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뚝들 -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홍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8월
평점 :
#말뚝들 #김홍 #한겨레출판 #서평단
김홍의 장편소설 〈말뚝들〉은 2025년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발표 직후부터 문학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은 “죽은 사람이 먼 바다로 나가 말뚝이 된다”는 전설의 ’말뚝들‘이 어느 날 도심 한복판에 나타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낯설고도 불온한 이 상징은 곧 사회에서 잊히고 외면당한 죽음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더닞고 있다.
주인공 ‘장’은 은행 대출 심사원으로, 일상적이고 규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납치되어 트렁크에 갇히는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의 균열을 경험한다. 이후 거리를 점령한 말뚝들을 목격하면서, 불의한 죽음의 흔적과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이 아주 가까운 현실임을 깨닫는다. 평범한 삶이 얼마나 얇은 층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는지 보여준다.
“장은 가슴이 조여드는 듯 답답해졌다.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권투 선수에게 흠씬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렸다. 눈물을 훔치며 간신히 발을 옮겨 데보라에게 갔다. 들써걱리는 데보라의 어깨를 감쌌다. 데보라는 울먹이며 알 수 없는 단어들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기도문인 듯했다. 말뚝은 전날 로비에서 마주친 것보다 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의 마음이 전해졌다. 원망이었다. 방향을 모르는 원망이 중력처럼 무겁게 모든 것을 가라앉히고 있었다.”(p.179)
말뚝들은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 졸음운전으로 생을 마감한 택배 기사, 각종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들은 이름도 없이 사라진 존재들이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했다. 김홍 작가는 이들을 “돌아오지 못한 자들의 침묵”으로 형상화하여 말뚝처럼 독자 앞에 세운다. 이는 애도의 부재와 연대의 결핍을 고발하는 동시에, 우리가 잊고 있는 죽음의 윤리적 무게를 일깨운다.
소설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단순한 고발이나 비극의 재현으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블랙 코미디와 미스터리적 장치를 활용해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때로는 웃음도 나고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작가의 문장은 날카롭고 간결하여 독자에게 ‘문학이 아직도 현실을 흔들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특히. 말뚝의 기이한 존재는 독해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독자 스스로 질문을 확장하도록 만든다.
〈말뚝들〉은 결국 우리 시대의 인간성과 연대에 대한 소설이다. 보이지 않는 말뚝은 우리 사회 곳곳에 박혀 있으며, 그것을 보느냐 외면하느냐가 곧 살아 있는 자들의 태도이다. 김홍 작가는 문학이 애도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동시에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는 상상력의 무기임을 드러낸다. 독자를 불편함 속에서 멈추게 만들고, 살아 있는 자로서의 책임을 다시 성찰하게 이끈다.
*출판사 제공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
#하니포터11기 #하니포터 #한겨레문학상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