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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본 영화
곽건용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2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저자 곽건용은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러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임을 느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27편의 영화 중 제가 본 것은 겨우 7편 남짓, 저는 스스로 '영화광 목사'라고 자처하는 사람의 영화 이야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관없다 싶습니다. 저자도 이 책에서 영화에 대해 말하거나 영화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삶의 다양한 주제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묶음(영혼의 무게 21그램)에서는 자신의 정체성, 영원의 문제, 믿음과 회의, 삶의 가치를, 두 번째 이야기 묶음(하나님, 거기 계시지요?)에서는 삶의 영향력과 희망, 부부의 사랑과 이해, 소망과 기다림, 욕망과 희망 그리고 감사, 용서를, 세 번째 이야기 묶음(아름다운 바보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 아버지, 사형제도와 생명의 소중함, 아름다운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 세상이 종교에서 바라는 것을, 네 번째 이야기 묶음(끌어안고 같이 울어주기)에서는 평등권과 인격권, 삶의 그늘, 사람들의 경계선과 하나됨, 모성(母性)을,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 묶음(욕망, 삶, 희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서는 죄의식과 구원, 체험과 성찰, 역사와 소설, 이상과 현실, 존엄한 삶과 죽음,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주제들을 영화를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잘 묶은 편집자의 솜씨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솜씨 좋은 편집 덕에,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존엄하게 사는 것과 존엄하게 죽는 것’에 대해 말하고, 결국 ‘죽음과 영원한 삶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다우트]와 함께 의심과 확신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의심과 확신 모두 감정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의심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면, 확신은 자신을 모르는 것에서 온다,” “의심과 확신은 닮은 구석이 있다.” 결국 저자는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시니컬한 태도로 살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저도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자신이 가진 믿음이 100퍼센트 확실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치열하게 믿음으로 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믿음은 언제나 의심을 포함하고 있고, 자신을 정직히 들여다보고 의심할 줄 알 때만 진실한 믿음은 자리 잡는 법이니까요.
이 책의 마무리 문장 - “예수님은 유한한 이 땅에서의 삶을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의 삶과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 은 저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참된 신앙은 죽어서 천국에 가는 티켓을 얻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 때 영원과 맞대어 가치 있게 살도록 해 주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