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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역사
자크 아탈리 지음, 이주상 옮김 / 이니티오 / 2026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은 죽음과 상실에 직면한 자를 위로합니다. 위로는 인류 문명에 중요한 요소이며, 문명의 역사는 위로의 방식을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저자 자크 아탈리는 시대마다 위로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아주 쉬운 문체로 서술합니다. 저자는 인류 초기 문명에서 장례가 어떻게 치러졌는지, <티베트 사자의 서>,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의 장례 문화를 예로 제시합니다. 또 제국 시대에 이집트나 중국에서는 장례식이 정치적 선전(프로파간다)의 장이기도 했음을 밝힙니다.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스토아학파와 에피쿠로스학파의 영향으로 죽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위로했습니다. 기독교 이후 시대의 위로, 유럽 중세 시대의 위로가 어떻게 종교적 색채를 띠게 되었는지는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계몽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을 문자 그대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세의 위로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위로의 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계몽주의, 낭만주의 시대를 지나 근현대에 들어와 위로가 어떻게 상품화되었는지 밝힙니다. ‘16. 위로의 상품화: 장례업체와 보험, 그리고 오락’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삶의 부조리, 세계 대전과 학살의 시대에 사람들은 ‘소비의 광기’에서 위안을 찾기 시작했답니다.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자, 죽음은 그저 모든 것과의 단절일뿐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지금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만족합니다. 장례식도 하나의 소비 사업 방식으로 관리됩니다. 고통과 슬픔의 처리 방식에 시장의 논리가 더 깊숙이 파고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수만 가지 물질을 소비하면서 불안과 슬픔과 고통을 보상받으려 합니다. 코로나 이후 죽음은 더 은폐되고, 심지어 가상의 세계에서 죽은 자들을 소환해서 영원히 존재하게 만듭니다. 영혼의 불멸 대신 데이터의 불멸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슬픔 당한 자를 위로하는 일은 어떤 사회 윤리적 의미가 있습니까? 저자는 슬픔은 고이 간직되고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슬픔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잃은 이를 기리며, 삶의 중요성을 온전히 느끼게 해주는 가장 좋은 통로”(p. 182)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슬픔을 신속히 누그러뜨리려 하거나 슬픔에 잠긴 자들의 마음을 딴 데로 돌려놓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으로 잘 조직된 위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위로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이타주의”(p. 184)입니다. 이 책을 통해, 위로가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무관심의 사회’에서 ‘위로의 사회’로 나가도록 힘써야 합니다. 깊이 사색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