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읽었지만 결국에는 마지막 책장을 넘겨버리고 말았다. 그랬던 책인데..... 시간의 힘이란 참 이상한 것. 일 주일쯤 지나고 나니 왜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밑줄 그은 곳을 찾아보니 겨우 이것.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언젠가 이러저러한 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죠. 부인은 분석적인 사고력을 타고나신 분이니, 생각지도 못한 때에 잠재의식 속에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그 이상 억압되기를 거부할 수 있는 거죠. 마지막 문장을 말하며, 로버트는 대문까지 함께 걸어 나온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돌아섰다. 그리 심각한 말도 아니건만, 뜻밖에도 그녀의 눈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 결국 그녀도 확신이 없는 것이다. 어딘가에, 이야기에, 상황에, 그녀의 그 냉정하고 분석적인 마음에 의문을 남긴 어떤 작은 것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왜 밑줄을 그었나 생각해보니 눈치 때문이었지 싶다. 그녀의 눈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를 알아챈 것.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경우, 대놓고 넘겨주는 자료가 아니라면 결국 눈치가 중요할 텐데 그런 재주는 타고 나는 게 아닐까. 나처럼 무눈치인 사람은 실제로도 아무 낌새도 못 알아차릴 뿐 아니라 글로 쓰는 재주도 없다. 부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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