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인간 - Homo Philosophicus
김광수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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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하는 인간>, 책 표지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인’자의 모음 ‘ㅣ’가 아직 빨간 불씨가 조금 남아 있는 타버린 성냥개비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받침 ‘ㄴ’은 타버린 성냥개비 재가 떨어진 것처럼 보이네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을 떠받치고 있는 형이상학적 문제들을 고민하며 철학이라는 한 가닥 성냥개비를 불태워야 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철학자 김광수 작가는 이 책에서 인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진리를 찾을 수 있는지, 부조리한 상황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최선의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역사 속에서 불멸을 이룰 수 있을지를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저자는 철학적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를 그러나 깊이 있는 사유의 언어를 구사합니다. 참 설득력 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창조론을 따르든 진화론을 따르든 상관없이 세상에 가장 불가사의한 일은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특히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기적입니다. 인간은 다른 존재와는 달리 이성을 가진 자유로운 존재로서 존엄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공짜로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누가 한 말인지 아니면 내 속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인생은 선물이다’라는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선물로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작가는 천상병 시인의 시를 인용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p. 60). 어떻게 살아야 이런 고백을 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철학자답게 이렇게 해답을 제시합니다. “존재 각성.” “존재 각성은 어떤 형이상학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직 철학적 성찰만을 통해 도달하는 깨달음의 경지”(p. 93)입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은 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삽니다. 그는 철학하는 인간이기에 언제나 배우는 삶을 삽니다. 때로 삶은 부조리해보이고 수많은 고통이 있지만, 그 속에서 삶의 문제의 답을 찾아갑니다. 삶의 답을 모른다고 답이 없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자는 인생의 “고통은 기회”(p. 267)라고 말합니다. 고통은 우리를 어디론가 안내하는 안내자입니다. 고난의 극복을 통해 인류의 역사는 발전했습니다. 또한 인간이 모두 죽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죽음으로 인해 삶은 최초의 기회요 마지막 기회이며 단 한 번의 기회”(p. 325)가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는 존재, 삶의 이유와 의미, 최선의 삶, 등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가장 맛있는 “존재의 밑바닥”(p. 327)을 햝고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말 - 실상은 플라톤이 한 말일 수도 있음 -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지치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어느새 나는 “호모 필로소피쿠스(Homo Philosphicus)”가 되어 있었습니다. 가치 있고 행복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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