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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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인터넷과 떨어질 수 없는 하루하루의 삶을 돌아보며,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껴왔었다.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에서 콘텐츠의 방대함에 놀라며 그것을 즐겼고, 때로는 정보의 가벼움을 탄식했었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보며, 또 나 자신도 때로는 인터넷에서 시간을 엄청 허비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인터넷의 폐해를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콘텐츠를 제대로만 이용하면 인터넷은 참으로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디어의 콘텐츠보다 미디어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 미디어 자체가 “인식의 방식을 꾸준히, 아무런 저항없이” 바꾸어 놓는다. 내가 잘만 이용하면 인터넷은 언제나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 것은 얼마나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한가!

   나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인간의 뇌가 얼마나 복잡한지, 더 나아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뇌의 가소성)를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글쓰기가 보편화되면서 기억 활동을 멈출 것이라고 우려했던 웅변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는 동시에 오늘날 인터넷의 위험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 많은 통찰력을 주고 있다. 한편, 소크라테스는 글쓰기에 대해 걱정했지만,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글쓰기의 유익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 글쓰기는 말하기보다 직관력은 떨어지지만, 사고를 훨씬 깊게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구텐베르크로 인해 새로운 책세상이 왔을 때, 고급문화와 저질문화가 함께 판을 쳤다. 책인쇄의 부정적 영향에 고민했지만, 역사는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또 한번 세상을 바꾸고 있다. 현재 많은 문제가 있지만, 인터넷의 영향력은 결국 긍정적인 결과로 끝날 것인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듯하다. 확실히 웹에서 읽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읽는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많은 링크가 있는 하이퍼텍스트가 오히려 학습을 방해하고 깊은 이해력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어떤 글을 읽다가 링크가 되어 있으면 즉각적으로 참고해서 더 효율적인 이해가 생길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로 보면 인터넷이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깊이 사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저자가 지적했듯 컴퓨터는 인간의 신경 시스템과 너무나 닮아서 위험하다. 수많은 실험에서 보여주었듯, 자칫 인간은 모든 어려운 문제들을 컴퓨터에 맡기고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단순히 따라갈 위험이 있다. 그리고 인간은 사색의 능력을 점차 잃어갈 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사라질 것이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에 주목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인간성이다!

   이 책은 나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 주었고, 책읽기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인터넷 세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가끔은 자연 속에 머물며 깊이 사색하는 것이 중요함을 배웠다. 그리고 매일 일기쓰기 같은 생각훈련이 인간다운 풍성한 감정을 유지하고 내 삶을 깊게 풍부하게 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아이패드를 구입할지 고민했는데, 더 망설여진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며, 해박한 역사와 과학 지식으로 날 도전한 니콜라스 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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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본 영화
곽건용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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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는 내내, 저자 곽건용은 삶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그러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사람임을 느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27편의 영화 중 제가 본 것은 겨우 7편 남짓, 저는 스스로 '영화광 목사'라고 자처하는 사람의 영화 이야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상관없다 싶습니다. 저자도 이 책에서 영화에 대해 말하거나 영화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삶의 다양한 주제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묶음(영혼의 무게 21그램)에서는 자신의 정체성, 영원의 문제, 믿음과 회의, 삶의 가치를, 두 번째 이야기 묶음(하나님, 거기 계시지요?)에서는 삶의 영향력과 희망, 부부의 사랑과 이해, 소망과 기다림, 욕망과 희망 그리고 감사, 용서를, 세 번째 이야기 묶음(아름다운 바보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는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 아버지, 사형제도와 생명의 소중함, 아름다운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 세상이 종교에서 바라는 것을, 네 번째 이야기 묶음(끌어안고 같이 울어주기)에서는 평등권과 인격권, 삶의 그늘, 사람들의 경계선과 하나됨, 모성(母性)을, 마지막 다섯 번째 이야기 묶음(욕망, 삶, 희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서는 죄의식과 구원, 체험과 성찰, 역사와 소설, 이상과 현실, 존엄한 삶과 죽음,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삶의 주제들을 영화를 통해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잘 묶은 편집자의 솜씨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솜씨 좋은 편집 덕에,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존엄하게 사는 것과 존엄하게 죽는 것’에 대해 말하고, 결국 ‘죽음과 영원한 삶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화 [다우트]와 함께 의심과 확신에 대한 이야기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의심과 확신 모두 감정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의심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면, 확신은 자신을 모르는 것에서 온다,” “의심과 확신은 닮은 구석이 있다.” 결국 저자는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시니컬한 태도로 살 것인지 모든 것이 불확실해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라고 말합니다. 저도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 자신이 가진 믿음이 100퍼센트 확실한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 치열하게 믿음으로 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믿음은 언제나 의심을 포함하고 있고, 자신을 정직히 들여다보고 의심할 줄 알 때만 진실한 믿음은 자리 잡는 법이니까요.

   이 책의 마무리 문장 - “예수님은 유한한 이 땅에서의 삶을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의 삶과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 은 저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참된 신앙은 죽어서 천국에 가는 티켓을 얻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 때 영원과 맞대어 가치 있게 살도록 해 주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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