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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가 들려주는 일상 속 행복
마르크 오제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0년 3월
평점 :
행복, 듣기만 해도 좋은 단어입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삶의 궁극적 목적, 최고선이라고 말했다죠.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행복한지 알고 싶어서 세계 나라별 행복 순위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여러 연구소에서 발표한 행복지수 순위는 뒤죽박죽입니다. 한 나라의 사회정책에 따라 국가별 행복지수를 작성한 것도 있지만, 여전히 개인 행복에 관해서는 무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행복에 대한 정확한 정의(定義)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각도에서 쓴 행복에 관한 매력적인 책이 나왔습니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의 행복론입니다. 그는 사람들이 행복을 감지하는 일상의 구체적인 경험들을 에세이로 풀어냅니다. ‘일상(日常)’은 개인의 삶을 영위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시공간이기에, 일상 속에서의 행복은 관념적인 행복이 아니라 실제 느끼는 행복일 것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행복이란 어떤 상태가 아니라 순간입니다. 인류는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습니다. 누구나 행복의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행복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입니다.
마르크 오제는 인류학자답게 관념적 행복을 탐구하기보다 행복하다고 규정하는 순간들에 집중하여 거기에 담긴 의미를 탐색합니다. 그는 제일 먼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행복들’을 말합니다. 나이, 질병, 등과 관계없이 누리는 행복들은 ‘난공불락’입니다. 그는 ‘행복한 사람들은 사연이 없다’라는 프랑스 속담을 인용하며, 그래서 문학작품의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일상의 삶을 사는 우리는 문학, 미술, 음악, 영화 등 예술작품을 마주할 때나 음식을 먹거나 여행하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때로는 그런 것들을 추억하면서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런 행위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행복과 관련된 많은 생각들을 펼칩니다. 장례식처럼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행복은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이 일상을 버티도록 해줍니다. “드물게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어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 이 책 첫머리에 인용된 스탕달의 문장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맛보는 행복들이 많습니다. 만남의 행복, 기억 속에 저장된 행복, 사랑의 행복, 어려움과 두려움의 시절에도 행복의 창조자가 되려고 열망하는 이들에게 존재하는 행복이 있습니다. 남에게 말할 만큼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행복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살아갑니다. 이 책,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살아갈 용기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