했다면 몰라도. 아마도 다음 단계, 그러니까 새로운 삶을 위해 그걸 버렸다는 걸 극적으로 표현하려고 그런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면 이사람 마인드를 뭐라 해야할지...

 

"지금은 주저없이 답할 수 있다.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고. 내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으로 대단하고 부럽다는 말을 건넨다." 거짓없는 말일 것이다. 본인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도 부러워하고.... 나도 저자가 부럽다. 내 부러움의 이유는 저자의 환경이다. 이길이 아니라고 느꼈을 때 바로 수정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 새로운 길로 들어서기 위해 갖추어야 할 또다른 학벌, 그 학벌을 위한 학비, 그리고 자신말고는 아무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많은 고민과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찾아낸 이 길 위에서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나 졸업한 학교 이름에 의지하는 대신, 정말로 알고싶고 느끼고 싶은 것들로 채워가는 삶이란!"  저자가 택한 요리사 생활이 졸업한 학교 이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저자가 이책을 내게 된 건 저자가 졸업한 학교이름, 다니던 직장이 분명히 작용했다는 것이다. 구글을 때려치웠다는 것 말고 요리 실력으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때려치운 직장이 아무 이름없는 회사였더라도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제목이 그걸 말해주지 않은가. <구글보다 요리였어> 부제, 신의 직장을 벗어나 주방에서 찾은 진정한 꿈과 행복. 강조점은 요리가 아니라 구글, 신의 직장이다.

 

생생정보통이라는 프로그램에 보면 황금레시피라는 꼭지가 있다.(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유명 식당의 레시피대로 피디가 요리해서 유명 식당의 주인장 요리와 나란히 내놓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어느쪽이 더 맛있는지 평가하게 하는 것이다. 대개는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상상한다. 두 요리사가 계급장 떼고 맞붙는 것을.  저자와 또다른 요리사가 그런 식으로 붙는다면 누가 길거리 사람들을 더 만족시킬까. 구글을 때려치웠음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요리사라면 요리실력으로 승부하는 게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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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이 자신의 기구한 인생에서 아무리 괴상한 덩어리를 캐내 보여줘도 찰스는 그것에 맞는 조각을 내밀었고 한 술 더 뜨기도 했다. 찰스는 가끔 우습기까지 한 인생의 조각을 언제든 기꺼이 대화의 소재로 바쳤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가지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고 그것을 동정심 놀이라고 불렀다.

 

불행한 사람들끼리 만나면 서로를 위로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어둠이 깊어져서 더 불행해질까. 전자의 시간은 짧고 후자의 시간은 길어 결국은 파국일 거라 짐작한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실화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오해(적극적 안락사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로 인해서였고 재미도 없었다.(나와는 맞지 않는 서술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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