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조력 자살이라는 죽음의 방법을 택했다. 물론 합법이다. 날짜를 잡았다. 약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숨이 멈춘다. 그리고 나머지 절차를 진행한다. 책을 쓴 사람은 아들이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을 동행하며 담아낸 기록"이라 하니 의사 표현에서 죽음까지 적어도 1년은 걸렸다는 말이다.
1년. 긴 시간인지 짧은 시간인지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아들의 입장은 어떨까. 조력 자살을 하기로 결정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지내는 시간들이 어떨까.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은.
자신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자신의 죽음 이후의 일들까지 모두 꼼꼼하게 계획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죽음의 날 직전 여러 가족들과 순서대로 식사를 한다. 어느날은 이사람. 어느날은 저사람과. 곧 죽게될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죽음의 순간에 자신을 지켜봐줄 사람도 정한다. 처음엔 여자 친구였다가 도저히 견뎌낼 수 없다고 하자 아들에게 다시 부탁한다. 죽는 순간을 지켜봐달라는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 마음은 어떨까.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은.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자신의 자유 죽음이 비겁함으로 해석될까 걱정했다. 그래서 강조한다. 인생으로 배가 부르다고. 인생으로 지친 게 아니라, 그만하면 인생을 충분히 맛보았노라고.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죽음 직전, 약병을 받아들기 전에도 말한다. 자신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으며, 부족한 것은 없었다고. ........그렇지 않은 자유 죽음은 비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