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와 스킨답서스>는 한 소설가 지망생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화자 '무용'은 생활고를 겪다가 반지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친구 '승우'는 그에게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충고하면서 자신이 다니는 중소기업의 취직을 권한다. 무용은 우연히 소설 쓰기 합평에 만났던 '수연'과 재회를 하고 제일 실력이 좋았던 '재희'형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무용은 소설쓰기를 중단하고 보험회사에 다니는 수연에게 삶을 좀 챙기라는 말을 듣고 상심에 빠진다. 집에 돌아온 무용은 반지하 창문으로 비가 들어와 엉망진창이 된 방을 마주하고 더 깊은 어둠에 빠질 뻔 한다. 그러다 물기를 머금은 스킨답서스를 발견한다. 승우에게 지원받은 돈으로 산 화분이었다. 스킨답서스 너머 방범창에 보이는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고 느낀 화자는 승우에게 전화하여 취업을 하겠다고 전한다. "아래로 늘어진 초록 잎에 동그란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녀석은 오랜만에 비를 맞아서 좋았으려나.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화분 뒤로 가녀진 방법창. 그 뒤로 건너편 건물들, 그리고 건물 사이로 보이는 가느다라한 하늘. 해가 지며 노을이 물든 옅은 주홍빛 하늘이었다. 비가 내려 공기가 투명해져서인지 하늘빛이 무척 선명했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서 저만큼이나마 하늘이 보인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시점이 바닥에 가까워지니 보이는 풍경이었다. 점점 붉은빛이 짙어지는 하늘 조각을 한참 바라보다 누나와 재희 형을 떠올렸다. 마지막 순간, 그들은 혹시 고개를 들어보았을까. 매어 놓은 줄을 마주한 누나도, 다리 위에 선 재희 형도 시선을 떨군 채 아래만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차마 바라보진 못했겠지. 본다면, 분명 계속 보고 싶어졌을 테니까." p. 68생활고는 정확하게 우리를 바닥으로 안내한다. 계단 3개 아래로. 창문을 열면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의 다리를 봐야하고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한다.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면 더 아래로 내려간다. 결국 무덤까지. 이 작품의 부제인 "더 가라않진 않을게 나도 무덤은 별로"에서 보듯이 화자는 그 직전에 다른 선택을 한다. 그 결정하는 건 꿈의 포기일까 아니면 삶을 챙기는 것일까. 작품은 아무리 바닥에 있더라도 무덤에 가기 직전에도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보이는,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있다. 소소하지만 그것을 딛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친구의 뼈때리는 말이나 합평 모임에서 만난 동료의 조언도 포함된다. 반지하의 아주 작은 방범창에서 보이는 한 조각 주홍빛 하늘도 나에게 주어진 풍경이다. 이것을 희망으로 읽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을 쓴다고 보냈던 시간과 관계들.고된 아르바이트와 굴욕적인 경험들 모두 그 원동력이 아닐까. 꿈과 현실 사이에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줄다리기처럼 균형이 어느 쪽에 더 기울 때도 있고 반대쪽으로 더 갈 때도 있다. 36살 무용에게만 주어진 고민은 아니다. 곧 50을 앞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것들, 감당해야할 책임감 속에서 늘 줄다리기를 한다. 지긋지긋하고 징글징글한 감정이 밀려올 때도 많다. 눈을 감거나 더 아래를 보고 싶다. 이제는 눈을 떠서 딱 바로 그 지점에서 나에게 주어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만의 스킨답서스를 찾아봐야겠다. *출판사 제공도서로 쓴 리뷰입니다*