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더위가 맹위를 떨친 여름 낮 한때를 소나기가 한바탕 후려치자 비를 피해 서두르는 사람들의 숨가쁜 광경을 길가의 가로수들이 바라보다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싱싱하게 날비를 맞고 있는       

 

상상한다. 속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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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문 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작성하고 있던 구백쪽에 달하는 보고서 같은 사람이었다. 표지가 뜯겨나간 낡은 종이 위에 모서리 깨진 활자로 인쇄된 멋없는 글씨. 하지만 누군가 그걸 읽기 시작하는 순간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곤 하는 이상한 글씨.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면서 딱 한 권만 가방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안 꺼내들겠지만 시험이 코앞에 닥친 순간이라면 두번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뽑아들 것 같은 바로 그 책."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군요.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표지라서 아무에게도 선택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다가 내게로 온. 본문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읽고 읽고 또 읽게 만들고 결국에는 내 인생 전체를 거는 모험을 하도록 만든. 당신이라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가진 걸 다 내놓았어요. 그만한 가치요? 충분하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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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조력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법을 택했다. 물론 합법이다. 날짜를 잡았다. 약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숨이 멈춘다. 그리고 나머지 절차를 진행한다. 책을 쓴 사람은 아들이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며 담아낸 기록"이라 하니 의사 표현에서 죽음까지 적어도 1년은 걸렸다는 말이다.

 

1년.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아들의 입장은 어떨까. 조력 자살을 하기로 결정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지내는 시간들이 어떨까.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은.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자신의 죽음 이후의 일들까지 모두 꼼꼼하게 계획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죽음의 날 직전 여러 가족들과 순서대로 식사를 한다. 어느날은 이사람. 어느날은 저사람과. 곧 죽게될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죽음의 순간에 자신을 지켜봐줄 사람도 정한다. 처음엔 여자 친구였다가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고 하자 아들에게 다시 부탁한다. 죽는 순간을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 마음은 어떨까.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자신의 자유 죽음이 비겁함으로 해석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강조한다. 인생으로 배가 부르다고. 인생으로 지친 게 아니라, 그만하면 인생을 충분히 맛보았노라고.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죽음 직전, 약병을 받아들기 전에도 말한다. 자신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며, 부족한 것은 없었다고.    ........그렇지 않은 자유 죽음은 비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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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 읽었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책장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랬던 책인데..... 시간의 힘이란 참 이상한 것. 일 주일쯤 지나고 나니 왜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밑줄 그은 곳을 찾아보니 겨우 이것.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언젠가 이러저러한 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죠. 부인은 분석적인 사고력을 타고나신 분이니, 생각지도 못한 때에 잠재의식 속에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그 이상 억압되기를 거부할 수 있는 거죠. 마지막 문장을 말하며, 로버트는 대문까지 함께 걸어 나온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돌아섰다. 그리 심각한 말도 아니건만, 뜻밖에도 그녀의 눈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결국 그녀도 확신이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이야기에, 상황에, 그녀의 그 냉정하고 분석적인 마음에 의문을 남긴 어떤 작은 것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왜 밑줄을 그었나 생각해보니 눈치 때문이었지 싶다. 그녀의 눈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를 알아챈 것.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경우, 대놓고 넘겨주는 자료가 아니라면 결국 눈치가 중요할 텐데 그런 재주는 타고 나는 게 아닐까. 나처럼 무눈치인 사람은 실제로도 아무 낌새도 못 알아차릴 뿐 아니라 글로 쓰는 재주도 없다. 부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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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요즘의 트렌드를 알고 싶을 때 읽을 만한 책. 포털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트렌드'로 적습니다만, '유행', '경향'으로 순화하여 쓰실 것을 권합니다." 어찌되었거나.

이런 게 유행이구나, 으음, 이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읽음. 시골에서 살면 알기 어려운 게 많으니.

 

몇 가지 흥미로웠던 것. 서스펜디드 커피와 미리내 카페.

내가 마신 커피값만 내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마실 커피값을 미리 내놓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그 카페는 누가 대신 내놓은 서스펜디드 커피가 있다는 표시를 내걸어 지나가던 노숙자나 어려운 사람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미리내 카페는 서스펜디드 커피와 같은 기부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것. 얼마나 많은 숫자의 카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누군가를 위해 미리 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이벤트처럼.

약간 다르지만 흥미로운 또 하나는 '미스터리 카페'로 일본에 있다 한다. 내가 주문하고 계산한 음식을 나 다음에 입장한 손님이 먹는 방식이란다. 내가 먹은 건 내 앞사람이 주문하고 계산한 음식인 거지. 무얼 먹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흥미로울 수 있다. 미리내 카페처럼 이벤트 삼아서 한두 번쯤은 가봐도 무방할 듯.

 

혼외 출생자 얘기. 혼외자 비율이 절반이 넘는 프랑스, 스웨덴, 멕시코, 아이슬란드, 40퍼센트가 넘는 영국, 네덜란드, 30퍼센트가 넘는 미국, 독일을 보면, 우리나라도 지속적으로 늘어갈 건 분명하지만 아주 먼 미래 얘기 같아 씁쓸하다. 2퍼센트에 불과하다니까 말이다.

 

군부대에 미용실이 있다는 얘기도 재미났다. 선임자가 가위나 바리깡으로 대충 미는 거 아니었어? 하하하

 

라이프 트렌드 2015도 출간되었다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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