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떠벌리고 싶어한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게 인간 본성이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페이스북에 무관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학력이 높은 이들 역시 학력이 낮은 사람과 똑같은 이유로 페이스북을 한다. 단, 포장을 좀더 잘한다는 차이는 있다. 일종의 '변장한 악마' 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외적인 무언가를 공개하는 반면, 먹물 좀 먹었다는 사람들은 내적 자산을 광고한다. 정치적 견해라든가 아름다운 글, 함축적인 아포리즘, 영화나 책, 음악에 관한 수준높은 비평 등을 포스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메타포, 라는 단어를 끌어와서 이책의 의미를 설명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글자 그대로 읽어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문장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보면, 걸려 넘어지는 문장이 있어. 그 문장 앞에서 넌 작아지지. 문장속으로 기어들어갈 만큼 작아질 수 있어? 해 봐. 다치지 않아. 걱정말고 따라와 봐. 한 문장끼리는 개구멍으로 서로 통해있고, 마침표에선 다시 나왔다 들어가야 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내 스타일의 추리소설. 피튀기는 잔인함은 사양함. 재판 과정이나 수사 과정이 차곡차곡. 깔끔한 마무리, 권선징악형은 특히 별로. 이미 범죄가 일어난 다음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관련자들은 예전과 같을 수가 없다. 어느 순간 틀어져버린 인생은 영원히 얼룩지고 그림자도 평생 드리워진다. 범인이 잡히고 처벌이 가해진다 해도 마찬가지. 강압적 심문을 하는 수사관이 찜찜했지만 당시에는 비일비재했겠지. 높은 사람의 압력을 거절하지 못하고 불의에 눈감으며 조직의 힘과 가족의 생계 핑계를 대는 것도 현실적이겠지. 오히려 돈과 무관하게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이런 변호사를 찾기가 더 어려운 게 아닐까. 그러기에 범인을 알면서도 입밖에 내지 못하고 범인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형 선고가 내리는 걸 지켜보고 그 모든 일이 뒤집히지 않는 거겠지.

 

번역된 책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인네 집에 다녀오고 나면 파김치가 된다. 냉장고를 정리하고 욕실을 청소하고 베란다를 한바탕 뒤집느라 몸이 고단할 뿐 아니라 채널A로 맞춰진 텔레비전 소리가 끝도 없이 왕왕거려서 속도 부글거려서다. 어버이연합 회원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노인은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뭐든 양보할 줄 아는 애국주의자다. 그 애국심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빨갱이 욕하는 것. 약간 불그스름해보이는 놈부터 새빨간 새끼까지 입으로 패대기를 친다. 게다가 채널A 등장인물들은 왜 그리 다들 목소리가 큰 건지. 새벽마다 씩씩하게 하는 운동으로 미루어 보아 노인의 남은 시간은 짐작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애국심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해지고 있으므로 내 몸 고단함과 내 속 부글거림도 점점 심해질 전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폭력은 당연히 나쁘다. 단 한번이라 하더라도 고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건 남편도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진 않다.

2. 언어폭력도 당연히 나쁘다. 이건 고치지 못할 것이다. 남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라왔고 습관으로 몸에 배어 버렸다. 더 어려운 건 때린 잘못은 확연히 드러나지만 자신의 말투는 왜 나쁜지 어디가 잘못된 건지 깨닫지 못한다는 점. 방법이 없다.

3. 양말. 이건 잔소리를 하면서 짜증을 낼 건지 아무말 없이 감당할 건지 상대를 바꿀 건지 내가 바뀔 건지 결정할 여러 사소한 문제 중 하나다. 연애가 아닌 결혼의 일상은 이런 게 쌓이는 것.

4. 오이. 이건 아내가 지나치다. 안 먹는다고 큰일나는 거 아니다. 입 열 것과 수용하고 넘어갈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다 표현하면 그건 명백한 잔소리다.

5. 양말이나 오이에 대해 아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실 남편 자체에 대한 감정이다. 양말이나 오이 사건이 문제가 아니라 남편 자체가 싫어진 거다.

6. 이 만화의 남편은 생각없이 다 표현하는 스타일이고(그래서 드러난 게 다다) 아내는 꽁꽁 숨기는 스타일이다(드러내지 않는 무섭고 잔인한 생각이 얼마나 많은가. 돈만 벌어오는 개라고 생각한다거나) 숨겨진 아내의 마음을 남편이 다 알게 되면 상황은 지금하고 또 다를 것이다.

7. 이 만화의 아내가 딱 저자인 것은 아니겠지만(그런가? 잘 모르겠다) 아내 입장에서 쓰여졌다. 똑같은 내용이 남편 입장에서 쓰여진다면 많이 다를 것이다. 입장 차이란 아주 큰 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