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본문 같은 사람이었다. 그가 작성하고 있던 구백쪽에 달하는 보고서 같은 사람이었다. 표지가 뜯겨나간 낡은 종이 위에 모서리 깨진 활자로 인쇄된 멋없는 글씨. 하지만 누군가 그걸 읽기 시작하는 순간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곤 하는 이상한 글씨.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면서 딱 한 권만 가방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안 꺼내들겠지만 시험이 코앞에 닥친 순간이라면 두번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뽑아들 것 같은 바로 그 책."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군요.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표지라서 아무에게도 선택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있다가 내게로 온. 본문 한장 한장 넘기면서 읽고 읽고 또 읽게 만들고 결국에는 내 인생 전체를 거는 모험을 하도록 만든. 당신이라는 책을 소유하기 위해 가진 걸 다 내놓았어요. 그만한 가치요? 충분하고도 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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