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한솥밥을 먹는 존재. 늘 누군가는 집에 있었다. 붙박이로 사는 사람이 있고 규칙적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있고 불규칙적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고. 나말고 아무도 없는 시간은 드물고도 드물다. 오늘 그 시간을 누렸다. 난 모든 걸 차단했다. 서늘하고 고요했다. 달콤하게 심심했다. 찰나의 행복. 고마운 12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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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화났거나 언짢은 표정을 짓는 데는 별로 큰 노력이 필요 없다. 반면, 웃거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려 하면 얼굴에 있는 표정 근육을 총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말하자면, 불행한 표정은 짓기 쉽고 행복한 얼굴에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이 소녀. 피부가 땅기는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표정을 짓는다. 화를 내고 울상을 짓고, 웃고, 슬픈 척한다. 표정 훈련이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불행한 표정은 짓기 쉽고 행복한 얼굴에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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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오는 말

"모든 것은 지나간다. 어떤 것도 지나가지 않는 것은 없어. 잘 생각해. 모든 것은 지나가는 거야."

"그 모든 것이 눈에 덮여 보이지 않듯이. 마치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듯이. 그러나 아무것도 쉽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다 흔적도 없이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뭐든 흔적을 남기면서 지나간다는 뜻. 지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는 뜻. 그래도 결국 지나가긴 지나가는구나....

 

섬뜩하게 공감했던 것, 하나.

"혜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게 취조를 받는 이틀 동안 내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나는 내가 용의자가 된 것에 대한 두려움에만 가득 차 있었다."

애인이 다쳤건 죽었건 더한 일이 일어났을지라도 인간은 이기적이다.

 

섬뜩하게 공감했던 것, 둘.

"죽을 때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지난날을 뉘우치고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대길은 살면서 종종 들었다.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죽기 직전에 자신이 그동안의 삶을 후회하게 될까 봐 대길은 두려웠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시간은 그의 기억을 조금씩 갉아먹었고 오히려 죄책감을 점점 더 무디게 해주어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보아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 거리감만 느껴질 뿐이었다. 후회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뜨뜻미지근했고, 가장 가슴 아팠던 기억조차도 고통은 희미하게 머릿속의 관념으로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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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육이오의 폐허 위에 맨손으로 서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일찍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돈 버는 재주가 있었는지, 운이 좋았는지 내가 태어났을 때는 부자가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아버지는 가난 속에 묻어 버린 청춘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지난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에게 뒤늦게 청춘의 꿈을 꾸게 해 주는 소도구는 젊은 여자였다. 어머니는 부유한 청년 실업가였던 아버지의 돈을 보고 결혼하여 그 이후로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어머니가 늘 아버지의 여자를 추적하여 판을 뒤엎는 이유 중에는 사랑을 뺏긴 여자의 질투심보다 내게 올 돈이 다른 여자한테 흘러간다는 손실감이 더 컸다.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것은 내 몸과 일용할 양식이다. 그들은 자신들 일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것만 내게 던져 준 채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든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고아다."

 

부제는 '한뼘자전소설 쓰기의 이해와 작법'이다. 한뼘이고 자전소설이라는 말에서 글의 성격이 충분히 드러난다. 그런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알려주는 책이겠다. 한뼘자전소설 모음이라 해서 실제 글도 실려있다. 이해와 작법보다 그 글에 더 관심이 갔다. 그저그런, 오늘이 어제같은 내 인생보다 남 인생에 더 호기심이 생기는 법이라서. 특히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더더욱. 기대에 어긋난 점은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썼다는 점이다. 소설가, 시인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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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상황에서도 남들보다 스스럼을 잘 타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전문 엔터테이너 가운데도 그런 사람이 있다. 내겐, MBC 오락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 코너와 <명랑 히어로>에 나오는 김국진 씨가 그런 스스럼쟁이 같다. 그는 때로 스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스스럼 때문에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스스럼은 연예인에게 결코 유리한 조건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스스럼이 외려 정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연예인에게 견줘 스스럼이 많으므로. 나는 김국진 씨의 스스럼 앞에서 내 스스럼을 떠올리고, 그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럼을 느끼지 않는 듯한 연예인(이나 정치인)을 보면, 그 '프로정신'을 찬탄하기보다, 활달함을 넘어선 그 뻔뻔함을 나무라고 싶다."

 

나도 김국진을 좋아한다. 스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로 남아있는 걸 보면 나처럼 고종석처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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