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육이오의 폐허 위에 맨손으로 서있는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덕분에 일찍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가족들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돈 버는 재주가 있었는지, 운이 좋았는지 내가 태어났을 때는 부자가 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아버지는 가난 속에 묻어 버린 청춘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지난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에게 뒤늦게 청춘의 꿈을 꾸게 해 주는 소도구는 젊은 여자였다. 어머니는 부유한 청년 실업가였던 아버지의 돈을 보고 결혼하여 그 이후로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어머니가 늘 아버지의 여자를 추적하여 판을 뒤엎는 이유 중에는 사랑을 뺏긴 여자의 질투심보다 내게 올 돈이 다른 여자한테 흘러간다는 손실감이 더 컸다.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것은 내 몸과 일용할 양식이다. 그들은 자신들 일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것만 내게 던져 준 채 내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든 관심이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고아다."

 

부제는 '한뼘자전소설 쓰기의 이해와 작법'이다. 한뼘이고 자전소설이라는 말에서 글의 성격이 충분히 드러난다. 그런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알려주는 책이겠다. 한뼘자전소설 모음이라 해서 실제 글도 실려있다. 이해와 작법보다 그 글에 더 관심이 갔다. 그저그런, 오늘이 어제같은 내 인생보다 남 인생에 더 호기심이 생기는 법이라서. 특히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더더욱. 기대에 어긋난 점은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썼다는 점이다. 소설가, 시인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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